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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94577
    작성자 : Dementist
    추천 : 46
    조회수 : 2120
    IP : 211.202.***.232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7/08/04 16:54:50
    http://todayhumor.com/?panic_94577 모바일
    [2CH 레전드] 들러붙은 여자 -완결-
    <p>740 走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0:21:21 id:j0e1jdqw0<br><br><br>나는 전력으로 도망쳤다.<br><br>치사율 100%라는 도플갱어로부터 도망치기 위해서.<br><br>믿고 의지할 존은 없다. 주변에 있는 건 적 뿐이다.<br><br>빌딩의 좁은 옥상.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었다.<br><br>나는 출입구의 손잡이를 돌렸다. 자물쇠가 잠겨있었다. 꿈쩍도 않는다.<br><br>뒷쪽에는 내가 있다. 나하고 접촉하면 내가 죽는다.<br><br><br><br>"이봐이봐, 이제 그만하지!? 자꾸 번거롭게 할꺼야!!"<br><br><br><br>거구의 남자가 안달하며 소리친다.<br><br>나와의 거리가 좁혀지고 있다. 나는 이 때, 필사적으로 생각했다. <br><br>도망치는 방법을. 도움받을 방법을.<br><br>나는 옥상의 펜스를 타고 넘었다.<br><br><br><br>"이건 꿈이다. 꿈일 뿐이야. 현실이 아니야."<br><br><br><br>나는 스스로를 타일렀다. 눈앞에 나락이 펼쳐져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높다.<br><br>뒤를 돌아보니 내가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br><br>그 때, 미친여자와 눈이 마주쳤다.<br><br><span style="color:#ff0000;">여자가 비웃기 시작했다</span>. 내 안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br><br>살아야돼. 나는 절대로 죽지 않아. 반드시 살아남을꺼야.<br><br>나는 크게 소리를 질렀다. 뛰어내릴꺼야. 이곳에서 뛰어내려주겠어.<br><br><br><br>"어이! 확실히 여기는 현실이 아니지만 말야!<br><br>떨어지면, 나름 아프다구! 그거 견딜 수 있겠어?!"<br><br><br><br>거구의 남자가 내게 물었다.<br><br><br><br><strong><span style="color:#ff0000;">"절대로 너만은 용서하지 않을꺼야"</span><br></strong><br><br><br>나즈막히 마지막 말을 던진 채, 빌딩의 옥상에서 뛰어내렸다.<br><br><br>742 走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0:22:02 id:j0e1jdqw0<br><br><strong><span style="color:#ff0000;">극한의 고통.</span></strong> 그것을 표하는데, 이 말 밖에는 떠오르지 않는다.<br><br>빌딩에서 뛰어내린 나는 다리부터 떨어져서, 땅에 머리를 쳐박았다.<br><br>마치 개구리처럼, 참담할 정도로 지면에 찰싹 달라붙어 내 주변으로 붉은 피가 퍼져간다.<br><br>의식을 잃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극한의 고통이 뚜렷이 전해져 온다.<br><br>죽어가는 개구리가 숨을 헐떡이며 경련을 일으키듯이, 내 몸은 간헐적으로 꿈틀거렸다.<br><br>뿌옇게 흐려지는 시야의 끝에, 빌딩의 출입구에서 나오고 있는 내가 보였다.<br><br><br><br><strong><span style="color:#ff0000;">"오지....마...."</span><br></strong><br><br><br>꺼져들어가는 양초처럼 나는 힘없이 중얼거렸다. <br><br>이것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저항이었다.<br><br>나는 가차없이 다가와, 바로 눈앞에까지 왔다.<br><br>내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몸은 아픔에 지배당하고, 더 이상 도망칠 수도 없다.<br><br>나는 또 하나의 나를 있는 힘껏 노려봤다. 나는 나에게 졌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br><br>또 하나의 내가 웅크리고 앉아, 내 등에 손을 대고 <span style="color:#ff0000;"><strong><span style="font-size:14pt;">"차-ㅈ아냈다" </span></strong></span>라고 했다.<br><br><span style="color:#ff0000;">내가 스며들듯이 내 몸속으로 들어왔다.</span><br><br>완전한 동화(同化). 녀석의 마음과 나의 마음이 하나가 되는 감각.<br><br>나는 나에게 녹아들어, 내 마음을 지배하기 시작했다.<br><br>이 순간, 존이 도플갱어에게 접촉하면 반드시 죽는다. 고 했던 말의 의미를 이해했다.<br><br>어둠이 온 몸에 퍼져간다. 나는 끝났다. 끝난거야.<br><br>마음이 갈갈이 찢어지는 듯한, 지독한 어둠속에 나는 내팽개쳐졌다.<br><br>패배의 감정이 내 안을 가득 채웠다.<br><br>몽롱했다. 살 수 있다는 희망 같은 건 이제 조금도 남아 있지 않다.<br><br>이런 세상에 있어봤자 뭘 어쩔 수 있겠어. 죽는게 나아.<br><br>그저, 죽고 싶다. 정말로 그것 뿐이었다.<br><br>아무래도 좋다. 죽을 수 있다면 끈이든 석유든 아무거라도 좋으니 나에게 줘.<br><br>자살하고 싶어. 죽게 해줘. 시키는대로 다 할께. 그러니까 <span style="color:#ff0000;">나를 죽게 해줘.</span><br><br>나는 도플갱어에게 완전히 지배당하고 있었다.<br></p> <p><br>743 走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0:22:46 id:j0e1jdqw0<br><br><br><strong><span style="color:#ff0000;">"형님"</span><br></strong><br><br><br>아침. 