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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59000
    작성자 : 열파참치
    추천 : 2
    조회수 : 540
    IP : 182.208.***.146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3/10/17 18:32:59
    http://todayhumor.com/?panic_59000 모바일
    자작단편 휘파람 下
    아선은 자신이 어떻게 자리에서 일어나 집에 왔는지 몰랐다. 정신을 차려보니 대문 앞이었다. 그녀는 힘없이 대문을 열고 집 문을 열었다. 선중은 가만히 핸드폰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웅이는?’ 선중은 고개를 저었다. 아선은 말없이 나와 담배를 물었다. 사람은 죽지만 개들은 사라진다. 그리고 찾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웅이가 어떻게 되는지 확실하지 않지만 행복하게 될 일은 없다. 그럭저럭 지내게 될 일도 없다. 2년 전에 웅이를 들이게 되었을 때 그 전까지는 동생과 서먹한 사이였다. 웅이 덕분에 동생과 말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잘 지낼 수 있었다. 이제 그는 자전거를 탄 누군가에게 끌려간 것이다. 문이 열렸다. 선중이 나와 아선의 입에 문 담배를 던졌다. 아선은 담배를 거꾸로 물고 있었다. ‘잠깐 잠든 사이에 사라졌어’ 선중은 핸드폰을 꺼냈다. ‘사라진지 오 분도 안 됬어 찾을 수 있어’ ‘아무도 찾은 사람은 없어’ ‘우리는 달라’ 선중은 핸드폰을 그녀에게 들이 밀었다. 화면에는 누군가가 낮은 시점으로 길을 걷고 있었다. ‘웅이야, 일주일 전에 웅이 목걸이에 무선 웹캠을 설치해 놨어’ 아선은 10년 넘게 산동네에 이런 길이 있는지 조차 몰랐었다. 골목을 수 십 번이나 꺾고 마을 끝으로 나간 뒤에 한 길이 보였다. 핸드폰에서는 웅이가 이 길을 지나갔었다. 길에는 달빛 한조각 조차 닿지 않았다. 아무도 이 길은 다닌 적 이 없는 듯 몇 개월 어쩌면 몇 년 동안 쌓인 낙엽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게다가 어딘가에서 나무들은 바람을 매개체로 휘파람을 불어 대었다. 이길 에는 아무런 전단지도 그의 몽타주도 붙어있지 않았지만 그 어떤 골목길 보다 길고 끝나지 않을 것처럼 끔찍했다. 길 끝에 집이 보였다. 대문에는 녹이 슨 자전거 한 대가 바람에 바퀴를 빙글빙글 돌리며 끽끽 거렸다. 핸드폰 화면에는 웅이는 대문을 바라보고 가만히 서 있었다. 바로 아선과 선중의 반대편에 있었다. ‘웅이야’ 선중이 웅이를 불러보자 갑자기 핸드폰에서 웅이 시점이 바뀌었다. 누군가 갑자기 들어 올리기 라도 한 것처럼 시점이 높아졌다. 그리고 대문이 열렸다. 끼이익 거리는 녹슨 경칩소리는 끝나지 않을 것처럼 들렸다. 아주긴 침묵 속에서 문이 열렸지만 아무도 없었다. 웅이를 들어 올린 것 같은 존재는 보이지 않았다. 그저 흙뿐인 마당 이었다. 스마트 폰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검은 자전거를 탄 귀신의 후드 속처럼 검은 화면만이 이어졌다. 땅속에서 낑낑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마당을 자세히 보니 목줄이 땅에서 삐죽 솟아 있었다. 선중은 미친 듯이 땅을 팠다. 웅이는 작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무기력하게 선중과 아선의 얼굴을 햝았다. 문을 열자 먼지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아무도 그 집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았지만 그냥 아무도 살지 않는 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선중과 아선은 약속이라도 한 듯 아무 말 없이 집에 들어 섰다. 선중이 소파에 있는 먼지를 들추어내자 핏자국이 늘러 붙어 있었다. 모든 가구들은 먼지와 피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아선은 식탁위에 놓여 있는 일기장을 발견 했다. 우연인지는 모르지만 민우가 쓰던 것과 같은 일기장이었다. ‘나가자 여기에 있기 싫어’ 둘은 집으로 가는 동안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웅이를 찾았다. 사람들은 그 집 마당을 파해 쳤고 수십 마리의 강아지 시체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벽에 붙은 전단지들은 모두 때어졌고 그 집에 살던 사람은 오래 전에 자살 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 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가 자전거를 타고 돌아 다녔다고 믿었다. 그의 무덤을 찾아 제사를 지냈다. 그의 집은 허물어 졌고 개들의 무덤을 만들었다. ‘한 번 찾아가 볼까?’ 아선은 웅이를 쓰다듬으며 선중에게 물어 보았다. ‘뭐 하러 가게’ 선중이 시큰둥 하게 대답했다. 그 때 집에서 찾은 일기장에는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고 한 여자의 이름과 전화번호 주소만이 적혀 있었다. 아선은 마을 사람들 선중의 여자 친구와 자신의 애인과 수많은 애완견들에 대한 사과를 받고 싶은 건지 아니면 자전거를 타는 남자의 정체가 궁금한 건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단지 자전거를 탄 그와 마주쳤을 때의 기억은 묶은 때처럼 지워 지지 않았다. 이유는 모르지만 일기장에 적혀있는 그 사람을 찾아가면 개운 할 것 같았다. ‘가까워 여기서’ ‘난 그 때 일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고 궁금하지도 않아’ 아선은 결국 혼자 그녀를 찾아가기로 했다. 그녀는 흔쾌히 만나 준다고 하였고 오히려 같이 밥이라도 먹자고 하였다. 그녀의 이름은 수현 이었다. 처음 그녀를 봤을 때의 인상은 보기 좋다는 것 이었다. 중년을 넘은 나이와 얼굴을 비롯해 몸 전체에 붙어있는 살들에도 불구하고 정말 편안하고 보는 것만 으로도 마음이 놓였다. 그녀는 공수태라는 사람과 이혼을 했었다. 그 사람과 이혼을 하고 나서 우울증도 사라지고 편하게 살 수 있다고 했다. ‘ 처음에 이혼하고 나서 그 사람이 보낸 테이프 에요. 편지도 많아요.’
