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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humorstory_356307
    작성자 : 레리티
    추천 : 1
    조회수 : 1730
    IP : 118.219.***.56
    댓글 : 4개
    등록시간 : 2013/01/26 08:19:25
    http://todayhumor.com/?humorstory_356307 모바일
    (19)저를 촉촉하게 적셔주세요. 나의 주인님
    <P>가을 하늘이 좋아하는 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그 나무의 잎은 잡티 하나 없는 초록색이었고 뿌리는 매끈하게 뻣어 있었으며 몸통은 누가 봐도 땔감으로 쓰고 싶을 정도로 탐스럽게 뻣어 있었다.</P> <P> </P> <P>하지만 가을 하늘은 나무에게 차마 고백을 하지 못했다. 나무가 옆나무를 좋아해서 그의 씨앗을 받아 열매를 맺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P> <P>가을 하늘은 이런 사실이 괴로웠다. 자신은 쳐다봐 주지도 않고 다른 나무를 사랑하는 그녀가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그리고 홀로 괴로워하던 감정은 이내 증오로 바뀌었다. 그 감정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고 결국 그녀를 저주하기로 마음먹었다.</P> <P> </P> <P></P> <P>'나를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면 널 파멸시켜주마. 나 없이는 못 살도록 철저하게 조교시켜주지'</P> <P> </P> <P></P> <P>이 생각 하나만으로 가을 하늘은 나무에게 뜨거운 가을 햇살을 쏘아내렸다.</P> <P>순간, 나무는 너무나도 뜨거운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내었다.</P> <P> </P> <P></P> <P>"하아.. 그만.. 너무 뜨거워요! 햇살을.. 좀 빼주세요."</P> <P> </P> <P></P> <P>나무가 고통스럽게 울부짖자 하늘은 음흉하게 흐흐 웃었다.</P> <P> </P> <P></P> <P>"싫어. 흐흐흐...."</P> <P> </P> <P></P> <P>기분나쁘게 웃는 가을 하늘을 보며 나무는 애절한 표정으로 이렇게 호소했다.</P> <P> </P> <P></P> <P>"너무 괴로워요! 하아.. 너무.. 뜨거워서 제 몸이 달아오른단 말이에요.. 이런 건 싫어요!"</P> <P> </P> <P></P> <P>"흐흐흐 너도 실은 좋다는 것을 다 알고 있어. 슬슬 밤이 되겠군. 내일도 너에게 이 기쁨을 맛보게 해줄거야. 그 때까지 조금만 기다리라구."</P> <P> </P> <P></P> <P>해가 저물기 시작하자 뜨거운 햇살도 점차 줄어들었다. 흠뻑 달아올랐던 나무는 자신이 식는 것을 느끼며 서럽게 눈물을 흘렸다. 수치스러운 감정과 무기력한 자신때문에 슬퍼서 도저히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P> <P> </P> <P></P> <P>밤이 되자 나무는 어떤 신비한 허탈감에 빠져들었다. 그것은 마치 마법과 같은 허탈감이었다. 어쩌면 허무함일지도 모른다. 그 복잡하고 오묘한 감정은 나무가 낮에 가을 햇살에 당했던 일을 떠올리며 느끼게 된 것이다.</P> <P>너무나도 강렬했던 태양. 그것이 자신을 죄여오던 뜨거움. 마치 우뚝 솟아 있는 산처럼 힘찼던 태양열.. 그것들을 자신의 몸으로 받아내었다고 생각하니.. 자신도 모르게 잎 주변에 가을서리가 맺혀서 촉촉하게 젖기 시작했다.</P> <P> </P> <P></P> <P>"내가.. 미쳤나봐.."</P> <P> </P> <P></P> <P>쾌락에 빠져 이런 상상까지 하는 자신이 너무나도 불쾌해서 화가 났다.</P> <P></P> <P>아침이 되자 가을 하늘의 조교는 더욱 더 심해졌다.</P> <P> </P> <P></P> <P>"표정이 왜 그래? "</P> <P> </P> <P></P> <P>나무는 무척 힘들어보였지만 끝내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겠노라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몸은 거짓말을 할 수 없는 법. 