존이 부르는 소리에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온 몸이 땀에 흠뻑 젖어있었다.<br><br>나는 주변을 살폈다. 호텔 룸. 여기는 내가 있던 호텔 룸이다.<br><br>나는 온몸을 만져봤다. 아무렇지도 않았다.<br><br>존이 커피를 가져왔다.<br><br><br><br>"괜찮아요, 형님?"<br><br><br><br>나는 분명히 도플갱어와 접촉했다. 하지만 지금은 죽고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br><br>나, 살아있는건가? 난 아직 현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br><br><br><br>"혼란스러우신것 같은데 이제 괜찮습니다, 형님<br><br>이제서야 저도 봤습니다. 그 녀석이 형님의 적인거군요."<br><br><br><br>존의 말에 나는 놀랐다.<br><br><br><br>"어떻게...된거야, 존?"<br><br><br><br>"형님에게는 죄송하다고 생각했지만,<br><br>형님의 방어벽을 일시적으로 약하게 했습니다.<br><br>아니나 다를까, 적의 본체는 형님에게 손을 댔습니다. 노리던 대로말이예요."<br><br><br><br>난 존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br><br><br><br>"그럼, 그 녀석을 일부러 불러들였다는 거야?"<br><br><br><br>"네. 형님이 미끼가 되어주셨습니다.<br><br>물론, 형님의 안전이 최우선인만큼, 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놓고, 실행했습니다."<br><br><br><br>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나는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br><br><br><br>744 走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0:23:27 id:j0e1jdqw0<br><br><br>나는 커피를 단숨에 들이켰다.<br><br><br><br>"잠깐만, 그러니까. 존, 나를, 어떻게 했다는 거지? 설명해줘. 뭘 했다고?"<br><br><br><br>존은 담배에 불을 붙였다.<br><br><br><br>"적은 형님에게 도플갱어를 사용했습니다.<br><br>이건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해요. 적은 상당히 실력이 뛰어납니다.<br><br>하지만, 사장님은 이렇게 추측하셨어요.<br><br><br><br><strong><span style="color:#ff0000;">[ 적은 자신과 동등한 능력을 가진 사람과 만난 적이 없다. ]</span><br></strong><br><br><br>형님에 대한 음습하고 적극적인 접근으로 볼 때,<br><br>적은 a급의 능력을 갖고 있지만, 경험이 적은 인간이라고 추측했어요.<br><br>그래서 함정에 걸려들었지요.<br><br>적이 형님의 도플갱어를 사용한다면, 이쪽도 형님의 도플갱어를 사용한다.<br><br>적도 자신외에 도플갱어를 만들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죠.<br><br>전혀 의심도 못하더군요."<br><br><br><br>존은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br><br><br><br>"도플갱어? 어디가? 어느 부분이? 뭐가 도플갱어라는거야?"<br><br><br><br>나는 여전히 존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br><br><br><br>"형님께서 적이 만든 빌딩 옥상에 서있던 시점부터<br><br>형님은 사장님이 만든 도플갱어였습니다.<br><br>의식이 없는 인형이라고 의심받을 수 있어서, 절반정도는 형님의 의식을 넣었습니다.<br><br>형님에게는 무서운 경험을 하게 해드리고 말았지만,<br><br>덕분에 저와 사장님이 보고 있다는 걸 전혀 들키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br><br>아, 맞다. 사장님이 본체인 남자를 찾으러 가셨습니다.<br><br>이제부터 탐정의 실력을 보일 차례네요."<br><br><br><br><span style="color:#ff0000;">저기, 뭘 하면 한다고 미리 말 좀 해줘.</span><br><br><br>745 走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0:24:09 id:j0e1jdqw0<br><br><br>낮. 나는 한장의 식빵을 앞에 두고 난처해하고 있었다.<br><br>요즘들어 잘 먹지도 못 했음에도 불구하고, 식욕이 전혀 없다.<br><br>지금의 나는 식빵 한 장 조차 손대지 못하고 있었다.<br><br><br><br>"저기, 존. 아까 사장님이 본체인 남자를 찾으러 갔다고 했었지?"<br><br><br><br>스파게티를 꾸역꾸역 입에 넣으며 존이 대답했다.<br><br><br><br>"네. 사장님은 아침 비행기로 홋카이도에 가셨어요."<br><br><br><br>"홋카이도?"<br><br><br><br>"사장님이 그 남자에게 침입해서 행방을 확인했습니다.<br><br>아마도 지금쯤 그 남자, 겁먹고 떨고 있지 않을까요.<br><br>절대로 사장님한테서 도망칠 수 없거든요."<br><br><br><br>"존. 녀석은 역시 살아있는 사람이었어?<br><br>그런 짓을 사람이 할 수 있다는거야?"<br><br><br><br>존은 스파게티를 다 먹어치우고는 카레라이스도 먹기 시작했다.<br><br><br><br>"저도 놀랐어요. 사장님 이외에 그런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처음 봤어요.<br><br>그런 실력을 가진 사람이 그렇게 방치되어 있었다니 정말 무서워요."<br><br><br><br>존은 카레라이스를 다 먹어치운 다음에 돈까스 덮밥을 먹기 시작했다.<br><br><br><br>"존. 너무 많이 먹는거 아니야?<br><br><br><br>식욕이 없는 나에게는 존이 먹는 모습은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였다.<br><br><br><br>"앞으로 할 작업은 체력이 필요하거든요. 지금 먹어두지 않으면..<br><br>아, 저녁까지는 사장님이 본체의 남자를 묶어놓을 꺼예요.<br><br><strong><span style="color:#ff0000;">드디어, 클라이막스입니다. 