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나에겐 1년 차이나는 후임이 하나 있었다. 처음 부대에 왔을때부터 눈치도 빠르고 일도 잘해 선임들의 사랑을 </p><p>받았던 후임이었지만 한가지 문제가 있었다. 그건 바로 잦은 배변활동 이었다. 항상 밥을 먹자마자 바로 화장실로 </p><p>달려가고 시도때도 없이 화장실에 들락날락 거리곤 했다. 그렇게 장이 일자로 생겼다고 하여 붙여진 별명이 </p><p>직장인 이었다. 그래서 항상 그 후임과 근무를 나가거나 작업을 할때면 '너 화장실 갔다왔어?' 라고 묻는게 </p><p>일상이 되어버렸다. </p><p><br></p><p>어느날 근무를 마치고 부대에 복귀하기 위해 육공트럭에 올라탄 후 후임의 얼굴을 보니 <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이미 그 후임의 얼굴은 흙빛이 되어있었다.</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어디 아프냐고 물어보니 입을 열기도 힘든 듯 떨리는 목소리로 배가 </span><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아프다고 말할 뿐이었다.</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한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후임의 얼굴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고 나는 그런 후임의 </span><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얼굴을 보기가 안쓰러워 </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그만 고개를 돌리어 버리고 말았다. </span><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이런 후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야속하게도 </span><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자갈이 깔린 </span><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비포장도로와 </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육공트럭의 지랄맞은 승차감은 그를 점점 한계로 내몰아갔다. 그 후임에게 일단 내리자마자 화장실로 </span><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가라고</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말해두었지만 파르르 떨리는 입술과 꽉쥔 주먹을 보고 나는 폼페이 최후의 날을 떠올렸다. </span></p><p><br></p><p>드디어 차가 부대에 도착했고 나는 먼저 내려 후임의 얼굴을 살펴봤다. 차에서 뛰어내린 후임이 바닥에 착지하는 순간</p><p>그의 얼굴이 환희에 젖는 듯 하더니 이내 분노에 찬 듯 일그러졌다. 그리고는 슬픔에 가득차더니 그마저도 사라지고 </p><p>해탈한 얼굴이 되고 말았다. 몇 초 사이에 인간사 희노애락의 모든걸 표현해내는 후임의 표정을 본 순간 나는 틀렸음을</p><p>직감했다. 방심한 탓인지 아니면 차에서 내릴때의 충격때문인지 지금까지 잘 버텨내온 그의 성문은 그렇게 함락되고 말았다.</p><p>퇴근길 2호선 신도림역에 도착한 객차에서 승객들이 쏟아져 내리듯 살짝 열려버린 그의 항문에서도 그것들이 쏟아져 내리는</p><p>것 같았다. 후임의 눈에는 이미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었다. 모두가 눈치채기 전에 일단 빨리 화장실로 가라고 얘기했지만 </p><p>이미 빨리 갈 수가 없는 상태였다. 행여 전투복 사이로 흘러 내릴까 그렇게 어미잃은 새끼펭귄처럼 종종걸음으로 </p><p>화장실로 향했다. 졸지에 나는 그의 대변인이 되어 그의 대변을 대변했지만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이 눈치를 챈 후였다.</p><p>하지만 평소에 행실이 좋아서 였을까. 굳이 따로 얘기하지 않았는데도 이 일을 언급하는 사람은 없었고 그 후임은 </p><p>무사히 군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p><p><b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