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죽어라고 가기 싫었던 대학교 막학기의 첫 강의... 억지로 일어나 발걸음을 재촉했다 

멀고 먼 학교 가는 길, 아이패드에 담아놓은 예능을 보며 낄낄거렸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내가 그녀들에게 저질렀던 실수들이 계속해서 떠오르곤 했다

학교 정문에서 강의실까지 걸어가는 길, 오랜만에 외출이라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이상하게도 다른 사람들은 신경쓰이지 않았다
일부러 MP3의 볼륨을 키웠다

강의를 듣기 위해 불편한 의자에 앉으니 정문에서 느꼈던 기분좋음이 식어버리는게 느껴졌다 
생각해보니 막학기나 되어서야 느끼는 내 대학생활은 전부 식어있었다

교수가 나누어준 논문 프린트는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학업에 대한 열정이 식었다

이젠 내가 실수했던 그녀들을 봐도 마음이 요동치지 않는다
내 로망과 낭만과 사랑에 대한 갈망은 식었다

애초에 그녀들은 나에게 끓어오르지도 않았겠지
분명 그것은 처음부터 식어있었을 것이다

저녁을 먹으며 선배 형과 반주 한잔 걸치고
아, 뭔가 조금 아쉽다
맥주 한잔 더

기분 좋게 헤어지고 난 직후에 밀려오는 허무함
술이나 담배 같은 것으로는 채워지지 못하는 커다란 빈자리 
멀고 먼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자연스레 술기운은 식었다

오늘의 궁상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