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대학2학년, 여름.</div> <div>군대가기 전에 탕진할 용돈이 필요했던 저는</div> <div>을지로 극장가근처 허름한 건물 2층 노래방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참 한가한 노래방이었습니다. 요즘말로 꿀알바..라고 할까요.</div> <div><br></div> <div>사장님은 주말에 한번 나와서, 3층에서 도박. 노래방엔 일절 무관심, 가끔 술심부름+용돈 ㅋ</div> <div>종일 손님도 거의 없었습니다, 많아야 하루에 4~5팀?</div> <div><br></div> <div>낮시간에는 몇년째 일하고있다는 누나가 오후2시에 오픈, 저녁8시에 퇴근,</div> <div>저는 저녁8시에 출근, 새벽2시에 청소하고 셧터내리면 끝,</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서론이 길었습니다, 이제 얘기가 시작인데</div> <div>우선, 노래방 구조에 대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액셀 ㅈㅅ)</div> <div><br></div> <div> <div style="text-align: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609/1473668068d9cef8f6820a45aebcf9925bd36e7428__mn258525__w305__h301__f14874__Ym201609.jpg" width="305" height="301" alt="sss.jpg" style="border:none;" filesize="14874"></div><br></div> <div><br></div> <div>노래방, 구조가 대충 "ㄴ" 자 형태로 되어있었습니다.</div> <div>한쪽 끝에 입구가있고, 다른쪽 끝 구석에 화장실이 있는 형태,</div> <div>(카운터가 출입문쪽에 있어서 4번방과 화장실이 보이지 않는 구조)</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1</div> <div>유독 4번방에서는 사건사고가 많았습니다.</div> <div><br></div> <div>카운터에서 잘 안보이는 방이라, </div> <div>손님들이 술을 사와서 마신다거나 하는 사건사고도 많았지만</div> <div><br></div> <div>정작 이상한건, 사나흘에 한번꼴? 정도. 기판에러라고 해야할지..</div> <div><br></div> <div>손님이 댄스곡을 부르는 도중에 음악이 꺼지고 </div> <div>난데없이. 코러스가, 육성코러스로. 트롯트의 코러스 "우후~우우우~♬" 하는 여자합창단(?)의 구슬픈노래가 흘러나옵니다. </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한번 살쩍 나오는게 아니라, </span></div> <div>버퍼링걸린것처럼 반복적으로. 우후우우우- 우후우우우- 우후우우우-</div> <div><br></div> <div>노래방 기사님이 오셔서 기계점검도 몇번했는데 당연히 기기에 이상은 없다고.... </div> <div><br></div> <div>찜찜했죠,</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제 전 타임에 알바를 하는 누나는 너무 대수롭지않게</span></div> <div>"4번방에 귀신이있어 ㅎㅎㅎ" 하며 넘어가길래 더 뭐라 말은못했습니다,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가끔,</div> <div>4번방에 손님이 없는데 갑자기 "우후~우우우~♬" 하고 코러스가 나와서 제가 기겁을 하기도했죠,</div> <div>참 신경쓰이는 방이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2 </div> <div>어찌됐건 저는 2시에 클로징을 하는데</div> <div>클로징을 위해서는. 그 4번방옆 화장실에 3번을 들러야 했습니다,</div> <div><br></div> <div>a 각 방의 재떨이를 모두 회수. 화장실에서 헹구고 나와 각 방 청소 (당시노래방은 금연이 아니었어요)</div> <div>b 화장실로 다시 가서 대걸레를 빨아가지고 나와서,</div> <div>c 복도 대걸레질을 끝내고 다시 화장실에서 빨아서 널어놓기.</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종일 비가 추적추적 오락가락해서 손님이 한팀도 없었던 어느날 2시,</div> <div>클로징을 위해 재떨이를 씻으러 화장실에 갔습니다. a 작업.</div> <div><br></div> <div>세면대에 웬 여자 머리카락이, 길게, 두세가닥 늘어져 걸쳐있더라구요.</div> <div>뭐 낮타임에 손님이있었나 하고, 뭔가 퍼석퍼석한 머리카락을 바닥에 버리고 재떨이를 헹궜습니다.</div> <div><br></div> <div>각 방 청소를 끝내고 다시 대걸레를 가지러 화장실에 갔죠. b작업.</div> <div>화장실 문을 열고 잠깐 굳어있었습니다. </div> <div>아까버린것같은데. 왠지 머리카락 서너가닥이, 방금전과 비슷하게 세면대에 걸려있었습니다.</div> <div> </div> <div>온몸의 털이 쭈뼛 서는 느낌이 이런거구나, 싶더군요.</div> <div>그래도 쿨한척.</div> <div>아까 머리카락이 안떨어졌나보다, 하고.. 그래도 기분나쁘니까 세면대청소도 하고, 여튼 대걸레를 빨았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자.. 이제, 복도 대걸레질을 끝내고. 화장실에 널어놓으러 가야하는데</div> <div>기분이 묘하더군요. </div> <div>평소에 엄청 둔한편인데.. 제 모든 감각이 극도로 예민해지는게 느껴졌습니다, </div> <div><br></div> <div>조심스레, 대걸레끝으로 화장실 문을 살짝 열었는데</div> <div>이번에는 아까와 달리</div> <div><br></div> <div><br></div> <div>.... 화장실 세면대에 머리카락이 떨어지고있는 중이더라구요</div> <div>마치 세면대 앞에서 누군가 머리를 빗고있는것처럼, 한가닥 한가닥 떨어지는게 보였습니다.</div> <div>어느새 세면대에 열댓가닥?한웅큼가까이? 머리카락이 쌓이고있던..</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가방이고뭐고 다 내팽개치고 도망쳤습니다,</div> <div>노래방밖으로, 2층에서 1층으로, 건물밖으로, </div> <div>비는 여전히 추적추적, 가로등도 거의 없고, 길에 사람도 하나도없고, 숨은 가빠오고 미칠것같더라구요 무서워서,</div> <div><br></div> <div>가방을 두고왔고 창문이 열려있고 셔터가 올라가있고 뭐 그런거 신경쓸 겨를조차 없이</div> <div>그냥 사람이 있는 곳으로 가고싶었습니다, 충무로쪽으로 냅다 뛰었어요. </div> <div>큰길에 나오고 나서도 한참을 후들거리며, 혹은 부들거리며 비맞으며 떨고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계단을 뛰쳐내려와서, 가방생각에 건물앞에서 멈칫했을때</div> <div>열린 노래방 창문으로 4번방 코러스가 들려왔었거든요. "우후~우우우~♬" 하고.</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다음날.</div> <div>낮타임 누나가 가방도 안가져가고 셧터도 안내려놓고 퇴근했냐고 물어오는데 딱히 할말은 없고...</div> <div>근데 당장 그날 새벽2시까지 혼자 버틸 자신이 없어서 </div> <div>솔직히 얘기하고 그만두겠다고 말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근데ㅎㅎㅎㅎㅎ</div> <div>당일에 바로 관둔다는데 알바누나는 그걸 납득하고 사장님께 바로 연락을 하고</div> <div>사장님도 바로 가게로 나오더니 군말없이 일급여로 정산해주더라구요</div> <div>이사람들 뭔가 알고있구나 싶었습니다, 제가 처음이 어니었겠죠 분명.</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끝입니다.</div> <div>뭐 귀신이라던가 그런 대단한걸 본건 아니에요,</div> <div>실상 본건 머리카락 몇가닥정도뿐.</div> <div><br></div> <div>하지만 10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허름하고 손님없는 노래방은 못들어가고있습니다.</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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