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r></p><p>저는 새벽에 집을 나서 어디론가 가는 때가 많아요.</p><p>사람이 거의 없는 뒷골목을 한 30분 정도 걸어가죠.</p><p>천천히.</p><p>뒷골목을 걷다보면, 가장 많이 마주치는 것이 길냥이들이예요.</p><p>제가 사는 곳은 단독주택이나 작은 연립주택들이 많은 지역이예요.</p><p>국립공원이 있어서 건물을 높이 지을 수 없는 지역이라서 건물들이 다들 나즈막해요.</p><p>아파트 단지가 거의 없는 곳이라서 길냥이들이 많아요.</p><p>날이 따뜻할 때는 많이 보였는데, 언젠가부터 눈에 띄는 길냥이들이 많이 줄었어요.</p><p>지금은 새벽에 많이 봐야 5마리 정도밖에 안돼죠.</p><p>그 전에는 10마리도 넘게 봤었거든요.</p><p><br></p><p>제가 항상 지나가는 길에는 일정한 장소에서 어느 캣맘이 주는 밥을 먹는 길냥이들도 있어요.</p><p>그 캣맘은 항상 12시가 넘은 새벽시간에 차를 타고 다니시면서 길냥이들에게 밥을 주시는 분인거 같았어요.</p><p>예전에는 밥을 주시는 것도 직접 볼 수가 있었는데, 요즘은 제가 더 늦게 집에서 나와서 그런지 밥을 주는 모습은 볼 수 없고 </p><p>그 장소를 지나갈 때에는 길냥이가 사료를 깨무는 소리만 들리죠.</p><p>항상 주차되어 있는 차 아래에서 밥을 먹고 있지요.</p><p>많을 때는 네 마리까지도 봤는데, 요즘은 한 마리밖에 보이지 않더군요.</p><p>그 네마리가 가끔 서로 다투는 거 같기도 해요.</p><p>그래서 얼마 전에는 옆에 주차되어 있는 차 아래로 쫓겨난 길냥이에게 제가 밥을 준 적도 있어요.</p><p>요즘은 그 길냥이들도 보이지 않네요.</p><p>내일 새벽에는 볼 수 있을 지.</p><p><br></p><p>이런 길냥이들이 걸어가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처량해 보일수가 없어요.</p><p>제가 조금 아는 척이라도 하려면 줄행랑을 치는 바람에 길냥이가 보이면 길냥이를 쳐다보지도 않고 옆으로 살짝 비켜서 가요.</p><p>나는 너희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다. 그러니까, 하던 일 계속 하라는 식으로요.</p><p>길냥이들이 주로 하는 것은 쓰레기봉투를 뜯으려고 하는 거예요.</p><p>그냥 모른척하고 지나가요.</p><p>한참 지나가서 뒤돌아보곤 하죠.</p><p>가끔은 그래서 그들과 대화를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봐요.</p><p>그러면, 도망가지 않도록 뭔가를 말해볼 수 있을테니까요.</p><p><br></p><p>뒷골목에서 만나는 것은 길냥이만은 아니예요.</p><p>가끔은 저처럼 늦은 시간에 골목길을 지나가는 사람을 만나기도 하지만,</p><p>사람을 만나는 경우는 별로 없어요.</p><p>물론, 큰 길로 나오면 가끔 사람도 있고, 차도 있죠.</p><p>뒷골목에서 주로 많이 만나는 사람은 쓰레기를 뒤지는 사람들이예요.</p><p>길냥이처럼 쓰레기를 뒤져서 먹는 사람들은 아니고, 쓰레기를 뒤져서 재활용품을 찾는 사람들이죠.</p><p>거의 예외없이 늙으신 분들이 대부분이예요.</p><p>이 동네는 강남이나 신도시같이 부자들이 사는 곳은 아니예요.</p><p>그렇다고 아주 가난한 동네도 아니구요.</p><p>그냥 저냥 서민들이 주로 사는 그런 동네죠.</p><p>예전에 이 동네는 부자들이 많이 살았다고 해요.</p><p>아직도 남아 있는 큰 집들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죠. </p><p>하지만, 지금은 그냥 서민들이 모여 사는 그런 동네죠.</p><p>요즘에는 이런 재활용품을 주우시는 분들이 많아져서 경쟁도 심한가봐요.</p><p>그래서 새벽에 나와서 쓰레기통을 뒤지는 것이 아닌가 추측해봐요.</p><p><br></p><p>오늘 새벽에도 어떤 분을 봤어요.</p><p>멀찍이서 리어커를 끌고 제가 지나다니는 골목으로 내려오고 있었죠.</p><p>길냥이들도 몇 마리 봤구요.</p><p>길냥이와 그 쓰레기를 뒤지는 사람을 보고 이런 생각이, 아니 이런 글이 떠올랐어요.</p><p>그냥 감상에 젖게 되서 그런거겠죠.</p><p>원래 밤에는 사람이 모두 낮보다 더 감상적이 된다고 하잖아요.</p><p>내일 새벽에도 어김없이 길냥이와 쓰레기통을 뒤지는 사람을 길위에서 만나겠죠.</p><p><br></p><p>---------------------------------------------------------------</p><p>길냥이</p><p><br></p><p>다 늙어</p><p>이제는 죽음을 담담히 준비해야하지만</p><p>나는 그럴 수 없어</p><p>나에게는 시간이 없어</p><p>세상은 나에게 그걸 허락하지 않아</p><p>오늘도 나는 나에게 허락된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어</p><p><br></p><p>저기 저 앞</p><p>쓰레기봉투를 뜯는 길냥이</p><p>내가 너의 심정을 모르지 않아</p><p><br></p><p>나는 길냥이일까? 사람일까?</p><p>---------------------------------------------------------------</p><p><br></p><p>I know that I'm very selfish human</p><p><b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