형님."</span><br></strong><br><br><br>그렇게 말한 존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br><br>그 말을 들은 나는 식빵에 버터를 바르고, 입에 밀어 넣었다.<br><br><br>748 光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0:30:46 id:j0e1jdqw0 <br><br><br><br><br><br><span style="color:#ff0000;">클라이막스.</span> 존은 그렇게 말했다.<br><br><span style="color:#ff0000;">사장이 본체인 남자를 묶어두고, 존이 나의 제령을 한다.</span><br><br><span style="color:#ff0000;">즉, 그 여자와의 싸움에 종지부를 찍을 때가 된 것이다.</span><br><br>나는 토할 것 같았지만, 억지로 위에 밥을 집어 넣었다.<br><br>더 이상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만이 아니다. 난 이 놈들에게만큼은 지고 싶지 않았다.<br><br><br><br>저녁. <br><br>존은 나를 침대에 눕혔다.<br><br><br><br>"지금부터 어떤일이 있더라도 절대로 마음만큼은 지면 안됩니다, 형님."<br><br><br><br>존의 말에 나는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br><br>마음만이라면 나는 절대로 저런 놈들에게 지지 않아.<br><br>존은 시계를 보면서, 심호흡을 하고 <span style="color:#ff0000;"><strong><span style="font-size:12pt;">"이제 곧 시작이예요"</span></strong></span> 라고 했다.<br><br><br><br>"형님, 이번에 제 핸드폰이 울리는 때가 신호예요.<br><br>저는 단숨에 형님에게 침입할겁니다.<br><br>후원을 잃은 여자가 격력하게 날뛸지도 모릅니다.<br><br>제가 형님이 있는 곳에 도착할 때까지 버티셔야 합니다."<br><br><br><br>나는 존의 손을 잡았다.<br><br><br><br>"그래, 믿어"<br><br><br><br>존은 곧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br><br>그 순간, 존의 핸드폰 벨소리가 방안에 울려펴졌다.<br><br><br>751 光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0:31:26 id:j0e1jdqw0 <br><br>정신이 드니, 나는 본 적이 없는 양옥 같은 건물 안에서<br><br>목제 의자에 묶인채로 앉아있었다.<br><br>눈 앞에는 내려가는 계단이 보인다.<br><br>나는 건물 안을 살폈다. 무척 오래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br><br>양옥의 내부는 꿈인것 같은 위화감이 있었다. 확실히 이전보다 약하다.<br><br>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존이 나를 구하러 온다. 그렇게 믿고 있다.<br><br>뒷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br><br><br><br>"그 여자....인가?"<br><br><br><br><strong><span style="color:#ff0000;">그러자 뒷쪽의 인기척은, 스윽- 하고 내 목에 팔을 감아왔다.</span><br></strong><br>나는 확신했다. <strong><span style="color:#ff0000;">미친</span><span style="color:#ff0000;">여자다.</span><br><br></strong><br><br>"니가 왜 이런짓을 하는지, 지금은 아무 상관없어.<br><br>나는 너한테서 도망치는 방법만을 생각했어. 정말로 무서웠다.<br><br>하지만,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야. 친구가 생겼어.<br><br>이제, 니가 무섭지 않아"<br><br><br><br>미친여자가 강하게 나를 끌어안았다.<br><br><br><br><strong><span style="color:#ff0000;font-size:14pt;">"같이 있고 싶어....."</span><br><br></strong><br><br>나는 고개를 저었다.<br><br><br><br>"나는 살아있고. 너는 죽었어. 이 사실은 절대로 달라지지 않아.<br><br>너에게는 내가 모르는 너만의 욕망이 있겠지.<br><br>하지만, 나는 거기에 응할 수 없어. 나는 살아있으니까."<br><br><br><br>나와 미친여자의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br><br>미친여자는 나에게 꼭 달라붙은채로 <span style="color:#ff0000;">조용히 울고 있었다.</span></p><span style="color:#ff0000;"></span> <p><br><br>752 光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0:32:08 id:j0e1jdqw0 <br><br><br>울고있는 여자에게서 예전같은 기분나쁜 느낌이 없었다.<br><br>여자의 목소리는, 전에 들었던 목소리와 똑같다.<br><br>확실히 미친여자가 맞았다.<br><br>그런데도 불가사의하게 느껴질 정도로 예전과는 다른 느낌이다.<br><br>나는 이상했다. 후원자를 잃어 날 뛰지 않을까 싶었는데<br><br>미친여자는 내게 달라 붙어, 조용히 울고 있다.<br><br><br><br>"너.... 혹시....."<br><br><br><br>나는 거기서 말을 멈췄다. 더이상 말을 이을수가 없었다.<br><br>그 때, 양옥의 현관문이 조용하게 열린다.<br><br>거기에는 존이 있었다.<br><br><br><br>"형님, 마중왔습니다."<br><br><br><br>존은 그렇게 말하며 계단을 올라, 미친여자를 노려봤다.<br><br>미친여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br><br>나에게서 팔을 풀고 존을 지나쳐 조용히 계단을 내려갔다.<br><br>계단 아래에서 멈춘 미친여자는, 천천히 뒤돌아 나를 바라봤다.<br><br><span style="color:#ff0000;">여자의 얼굴에 나는 놀랐다.</span><br><br><span style="color:#ff0000;">예전과 같은 불길함은 없고, 깨끗한 얼굴이었다.