강렬한 태양열이 잎에 닿을 때마다 시작되는 광합성때문에 나무는 무척 뜨겁게 달아올랐다.</P> <P> </P> <P></P> <P>"흐흐흐.. 광합성을 하는거야? 말로는 싫다고 하면서 내 더러운 태양열에 광합성을 하다니.. 하하하 넌 정말 통제불능의 암컷이구나! 하하하"</P> <P> </P> <P></P> <P>그 말에 나무는 어떻게 대꾸를 할 수가 없었다. 광합성 내내 머리 속이 백지처럼 하얘져서 도무지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다.</P> <P>정확하게 말하자면 나무는 가을 햇살의 태양열로 광합성을 하는 것이 그다지 싫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더 느끼고 싶었다.</P> <P> </P> <P></P> <P>밤이 되자 오늘의 조교도 끝이 났다. 나무는 수없이 수행한 광합성 때문에 온몸이 녹초가 되어있었다. 태양열이 얼마나 강했는지 잎이 다 얼얼했다. 그리고 어떤 희열감을 느꼈다.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자극이었다. 온 몸 전체의, 식물세포를 둘러싼 세포벽이 요동치고 흔들리는 느낌. 마치 녹아내릴 것만 같은 그 태양열의 힘이 너무나도 좋았다. 처음에는 인정하기 싫었지만...</P> <P>그녀는 새벽이 되자 가을 서리때문에 촉촉히 젖은 나뭇잎을 보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자신도 어쩔 수 없는 암컷 식물이었다는 것을...</P> <P> </P> <P></P> <P>이 날도 역시 가을 하늘의 조교는 시작되었다. 하지만 햇살은 커녕 자잘한 햇빛조차 비추지 않는 흐린 날씨였다. </P> <P> </P> <P></P> <P>"오늘은 조교를 안받아서 기분이 좋아? 흐흐흐 두고 봐. 조만간 너 스스로 애원하게 될 날이 올테니까."</P> <P> </P> <P></P> <P>가을 하늘은 이렇게 말한 뒤 홀연히 사라졌다. 그 말을 들은 나무는 겉으로는 기쁜척 웃었지만 속으로는 이내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P> <P>밤이 되자 나무는 어제 느꼈던 희열을 상상했다. 뜨거운 태양열. 요동치는 세포벽들. 그리고 머릿 속이 온통 하얘질 정도로 강렬한 쾌감..</P> <P>이런 상상을 하며 나무는 가을 서리를 맞았다. </P> <P> </P> <P></P> <P>"하아.. 하아.. 태양열... 태양열로 나를 좀 더.. 괴롭혀 줘.. 하아. 조금만 더.. 조금만 더!!"</P> <P> </P> <P></P> <P>잎에 맺힌 가을 서리가 뭉쳐 똑 하고 떨어졌다.</P> <P> </P> <P></P> <P>"하아.. 하아.. 하아.."</P> <P> </P> <P></P> <P>여운을 잊지 못한 나무는 태양이 뜰 때까지 이렇게 신음했다.</P> <P></P> <P>다음 날도 가을 하늘의 조교는 실행되지 않았다. 아예 나무에게조차 나타나지도 않고 흐린 날씨를 유지했다. 나무는 애간장이 타고 있었다. 그 때의 그 기분을 더 느끼고 싶었다. 아쉬워하며 불안감에 쌓인 표정을 가을 하늘은 저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다.</P> <P> </P> <P></P> <P>"너도 어쩔 수 없는 암컷이구나."</P> <P> </P> <P></P> <P>가을하늘은 이렇게 생각하며 슬쩍 흐린 날을 맑은 날로 바꾸었다. 그러자 나무는 기다려 왔다는 듯 환한 미소로 태양을 응시했다. 저 뜨거운 가을 햇살이 나에게 광합성을 시켜준다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가을 하늘이 나타나 말했다.</P> <P> </P> <P></P> <P>"원해?"</P> <P> </P> <P></P> <P>나무는 순간 튀어나올 뻔 한 마음속의 대답을 지금까지 지켜왔던 나무로의 긍지로써 간신히 참아내었다. 하지만 원했다. 그 강열하고 눈부셨던 태양열을....</P> <P>나무가 대답을 못하고 우물쭈물하자 가을 하늘은 금방 흐린날씨로 바꿔버리고 퉁명스레 말했다.</P> <P> </P> <P></P> <P>"시간을 놓쳤어. 아웃."</P> <P> </P> <P></P> <P>"잠깐만요!"