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외모나 능력이나 남들과 별 다를 것 없는 평범한 남자다.
단지 남들과 다른 점은...
난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본다는 것이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랬던 것 같다.
가족들에 의하면, 내가 어렸을 적 집안에서 아무것도 없는 벽을 혼이 나간 듯 몇 시간이고 쳐다보다 갑자기 우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또 한 번은, 식구들이 잠깐 낮잠자고 일어나보니 내가 혼자서 장롱 위에 기어올라가 웅크리고 있더란다.
절대 어린애 혼자서 올라갈 수 있는 높이가 아닌데도...
자꾸 이런 일이 생기니까 할아버지는 귀신 같은 거 안 믿는 분임에도 불구하고 어디서 유명하다는 스님을 모셔왔다고 한다.
근데 그 스님은 날 보자마자 찻잔을 내려놓고 가버리려고 했다고 한다.
할아버지가 왜 그러냐고 물으니까
"저 애의 명을 물어볼 생각일랑 하지 마시오, 평생 사주나 점 볼 생각도 말고!" 하고 뒤도 안 돌아보고 갔다고 한다.
그 후로 나는 대학 졸업 후 베이징의 한 회사에 취직을 했다.
근데 직장이 집에서 너무 멀어서 난 대학동기와 함께 회사 근처에 아파트를 잡았다.
시내에서 굉장히 먼 외진 곳인데다 공항 근처라 방세는 쌌다.
그렇게 한 달 쯤을 살았는데...
어느 금요일 아침에 출근하러 나갈 준비를 했다.
내 동기네 회사는 우리보다 출근 시간이 늦어서 아침에 항상 내가 먼저 집을 나온다.
나는 습관적으로 엘리베이터를 먼저 눌러놓고 그 다음에 현관문을 잠그는데 그 날따라 가방 속 열쇠를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계속 가방을 뒤적거리는 사이 엘리베이터가 도착해 '딩동' 소리를 냈다.
문 열리는 소리가 나 흘끗 보니 안에 사람은 없었다.
계속 뒤지면서 보니까 문이 닫히려고 하길래 '아 다음 거 타야겠네' 싶었는데
엘리베이터 구석 쪽에서 어떤 손이 나와 열림 버튼을 눌렀고, 문이 다시 열렸다.
내가 서있던 위치 상 얼굴이랑 몸은 안 보였고, 팔이랑 손을 보아서는 남자였다.
열쇠를 겨우 찾아 잠그려다가 아직 룸메가 집에 있는게 그제서야 생각나서 그냥 냅두고 문 닫히기 직전 정신없이 엘리베이터에 탔다.
아파트에 사람은 많은데 엘리베이터는 느려터졌다고 속으로 궁시렁거리다가 그제서야 엘리베이터 잡아줘서 고맙다고 인사하려고 고개를 드니까
나 말고 아무도 없었다.
그 순간 난 얼어붙어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그러다 겨우 전광판 숫자를 쳐다봤는데 한참은 지난 것 같은데 겨우 한 층 내려간 상태였다.
숨이 막혀 미칠 것 같았지만 여기만 나가면 살겠지 싶어 움직이지도 못하고 눈만 숫자에 고정하고 있었다.
그 때, 내 뒤에서 홀연히 어떤 미세한 바람이 느껴졌는데, 어떤 느낌이였나하면
누가 저만치 뒤에 있다가 큰 걸음으로 내 바로 뒤에 붙었을 때 이는 그런 바람의 느낌이었다.
그러다가 싸한 기운이 등 뒤에서부터 퍼지는데 마치 누가 얼음장처럼 차가운 얼굴을 내 등에 갖다대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뭔가 엄청 무거운 걸로 누르는 것처럼 왼쪽 어깨가 쑤시는 것 같았다.
뒤돌아보고 싶었지만 너무 무서워서 엄두도 낼 수 없었다.
그간 이상한 걸 많이 보며 살아왔지만, 이 정도로 극심한 공포는 처음이었다.
나는 엘리베이터가 혹시라도 지하로 내려가지 말고 제말 1층에만 서게 해달라고 빌었다.
문이 열리자마자 나는 미친듯이 튀어나가 도망쳤다.
사람들은 미친놈 보듯 쳐다봤지만 살았다는 생각에 안도했다.
그 후로 그 엘리베이터는 절대 혼자 타지 않다가, 회사는 세 달만에 그만두고 방도 빼고 나왔다.
그 때 엘리베이터의 그 손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