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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61634
    작성자 : 열파참치
    추천 : 1
    조회수 : 908
    IP : 182.208.***.146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3/12/13 02:15:41
    http://todayhumor.com/?panic_61634 모바일
    (자작소설) 천사
    천사
    어둡고 칙칙한 방은 여자와는 대조적이었다. 벽지나 조명 바닥 그리고 너저분한 침대, 방안의 모든 요소들은 여자와는 대조적이었다. 아니 여자에게 미치지 못했다. 가출을 했음에도 가지런히 정돈되고 깨끗하고 왠지 외국의 이름 모를 꽃향기를 풍길 것 같은 교복을 입은 여자는 너무 높지도 않으면서도 아기자기한 디자인의 구두 같았다. 누구의 손도 타지 않은 어떤 남자의 몸도 타지 않은 조금 더 과장하자면 손을 타지 말아야 할 것 같은 여자의 어깨위에 남자의 손이 올라갔다. 남자는 여자의 아버지에게 주먹을 날리고 오는 길이었다. 여자가 자신의 아버지에게 맞아 파랗게 부어오른 남자의 눈을 쓰다듬었다. 남자는 잠시 눈을 감고 피멍이 든 손으로 여자의 단추를 풀었다. 하얀 교복 셔츠가 녹아내리듯 흘러내리며 더 하얀 여자의 어께선이 드러났다. 여자는 처음으로 느끼는 맨살의 접촉에 놀라 남자를 밀어 내었다. 남자가 여자를 다시 잡으려 했지만 여자는 다시 한 걸음 뒤로 물러나다 침대에 걸려 위로 쓰러졌다. 침대위에 가냘픈 어깨를 그대로 드러낸 채로 쓰러진 여자를 본 남자는 여자위에 그대로 자기 몸을 포개었다. 여자는 벗어나려 했지만 벗어 날 수 없었다. 아버지가 남긴 희미해져가는 멍자국 위에 남자의 손자국이 남겨졌다. 어느새 남자는 그녀의 아버지처럼 흉측한 몰골로 변해 다시 그녀의 위에 올라타 있었다.
    형식은 가쁘게 숨을 몰아쉬었다. 거울을 보자 탈모가 시작된 아저씨가 형식을 마주보며 거칠게 헐떡이고 있었다. 형식은 나뭇잎으로 햇빛을 가리듯 얼른 자신의 보잘 것 없는 성기를 바지에 우겨 넣었다. 화면속의 여자는 무표정한 얼굴로 남자에게 강간을 당하고 있었다. 형식은 얼른 동영상을 꺼버렸다. 비릿하고 역겨운 자신의 냄새가 풍기자 그는 약이라도 뒤집어 쓴 벌레처럼 몸을 비틀며 주먹으로 성기를 내려쳤다. 형식은 아직도 흥분이 가시지 않은 채로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벌컥벌컥 삼켰다. 형식이 두 시간 정도 앉아 멍하니 티브이를 보자 문이 열렸다. 눈가에는 이미 잔주름이 생기기 시작했지만 눈동자는 여전히 동영상속의 여고생 눈동자처럼 투명하고 컸다. 지영이 12cm는 되는 구두를 벗으며 형식에게 다가왔다. 그녀의 손은 아직도 그녀의 눈처럼 부드러웠다. 두부처럼 부드러운 손이 형식의 머리카락을 만지자 형식은 묘하게 흥분이 되었다.
    “오늘은 촬영 일찍 끝났네.”
    “어차피 조연 인데 뭘, 주연할 나이는 지났지.”
    형식의 머리카락이 헝클어 졌다. 그녀의 손에는 마법이라도 거는 손인 듯 형식의 머릿속도 헝클어트렸다.
    “오늘 하루 종일 TV만 본거야?"
    뺨이라도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형식은 오늘 하루 종일 그녀의 동영상을 봤다. 남편이 아내가 나오는 영화를 보는 것은 죄가 아니었다. 그래서 형식은 그녀에게 솔직하게 말해주었다. 그런데 가끔 어떤 사람들은 솔직하게 말해도 그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뿐 이었다. 형식은 헝클어트리는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
    “내가 백수야?”
    그녀는 뺨이라도 한 대 맞은 사람처럼 팽겨 처진 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형식을 어쩔줄 모르겠다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적반하장인 그녀의 표정을 보자 언성이 더 높아 졌다. 남한테 알몸이나 보이는 주제에 자신의 사생활을 심문하는 그녀에게 화가 났다.
