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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89134
    작성자 : 삭삭동방삭
    추천 : 23
    조회수 : 1520
    IP : 114.200.***.216
    댓글 : 6개
    등록시간 : 2016/07/10 22:02:02
    http://todayhumor.com/?panic_89134 모바일
    (단편) 수희
    옵션
    • 창작글
    난 가수야. 사실 가수라는 직업이 할만한 게 못돼. 이백원이 모자라서 라면하나 사지못해 이틀동안 굶고, 엄마는 전화로 울면서 미안하다고 하더라. 보내줄 돈이 없다고, 그래서 내가 다 때려치고 지금이라도 뭐좀 해보려고, 하다못해 서른이넘은 이 나이에 편의점알바라도 해보려고 할때였어. 

     내가사는 자취방은 정말좁아 안그래도 좁은데 꼴에가수라고, 각종기기들을 들여놓아서 컴퓨터와 내가 누울곳을 제외하고 완벽하게 빈틈하나 없어.

    지금 컴퓨터위에 올려져있는 작은 액자안의엄마와 아빠사이에서 싸구려장난감하나들고 해맑게 웃고있는 나는 내가 이런놈이 될줄은 몰랐겠지. 가족사진 옆에놓인 수면제통을 한참이나 만지작거렸어. 곧 용기가 생기겠지. 

    손바닥위에 올린 수면제들을 한참을 쳐다보는데, 핸드폰이 울리네. 친구놈이 술사준다고 나오라는데? 그래도 죽기전에 술이라도 한잔 하는구나. 어쩌면 이 친구가 금연에 실패했으면 담배도 하나 필수 있을지도 모르지.

    쓰레빠에 츄리닝걸치고 나갔어. 사람들 참많다. 이렇게많은 사람들중에 나를 알아보는 사람은 오늘도 없구나.  나름 음반도 두어개 냈는데 말이야. 

    술집에 들어가니 친구가 앉은 테이블이 보여. 반갑게 손을 흔드는 친구가 괜히 얄미워. 그래넌 직장도 있고...옆에 앉은 여자를 보니 여자친구도 생겼다그거네. 내가 오늘 술 진탕 먹고 뒤져도 너는 잠깐 슬퍼하다가 저년이랑 떡이나 치겠지.

    아니나 다를까 자리에 앉자마자 하는말이 옆에 앉은 여자애 예쁘지않냐고?난 대충 예쁘세요. 라고 말했어. 어서 술이나줘. 그래야 네 자랑질참고 들을거 아냐.  

    친구는 소주병을 능숙하게 돌리고는 술을 따라주었어. 얘가 너를 어찌나 만나보고 싶어하던지.나를 만나보고 싶다고?

    친구의 직장후배인 이여자분이 내 음악팬이라는거야.  십년가까이 음악활동을하면서 내팬은커녕 날알아보는 사람하나 없었는데 말이야. 

    그 여자는 내노래가 어떤부분이좋고, 어떤부분이 더 좋은지 끊임없이 이야기 했어. 마치 나보다 내노래에 더 애정이 있는사람같았어. 난오늘 죽으려고 생각했는데, 그 여자의 몇마디에 오늘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어. 이런기분 겪어본 사람은 알거야. 몇년만에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만난 기분을 말이야. 나도 신나서 수다를 떨기 시작했어. 컴퓨터 위에 올려둔 수면제는 금방까먹어 버리고 말았어. 우습게도 말이야. 그 수면제 옆에 액자에 그녀의 사진이 나와 행복하게 있는 상상도 했어.

    술을 다 마시고 여자는 2차를 가고 싶어하는 눈치였어. 눈치빠른 친구가 내손에 몇만원을 쥐어 주고, 자기는 내일 출근해야한다며 빠져주었어. 

    그녀와 나는 음악 이야기를했어. 정말 오랜만에 좋은 시간이었어. 

    아침에 내옆에 잠들어 있는 여자. 아니 이제 수희의 등을  어루만져 보았어. 그건 지금까지 내가 만져본 가장부드러운 곡선이었어. 그녀가 깨어났어. 

