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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ony_64068
    작성자 : 베타초콜릿
    추천 : 6
    조회수 : 635
    IP : 223.33.***.120
    댓글 : 5개
    등록시간 : 2014/03/23 22:51:28
    http://todayhumor.com/?pony_64068 모바일
    [팬픽]공주를 위한 숭고한 희생
    공주를 위한 숭고한 희생




















     오늘도 어두컴컴한 방안에서 눈을 뜬다. 지금이 아침인지 낮인지, 저녁인지는 알지 못했다. 빛이 통하는 창문들은 전부 나무 판자로 못을 박아놓았기 때문이었다.




     침대에서 일어나자 마자 극심한 두통이 머릿속을 강타했다. 온 몸 전체가 쥐가 난듯 찌릿찌릿 저려왔다. 침대위와 침대 아래에는 수많은 술병들이 가득했다. 바닥에 발을 디디지도 못할만큼 술병이 굴러다니다 못해 구석에서 쌓이고 있었다. 바닥에 굴러다니는 술병들을 보며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매일 이런 양의 술을 마시다보면 언젠가 고통없이 죽을 수 있지 않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침실로 나와 거실로 들어섰다. 거실도 마찬가지로 빛이 들어오지 않아 어두컴컴했다. 불은 키지 않는 편이 나았다. 어두운 상태가 난장판이 된 집이 눈에 띄지 않으니까.




     문득 벽면에 걸린 깨진 거울 사이로 내 모습이 보였다.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내 모습이 맞나 거울을 의심해 발굽을 흔들어볼 지경이었다. 몇달동안이나 제대로 먹지도 못해 얼굴은 홀쭉하고 갈비살이 다 들어났다. 털은 정리되지 않아 이리저리 꼬이고 씻지않아 먼지가 잔뜩 끼었다. 온몸엔 자해의 흔적으로 군데군데 털이 숭숭 비었다. 특히 날개모양 이었던 내 큐티마크는 심한 상처로 형태조차 알아보지 못한 것으로 변했다. 거울 속의 어스포니는 의욕없는 눈으로 나를 보고있었다.




     내가 일어나서 하는 일은 단순했다. 거실에 있는 소파에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무슨 생각에 잠기거나 사색을 하는것도 아니었다. 그저 어두운 거실의 벽면만 쳐다보며 앉아있기만 했다. 그러다 술기운이 깨면 밖에 나가 근처 가게에서 술을 사서 돌아온다. 이 지경이 되었어도 이퀘스트리아가 나한테 매달 주는 막대한 돈 덕분에 굶어죽지는 않고 있다. 내가 그들을 고맙게 여기면서도 증오하는 이유중 하나였다.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배에서 꼬르륵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배가 고프지만 딱히 식욕은 없었다. 뭔가를 먹으려해도 집안에는 제대로 된 음식도 없었다. 




     술을 살 겸 음식이라도 살까 하는 생각에 밖을 나설 준비를 했다. 밖에 나가는건 질색이지만 술이 없다는 사실도 큰일이었다. 술 없이는 이 상황을 단 1분도 버틸 수 없을거 같았다. 밖을 나설때면 언제나 커다란 검정색 로브를 몸에 두른다. 누구에게도 내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고 누구고 내 눈에 띄지 않았으면 했다.




     밖을 나서자 익숙치 않는 빛이 내 눈을 찔렀다. 하필 밖을 나와도 해가 있는 때에 나오다니. 로브를 머리에 푹 덮어쓰고서는 땅을 보고 걸었다.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 처럼. 그저 마음을 닫고 나만의 길을 걸었다.




     시장에서 술과 간단한 음식들을 사고 허리에 맨채 다시 집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중간에 누군가가 나에게 말을 거는것 같기도 했지만 무시해버렸다.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시끌벅적한 시장가 소리는 내 마음까지 심란하게 만들었다. 어서 집으로 돌아가 조용하고 무기력하게 앉아있고 싶었다.




     다행히 이번 외출에는 아무도 마주치지 않아서 안심이었다.




     집으로 들어가기위해 문을 발굽으로 미는 순간 멈칫했다.




     ....... 안심? 뭐가 안심인걸까. 다른 포니들의 눈에 띄지 않고 밖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 집으로 돌아온 게 안심인걸까? 피식 웃음이 튀어나왔다. 언제부터 내 삶은 이렇게 변한걸까.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포니들에게 즐거움을 나눠주던 내가 왜 변해버렸을까.




     로브의 모자를 벗어 하늘을 보았다. 언제나처럼 맑은 하늘은 페가수스의 부지런함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뜨거운 태양이 내 눈을 찔렀다. 작열하는 태양을 계속해서 바라보자 눈이 화염에 들끓은듯 따끔거렸다. 




     자유럽게 날던 하늘이 그립다. 이퀘스트리아의 새들은 날개에 이상이 생겨 날지 못한다면 다른곳이 멀쩡해도 금방 병이 들어버린다고 한다. 내가 딱 그 꼴이었다. 하루 아침에 하늘의 자유를 빼앗긴 페가수스는 몸이 멀쩡했어도 이내 몸과 정신이 썩어들어갔다.




     그 때의 순간을 자다가도 악몽으로 꿈꾸곤 한다. 가죽과 뼈가 한꺼번에 뜯겨나가는 고통과 다시는 날지 못한다는 두려움, 그리고 극심한 공포. 그리고 그 꿈에서 깨면 항상 느끼는 차라리 그 자리에서 그냥 죽였으면 하는 회의감.




     대체 왜 나일까 수 도 없이 생각했다. 내가 페가수스라서? 내가 보라색 털이라서? 내가 부모가 없는 고내가 운이 없어서? 아니면 내가 단순히 운이 없어서? 




     누구는 공주를 위한 숭고한 희생이었다 말을 하겠지만 누구한테는 평생을 잊지 못할 절망이다.




     태양빛에 눈이 멀듯 흐릿해지듯 했다. 이내 나는 다시 로브를 뒤집어 쓴 뒤 빛을 차단했다. 그리곤 문을 연 뒤 다시 어두컴컴한 공간으로 들어갔다.

    -----------------

    옛날에 장편 팬픽으로 할 때 쓸 설정이었는데 중간에 접어서 이렇게 짧게 단편으로 만듬. 엄청 짧은데 쓰기 힘드네요. 역시 이런 분위기는 나랑 안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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