</span><br><br>지금까지와는 다른, 소녀의 <span style="color:#ff0000;">안타깝고 슬픈 표정이 </span>내 눈에 강하게 남았다.<br><br>여자는 발길을 돌려, 뒤돌아 보지 않고 현관 밖으로 사라져갔다.<br><br><br><br>"어떻게 된거지, 저 여자...."<br><br><br><br>상상한 전개와는 너무 다르지 않은가.<br><br><br><br>"그 여자의 후원자도, 그 세 명의 남자도 사라졌습니다.<br><br>더 이상 승산이 없으니 단념한거겠죠.<br><br>그 여자도 형님안에서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우리가 이겼어요."<br><br><br><br>존은 이 싸움의 승리를 선언했다. 그러나 내 안에 환희는 없었다.<br><br><br><br>754 光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0:32:49 id:j0e1jdqw0 <br><br><br>존이 나를 의자에 묶어놨던 도구들을 분리했다.<br><br>의자에서 일어선 나는 몸이 신기할 정도로 가벼웠다.<br><br>나와 존은 함께, 천천히 계단을 내려갔다.<br><br>현관의 끝에는 눈부신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다. 희망의 빛이었다.<br><br>우리들은 현관 밖으로 나갔다.<br><br>그 때, <span style="color:#ff0000;">시선의 한 구석에 사람 그림자가 보였다.</span><br><br><br><br>"아버지...."<br><br><br><br>아버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다정하게 미소지으셨다.<br><br>내 눈에서는 도저히 멈출 수 없을 것 같은 눈물이 쏟아졌다.<br><br>아버지의 상냥한 얼굴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br><br>나는 아버지 앞에서 아이처럼 소리 높여 울었다. 정말 아이처럼...<br><br><br><br>"형님"<br><br><br><br>나는 존의 목소리에 잠에서 깼다.<br><br>지상 20층에 위치한 호화로운 호텔 룸. 우리는 돌아왔다.<br><br><br><br>"아... 너무나도 긴 악몽을 꾼 기분이야<br><br>그래도.. 무사히 끝나서 다행이다. 존, 고마워."<br><br><br><br>"아니예요. 저만이 아니예요. 사장님과 아버님도 열심히 하셨습니다. 물론, 형님도요.<br><br>그 미끼 작전 때, 형님은 적의 손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빌딩에서 뛰어내리셨죠.<br><br>현실이 아닌걸 알고 있다해도, 보통은 못 뛰어내립니다.<br><br>게다가 적의 본체를 향해 계속 몰아 붙이셨잖아요.<br><br>그건, 형님이 용기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예요"<br><br><br><br>"아니, 나는....."<br><br><br><br>나는 곧 입을 다물었다. 혼자였다면, 벌써 죽었을 것이다.<br><br>그리고, 지금도 한심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br><br><br><br>755 光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0:33:30 id:j0e1jdqw0 <br><br><br>"저기, 존. 그 여자 말인데..."<br><br><br><br>존은 나에게 커피를 내밀었다.<br><br><br><br>"무슨말을 하고 싶으신지 알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저도 그 여자에게 침입했었으니까...<br><br>그치만, 걱정 안하셔도 되요. 전부 끝났습니다."<br><br><br><br>나는 커피를 마시면서, 창 밖에 펼쳐진 야경을 바라봤다.<br><br>안타까운 마음을 떨치기 위해, 나는 야경을 눈에 새겼다.<br><br><br><br>그 후, 나는 안심한 탓인지, 고열로 병원에 입원했다.<br><br>3일 정도 고열에 시달린 후, 나는 기적적으로 회복했고,<br><br>부러져있던 왼팔의 뼈도, 의사가 눈을 동그랗게 뜰 만큼 빠른 속도로 회복했다.<br><br>최악이었던 컨디션도 완전히 회복해, 나는 예전같은 건강한 몸을 되찾았다.<br><br>입원중, 존이 몇번이나 문병을 왔었다.<br><br>이 녀석은 정말 좋은 놈이다.<br><br>최악이라고 할 수 있는 일들속에서 존과 만난 것만은 신에게 감사하고 싶다.<br><br>다음 날, 나는 다시 사장님에게 인사를 하러 갔다.<br><br>변함없이 히스테릭한 사장님은 <br><br><br><br><strong>"말만 말고, 고마우면 돈을 내라고!!"<br></strong><br><br><br>뭐,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으니 괜찮다.<br><br>그리고 사장님은 "꼭 아버지께 성묘하러 가!" 라고 했다.<br><br>나는 오래간만에, 가족과 함께 아버지께 성묘를 하러갔다.<br><br><br><br>768 光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0:47:18 id:j0e1jdqw0<br></p> <p><br>오랜만에 온 아버지의 무덤은 흙 먼지로 뒤덮여있었다.<br><br>나는 미리 준비하고 있던 청소 도구를 꺼내, 정성스럽게 아버지의 무덤을 닦았다.<br><br><br><br>"가족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켜주셔서 고맙습니다."<br><br><br><br>그런 마음을 담아 정성스럽게 닦았다.<br><br>어머니도 여동생도 필사적으로 무덤을 청소하는 나를 바라보며<br><br>왜 그렇게 열심히 청소하는지 이상하게 생각하는 듯 했다.<br><br>나는 두 사람에게도 청소도구를 건내고, 함께 청소를 끝냈다.<br><br>기분탓인지는 모르겠지만, <strong>아버지의 웃음소리가 들린 것 같다.<br></strong><br>그 후, 우리들은 레스토랑에 들어갔다.<br><br>오래간만의 단란한 가족 나들이었다.<br><br>식사 후에 나는 화장실에 들렀다. 입구를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br><br>거기는, 빌딩의 옥상이었다.