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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gomin_1547786
    작성자 : 콬코아
    추천 : 6
    조회수 : 576
    IP : 123.212.***.16
    댓글 : 17개
    등록시간 : 2015/11/12 01:57:53
    http://todayhumor.com/?gomin_1547786 모바일
    드디어 집나왔어요
      저는 스무살입니다. 여자구요. 대학생이예요. 

      돈모아서 사흘전에 고시원에 왔어요. 지금 고시원 침대에 누워있어요. 하... 지금까지 얼마나 고생했는지 생각하면 눈물이 다 나네요.  한 10년 전쯤부터 집을 나가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살았어요. 

      초등학생 때부터 고등학생 때까지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저 이렇게 넷이서 살았는데요. 집안이 콩가루 집안이라 가족들이 서로에게 욕을 하는 건 기본이고 저는 아빠한테 맞고 살았고 가끔 할아버지에게 맞기도 했어요. 아빠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싫어했고 상종할 수 없는 사람들로 치부하면서도 같이 살았어요. 아빠가 경제력이 없어서였겠죠. 아빠는 일을 거의 안하고 간간히 대리운전으로 용돈을 벌어서 술 사먹고 담배 사고 저한테 용돈을 가끔 줬거든요. 집을 구해 나갈만큼 돈이 없었던거죠. 저축도 안하더라구요. 초등학생 때 저는 매일 아빠한테 맞아서 울었던 거 같아요. 잘 기억은 안나지만 밥을 조금밖에 안먹는다고 때리는등 별거아닌 일로 맞았어요. 당연한 얘기지만 살살 맞은 것도 아니었고요. 매도 아니었고요. 그냥 멍들도록 아무데나 주먹이나 발로 맞았어요. 얼굴에 멍들어서 학교간적도 있고... 어쨌든 지긋지긋 했어요. 

      중학생 때는 우울증에 걸렸어요. 집안 불화가 심각해서 공부에 집중을 잘 못했어요. 잘하고 싶고 열심히 하고싶은데 안되고 인생에 낙도 없고 성격도 이상해져서 친구도 잘 사귀지 못했어요. 이때부터 집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어요. 근데 내가 중2병이라서 그런건지 진짜 나가야되는 상황인지 헷갈렸죠... 

      그러다 고등학생이 되고 저질체력에 야자를 버텨내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충전은 안되고 계속 방전된 상태로 살았어요. 끊임없이 집을 나갈 계획을 세웠어요. 그러다 고등학교는 졸업하고 나가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고 수능 100일 전쯤부터는 정말 공부도 안되고 수능 끝나기만 기다렸어요. 거의 시체상태였죠...  

      그렇게 수능이 끝나고 집에서 깽판치다가 고모 댁에 가게 되었어요. 진짜 거기 갔을 땐 마음이 편해지고 좋더라구요. 근데 거기가서 할일이 없는거예요. 그래서 아무것도 못한채로 시간이 가버렸고 결국 대학교 문제로 다시 집에 돌아가게 되었어요...  집에 돌아가서는 너무 힘들었어요. 그냥 가족들이랑 같이 산다는 거 자체로 너무 스트레스였어요. 하루도 서로 욕하고 싸우지 않는 날이 없었어요. 뭐 그렇게 싸울 일이 많은지... 

      그러다 대학교에 진학하게 되었고 할머니 할아버지는 시골에 집을 짓고 거기로 이사를 해서 저는 아빠랑 둘이 살게 되었어요. 아빠는 매일 술을 먹고 매일 저한테 욕을하고 저를 집에 가두려고 했어요. 어디 나가질 못하게 하니 스트레스가 점점 쌓였죠. 공부를 열심히 할 수가 없었어요.. 전 공부를 열심히 하고 정말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데 아빠와 매일 싸우니 성격이 점점 이상해지더라구요. 심하게 싸울땐 얼굴을 주먹으로 맞아서 입안이 까지고 멍들고.. 욕먹는건 기본이고요..  

      어쨌든 그래서 계속 집나갈 계획을 세웠어요. 대학교 등록금은 장학금이 나와서 괜찮았고요. 처음으로 알바를 구하려고 이력서도 쓰고 면접도 보러 가고요.. 정말 노력했어요. 용돈도 허투루 안쓰고 버스비도 아까워서 학교도 맨날 걸어다니고요. 옷 살 돈이 없어서 맨날 같은 옷 입었어요. 그렇게 용돈 아끼고 아껴서 19만원을 모으고 알바 구하고 바로 고시텔에 방 잡았어요. 한달에 17만원이더라고요. 

      지금은 거지같이 살고 있는데요... 몸도 아프고 그러는데요.. 괜찮아지겠죠..?ㅎㅎ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잘 되겠죠. 

      제나이 스무살에.. 정말 집을 나오게 될줄 몰랐는데... 진짜 나왔네요.... 올해의 목표를 달성했네요ㅠㅠ 나중에 나이 먹고서 스무살에 가장 잘한일을 꼽으라면 집 나온 걸 꼽을 거예요. 하... 더 열심히 살아서 좋은 사람이 되어야 겠어요. 그러려고 나온거니까요ㅎㅎ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이 두서가 없네요.. 요약하자면 미래가 아무리 깜깜해 보여도 길은 있다?입니다.. 제가 이런말할 자격이 있는진 모르겠지만 여러분.. 힘냅시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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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11/12 02:12:09  218.158.***.220  맑음푸름  52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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