</P> <P> </P> <P></P> <P>이랗게 말했던 순간에도 나무는 아차 싶었다는 듯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P> <P>가을 하늘은 나무 근처에만 구름을 치워 태양열을 받게 해줬다. 그러자 나무의 몸은 자신도 모르게 태양열에 반응을 시작했다. 그녀의 잎사귀는 그 작은 태양열에도 광합성을 시작했던 것이다.</P> <P> </P> <P></P> <P>"원하니?"</P> <P> </P> <P></P> <P>가을 하늘의 물음에 나무는 힘겹게, 그리고 수줍게 대답했다.</P> <P> </P> <P></P> <P>"네..."</P> <P> </P> <P></P> <P>"큰 소리로 말해봐. 원하는 거야? 나의 더럽고 냄새나는 태양열이 너의 몸을 마음껏 유린하는 것을 말이야."</P> <P> </P> <P></P> <P>나무는 결심한 듯 큰소리로 대답했다.</P> <P> </P> <P></P> <P>"네..!!"</P> <P> </P> <P></P> <P>"좋아! 네가 원하는대로 실컷 조교시켜주마! 이틀 동안 참아왔던 태양열을 너에게 듬뿍 쐬어주지."</P> <P> </P> <P></P> <P>순간적으로 날씨가 맑게 개이고 이틀을 참아 온 엄청난 태양열이 나무에게 작열했다. 무척 농후하고 진한 태양열이었다.</P> <P> </P> <P> </P> <P> </P> <P></P> <P>"꺄아아아..."</P> <P> </P> <P></P> <P>"좋은거냐? 엉? 좋은거야? 암컷아!"</P> <P> </P> <P></P> <P>"네.. 좋아요! 너무나도 좋아요!"</P> <P></P> <P> </P> <P>나무는 짐승처럼 신음하며 태양열을 느꼈다. 그 어느때보다도 강렬한 광합성이 온 몸을 휘져었다.</P> <P> </P> <P></P> <P>"더 느끼고 싶니? 그렇다면 날 주인님으로 모셔라. 일년 사계절 내내 이 기쁨을 느끼게 해줄 거야."</P> <P> </P> <P></P> <P>"네, 주인님."</P> <P> </P> <P></P> <P>"너는 무엇이지?"</P> <P> </P> <P></P> <P>"나무 입니다."</P> <P> </P> <P></P> <P>"흐흐.. 틀렸어. 난 너의 주인이잖아. 그럼.. 뭐지?"</P> <P> </P> <P></P> <P>"전 노예입니다. 당신, 가을 하늘의 영원한 노예입니다!"</P> <P> </P> <P></P> <P>"그래 더럽고 추잡한 노예 나무년아 나와 함께 풍요의 노래를 부르자꾸나!!"</P> <P> </P> <P></P> <P>"네! 좋아요!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 우리 같이 풍요의 노래를 불러보아요!!"</P> <P> </P> <P></P> <P>나무 잎사귀가 붉게 물들고 있었다.</P> <P> </P> <P></P> <P>"흐흐흐흐... 하하하핫"</P> <P> </P> <P></P> <P>가을 하늘은 그 어느 때보다도 즐겁게 웃었다.</P> <P>이 세상에서 제일 즐겁게, 풍요롭게 웃었다.</P> <P>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P> <P>그 동안 고생했던 결실을 수확하는 계절.</P> <P></P> <P>가을 하늘은 이렇게 나무의 모든 것을 수확했다.</P> <P> </P> <P>=================================================================================================================</P> <P><a target="_blank" href="http://novel.naver.com/challenge/list.nhn?novelId=14097"><U>http://novel.naver.com/challenge/list.nhn?novelId=14097</U></A></P> <P><U></U></P> <P>깨알같은 소설 흥보</P> <P></P>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13/01/26 08:25:35  124.50.***.197  댄디참치  287147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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