<br><br>놀란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br><br>내 시선 끝자락에는 <span style="color:#ff0000;">그 소동의 본체인 남자가 </span>펜스에 기댄채 담배를 물고 있었다.<br><br><br><br>"오랜만!"<br><br><br><br>가벼운 인사를 하며 남자가 나에게 다가왔다.<br><br><br><br>"다가오지마!!!"<br><br><br><br>나는 소리쳤다.<br><br><br><br>"하하, 무섭네. 그렇게 소리 안질러도 돼. 딱히 뭘 하려고 온 건 아니니까."<br><br><br><br>남자는 계속 나에게 다가오고 있다.<br><br><br><br>"무슨짓을 하려고!!! 대체 뭐하러 온거야!!?"<br><br><br><br>소리치는 나를 무시하고 남자는 내 앞에 서더니, 뜻 밖의 말을 꺼냈다.<br><br><br><strong><span style="color:#ff0000;font-size:18pt;">"일의 전말을 알고 싶지 않아?</span></strong></p><span style="color:#ff0000;font-size:18pt;"> </span><p><br></p> <p>786      顛末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1:19:48 ID:j0e1jDQW0</p> <p> </p> <p> </p> <p>"일의 전말이라고?"</p> <p> </p> <p>남자는 나를 조롱이라도 하는 듯, 미소를 지었다.</p> <p> </p> <p>"걱정하지 마. 그 탐정 사장의 허락을 받았으니까."</p> <p> </p> <p>남자는 내 가슴에 주먹을 날린다.</p> <p>그러자 남자의 주먹은 아무런 느낌없이 내 가슴을 통과해버렸다.</p> <p> </p> <p>"봤지. 나는 너한테 아무짓도 할 수 없다.</p> <p>그 탐정사장이 너를 완벽하게 지키고 있으니까.</p> <p>내 능력도 탐정사장에게 제어당하고 있지.</p> <p>지금 나는 탐정사장에게 거기를 잡혀있어서 꼼짝도 못 해."</p> <p><br>나는 뒷걸음질쳤다.</p> <p> </p> <p>"나한테 하고 싶은 얘기가 뭐야?"</p> <p> </p> <p>남자는 어디에선가 의자를 꺼내더니, 걸터앉았다.</p> <p> </p> <p><span style="color:#ff0000;">"아까도 얘기 했잖아? 일의 전말이라고.</span></p> <p><span style="color:#ff0000;">어째서 나랑 여동생이 너를 노렸는지. 왜, 죽이려고 했는지.</span></p> <p><span style="color:#ff0000;">너한테는 들을 권리가 있다."</span></p> <p> </p> <p>확증은 없었지만, 나를 해치려는 의도는 없어보였다.</p> <p>확실히 나도, 이 소동의 동기와 이유를 알고 싶다.</p> <p>내 마음 속에 있는 안개의 정체를 알고 싶었다.</p> <p> </p> <p>"좋아. 그럼 얘기해 봐. 일의 전말을."</p> <p> </p> <p>"그렇게 나와야지. 그래야 일부러 찾아온 보람이 있지."</p> <p> </p> <p>그렇게 말한 남자는 담배를 바닥에 버리고, 발로 비벼 껐다.</p> <p> </p> <p> </p> <p>788      顛末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1:20:30 ID:j0e1jDQW0</p> <p> </p> <p> </p> <p>"처음으로 너를 만난 건, 니가 오토바이로 오타루에 왔을 때야.</p> <p>뭐라고 하지, 투어링이었나? 너는 그걸 하러 왔어.</p> <p>나는 마침 일이 있어서 오타루에 갔었고.</p> <p>그 때, <span style="color:#ff0000;"><strong>여동생 나나코가 너를 택했다.</strong></span></p> <p>왜냐면, 나나코에게는 <span style="color:#ff0000;">니가 부러운 존재였기 때문이다.</span></p> <p>마치 빛에 꼬여드는 벌레들처럼 나나코는 너한테 이끌린거지."</p> <p> </p> <p>나는 곤혹스러웠다.</p> <p> </p> <p>"어째서, 나야. 뭐가 부러웠다는거야"</p> <p> </p> <p>"니 안에 존재하는 따뜻한 가족이 보인거겠지.</p> <p>그게 나나코는 부러웠던거다.</p> <p>우리집은 말야, 한마디로 말하면 시궁창, 그 자체였다.</p> <p>특히 나나코는 생전에 그 빌어먹을 아버지한테 학대를 받았다.</p> <p>입 밖으로 꺼낸다는게 역겨울 정도야. 친아버지가 딸을 성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건.</p> <p>게다가 아버지는 극단적인 사디스트였다. 잔인한 일이지.</p> <p>그치만, 나도 잘한 건 없다. 괴로워하는 여동생을 못 본척 했으니까.</p> <p>어머니는 이미 오래전에 돌아가셨다.</p> <p>그래서 여동생에게 나는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p> <p>나는 그걸 저버린거지.</p> <p>귀찮았어, 솔직히 말해서. 나한테는 상관없는 일이었다.</p> <p>나나코는 절망적이었겠지. 혼자서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어."</p> <p> </p> <p>"자, 잠깐 기다려봐"</p> <p> </p> <p>나는 남자의 이야기를 끊었다.</p> <p> </p> <p>"기분 나빠졌나? 그렇겠지. 시궁창 얘기니까. 무리도 아니지."</p> <p> </p> <p>남자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들고, 입에 물었다.</p> <p>좀 전까지 사람을 조롱하듯 비웃던 남자의 얼굴은, 심해(深海)처럼 차가운 표정이었다.</p> <p>나는 얘기 내용보다 이 남자의 표정에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p> <p> </p> <p>789      顛末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1:21:10 ID:j0e1jDQW0</p> <p> </p> <p>"계속해도 되겠어?"</p> <p> </p> <p>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한 남자의 얼굴을 보지 않도록 조심했다.</p> <p> </p> <p>"나나코는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strong><span style="color:#ff0000;">전부 묵살됐다.</span></strong></p> <p>아버지는 쓰레기지만, 정신과 의사로 엘리트였다.