    그녀가 창고에서 가져온 박스 안에는 수많은 편지들과 테이프 하나가 있었다. ‘편지는 읽었지만 비디오는 틀어보지 않았어요.’ 테이프를 틀으려한 순간 나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 했어요. 그 다음 부터는 나한테 돌아오지 않으면 죽어버리겠다는 식의 우울한 편지들도 읽을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녀는 아선에게 상자를 주었다. 그녀는 만나기 전보다 더욱 홀가분하고 편안해진 표정 이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과 재혼해서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공수태 라는 사람은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집착. 그는 그가 가진 모든 것에 집착을 했다. 가진 게 많지 않은 사람이 집착만 남았을 때 그 사람은 자신의 것에 모든 걸 쏟아 붓게 된다. 그는 그의 아내를 항상 집에 가둬 두었다. 그녀가 친구라도 만나러 가는 날에는 자신을 버리려 한다고 칼을 자신의 목에 대고 자살쇼까지 벌이고는 한 시간 뒤 꽃을 사와 용서해 달라고 하는 사람이었다. 아선이 비디오를 틀어보기로 한날은 수현을 만나고 정확히 일주일째 되는 날이었다. 마을 사람들과 선중은 모두 자전거를 탄 그를 잊었지만 수현은 잊지 못했다. 웅이를 안으면 아직도 그 휘파람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선중은 학교에 나가고 없었다. 수현은 아무 생각 없이 웅이를 앉고서 비디오를 틀었다. 비디오에는 강아지 한 마리가 묶여 있었다. 식탁위에 쇠사슬로 고정된 강아지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불쌍하게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고 컹컹 짓는 것 뿐 이었지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 한 남자가 등장했다. 그 남자는 개가 묶인 의자를 식탁 앞에 갔다 대었다. 공수태는 얼굴에 주먹이라도 한방 맞은 듯 다크서클이 진하게 내려앉아 있었다. 그가 반대편 식탁에 마주 앉았다. 수현아 난 니가 없어도 잘살고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이 비디오를 찍는 거야 나처럼 자상한 남자를 버린 걸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 거야 나하고 니가 버린 또다른 가족 수현이 하고 얼마나 화목하게 사는지 봐봐 그는 스테이크를 썰어 강아지의 입에 넣으려 했다. 수현이라는 강아지는 포크를 피해 낑낑 거리며 수태의 손을 거부했다. ’내가 주는 건 고맙게 처먹으란 말이야!‘ 그가 소리를 지르며 주먹으로 강아지를 쳤다. 강아지 입에서 사람 같은 소리가 날수 있다는 것을 아선을 그 때 처음 알게 되었다. 윽 이라는 소리가 강아지 입에서 흘렀고 구토물도 입에서 흘러 내렸다. 수태는 냅킨으로 강아지의 입가를 닦아 주었다. ’수현아 미안해 미안해 내가 잠시 욱했어.‘ 수태는 다시 포크로 고기를 찍어 개에게 내밀었다. 개는 고기대신 다른 고기를 물었다. 수태의 손을 물을 것 이다. 수태는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발로 의자를 차버렸고 덕분에 의자가 넘어지며 개를 구속하던 사슬도 풀렸다. 개는 멀리 달아나 버렸다. 수태는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화면 밖으로 뛰어 나갔다. 화면이 바뀌었다. 수태는 수현을 앉고 침대에 가만히 앉아 잠시 화면을 바라 보았다. 수현이랑 아직 뭐랄까 교감이 부족한 것 같아 그래서 나는 수현이와 더 친해질 기회를 갖기로 했어 수태의 손에 앉긴 강아지의 다리는 보통 개라면 할 수 없는 이상한 부분으로 구부러져 있었다. 앞 쪽 오른 다리 왼 쪽 오른 다리 뒤쪽 다리들도 제멋대로 마구 구부러져 있었다.
