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유머글 게시판은 오늘도 어김없이 손님을 받아들였다. 반복되고 지루한 일상이었지만 손님을 받을 때마다 느껴지는 야릇한 쾌감은 매번 기다려지는 일이었다. 게시글의 허무한 빈 공간에 덧글을 삽입하는 손님들. 그 말할 수 없는 묘한 쾌감 때문에 유머글 게시판은 서버가 폭발해 버릴 것만 같았다.</P> <P> </P> <P>"오늘도 덧글을... 달아주세요."</P> <P> </P> <P>하지만 가끔은 덧글을  바로 달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다.</P> <P> </P> <P>"꺄앗.. 거기는...!!"</P> <P> </P> <P>새로고침 창을 클릭하자 유머글 개시판은 얉게 신음했다.</P> <P> </P> <P>"미.. 민감해요. 어서 덧글 달아주고 끝내란 말이에요!"</P> <P> </P> <P>가끔가다 이런 귀찮은 손님이 있었다. 하지만 새로고침이 싫지만은 않았다. 온 몸의 데이터의 순환이 새로이 되는 기분은 서버가 번개를 맞고 폭주할 때처럼 강한 자극이 되었다.</P> <P>손님이 말했다.</P> <P> </P> <P>"이제 슬슬 덧글을 달아봐도 되겠는데...."</P> <P> </P> <P>덧글을 달자 갑작스레 삽입 된 데이터 베이스를 느끼며 게시판은 화면을 짧게 깜빡거리며 부르르 떨었다. 짧은 그 손님과의 유희를 마치자 게시글은 상냥하게 말했다.</P> <P> </P> <P>"손님, 좋았어요. 수고하셨습니다."</P> <P> </P> <P>하지만 손님은 그 게시글을 나가지 않았다. 순간, 게시글은 눈을 홉 뜨고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덧글창을 바라보았다. 그의 손가락은 아직도 키보드에서 떠나지 않았던 것이다.</P> <P> </P> <P>"서... 설마?!"</P> <P> </P> <P>하고 말한 순간, 손님의 손가락이 컨트롤+V로 향했다.</P> <P> </P> <P>"아... 안돼!"</P> <P> </P> <P>하지만 이미 늦었다. 그는 마우스를 빠르게 클릭하며 덧글을 도배했다.</P> <P> </P> <P>"꺄앗!"</P> <P> </P> <P>폭주하는 데이터 베이스. 그것을 받아들이는 게시글은 숨을 헐떡거리며 자신의 남겨두었던 덧글란에 허무한 글자들이 들어가는 것을 몸으로 느꼈다.</P> <P> </P> <P>"손님.. 이.. 이렇게 하시면.. 제 게시글이...!!"</P> <P> </P> <P>"그렇게 말해도 몸은.. 그렇지 않은 것 같은데?"</P> <P> </P> <P>게시글은 자신의 조회수를 보았다. 갑자기 늘어나는 엄청난 덧글 때문에 사람들의 시선이 몰린 것이었다. 그랬더니 예정에도 없던 덧글들이 그녀의 몸에 깊숙히 삽입되었다.</P> <P> </P> <P>"하아.. 하아.. 아.. 안돼!! 이렇게 되면... 덧글이.. 덧글이.....!"</P> <P> </P> <P>비명을 질러도 소용이 없었다. 다른 게시글을 보고 있던 손님들은 일제히 자신의 덧글을 그 게시글에 달아주었다.</P> <P> </P> <P>"으하하 어때? 단체로 당하는 기분이."</P> <P> </P> <P>게시글은 이를 꽉 물고 이렇게 말했다.</P> <P> </P> <P>"보.. 복수할거야."</P> <P> </P> <P>"게시글 따위가 복수를 하다니. 하도 덧글이 달리더니 정신이 어떻게 된 거 아니야?"</P> <P> </P> <P>"왔어."</P> <P> </P> <P>그렇게 말하자, 덧글을 도배했던 손님의 ip가 차단되었다.</P> <P> </P> <P>"뭐... 뭐야?!"</P> <P> </P> <P>구세주가 나타난듯 게시글은 환하게 웃으며 외쳤다.</P> <P> </P> <P>"주인님!"</P> <P> </P> <P>오유 관리자였다. 자신의 아버지와도 같은 사람이었으며 자신이 좋아하는 유일한 사람-</P> <P>그 사람은 상냥하게 미소지으며 게시글에 덧글 새로고침하기를 눌러주었다.</P> <P> </P> <P>"하앗.... 더 눌러주세요... 주인님!"</P> <P> </P> <P>관리자는 새로고침창을 몇 번 더 눌러준 뒤, 덧글을 한 마디 삽입했다.</P> <P> </P> <P>'도배는 안됩니다.'</P> <P> </P> <P>게시글은 그 덧글을 품안에 끌어안고 고이 간직했다. </P> <P>오유가 폐쇄되고</P> <P>데이터 베이스가 모조리 삭제될 때까지.</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