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div> <div> </div> <div> <font size="2">6주간의 훈련소 생활이 끝나고 자대배치를 받기위해 나와 같은 대대로 배치된 동기들과 함께 육공트럭에 몸을 실었다. </font></div> <div><font size="2">훈련소에서 동기들과 함께 생활하다 이제 고참들과 함께 지낼 생각에 걱정 반 두려움 반으로 우리들은 모두 얼어있는 상태였다. </font></div> <div><font size="2">그때 우리를 데리러 온 기간병이 담배 피우시는분? 이라는 말과 함께 우리 앞에 담배를 내밀었고 나는 오만가지 생각에 휩싸였다. </font></div> <div><font size="2">6주간 강제로 금연을 한 터라 눈 앞에 보이는 담배 한개피에 정신을 빼았겼지만 그보다 앞서 머리속에 든 생각은 왜 이고참은 </font></div> <div><font size="2">우리에게 존대말을 하는가.. 자대배치를 받으면 고참들이 짓궃은 장난을 많이 친다는데 벌써부터 장난질인가..</font></div> <div><font size="2">아니면 프리더처럼 말만 존대말을 하는 스타일인가..  이런저런 생각들로 </font><font size="2">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고 결국 내린 결론은</font></div> <div><font size="2">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라고 크게 외치는 것이었다. 그러자 그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웃으며 자기는 다른 부대 사람이니 말 </font></div> <div><font size="2">편하게 해도 괜찮다고 얘기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소위 말하는 아저씨에 대한 개념이 없었던 나는 더 혼란스러워 질 뿐이었다.</font></div> <div><font size="2">말은 편하게 하고 </font><font size="2">생활은 불편하게 하라는 말인가 라는 생각이 들어 그 이상의 극존칭을 떠올려 봤지만 딱히 생각나는 게 없었다. </font></div> <div><font size="2">다행히 그를 마마라 부르기 전에 차는 대대에 도착했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인사과로 향해서 중대와 소대를 배치받고 그리고 인사계원의 말을 듣고 나서야 아저씨의 개념에 대해 알게 되었다. </font></div> <div><font size="2">그런데 부대배치를 받고 바로 자대로 가는게 아니라 대대에서 몇일 간 이등병 적응기간 및 프로그램을 끝내고 나서 배치를 받는</font></div> <div><font size="2">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곳은 천국이었다. 내가 배치받은 소대는 이미 해안에 투입중이라 고참들도 없을 뿐더러 훈련소처럼 </font></div> <div><font size="2">하루종일 훈련을 받는것도 아니었고 몇시간씩 내무실이나 강당에서 교육만 받고나면 나머지 시간은 거의 자유시간이나 다름</font></div> <div><font size="2">없었다. 사실 내무실에서 대기하는것 외엔 딱히 할수 있는 건 없었지만 일과시간 후엔 티비도 볼수 있고 px도 보내주는 이곳은 </font></div> <div><font size="2">훈련소에 비하면 천국이었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이틀정도 시간이 지나니 처음에 바싹 조여놓았던 긴장의 끈이 서서히 느슨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짧지만 행복했던 시간도 </font></div> <div><font size="2">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느 날 저녁 대대장 정신교육을 마치고 내무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우리에게 시험지와 답안지 </font></div> <div><font size="2">같이 생긴 종이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이게 뭔가싶어 살펴보니 인성검사 테스트지였다. 간단한 질문과 함께 매우 그렇다와 </font></div> <div><font size="2">전혀 그렇지 않다 </font><font size="2">중 답을 고르는 흔한 테스트였다. 이미 훈련소 입소할때도 같은 테스트를 봤기에 이걸 여기서 왜 또하나 싶었지만 </font></div> <div><font size="2">훈련소때와 차이가 있다면 그 문항수 였다. 얼핏봐도 시험지가 제법 두꺼워 보여 마지막 페이지를 보니 문제가 거의 300문제에 </font></div> <div><font size="2">육박했다. 취침시간 전까지 모두 작성해 제출하라는 말에 시계를 보니 그래도 아직 여유가 있었다. 다른동기들은 이미 자리를 </font></div> <div><font size="2">잡고 답안지를 작성하기 시작했지만 나는 다시 티비에 눈을 돌렸다. 그리고는 나도 모르게 스르르 잠이 들고 말았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정신을 차렸을땐 이미 취침시간 까진 30분이 채 남지 않았을 때였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나는 미친듯이 답안지를 작성했지만 </font></div> <div><font size="2">모든 답안을 작성하기엔 시간이 너무나 모자랐고 결국은 대부분 문제를 읽어보지도 못한채 답만 찍을 수 밖에 없었다. 답안지를 </font></div> <div><font size="2">제출하면서 걱정이 됐지만 설마 저걸 다 읽어보겠어란 말로 스스로를 위로했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별다른 말은 없었다. </font></div> <div><font size="2">그럼 그렇지 라는 생각이 들었고 오히려 앞에 문제를 읽고 푼 것이 후회가 될 지경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날 밤이었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점호를 마치고 잘 준비를 하고 있는데 상황실에서 날 찾는 호출이 들려왔다. 무슨일인가 싶어 상황실로 가보니 그곳에선 인사장교가</font></div> <div><font size="2">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인사장교의 첫마디는 너 군생활 하기 싫으냐? 였다. 아무 말도 못하고 멍하니 서있는 내게 그가 보여준 것은 </font></div> <div><font size="2">전의 그 인성검사 테스트지 였다. 받아서 펼쳐보니 중간중간에 빨간 펜으로 표시를 한 문항들이 보였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Q.나는 가끔 내 영혼이 육체를 떠나는 것을 느낀다. 매우 그렇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Q.나는 가끔 세상을 부숴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매우 그렇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Q.나는 군생활을 잘 해낼 것이다. 전혀 그렇지 않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Q.정부는 불필요 하다고 생각한다. 매우 그렇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Q.나는 가끔 화를 주체할 수 없을 때가 있다. 매우그렇다.</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어느새 나는 가끔 유체이탈을 하는 폭력적이고 아나키스트적인 성향을 지닌 사회 부적응자가 되어 있었다.</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결국 나는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고 날 집에 보내버린다고 길길이 날뛰는 인사장교에 의해 적응기간 마지막 날 밤은 </font></div> <div><font size="2">기마자세로 보내야 했다. </font></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