</p> <p>경찰에도 협력하고 있었고, 경찰서의 간부와도 사이가 좋았다.</p> <p>나나코는 찾아갔던 경찰관들에게 인격적으로 모욕을 당하고 돌려보내졌다.</p> <p>다시 절망에 빠진 나나코는 정신을 놓아버렸고, 병원에 입원하게 됐지.</p> <p>그것도, 아버지의 병원에 말야.</p> <p><span style="color:#ff0000;">거기서도 나나코는 학대를 받았다.</span></p> <p>아버지는 경찰에 찾아간 나나코를 용서하지 않았어.</p> <p>나나코의 담당 간호사에게 지시해서, 매일같이 폭행하게 했다.</p> <p>믿겨져? 그걸 시킨게 친 아버지라는게.</p> <p><strong><span style="color:#ff0000;">나나코는 자살했다.</span></strong> 어디에서 가져왔는지 모르는 로프로 목을 매서..</p> <p>그 때, 나는 처음으로 울었어."</p> <p> </p> <p>나는 아무말 없이 남자의 얘기를 들고 있었다.</p> <p>남자의 가족과 내 가족. 정반대의 가족이었다.</p> <p> </p> <p>"나나코는 자살 한 뒤, <strong><span style="color:#ff0000;">이 세상을 헤매다가 나에게로 왔다.</span></strong></p> <p>나나코에게는 재능이 있었지만, 나같은 능력은 없었다.</p> <p>그래서, <span style="color:#ff0000;">나에게 복수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span> 협력하라고 말이지.</p> <p>물론, 나는 그 얘기를 거절할 수도 있었다.</p> <p>하지만 나는 나나코가 죽고나서, 처음으로 느낀 감정을 거역할 수 없었다.</p> <p>나는 나나코를 사랑하고 있었다.</p> <p> </p> <p> </p> <p>790      顛末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1:21:58 ID:j0e1jDQW0</p> <p> </p> <p>"나는 나나코에게 협력해서, <span style="color:#ff0000;"><strong>아버지와 경찰관, 그리고 간호사를 죽였다.</strong></span></p> <p>나는 그걸로 나나코가 만족할꺼라고 생각했다.</p> <p>하지만, 아니었어.</p> <p>내가 가진 영혼에 대한 지식은 어중간 했던거다.</p> <p>거듭 복수를 한다고해도 <span style="color:#ff0000;">나나코는 이미 죽었다.</span></p> <p>내 눈앞에 있는 악령이 된 나나코는 나나코이면서 나나코가 아니야.</p> <p><span style="color:#ff0000;">단순한 원한 덩어리였다.</span> 원한 덩어리가 만족하고 사라지는 일따위는 절대로 없다.</p> <p>나는 낙담했다.</p> <p>아버지를 포함해 세 명이나 죽였는데, 그저 나나코의 모습을 한 악령이 커져갈 뿐이었다.</p> <p>그 때, 니가 나타났다.</p> <p>단지 복수의 원한 덩어리였던 나나코가 너에게 이끌렸다.</p> <p>나로써는 놀라울 뿐이었다. 어쩌면, 이라는 말도 안되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p> <p>하지만, 나나코는 죽었다.  살아있는 사람과는 함께 있을 수는 없다."</p> <p> </p> <p>"그래서 나를 죽이려고 했던거야? 장난치지마"</p> <p> </p> <p>"그래,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어리석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희망이었다.</p> <p>너와 있으면 나나코는 본래의 나나코로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p> <p> </p> <p>남자의 이야기를 납득할 수가 없었다.</p> <p> </p> <p>"그냥 죽이는거라면 너는 언제든지 죽일수 있었을 텐데.</p> <p>어째서 바로 죽이지 않은거지? 어째서, 그렇게 빙 돌려서 일을 만들었냔 말이야."</p> <p> </p> <p>나는 남자에게 따져 물었다. 남자의 표정에 변화는 없다.</p> <p> </p> <p><span style="color:#ff0000;">"단순히 바로 죽이면 영혼은 이 세상에 머물지 않는다. 바로 사라져버리지.</span></p> <p><span style="color:#ff0000;">괴롭히고, 막다른 곳으로 몰아넣고, 죽고싶게 만들면</span></p> <p><span style="color:#ff0000;">영은 이 세상에 강한 원한을 남기게 되고, 긴 시간을 머물게 된다.</span></p> <p><span style="color:#ff0000;">니가 영겁의 세월을 나나코와 함께 있어주기를 바랐다."</span></p> <p> </p> <p>남자의 말에 나는 온 몸이 떨렸다.</p> <p> </p> <p>791      顛末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1:22:43 ID:j0e1jDQW0</p> <p> </p> <p>"홋카이도에서 돌아온 너는 교통사고를 일으키고, 중상을 입었다.</p> <p>그것도 내가 했다.</p> <p>니가 다니던 회사의 인사부장 뇌에 침입해서, 해고 통지서를 쓰게한 것도 나다.</p> <p>왼팔의 골절만 치료가 늦어졌지? 그것도 내가 했다.</p> <p>그 외의 일들도.... 참 많은 짓을 했군."</p> <p> </p> <p>나는 떨리는 주먹을 꼭 쥐었다.</p> <p> </p> <p>"때려도 돼. 화를 참는 것은 전 샐러리맨의 서글픈 근성인가?"</p> <p> </p> <p>나는 남자의 왼 뺨에 주먹을 날렸다. 남자가 의자에서 굴러떨어졌다.</p> <p> </p> <p>"뭐, 한 방정도는 각오했으니까..."</p> <p> </p> <p>남자는 그렇게 말하고는 의자를 원래 자리에 놓고는 걸터 앉았다.</p> <p>나는 분노로 온 몸이 뜨거워졌다.</p> <p> </p> <p>"진정하라고 해도 무리일테지만, 끝까지 얘기를 들어.</p> <p>나는 너에게 감사하고 있다"</p> <p> </p> <p>"감사...!!?"</p> <p> </p> <p>"네가 마지막으로 나나코와 함께 있을 때 말이야.</p> <p>그 때, 나는 탐정사장의 부하에게 묶여서 마루에 엎드려 있었다.</p> <p>탐정사장이 마지막을 잘 봐두라고 해서, 나는 너희들을 보고 있었다.</p> <p>그 때...... 나는 눈앞의 광경을 의심했다. 나는 기적을 보고 있었다.</p> <p><span style="color:#ff0000;"><strong>단순한 복수의 원한 덩어리였던 나나코는 거기에 없었다.