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i>잘 지내나요 </i></div> <div><i>여긴 날씨가 좋아요 </i></div> <div><i>꽃도 있고 바람도 있고 열매도 있어요 </i></div> <div><i>언제나 선생님 생각을 하요. 더 같이 있었다면 행복할거라 생각해요. </i></div> <div><i><span style="line-height:1.5;font-size:12px;"><br></span></i></div> <div><i><span style="line-height:1.5;font-size:12px;">저는 잘 좋게 지냅니다</span></i></div> <div><i>보고싶어요 . </i></div> <div><br></div> <div><br></div> <div>문맥도 문장도 어색한 편지를 바라보며 나는 이 편지를 썼을 A를 떠올렸다. </div> <div> </div> <div><br></div> <div>A는 제대로된 교육을 받지못했다. 말하고 소통하는데는 지장이 없었지만 글을 읽지 못했고 쓰지도 못했다. 그녀는 그 사실을 내색하진 않았지만 언제나 부끄러워 했다.</div> <div><br></div> <div>글을 읽는 다는건 어떠한 느낌인가요?</div> <div><br></div> <div>그 말에 나는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다. 읽는 행위에 느낌이라니. 글을 읽고 감상을 하는 것은 자주 했지만 읽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어 본 적도, 의식을 한 적도 없었다. 한참동안 고민하던 나는 결국 답을 내리지 못했다.</div> <div><br></div> <div>글을 배워볼래?</div> <div><br></div> <div>내 말에 A는 아니라며 손을 세차게 저어대었다. 저 같은게 이제 글을 배워봤자... 말끝을 체 잇지도 못하고선 그녀는 자신의 꼼지락거리는 발가락만을 바라보았다.</div> <div><br></div> <div>그러다 어떠한 생각이 난듯 고개를 든 그녀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한참 부스럭 거리던 소리가 들려오더니 나온 그녀의 손에는 하나의 편지가 들려있었다.</div> <div><br></div> <div>빛바랜 흔적이 남아있는 편지는 여러번 보기라도 한듯 종이는 헤져있었다. 글을 읽지 못한 그녀가 소중하게 여긴 것으로 보아 중요한 사람에게 온것이 분명해보였다. </div> <div><br></div> <div>가르쳐주지 않으셔도 괜찮으니까 읽어주실 수 있으세요? </div> <div><br></div> <div><span style="line-height:1.5;font-size:12px;">그녀는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였기에, 나는 당연하다며 그 편지를 받아들었다. 내가 편지를 펴기 시작하자 그녀의 얼굴에도 기대의 빛이 </span>떠오르고 있었다.</div> <div><br></div> <div>나는 그 편지를 받아들어 첫문장을 눈으로 훑었다. 그러고선 나는 금세 이 편지를 읽어주겠다고 했던 대답을 후회해버렸다.</div> <div><br></div> <div><span style="line-height:1.5;font-size:12px;">어디서나 볼 수 있는 판촉용 편지였다. 손으로 쓰면 더욱 진정성 있어보이기 때문인지 그 글은 손글씨로 쓰여져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마저도 프린트된 것에 불과했지만 이미 헤지고 헤져버린 탓에 알아차리기도 힘들었다.</span></div> <div><br></div> <div>나는 고민을 했다. 나는 결코 대단한 사람은 아니다. 이 편지가 그녀에게 어떠한 의미를 지녔을 지는 차마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저 나란 사람은 거짓말로 이 편지를 읽어주어 언젠간 찾아올 일을 감당하지 못<span style="line-height:1.5;font-size:12px;">할것이 분명했다. </span></div> <div><br></div> <div>나는 그녀의 눈을 피하고선 오로지 편지에만 눈길을 둔 채, 첫문장을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귀하의 관심에 언제나 감사드립니다.</div> <div><br></div> <div>첫 문장을 읽었다. 나는 그녀가 어떠한 반응을 할 지 두려워 차마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지못했다.</div> <div><br></div> <div>하지만 그녀가 내보이는 눈물의 소리마저 막을 수는 없었다. 얼마안가 서럽디 서러운 소리가 방안에 울려퍼졌다. 그 눈물에선 헤지고 먼지가 쌓인 편지와 같은 묵고 오래된 냄새가 났다. </div> <div><br></div> <div><br></div> <div>나는 첫 문장밖에 읽지 못했고 그렇게 그녀를 떠났다. 들려오는 소리에 의하면 그녀는 그 날부터 내리 일주일을 앓았다고 했다. 사람들이 왜 그러냐고 물어봐도 그저 몸살에 걸렸다는 대답 뿐이었다고 한다. </div> <div><br></div> <div>나는 그녀가 체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생소하고 몸에 맞지 않은 음식을 먹었을 때 처럼 그 글이 그녀를 체하게 한 것이다. 글을 모르는 사람에게 억지로 글을 먹인 거 같아 나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div> <div><br></div> <div>그런 차에 A에게서 편지가 온 것이다. 나는 사실 이 편지를 차마 열어보지 못했다. 그녀에게 내가 한 일이 떠올라 이 안에 많은 원망과 슬픔이 들어있을까봐였다.</div> <div><br></div> <div><br></div> <div><i>잘 지내나요 </i></div> <div><i>여긴 날씨가 좋아요 </i></div> <div><i>꽃도 있고 바람도 있고 열매도 있어요 </i></div> <div><i>언제나 선생님 생각을 하요. 더 같이 있었다면 행복할거라 생각해요. </i></div> <div><i>저는 잘 좋게 지냅니다</i></div> <div><i>보고싶어요.</i></div> <div><i><br></i></div> <div><i>고마웠습니다.</i></div> <div><br></div> <div><br></div> <div>A가 보내 온 것은 원망도 슬픔도 아니었다. 고마워야 하는 건 나였다. 나는 이 편지가 용서의 편지가 되는 것마냥 조심스레 한참을 읽고 또 읽어었다.</div> <div><br></div> <div>나는 답장 대신 사전을 하나 샀다.</div> <div><br></div> <div>곱디 고운 색지로 정성스레 싸고선 A에게 보냈다. 이것이 그녀에게 좋은 답장이 되었으면 하고 나는 바랐다.</div> <div> </div> <div> </div> <div>------------------------------------------------------</div> <div> </div> <div>글 연습을 해야지 하고 써봤던 습작입니다. 너무나 짧은 글이고 부끄러운 글이지만 </div> <div>책게는 무언가 편안한 분위기라서 올릴수있네요. </div> <div> </div> <div class="autosourcing-stub-extra"></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