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고 명쾌한 인생 상담 강연 '즉문즉설'로 유명한 법륜 스님이 이번엔 '투표하기 싫다'는 대학생의 질문에 응답했다. 이러한 질문에 법륜 스님은 "최악과 차악 밖에 없다고 투표를 안 하게 되면 결국 세상을 최악에게 내맡기게 된다"며 믿을 사람이 없어 투표하지 않겠다는 대학생에게 "누가 더 나은가를 보지 말고, 누가 더 나쁜가를 보고 그 사람을 빼고 찍으면 된다"고 조언했다. <br><br>즉문즉설 강연은 지난 5일, 홍익대 총학생회 주관으로 홍문관에서 열렸다. 이 행사는 대학생들이 겪는 여러 가지 인생 고민에 대해 묻고 상담하는 자리였는데, 4.13 총선이 가까워져 오면서 "투표를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 어느 대학생의 고민 중 하나로 등장한 것이다. <br><br>누군가에겐 투표일이 그저 '휴일' 또는 '빨간날'로 느껴질 수도 있다. 투표와 정치가 나의 문제로 와 닿지 않는 이상 투표 의무를 강조하는 것은 공허한 소음일 뿐이다. '국민이라면 투표하라'고 윽박지르는 건 별로 효과가 없다. 당장 취업도 안 돼서 죽을 판인데 누구를 찍고 말고 생각할 여유가 없을 수도 있다. 이같은 세태를 반영하듯 즉문즉설 강연장에서도 한 대학생이 "왜 굳이 내가 투표를 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br><br>먼저 법륜 스님은 "투표를 하든 안 하든 그것은 여러분의 자유"라고 하면서 질문한 학생의 생각을 일단 수용했다. 그러나 투표를 하지 않았을 경우 빚어질 결과들에 대해 스님이 조목조목 말하기 시작하자 질문을 한 대학생의 반감 섞인 표정도 점점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br><br><span class="cssFont" style="color:rgb(153,102,51);">"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에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국민이 다 국가 권력을 행사할 수는 없으니까 우리는 이 권력을 누군가에게 위임을 시켜야 합니다. 우리는 이것을 '대의 정치'라고 말합니다.</span><br><br><span class="cssFont" style="color:rgb(153,102,51);">그런데 이런 대의 민주주의의 한계를 이용해서 기득권 세력은 국민들에게 정치 혐오를 불러일으켜서 투표율을 낮추면 기득권 세력은 소수에 의해서 지속적으로 권력 독점이 가능해집니다. 사람들이 투표를 잘 안 하니 10명 중 3명의 지지만 받으면 당선이 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조직 관리를 잘해서 1명, 언론을 장악해서 1명, 돈을 풀어서 1명, 이렇게 3명만 잡으면 권력을 획득할 수 있는 겁니다."</span><br><br>법륜 스님의 진단은 날카로웠다. 정치 혐오가 불러온 결과에 대해 대학생들은 고개를 저으며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고 공감의 의사를 표했다. 스님은 다시 힘주어 말했다. <br><br><span class="cssFont" style="color:rgb(153,102,51);">"청년 실업문제 해결이나 반값등록금 정책을 실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2014년도에 세계에서 가장 무기 수입을 많이 한 국가가 한국입니다. 전 세계 무기 거래액이 718억 달러인데, 그중에 한국이 78억 달러를 수입해서 세계 1위를 했습니다. </span><br><br><span class="cssFont" style="color:rgb(153,102,51);">또 이명박 정부 때는 4대강 개발하는데 24조 원이나 써버렸잖아요. 일부 구간만 개발한다든지, 한두 개 강만 먼저 해보고 나머지는 나중에 개발했다면, 반값등록금 정책은 충분히 실현 가능합니다. 예산을 어디에 쓰느냐의 문제는 국민의 힘으로 그 방향을 정할 수가 있습니다. 그렇게 할 대통령을 뽑거나 그렇게 할 국회의원을 뽑아서 다수당을 만들면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예산을 쓰게 할 수가 있는 겁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불평만 하지 투표는 안 하잖아요."</span><br><br>이쯤 되면 답이 되지 않았나 싶었다. 그러나 질문자는 퉁명스럽게 다시 물었다. <br><br><span class="cssFont" style="color:rgb(153,102,51);">"투표를 해야 하는 건 알겠어요. 그런데 누굴 찍어요? 믿음 가는 사람이 없어요."</span><br><br><table style="margin:0px auto;" cellspacing="0" cellpadding="0" align="center" border="0"><tbody><tr><td><img alt="" src=""></td></tr><tr><td style="font-size:11px;width:1024px;padding-bottom:3px;padding-top:5px;line-height:15px;" align="left"><b>▲ 20대 투표</b> 20대 여대생이 법륜 스님에게 "왜 투표를 해야하는지 모르겠다" 며 질문하고 있다. </td></tr><tr><td style="font-size:11px;" align="left">ⓒ 이준길</td></tr></tbody></table><br><span class="cssFont" style="color:rgb(51,51,51);">법륜 스님의 즉문즉설은 질문자의 고민이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 대화가 계속된다. </span><br><span class="cssFont" style="color:rgb(51,51,51);"><br><font color="#996633">"'누가 더 나은가' 이렇게 보지 마세요. '누가 더 나쁜가' 이렇게 보고 그 사람을 빼고 찍으면 됩니다. 