    아무래도 수현이가 조금 신경질적인 것 같아 수현이라는 이름을 가지면 전부 사람정을 받기 싫어지나 봐 그치 수현아? 강아지는 불구가 되어버린 다리를 허무하게 휘저으며 수태의 품을 벗어나려고 했다. 수현은 오른 쪽 90도로 꺾여있던 다리를 반대쪽으로 꺾어 버리며 다시 말을 이었다. 품속의 강아지는 비명을 지르려고 했겠지만 겨우 혀 하나 쭉 내밀 수밖에 없었다. 너도 빨리 나랑 사랑 하려고 안달 났구나 나도 그래 수현아 이 비디오를 보는 수현아 나는 새로운 수현이 한태 너한테 해주지 못한 것들 전부 해줄 거다. 네가 질투나길 빌어 그는 벨트를 풀고 바지를 벗기 시작했다. 차마 볼 수 없는 광경 이었다. 한 남자의 성기가 개를 범하고 있었다. 개의 입에서는 개 거품과 마지막 힘을 쥐어짜내 질러대는 비명이 흘렀지만 수태는 그게 달콤한 신음소리 라도 되는 것처럼 더 격렬하게 헐떡 거렸다. 아선이 차마 더 보지 못하고 비디오를 끌려고 했을 때 비디오가 끝났다. 검은 화면이 지직 거렸다. 아선의 머릿속도 지직 거렸다. 수현이 비디오를 보지 않은 것은 현명한 선택 이었다. 아선은 바로 비디오를 불태워 버렸다. 모든 일은 끝난 게 맞았다. 더 이상 알고 싶지도 않았다. ‘뭘 태운 거야?’ 마침 선중이 들어왔다. ‘ 우리 이름 웅이 말고 다른 걸로 부르자’ 아선은 떨리는 손으로 품안의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선은 강아지를 버렸다. 강아지 웅이를 보고 있으면 민우의 일과 그 때 겪었던 자전거를 탄 귀신이 자꾸만 떠올랐기 때문이다. 결국 웅이를 버려야 했다. 웅이 에게 미안했기 때문에 고양이 이름을 웅이로 지었다. 하지만 이제 깨달았다. 과거의 것에 얽매이면 좋을 게 없다. 아선은 웅이였던 고양이를 꼭 끌어 앉았다.
    수태는 아직도 조금 전의 흥분이 가시지 않았다. 조금 전에 찍은 비디오를 확인 했다. 잘 녹화가 되었다. 그런데 수현이가 보이지 않았다. 집밖에서 끙끙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수현이 떠나고 있었다. 뒤죽박죽이 된 다리로 기다시피 하며 집을 빠져 나가고 있었다. 순간 수태의 머릿속 에서도 무언가 중요한게 빠져 나간 것 같았다. 이럴 수는 없다. 자신이 아끼던 것들은 자신을 우습게보고 떠나간다. 무언가 빠져나간 머릿속에 무언가 뜨거운게 들어왔다. 수태는 수현에게 성큼성큼 걸어갔다. 따라오는 수태를 보자 수현은 더 열심히 다리를 뻗고 흔들어 보았지만 무기력 했다. 수태는 수현의 등을 발로 찍었다. 그래 한번 가봐! 그는 다시 한 번 수현의 등을 발로 내려 쳤다. 한번 너 혼자 얼마나 잘될지 보자! 수태는 다시 연이어 발로 수현을 밟았다. 좋아 그렇게 내가 싫으면 내가 도와주지 수태는 수현을 목줄로 묶고 개를 질질 끌고 갔다. 수현의 입에서 피가 줄줄 흘러 나왔다. 비명도 거품도 어떤 것도 남지 않았다. 나올 것은 피 밖에 없었다. 수태는 자전거의 안장에 개를 묶었다. 그리고 정신없이 길을 달렸다. 그는 페달을 밟으며 ‘이제 행복 하냐’ 라고 끝없이 소리 쳤다. 대답은 없었다. 흥분이 가라앉자 수현은 자전거를 멈추었다. 뒤를 돌아보자 붉은 길이 일직선으로 자전거를 따라 생겼다. 간간히 내장 같은 것도 보였다. 수현은 줄에 묶여 발작하듯 다리를 움찔거릴 뿐이었다. 눈물이 흘렀다. 수현아 미안하다. 수태가 털과 피와 내장덩어리를 끌러 모아 들어앉자 그것이 입을 살짝 수현이 에게 갔다대고는 멈추었다. 수태는 수현이 자신을 햝으려 한 건지 아니면 물으려고 한건지 알 수가 없었다. 수현은 훌쩍거리며 땅에 수현을 묻었다. 바람이 불었다. 외딴 길에도 바람이 불었다. 바람은 나무의 잎사귀들이 떨어질 때 까지 고집스럽게 흔들어 대고는 낙엽들을 길에 팽개쳐 버렸다. 한 남자가 길 끝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그의 어깨는 계속 들썩거렸다. 이따금씩 흐느끼다 ‘어디에 있니’ 라고 물음을 던졌지만 바람은 답해주긴 도리어 그의 질문을 뒤로 날려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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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0/17 19:09:47  59.24.***.204  우딩딩이  195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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