</strong></span></p> <p>너도 봤지? 그 나나코가 진짜 나나코다. 생전 모습 그대로의 나나코였다.</p> <p>나는 울었다. 기적을 앞에 두고 나는 아이처럼 울 수 밖에 없었다.</p> <p>빛을 보면 달려들던 벌레 같던 나나코가 처음에는 너에게 끌렸을 뿐이었다.</p> <p><span style="color:#ff0000;">그것이 어느샌가, 정말로 너를 좋아하게 되버렸던거야."</span></p> <p> </p> <p>792      顛末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1:23:34 ID:j0e1jDQW0</p> <p> </p> <p> </p> <p>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p> <p> </p> <p>"너도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었지?"</p> <p> </p> <p>그렇게 말하는 남자의 얼굴에서 차가운 표정이 사라져있었다.</p> <p>나는 마지막에 본 그 여자의 얼굴을 떠올리고 있었다.</p> <p>문득, 내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이 느껴졌다.</p> <p> </p> <p>"울어주는건가.."</p> <p> </p> <p>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p> <p> </p> <p>"너는 다정한 남자로군. 그런 일을 저지른 나나코를 위해서 울어주다니.</p> <p>너는 정말로 강한 놈이다. 나는 너의 용기에 계속 놀랄 수 밖에 없었다.</p> <p>그리고 가족의 사랑을 받는, 행복한 남자다.</p> <p>지금에서야 나나코의 마음이 이해된다. 우리들은 애정에 굶주려 있었어.</p> <p>정말로 니가 부럽다.</p> <p>나나코는 생전에 누군가를 좋아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p> <p>지금이 아니고, 나나코가 살아있을 때 너와 만났더라면......</p> <p>너같은 용기가 나에게 있었다면, 일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텐데"</p> <p> </p> <p>나는 울었다. 그 여자를 떠올리며 울었다.</p> <p>그 여자는 적이다. 그 여자가 나에게 어떤 짓을 했는지는 잊지 않아.</p> <p>그래도 내 눈에서 흐르는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p> <p>남자는 의자에서 일어서면서 하늘을 바라봤다.</p> <p> </p> <p>"나도 나나코도 사람들을 지독하게 괴롭혔다. 천국에는 갈 수 없겠지.</p> <p>나나코도 지옥에 떨어졌어. 녀석은 다시 태어나도, 다시 괴로운 인생을 살겠지.</p> <p>그래도 말야, 만약, 네가 그 아이와 다시 만날 수 있다면... 그 때는...."</p> <p> </p> <p>남자는 나에게 등을 돌렸다.</p> <p> </p> <p>".....제 멋대로 하려는 것도 정도가 있지...."</p> <p> </p> <p>남자는 조용히 고개를 떨궜다. 그의 등에서 슬픔이 짙게 묻어나고 있었다.</p> <p><br>811 終始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1:55:36 ID:j0e1jDQW0<br></p> <p> <br>나는 일의 전말을 알았다. 나는 울어주는 일 밖에 할수 있는 일이 없었다.</p> <p> <br>남자와 그 여자의 슬픈 과거. 내가 모르는 가족의 이야기가</p> <p> <br>내 가슴에 상처를 내고, 눈물 흘리게 하고 있다.</p> <p> <br>나는 그저 슬펐다.</p> <p> <br> </p> <p> <br>"그럼 갈께"</p> <p> <br> </p> <p> <br>남자는 그렇게 말하고 나로부터 멀어져갔다.</p> <p> <br> </p> <p> <br>"이제 너는 어떻게 할꺼지?"</p> <p> <br> </p> <p> <br>내 물음에 남자는 발을 멈췄다.</p> <p> <br> </p> <p> <br>"나에게는 처음부터 수호령 같은건 없었다.</p> <p> <br> 내 몸은 내가 지켜왔지.</p> <p> <br> 하지만, 나는 이제 능력을 봉인할꺼야.</p> <p> <br> 내가 너를 괴롭게 한 것 처럼, 이번에는 내가 괴로워할 차례다.</p> <p> <br> 이제 너와는 만날 일 없어.</p> <p> <br> <strong><span style="color:#ff0000;">결국 내가 가야 할 곳은, 여동생, 아버지와 같은 곳이다."</span></strong></p> <p> <br> </p> <p> <br>그렇게 말하고, 남자는 내 눈앞에서 사라졌다.</p> <p> <br>나는 레스토랑의 화장실에 돌아와 있었다.</p> <p> <br> <br>812 終始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1:56:17 ID:j0e1jDQW0</p> <p> <br> </p> <p> <br>화장실의 세면대앞에서 눈물 범벅이 된 얼굴을 씻었다.</p> <p> <br>나는 그 남자의 말을 떠올렸다.</p> <p> <br> </p> <p> <br><span style="color:#ff0000;">[ 결국 내가 갈 곳은 여동생, 아버지와 같은 곳이다 ]</span></p> <p> <br> </p> <p> <br>그 가족에게 구원은 없는 것인가.</p> <p> <br>사람이 한 번 길을 벗어나면 원래의 자리로는 돌아올 수 없는 것인가.</p> <p> <br>나는 세상무상을 느끼고 있었다.</p> <p> <br>화장실에서 나온 나는 가족들이 기다리는 테이블로 갔다.</p> <p> <br>행복한 모습. 그 가족은, 이런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걸까..</p> <p> <br>내 가슴은 안타까움으로 가득했다.</p> <p> <br> </p> <p> <br>"야, 뭘 그렇게 멍하니 서있어"</p> <p> <br> </p> <p> <br>누나의 목소리에 나는, 나로 돌아간다.</p> <p> <br> </p> <p> <br>"아, 미안. 생각할게 좀 있어서"</p> <p> <br> </p> <p> <br>"아까부터 계속 니 핸드폰 울렸었어.</p> <p> <br> 왠지 받으면 안 될 것 같아서 그냥 뒀어"</p> <p> <br> </p> <p> <br>나는 핸드폰을 봤다. 부재중전화 기록이 5건이나 남아있다.</p> <p> <br>존이었다.</p> <p> <br>무슨 일이지. 나는 통화버튼을 눌렀다.</p> <p> <br> </p> <p> <br>"여보세요, 형님이세요?"