    한명뿐인 팬과 스캔들이 나버렸네.
    기자들한테 들키기 전에 얼른 달아나야겠네요.
    수희씨는 옷을 주섬주섬입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깨달았어. 이런 좁고 날고, 더군다나 가난한 가수의 방에들어온건 그녀에게 있어서는 실수 였던거야. 그저 술몇잔과 가수라는 허울좋은 로망이 만들어낸 경우의 수중 하나일 뿐 이었던거야. 

    문을 나서는 그녀의 등뒤로 나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어. 
    많이 실망하셨죠.

    그녀가 얼굴을 돌려 나를 바라보았어. 술깨고 봐도 여전히 예쁜 얼굴이야.

    아까 옷 서둘러 입으시는거 보고 느꼈어요. 나랑잔거 후회하는거. 제가 사는 이곳 보셔서 아시겠지만 난 그냥 백수에 가까워요. 만약 내가 이렇게 살지만 않았다면 당신을 붙잡았겠지만 나는 붙잡을 자격이 없어요. 

    수희가 나를 쳐다보는 눈빛은 마치 얘는 뭐야;;라고 하는것 같았어. 나도 내입에서 나온말이 찌질하단건 알지만 이상하게 말이 계속 나왔어.

    솔직히 어제 자살하려고 했어요. 노래고 뭐고, 성공이고 뭐고, 다 지쳤거든요. 근데 어제 당신이 용기를 주었어요. 당신한테 어제는 흑역사 였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나한테는 아니었어요. 어제의 일을 나는 노래로 쓸거에요. 고마워요. 

    수희는 날보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더니 가버렸어. 그녀의 입모양은 나즈막히 병신 이라고 한것같아. 난병신 맞잖아? 그냥 병신이 할수있는 병신짓을 하면되는거야.

    내가 가사를 한창쓰고 있을 때 그녀가 돌아왔어.  손에는 마트에서 장을 본듯 찬거리가 달려있었지.

    내가 좋아하던 가수가 이렇게 찌질한 사람일줄은 정말 몰랐어. 

    그녀는 봉투에서 돼지고기를 꺼내 썰기 시작했어. 

    뭐해요. 내가 묻자 그녀는 퉁명스래 쏘아붙였어

    찌질이줄 김치찌게 끓여요.

    두달이 흘렀어. 작은 액자의 가족사진 옆에는 작은 액자가 하나 더 놓여있어. 거기앤 수희와 내가 행복하게 껴안고 있는 사진이 들어있고. 그리고나는 편의점 야간알바를 구했어. 알바하랴 퇴근하고는 노래만드랴 정신없었지만 정말 행복했어. 수면제는 어느샌가 사라져 있었어. 

    드디어 오늘 노래를 완성한 날이야 동시에 내월급 날이기도 하고 난 무리해서 와인을 한병샀어. 
    고생했어. 노래정말좋다
    그녀는 눈을 지그시 감고 노래를 감상했어. 
    난 정말 오늘 죽어도 좋아
    그런말좀 하지마
    수희가 내머리에 가볍게 꿀밤을 먹였어. 그날밤 그녀와 나는 와인을 마시고는 잠에들었어. 

    다시 몇일이 지났어 각종 음원사이트에 등록을하고, 난 나름대로 여러사이트 그리고 지인들 또여기저기 노래를 홍보했어.

    또 몇주가 흘렀어. 오늘 처음으로 수희와 싸웠어. 음악하는건 이제 그만두면 어떻겠냐고 하길래 때렸지. 

    요즘 그녀가 연락이 뜸해. 난 오늘 그녀를 미행할거야. 아무래도 요즘 의심스럽거든. 

    아니나 다를까 어떤 남자랑 팔짱을 끼고 있는거야. 그놈은 그녀를 소개시켜준 친구 였어. 난 당장 달려나가서 그놈을 때려눕히려고 했지만 이내 집으로 돌아왔어.

    몇달간 꿈을 꾸었던거야. 그냥 좋은 꿈이었어. 솔직히 최근 이렇게 행복하게 작업했던적이 없었잔아. 꿈을 쫒아도 잡지못하면 그냥 패배자인거야. 수희를 잡을 자격은 없어.

