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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menbung_53366
    작성자 : 쿨한댓글
    추천 : 16
    조회수 : 1127
    IP : 119.67.***.192
    댓글 : 112개
    등록시간 : 2017/09/14 22:36:47
    http://todayhumor.com/?menbung_53366 모바일
    어머니는 가끔 기묘한 요리를 하신다.1
    주부로 살아오신지 어언 30년...
    일반적인 주부라면 어지간한 음식에 대해 엄청난 실력을 가지게 되겠지만
    우리 어머니는 갈고닦아온 실력을 기괴하게 이용하셨다.
    솔직히 나만 알고 있기엔 주위친구들의 반응이 이상하기에 글을 써보기로 하였다.

    #1 용가리치킨

    때는 내가 초등학생 때였을까?
    또래치고는 성숙한 입맛에 국밥이나 곱창같은걸 찾아다녔던 나였지만
    역시 나이는 못속이는지 튀김에 환장해서
    어머니가 용가리치킨... 공룡모양의 치킨너겟을 아침반찬으로 내놓으셨을때
    흥분된 마음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입안으로 하나를 집어넣었다.
    다만, 내 입에 감겨오는건 바삭하게 익은 튀김옷의 치킨너겟이 아닌
    반쯤 진흙탕이 된 튀김옷을 입고있는 짠맛빠진 기묘한 고깃덩어리였다.

    아니 내가 옛날에 먹어봤을땐 이런맛이 아니었는데?

    라고 생각하며 어머니에게 물었다.

    엄마 이거 맛이 왜이래?

    그리고 어머니는 웃으며 대답하셨다.

    프라이팬에 구우면 건강에 나쁘니까 물에다 끓였어.

    흠, 그래. 그렇구나. 어린나이였지만 나는 멘탈이 주머니속의 쿠크다스마냥 바사삭 거렸다.
    아니 튀김을 물에다 넣고 전자렌지에? 엄마 제정신인가...?

    건강이고 나발이고 고기를 쓰레기로 만든 엄마에게 바락바락 대들며 다신 이렇게 하지 말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어머니는 "이게 다 널 위해서다!" 라며 내 의견을 무시하였고
    대학생이 된 지금도 가끔 집반찬으로 이것이 튀어나온다.

    #2 색깔놀이밥

    가끔 여러분들의 어머니는 하얀밥보다는 잡곡밥이 건강에 더 좋다며 콩이나 보리같은걸 밥에 잔뜩 투여하실때가 있을것이다.
    이건 내가 중학교에 입학할때쯤 나온 밥인데, 밥에다가 강황을 넣어서 밥이 싯누런색이었다.
    처음보는 밥이었지만 콧속을 찔러오는 익숙한 냄새, 그리고 언젠가 어머니가 보던 건강프로로 유추하여 물었다.

    "이거 카레밥이야?"

    "응. 강황이 몸에 좋다잖니."

    "어... 그래."

    솔직히 쓴맛을 싫어하는건 아니라 그럭저럭히 먹었다.
    어머니는 나를 장하다는 눈길로 쳐다보셨지만, 그때 나는 어머니를 막았어야 했다.

    일은 약 한달뒤 터졌다.
    아마 학원에 갔다와서 저녁을 먹으려고 밥상앞에 앉아있었을것이다.
    어머니는 반찬을 세팅하신뒤, 마지막으로 밥을 들고오셨고
    나는 익숙한지만 불쾌한 냄새에 인상을 구겼다.
    솔직히 말해서 어렸을때부터 내 얼굴이 험상궂은 편에 가까웠기에 어머니가 물었다.

    "왜 그런표정을 하고있어?"

    "아니, 이상한 냄새가 나서...."

    내 입에서 추측성 발언이 나오자, 어머니는 피식 웃으며 들고오던 밥그릇을 내 앞에 내려놓으셨다.

    그리고 그것을 본 나는 집안에서 처음으로 욕을 해봤다.

    "...오, 시발 하나님..."

    여러분들은 달짝지근한 냄새가 나는 붉은색 밥을 본 적이 있는가?
    심지어 보리랑 콩이 잔뜩 들어있었기에 비주얼이 그로테스크했다.

    "엄마... 이게 대체 뭐야?"

    내가 부들부들 떨며 묻자, 어머니는 자랑스럽다는듯이 말하셨다.

    "딸기밥."

    그 혼종의 이름이 튀어나왔을때, 나는 내가 뭘 잘못했는지 빠르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일주일전에 학원제낀걸 들킨건가... 쯤까지 갔을때,
    내 뇌리를 스치는 기억이 하나 있었다.
    그건 내가 방에 누워서 "아, 딸기 먹고 싶다." 라고 말한거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때 아마 들으신거같다.

    어머니의 설명에 따르면, 밥이 밋밋하니 뭔가 더해볼까 생각하다가 딸기를 넣으면 맛있지 않을까 해서 딸기즙을 내서(...) 넣으셨다고했다.

    그날은 아버지가 새벽에 일을 나가시는 새벽반이었기 때문에 저녁을 함께 먹게 되었었다.
    원래 식탁에서는 아버지가 덕담이라던가, 훈계같은걸 하시는 편이었는데
    밥을 한술 뜨시더니 그대로 말을 잃으셨다.
    식탁에서 아무말 없는 아버지는 그날 처음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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