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어느 날 우리부대로 하사 한명이 도착했다. 새로운 부소대장이 온건가 했지만 그 하사는 내무실에 짐을 풀기 시작했다. </P> <P>알고보니 부대 규정이 바뀐건지 소대 내 선임분대장이 하사로 바뀌게 되었고 그 시범케이스로 채택된 소대가 바로 </P> <P>우리 소대였다. 미리 알려주지도 않고 갑자기 이런 일이 생기자 우리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후임들이야 별 상관</P> <P>없었지만 졸지에 간부와 같이 생활하게 된 선임들에겐 날벼락 같은 이야기였다. 이런 사실을 알리자 고참들 사이에선</P> <P>순간적인 상황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곳곳에서 욕설과 함께 격한 반응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폭력게임의 주인공처럼 </P> <P>난폭하게 변해버린 것이다. 새로운 간부가 나타나자 과다한 공격성이 일어나면서 그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P> <P>하지만 이미 엎지러진 물이었다. 게다가 그 하사는 병생활을 하다 간부지원을 한게 아니라 민간인에서 바로 하사로 임관한 </P> <P>케이스라 내무생활에 관해서는 이등병만도 못한 상태였다. 그런 상태에서 기선제압을 하기 위해선지 오자마자 군기를 잡으려 했고 </P> <P>고참들과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져만 갔다. 시간이 지나면 좀 나아지려나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되기만 했다. </P> <P>그도 그럴것이 갓 임관해 군생활에 대해 아는것이 아무것도 없었고 그렇다고 우리가 간부한테 이래라 저래라 할 수도 없었기 </P> <P>때문에 우리들 입장에선 그저 답답할 뿐이었다. 점호준비를 하기위해 인원체크를 하면서 멀쩡한 상황판을 놔두고 침상올라갈 때 </P> <P>쓰는 깔판을 상황판으로 쓰는 그의 모습을 보며 이런 병... 이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튀어나왔지만 꾹꾹 눌러 담을수 밖에 없었다. </P> <P>그리고 우리를 가장 미치게 만드는 건 그의 휴대폰 이었다. 간부라 휴대폰 휴대가 가능했기에 그의 보물 1호는 새로 뽑은 싸이언 </P> <P>휴대폰이었고 언제나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취침시간이면 어디다 그렇게 통화질 문자질을 하는지 잠들만 하면 울려대는</P> <P>그의 휴대폰 소리는 우리를 미치게 만들었고 참다 못한 고참들이 잘때만이라도 자제해 줄 것을 부탁했지만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P> <P>소대장 부소대장한테 하소연을 해봐도 그때 뿐이었다. 언제부턴가 우리끼리 그를 부르는 호칭은 '싸이언인'이 되어있었다. </P> <P> </P> <P>그러던 어느날이었다. 간부회의를 마치고 들어온 그의 얼굴표정엔 그늘이 가득했다. 그러더니 송곳을 가져와서는 갑자기 휴대폰 </P> <P>카메라 렌즈를 찌르기 시작했다. 저인간이 드디이 미쳤나 싶어 무슨일이냐고 물으니 대대장님 명령이라는 것이었다. 훈련을 앞두고</P> <P>기밀유출방지를 위해 간부들 휴대폰카메라를 사용못하도록 전부 부수라는 대대장님의 명령이 있었다는 것이다. 평소에 얼마나 휴대폰을</P> <P>애지중지 하는지 알고 있었기에 처음으로 그에게 안쓰러운 감정이 들기 시작했다. 렌즈가 생각보다 튼튼한지 잘 깨지지 않았고 </P> <P>그럴때마다 그는 제 몸을 찌르는 듯 안타까운 신음소리를 흘렸다. 그때 건너편에 앉아있던 고참이 다가와 자기가 해보겠다며 </P> <P>말을 건넸다. 평소에 유독 사이가 안좋아 말도 잘 안하던 사람이 갑자기 먼저 말을 걸어와 왠일인가 싶었는데 송곳을 건네든 고참이 </P> <P>렌즈를 꾹 꾹 찌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어느 순간 우드득 소리와 함께 송곳은 렌즈를 관통해 액정을 뚫고 반대편으로 튀어나왔다. </P> <P>생각치도 못한 휴대폰의 최후에 넋이 나간듯 멍한 표정을 짓던 선임분대장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 분노에 가득찬 초싸이언인이 되어 </P> <P>그 선임에게 일부러 그런거라며 욕설을 날리기 시작했다. 선임은 실수라고 얘기했지만 별로 당황하는 기색이 보이지 않았던 걸로 봐서는 </P> <P>약간의 고의성이 있지 않았나 싶다. 그렇게 벌어진 언쟁은 지나가던 부소대장이 내무실로 들어와서야 끝나게 되었다. 부소대장이 들어오자</P> <P>선임분대장은 얻어터지고 들어온 12살 꼬맹이 마냥 그간 있었던 일을 고자질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의외의 상황이 벌어졌다. </P> <P>한참을 듣고만 있던 부소대장이 갑자기 선임분대장의 조인트를 걷어 찬 것이다. 그러더니 너는 간부란 새끼가 병사랑 싸움질이나며 선임분대장을</P> <P>나무라기 시작했다. 이제 의기양양해 지는건 그 선임 쪽이었다. 하지만 그 선임 역시 넌 뭘잘했다고 그러고 있냐며 욕을 먹어야 했고 </P> <P>결국 그 둘은 간부와 병사가 함께 군장을 도는 진풍경을 연출하고야 말았다. 그러고 얼마 후 선임분대장은 다시 똑같은 모델의 핸드폰을 </P> <P>사가지고 돌아왔고 그때부터 우린 그를 매드싸이언티스트라 불렀다. </P> <P> </P> <P>결국 그 하사가 다른 보직으로 이동하면서 석달도 안되서 원래의 시스템으로 돌아갔고 우리 소대는 평화를 되찾았다.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