    이상하게 말이야. 수면제를 버리지않았나봐. 내눈에 보이지 않았던거지. 그녀석은 여전히 컴퓨터위에 자리잡고 있었어. 난 망설일것도 없이 수면제를 전부 삼켰어.

    페이스북을 보던 한 여자는 이내 한숨을 쉬며 거의다 타오른 담배를 비벼 껐다. 죽은 무명가수의 명곡 이라는 제목의 게시글 이었다. 
    그녀는 눈가를 문지르고는 다시 일을 하러갔다. 그녀가 건물안에 들어갔다. 그곳은 호텔이었다. 몇일전에 남자친구를 소개해준 남자가 누워 있었다. 얼굴만 자기 타입이면 친구랑 구멍동서가 되어도 상관없다는건가. 남자들이란 천박하기 짝이없다. 
    죽은 남자친구만 해도 그렇다. 사실 첫날밤을 보내고 바로 가방에 있던칼로 그를 찔러 죽이려 했다. 그런 달동네에 사는 그런 병신은 죽어도 누가 슬퍼해주지도 않아.

    예전에 어떤 손님이 있었어. 외국인 노동자인듯 했는데 뭐라뭐라막 외국어를 씨부리면서 때리길래 관계후 충동적으로 배게로 얼굴을 눌렀어.이야. 그렇게 좋은걸 왜 이제야 알았을까 벌래만도 못한게 지렁이처럼 꿈틀거리는게  어찌나 우습던지. 

    난 좀더 다양한 방법으로 남자를 청소했다. 처음 칼을 썼을때는 피가 미친듯이 뿜어져나와 침대도 더럽혀지고, 때문에 인멸할 증거도 많아져서 애를 먹었는데, 이제는 그럭저럭 쓰고있어. 아니썰고 있어

    지금 침대위에 누워있던 녀석이 몇달전에 돈을 꽤주면서 자기 친구가 요즘 이상하다고, 기운을 복돋아주라고 하며 그녀석의 거지같은 노래를 들려주며 팬인척좀 하다가 남자들이 그렇듯 같이 자달라고 했어. 보자마자 불쌍한이야기에 암튼 그냥 우울한 병신이어서 죽여야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왠걸, 술을 너무마셔서 난 골아떨어지고, 나보다 일찍 일어나서 타이밍을 놓쳤다고 생각했거든. 아쉬워 하면서 나갔는데 이녀석이 또 병신같이 불쌍한이야기를 지껄이는거라. 이런 놈은 직접 죽이는것도 아까워서 직접 죽게 만들자고 결심했어.

    그 방법은 간단했지. 그녀석의 헌신적인 여자친구가 되어주는거지뭐. 당연히 노래도 거지같이 쓰는 그 녀석은 신나서 구역질이돋는 노래를 작곡하기  시작했어. 그런 노래는 절대 못뜨지. 아마 노래가 다시 망하고. 내가 창녀라고 사실 친구가 돈주고 부탁해줘서 너랑 좀 자주었다고. 그리고 니 노래는 뜰리도 없고 안떠서 다행이라고. 안그럼 많은 사람들이 너의 병신같은 노래를 들었을거야 라고 말해주면. 옛날에도 수면제 먹고 자살하려던 놈이 안뒤지고 배길수 있을까. 

    그걸직접 말해주고, 놈이 무너지는걸 보는게 이번 장기프로젝트의 백미였는데 생각보다 맥없이 죽어서 난 많이 화나있는 상태야. 그래서 그놈친구라도 조질까 해서 우연히 만난것 처럼 마주쳤지.
    친구의 자살로 슬퍼하던 녀석이 왠걸 내가 위로해준다고 공짜로 해준다니까 바로 옷벗기려드네.

    수희는 가수친구의 잘린목을 봉투에 넣었다. 그녀는 눈을 잠깐 문질렀다. 눈병에 걸린것 같았다 요즘 자꾸 눈이 간지러운걸보니. 그리고 봉투에 대고 나즈막히 속삭였다.

    꿩대신 닭이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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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랜선이 문제인거같은데 [2] 열파참치 15/10/08 04:20 69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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