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로 살아오신지 어언 30년... <div>일반적인 주부라면 어지간한 음식에 대해 엄청난 실력을 가지게 되겠지만</div> <div>우리 어머니는 갈고닦아온 실력을 기괴하게 이용하셨다.</div> <div>솔직히 나만 알고 있기엔 주위친구들의 반응이 이상하기에 글을 써보기로 하였다.</div> <div><br></div> <div>#1 용가리치킨</div> <div><br></div> <div>때는 내가 초등학생 때였을까?</div> <div>또래치고는 성숙한 입맛에 국밥이나 곱창같은걸 찾아다녔던 나였지만</div> <div>역시 나이는 못속이는지 튀김에 환장해서</div> <div>어머니가 용가리치킨... 공룡모양의 치킨너겟을 아침반찬으로 내놓으셨을때</div> <div>흥분된 마음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입안으로 하나를 집어넣었다.</div> <div>다만, 내 입에 감겨오는건 바삭하게 익은 튀김옷의 치킨너겟이 아닌</div> <div>반쯤 진흙탕이 된 튀김옷을 입고있는 짠맛빠진 기묘한 고깃덩어리였다.</div> <div><br></div> <div>아니 내가 옛날에 먹어봤을땐 이런맛이 아니었는데?</div> <div><br></div> <div>라고 생각하며 어머니에게 물었다.</div> <div><br></div> <div>엄마 이거 맛이 왜이래?</div> <div><br></div> <div>그리고 어머니는 웃으며 대답하셨다.</div> <div><br></div> <div>프라이팬에 구우면 건강에 나쁘니까 물에다 끓였어.</div> <div><br></div> <div>흠, 그래. 그렇구나. 어린나이였지만 나는 멘탈이 주머니속의 쿠크다스마냥 바사삭 거렸다.</div> <div>아니 튀김을 물에다 넣고 전자렌지에? 엄마 제정신인가...?</div> <div><br></div> <div>건강이고 나발이고 고기를 쓰레기로 만든 엄마에게 바락바락 대들며 다신 이렇게 하지 말라고 소리쳤다.</div> <div>하지만 어머니는 "이게 다 널 위해서다!" 라며 내 의견을 무시하였고</div> <div>대학생이 된 지금도 가끔 집반찬으로 이것이 튀어나온다.</div> <div><br></div> <div>#2 색깔놀이밥</div> <div><br></div> <div>가끔 여러분들의 어머니는 하얀밥보다는 잡곡밥이 건강에 더 좋다며 콩이나 보리같은걸 밥에 잔뜩 투여하실때가 있을것이다.</div> <div>이건 내가 중학교에 입학할때쯤 나온 밥인데, 밥에다가 강황을 넣어서 밥이 싯누런색이었다.</div> <div>처음보는 밥이었지만 콧속을 찔러오는 익숙한 냄새, 그리고 언젠가 어머니가 보던 건강프로로 유추하여 물었다.</div> <div><br></div> <div>"이거 카레밥이야?"</div> <div><br></div> <div>"응. 강황이 몸에 좋다잖니."</div> <div><br></div> <div>"어... 그래."</div> <div><br></div> <div>솔직히 쓴맛을 싫어하는건 아니라 그럭저럭히 먹었다.</div> <div>어머니는 나를 장하다는 눈길로 쳐다보셨지만, 그때 나는 어머니를 막았어야 했다.</div> <div><br></div> <div>일은 약 한달뒤 터졌다.</div> <div>아마 학원에 갔다와서 저녁을 먹으려고 밥상앞에 앉아있었을것이다.</div> <div>어머니는 반찬을 세팅하신뒤, 마지막으로 밥을 들고오셨고</div> <div>나는 익숙한지만 불쾌한 냄새에 인상을 구겼다.</div> <div>솔직히 말해서 어렸을때부터 내 얼굴이 험상궂은 편에 가까웠기에 어머니가 물었다.</div> <div><br></div> <div>"왜 그런표정을 하고있어?"</div> <div><br></div> <div>"아니, 이상한 냄새가 나서...."</div> <div><br></div> <div>내 입에서 추측성 발언이 나오자, 어머니는 피식 웃으며 들고오던 밥그릇을 내 앞에 내려놓으셨다.</div> <div><br></div> <div>그리고 그것을 본 나는 집안에서 처음으로 욕을 해봤다.</div> <div><br></div> <div>"...오, 시발 하나님..."</div> <div><br></div> <div>여러분들은 달짝지근한 냄새가 나는 붉은색 밥을 본 적이 있는가?</div> <div>심지어 보리랑 콩이 잔뜩 들어있었기에 비주얼이 그로테스크했다.</div> <div><br></div> <div>"엄마... 이게 대체 뭐야?"</div> <div><br></div> <div>내가 부들부들 떨며 묻자, 어머니는 자랑스럽다는듯이 말하셨다.</div> <div><br></div> <div>"딸기밥."</div> <div><br></div> <div>그 혼종의 이름이 튀어나왔을때, 나는 내가 뭘 잘못했는지 빠르게 고민하기 시작했다.</div> <div>일주일전에 학원제낀걸 들킨건가... 쯤까지 갔을때,</div> <div>내 뇌리를 스치는 기억이 하나 있었다.</div> <div>그건 내가 방에 누워서 "아, 딸기 먹고 싶다." 라고 말한거였다.</div> <div>...아무리 생각해도 그때 아마 들으신거같다.</div> <div><br></div> <div>어머니의 설명에 따르면, 밥이 밋밋하니 뭔가 더해볼까 생각하다가 딸기를 넣으면 맛있지 않을까 해서 딸기즙을 내서(...) 넣으셨다고했다.</div> <div><br></div> <div>그날은 아버지가 새벽에 일을 나가시는 새벽반이었기 때문에 저녁을 함께 먹게 되었었다.</div> <div>원래 식탁에서는 아버지가 덕담이라던가, 훈계같은걸 하시는 편이었는데</div> <div>밥을 한술 뜨시더니 그대로 말을 잃으셨다.</div> <div>식탁에서 아무말 없는 아버지는 그날 처음보았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