    “말해봐 내가 백수냐고.”
    투명한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저렇게 더러운 여자가 흘리는 물이 깨끗한 걸 믿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울먹였다. 나이가 무색하게 어려보이는 대 스타가 자신의 한 마디에 눈물을 흘리자 묘하게 흥분이 되었다. 형식은 다시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영화의 한 장면 처럼 뒤로 물러났다. 형식이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미안해.”
    미안하다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형식의 혀는 그녀의 목덜미를 파고들고 있었다. 그녀는 형식의 혀가 얼음이라도 되는 양 몸을 떨며 형식을 밀어냈다. 뺨이 화끈 거렸다. 저렇게 가녀린 손으로도 얼굴을 이렇게 새게 후려칠 수 있었다. 하지만 지영의 손에 의외성이 있다 해도 형식의 남성성을 이길 수가 없었다. 형식의 주먹이 지영의 온몸을 덮었다. 꼴에 배우라고 얼굴은 손이든 팔꿈치로든 막는 지영에게 더 약이 올랐다. 형식은 화를 이기지 못하고 집을 뛰쳐나왔다. 분노든 성욕이든 결과는 항상 흥분감 으로 귀결 되었다. 형식은 여전히 머리가 헝클어진 채로 거리까지 나왔다. 결과만 후회투성이 일 뿐이지 과정은 달콤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형식은 거리의 한 여고생에게 다가갔다.
    “옷 주고 돈 줄게 네가 입고 있는 것 좀 줘봐.”
    항상 그림의 떡 마냥 두 눈알로 쳐다볼 수만은 없었다. 게다가 떡은 이미 가지고 있는데 지금껏 보기만 한 것은 멍청하기로는 낮 놓고 기역자를 모르는 짓과 진배없는 짓이다. 형식은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집안은 불이 전부 꺼져 있었다.
    “여보 불 좀 켜봐!”
    안방에서는 끊어지지 않는 것이 이상할정도로 가는 흐느낌만이 들려왔다. 형식은 지영이 잘 때 는 속옷만 입는 다는 걸 알고 있었다. 형식은 너무 행복해서 아까 전의 일은 전부 용서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잘못해서 벌을 받는 와중에도 얼굴은 망가지지 않게 잘 간수 한 것은 오히려 칭찬하고 싶었다.
    “얼른 나와 갈대가 있으니까!”
    “꺼져!”
    그녀는 불을 키지 않기로 작정한 듯 했다. 그건 상관 없었다. 불은 자신도 킬 수 있다. 불을 킬 때는 손이 얼마나 예쁜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냥 스위치를 누를 손과 기름을 뿌릴 손가락만 있으면 되었다. 형식은 냉장고에서 술이란 술은 전부 꺼내 집 안에 뿌렸다. 그리고 지영이 있는 방에 뛰어 들어가 장롱에도 뿌렸다. 라이터를 키는 건 참 간단한 일이다. 스위치만 누르면 된다. 그녀는 갑자기 주위가 밝아지고 뜨거워지는 느낌에 고개를 들었다. 열기가 훅 뿜어져 나왔다. 산소가 가득해야 할 방에는 불이 날름날름 산소를 집어 삼키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 그리고 형식이 상기된 얼굴로 교복을 들고 있었다.
    “옷이 이거 빼고는 다 타버렸네 얼른 입어 타기 전에......”
    지영은 형식이라는 남자와 결혼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문앞의 남자는 형식이 아닌것 처럼 느껴졌다. 왜 아무런 예고도 없이 형식이 괴물처럼 변해 자신을 때리는 건지 집안에 불을 지르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무서웠다.
    “발리 입으라고!”
    형식은 그녀를 거칠게 때려 눞히며 억지로 옷을 입혔다. 불이 뱉어내는 가스와 형식이 뱉어내는 발길질과 주먹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정신 상태와 시야를 포함해 모든 것이 어지러웠고 빙글거렸다. 자신의 눈앞에 있는 사람이 형식이 맞는 것인지 조차 의심스러웠다. 여자는 아무렇게나 팔을 휘둘렀다. 의외성이라는 것은 도움이 될 때가 분명히 있다. 형식은 사타구니를 붙잡고 쓰러졌고, 지영은 미친 듯이 집을 뛰쳐 나왔다. 형식이 불타는 집에서 나뒹굴며 지영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쳤다.