최악과 차악 밖에 없을 때는 차악이라도 선택하는 것이 이 경우에는 최선입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세상을 최악에 내맡기게 됩니다. 헌법에 이런 선택의 권리가 보장되어 있음에도 그 권리 행사를 안 하면 그에 대한 책임은 대통령에게나 정치인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고 국민한테도 있습니다. </font><br><br><font color="#996633">예를 들어 경제민주화를 하려면 재벌의 경제력 독점을 막아야 하잖아요. 이것은 국가만이 할 수 있는데 국가 권력이 지금 재벌의 포로가 되어 있습니다. 재벌의 독점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이제 국민밖에 없어요. 국민이 선거를 통해서 재벌에게 휘둘리지 않을 사람을 지도자로 선출해야 하지 않을까요."</font><br><br>누가 더 나은가 찾지 말고 누가 더 나쁜가를 보면 선택하기가 쉬워진다는 대답에 질문한 질문자는 웃음을 터뜨리고야 말았다. 재벌의 독점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이제 국민밖에 없다는 지적에도 대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span><br><br><table style="margin:0px auto;" cellspacing="0" cellpadding="0" align="center" border="0"><tbody><tr><td><img alt="" src=""></td></tr><tr><td style="font-size:11px;width:1024px;padding-bottom:3px;padding-top:5px;line-height:15px;" align="left"><b>▲ 20대 투표</b> 법륜 스님이 "누가 더 나은가 찾지 말고 누가 더 나쁜가 찾으면 쉽게 투표할 수 있다" 라고 하자 웃음을 터뜨리는 대학생들. </td></tr><tr><td style="font-size:11px;" align="left">ⓒ 이준길</td></tr></tbody></table><br><span class="cssFont" style="color:rgb(51,51,51);">질문자가 "투표를 하는 이유를 잘 알겠다"고 대답하자 법륜 스님은 한마디 덧붙였다. "기왕 투표하기로 했다면 현명하게 투표해서 사표를 방지해야 한다"며 두 가지 방법을 조언했다. </span><br><span class="cssFont" style="color:rgb(51,51,51);"><br><font color="#996633">"이번 총선에서는 후보자 투표와 정당 투표 두 가지를 하잖아요. 첫째, 정당 투표를 할 때는 비례대표를 선출하는 것이니까 내가 지지하는 정당을 찍으면 됩니다. 그런데 현재의 선거 제도는 소수자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으므로 특별히 지지하는 정당이 없으면 소수당을 찍어서 소수당의 의견도 국정에 반영되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font><br><br><font color="#996633">또 내가 특정 정당을 지지한다고 해서 그 정당 후보자가 당선 가능성이 없는데도 투표를 하면 사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둘째, 후보자 투표를 할 때는 비록 내가 지지하는 정당의 후보가 아닐지라도 최악을 막기 위해서 당선이 가능한 차악을 선택해주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이것을 간과하면 다수의 국민이 현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데도 정작 총선의 결과는 여당 의원을 더 많이 당선시켜 국민의 의사와 다른 총선 결과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정부는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고 생각하고 현 정책을 변경하지 않게 됩니다."</font><br><br>사표 방지를 위한 팁까지 알려주자 앉아 있던 대학생들도 같이 웃음을 지었다. 법륜 스님은 "투표를 안 해버리면 변화의 기회가 없어진다"며 "만약 투표일에 애인과 데이트를 해야 한다면 손잡고 가서 같이 투표한 후에 데이트를 하세요"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br><br>4월 13일은 국회의원을 뽑는 공식 선거일이고, 4월 8일~9일은 선거 당일 투표가 어려운 선거인이 별도의 부재자 신고 없이 전국 어디서든 투표할 수 있는 사전투표일이다. 마지막으로 법륜 스님은 "헌법 제1조에 나와 있듯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실천하는 날이 이 날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답변을 마쳤다. </span><br>
댓글 분란 또는 분쟁 때문에 전체 댓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