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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문방구에서 사온 4b 연필을 조심스레 깍는다.
모나지 않게, 너무 빼쪽하지 않게, 너무 뭉툭하지도 않게.
그리고 함께 사온 흰 도화지를 꺼낸다.
그린다. 너를 그린다.
사각대며 움직이는 연필의 아래로 너를 그린다.
너무나 선명한 너의 두눈과
여전히 또렷한 너의 음성과
아직도 빛나는 너의 웃음을
그린다. 너를 그린다.
새하얀 도화지의 위로 너를 그린다.
귀여운 너의 그 입술을
앙증맞은 너의 그 두뺨을
따듯했던 너의 그 품을
그리고 나선
지운다. 너를 지운다.
끝이 뭉툭한 잠자리 지우개로 너를 지운다.
여전히 사랑하는 너를
아직도 사랑하는 너를
앞으로도 사랑할 너를
비운다. 너를 비운다.
눈물로 너의 기억을
한숨으로 너의 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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