</p> <p> <br> </p> <p> <br>"응, 무슨일이야, 존? 부재중전화가 5개나 들어와있던데, 급한일이야?"</p> <p> <br> </p> <p> <br>"아뇨. 제가 형님께 급한 일이 있을리가 없잖아요.</p> <p> <br> 사장님이 당장 사무실로 오시라고.."</p> <p> <br> </p> <p> <br>"사장님이?!"</p> <p> <br> </p> <p> <br>나는 전화를 끊고 가족들에게 사과한 뒤, 레스토랑을 나왔다.</p> <p> <br>사장님을 기다리게 하는 것 만큼 무서운 일은 없다.<br></p> <p> <br>813 終始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1:56:58 ID:j0e1jDQW0</p> <p> <br></p> <p> <br>전력으로 달려서, 사장님이 기다리고 있는 탐정 사무실에 도착했다.</p> <p> <br> </p> <p> <br>"무...무슨.... 하아....하아.... 일이예요, 사장님... 하아...하아...."</p> <p> <br> </p> <p> <br>사장님은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껐다.</p> <p> <br> </p> <p> <br>"하아하아, 라니 기분나뻐! 먼저 숨 좀 돌려, 바보!"</p> <p> <br> </p> <p> <br>내 눈앞에 물 한잔이 놓였다.</p> <p> <br> </p> <p> <br>"형님, 드세요"</p> <p> <br> </p> <p> <br>존이었다.</p> <p> <br> </p> <p> <br>"아... 고마워, 존"</p> <p> <br> </p> <p> <br>존은 상냥하게 미소지었다.</p> <p> <br>나는 존이 준 물을 한 번에 들이키고, 숨을 가다듬었다.</p> <p> <br> </p> <p> <br>"이제 괜찮아? 우선, 이 서류를 훑어봐."</p> <p> <br> </p> <p> <br>사장에게 건내받은 서류를 봤다.</p> <p> <br>거기에는 내정 통지서 라고 쓰여있었다.</p> <p> <br> </p> <p> <br>"이게... 뭡니까, 사장님?"</p> <p> <br> </p> <p> <br>나는 갑작스럽게 받은 서류와 그 내용에 당황했다.</p> <p> <br> </p> <p> <br>"보면 몰라? 너를 우리 회사에 채용한다는 얘기야.</p> <p> <br> 너 아직 무직이잖아? 내가 널 고용해줄게"</p> <p> <br> </p> <p> <br>사장님의 말에 놀란 나는 존을 쳐다봤다.</p> <p> <br>존이 웃는 얼굴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p> <p> <br> <br>814 終始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1:57:39 ID:j0e1jDQW0</p> <p> <br> </p> <p> <br>"에!? 아, 기뻐요!! 근데... 어, 어떻게 된거예요, 사장님? 갑자기..."</p> <p> <br> </p> <p> <br>"당황했나보네?"</p> <p> <br> </p> <p> <br>사장님이 요염하게 웃었다.</p> <p> <br> </p> <p> <br>"사실 말이야. <span style="color:#ff0000;">너의 적이었던, 그 남자에게서 부탁받았어"</span></p> <p> <br> </p> <p> <br>"그 남자!?"</p> <p> <br> </p> <p> <br>나는 놀랐다. 그 남자가 사장에게 부탁을 했다고?</p> <p> <br> </p> <p> <br>"나도 놀랐어. 우리 회사의 계좌에 갑자기 1000만엔이나 보내놓고</p> <p> <br> 너를 고용해달라고 부탁하더라구.</p> <p> <br> 최소한의 속죄라고 생각했겠지, 아니면 니가 마음에 들었는지도 모르고.</p> <p> <br> 1000만엔이나 있으면, 그 어떤 초보라도 일류로 키울수 있어.</p> <p> <br> 나는 흔쾌히 승낙했어. 그 마음을 받을지 말지는 네가 결정하는거지만"</p> <p> <br> </p> <p> <br>나는 망설임없이 "잘 부탁드립니다" 라고 고개를 숙였다.</p> <p> <br> </p> <p> <br>"너는 영적인 능력이 없으니까, 탐정으로 고용할꺼야.</p> <p> <br> 미리 말해두지만, 쉽지만은 않을꺼야. 각오해두라구!"</p> <p> <br> </p> <p> <br>사장은 그렇게 말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존도 웃고 있었다.</p> <p> <br>나는 탐정이 되어 살아가기로 했다.<br></p> <p> <br>815 終始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1:58:20 ID:j0e1jDQW0</p> <p><br></p> <p> <br>내 이야기는 이걸로 끝이다.</p> <p> <br>탐정의 길을 걷기 시작한 나에게는 여러가지 사건이 일어난다.</p> <p> <br>하지만, 그것은 클라이언트의 이야기.</p> <p> <br>기밀사항이라 여기에는 쓸 수 없다.</p> <p> <br>그 소동으로 나는 강해질 수 있었다.</p> <p> <br><span style="color:#ff0000;">지금도 가끔, 그 여자가 생각난다.</span></p> <p> <br>그 여자는 지금도, 어딘가에서 괴로워하고 있겠지.</p> <p> <br><strong>만약, 다시 그 녀석과 만난다면..... 그 때, 나는......</strong></p> <p><strong> <br>그 아이를 도와주고 싶어...</strong></p> <p><strong></strong> </p> <p><strong></strong> </p> <p><strong></strong> </p> <p><strong>---처음에 이거 다읽고 완전 무섭게 진행되다가 사람을 왜이렇게 울리는거야~ 하고 투정을 부렸다는 하하하</strong></p> <p><strong>남이 번역한걸 퍼온글이지만 </strong><strong>긴글 읽어주신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strong></p>
    출처 네이트판
    화이트오크 님
    Dementist의 꼬릿말입니다
    <div style="text-align:center;"><strong><font color="#e31600">★공포 게시판 정화 켐페인★</font></str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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