    “지금 가출한 거 맞지, 분명히 가출 한거다!”
    지영의 아버지는 자신의 품에 안겨 우는 딸의 몰골을 믿을 수가 없었다. 아버지로서는 천사나 보물이라고 표현 할 수 밖에 없는 존재가 이렇게 엉망인체로 나타나자 머릿속이 멍해질 수밖에 없었다. 지영은 정신없이 이혼, 천사, 형식들 이라는 단어를 아무렇게나 토해내어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 많지 않았다. 아니 하나 밖에 없었다. 형식이 내 딸을 이렇게 만들었다는 거다.
    “당장 그놈 집으로 가자!”
    “갈 필요 없어, 이 미친놈아!”
    형식은 바로 지영의 아버지를 때려 눞혔다. 형식은 그를 마구 밟으며 소리쳤다.
    “감히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저런 꼴로 만들다니!”
    형식은 한음절마다 힘주어 말하며 발을 지근 거렸다. 지영은 영화 ‘천사’ 에서처럼 얼굴을 파묻고 눈물을 흘렸고, 형식은 영화와 다르게 눈물대신 웃음소리 같은 괴상한 소리를 질러가며 날뛰었다. 형식은 지영을 잡아끌고 바로 모텔로 향했다. 그리고 방에 들어가 지영을 마주 보았다. 심장이 뇌가 있는 듯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감각기관인양 벌렁 거렸다. 형식은 지영을 마주 본 후 주저앉고 말았다. 아기자기한 구두는 형식의 앞에 없었다. 지영의 두 눈은 피멍으로 검붉게 물들어 있었고, 얼굴은 탄 빵 몇 개를 붙여 놓은 듯 그을리고 부풀어 올라 있었고, 머리도 더 이상 단정 하지 않았다. 교복도 군데군데 찢어지고 더럽혀져 있었다. 형식의 눈앞에는 천사가 없었다. 형식은 천사의 배설물 밖에 가질 수 없었다. 지영이 입술을 형식에게 갔다 대었다.
    형식은 몇 년 만에 지영을 마주 보았다. 주름은 조금 더 많아졌고 화상자국도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형식은 아름다운 그녀의 얼굴을 가리고 있는 화상자국과 주름이 미워졌다.
    “당신 그렇게 만든 놈이 대체 누구야, 당신 아버지야?”
    지영의 뒤에 한 사람이 따라 들어 왔다. 자기 자신 이었다. 그녀는 타임머신 이라도 타고 와 과거의 형식을 대려 온 듯 했다.
    “왜 내가 저기 있는 거야.”
    “이 사람은 당신이 아니라 내 새 남편이야. 네가 그렇게 지겹게 보던 ‘천사’ 의 남주인공.”
    지영의 목소리는 놀라울 정도로 건조했다. 형식은 그런 목소리도 참을 수 없었고, 그 목소리에 담긴 내용도 참을 수 없었다. 그는 강화유리를 주먹으로 마구 치며 고함을 질렀다.
    “너 뭐야, 당장 꺼져, 꺼져버리라고!”
    담당 보호관이 형식을 제압했다. 그녀는 담담하게 주머니속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맨날 그 장면 까지만 봐왔지, 결말을 보여 줄게.”
    지영은 담당 교도관에게 깔려 헐떡대는 체로 지영이 튼 영화를 보았다. 화면속의 남자는 지영의 발밑에 매달려 울고 있었다. 이제는 너무 성공한 지영에게 그녀의 아버지도 남자도 손 하나 까딱 할 수 없었다. 지영은 경찰관에게 끌려가는 남자를 담담하게 보았다. 그리고 잠시 고민 하더니 남자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남자의 입술에 키스를 해주었다. 남자는 멍하니 지영을 보았고 지영은 악마처럼 깔깔 대었다. 화면 속에서 오열하던 남자가 밖으로 나와 오열하는 형식을 보며 비웃고 있었다. 그가 그녀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둘은 형식을 버려 두고 빠져 나왔다. 남자는 방금 까지 아무 것도 못본 사람 처럼 태평하게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당신 아버지랑 밥이나 먹으러 가자.”
    감옥안에는 꿈틀 거리는 벌레 한 마리만 있을 뿐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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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2/13 04:06:57  175.215.***.27  응가요정  395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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