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갓 제대해서 패기충만했던 본인은</div> <div>외국어학 전공 하나만으로는 향후 취업활동이 힘들 것이라 판단해서</div> <div>복수전공을 할 전공을 물색했다.</div> <div> </div> <div>경제학은 기초경제학을 수강했다가 C+,</div> <div>남들 다 한다는 경영학은 뭔가 메리트가 없어보였고,</div> <div>그렇다고 다른 외국어를 전공하자니 관심이 생기질 않았다.</div> <div> </div> <div>그렇게 스크롤을 내리던 와중에 눈에 걸린 것, [호텔경영학].</div> <div>경영학은 경영학인데, 호텔에 특화된 경영학이라..</div> <div>뭔가 조금 특이해보이는 그 전공명 하나에 이끌려</div> <div>별다른 고민도 없이 호텔경영학을 복수전공으로 선택했다.</div> <div> </div> <div>'그래, 이 복수전공을 통해 나는 호텔리어로 다시 태어나는 거야!'</div> <div>수 년이 흐른 지금은 그 생각이 </div> <div>얼마나 환상에 젖어있었던 것이었나 하며 고개를 젓지만</div> <div>그 때 당시에 나의 자신감이란 어마어마했다.</div> <div>세계적인 호텔의 간판호텔리어, 모든 고객을 기억하는 천재,</div> <div>만인에게 웃음을 주는 미소천사...</div> <div> </div> <div>온갖 화려한 미사여구가 나를 치장할 생각에</div> <div>다른 사람이 보면 "저 사람 미쳤나봐"하는 미소를 띄며 강의실에 입장했지만</div> <div>나의 미소는 원어민 강사의 수업 첫날의 그 충격으로 인해 무너져버렸다.</div> <div> </div> <div>나름 영어 좀 한다고 자신하고 있었는데</div> <div>원어민 강사와 마주치자마자 나는 만렙 앞에 쪼렙이 된 기분이었다.</div> <div>갓 제대한 자신감 충만쟁이 복학생에게</div> <div>모멸감을 느끼게 할 만큼 동기가 충분했다.</div> <div> </div> <div>그래서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div> <div>원어민 강사가 말하는 걸 발음 나는 대로 메모했다가</div> <div>근처 카페나 열람실에 앉아 암호해독가처럼 하나하나 풀어쓰기를 몇 주.</div> <div> </div> <div>스스로의 필체를 저주하는 나날이 쌓이자</div> <div>그래도 그럭저럭 수업진도를 따라가며 교수의 말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div> <div>그리고 다시 자신있게 강의실에 들어섰던 어느 날,</div> <div> </div> <div>교수가 어떤 농담을 던졌다.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div> <div>그런데, 다른 아이들은 모두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는데</div> <div>나만 어색한 웃음을 뒤늦게 지으며 살짝 고개를 끄덕이는 그 상황이</div> <div>아직도 내 기억에 남아있다.</div> <div> </div> <div>그 때 스스로가 느꼈던 당혹감, 치욕감은 지금도 파편적으로나마 기억한다.</div> <div>그리고 결심했었던 것 같다.</div> <div>나도 외국생활을 좀 해보자.</div> <div>그래야 나보다 어린 이 친구들이 내 목줄을 위협하는 이 상황에서</div> <div>생명을 연장할 수 있겠다.</div> <div>그렇게 절박해졌던 것 같다.</div> <div> </div> <div>그리고 그것이 내가 캐나다 워홀을 떠나게 된 계기였다.</div> <div>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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