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대학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동반입대라는 제도가 생겼고 나 역시 군대에 가야 할 나이가 되었기에 나는 친구와</p><p>함께 동반입대를 결정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때에는 동반입대한 군인들 끼리 같은 소대에 배정을 받았다. </p><p>하지만 그 당시 동반입대한 후임들을 본 선임들의 시선이 그리 곱지많은 않았다. 힘들때 서로 의지가 되는 점도 있지만 </p><p>역시 밖에서 부터 알던 사이라 서로 투닥투닥 대는 경우도 많았고 그런 케이스를 직접 본 선임들이 편견을 가지게 되는건</p><p>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이렇게 페널티를 안고 시작한 군생활은 처음부터 만만치가 않았다. </p><p><br></p><p>서로 다른 분대에 배치가 되었는데 친구네 분대의 분대장은 정말 천사같은 사람이었다. 항상 막내인 친구에게 잘 대해주고 </p><p>쉬는 시간엔 px에 데려가 맛있는걸 사주곤 했고 난 늘 부러운 시선으로 친구를 바라봐야만 했다. 반면 나같은 경우는 정말 </p><p>꼬여도 더럽게 꼬인 경우였다. 사씨성을 가진 내 분대장은 부대 내에서도 악랄하기로 유명했다. 나도 사회에 있을때는 인상이</p><p>안좋다는 얘기를 정말 많이 들었었고 고등학생때 교복을 입고 가는데도 나이트 웨이터에게 명함을 받은적이 있는 노안의 </p><p>소유자인데 그 고참에 비하면 내 얼굴은 신생아 수준이었다. 우리 분대장은 왠지 아버님의 함자가 루자 만자 이고 본적이 </p><p>모르도르일 것만 같은 외모의 소유자였다. 길에서 단 둘이 만나면 일단 치고 도망가야 할 것만 같은 외모를 지닌 그 고참은 </p><p>성격 역시도 지랄맞기 그지없었다. 덕분에 이등병때 부터 나는 폭언과 욕설로 도배된 군생활을 해야만 했다. </p><p>친구네 분대가 언제나 웃음이 끊이지 않는 화목한 가정같은 분위기 였다면 내가 있던 분대는 알콜중독자 아버지와 집나간</p><p>어머니가 있는 그런 집안같은 분위기였다. 하지만 친구의 그 행복도 오래 가진 못했다. </p><p><br></p><p>친구네 분대장이 말년휴가를 나간 어느 날 쉬는 시간에 친구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잠시 후에 나타난 친구에게 다른 선임이</p><p>어디 갔다왔냐고 물어봤고 친구는 천진난만한 얼굴로 배가고파 px에서 소세지를 돌려 먹고 왔다고 얘기했다. 이 소세지 하나의</p><p>후폭풍은 굉장한 것이었다. 이등병이 그것도 혼자서 px에서 소세지를 돌려먹고 뭘 잘못했는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역병처럼 </p><p>부대내로 퍼졌고 그간 누렸던 행복은 그렇게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얼마 후 친구네 분대장은 제대하고 홀로 남은 내 친구는</p><p>그간 벼르고 있던 다른 선임들의 표적이 되고 말았다. 그렇게 내 친구는 어려서 분대장을 잃고 타분대장과 고참들에게 구박을 받았더랬다..</p><p>샤바샤바 아이샤바.. 그때 일이 많이 상처가 됐는지 지금도 내 친구는 술에 취하면 편의점에 들어가 빅팸을 돌려먹으며 울분을 토하곤 한다.</p><p><br></p><p>반면 내 상황은 더 최악이었다. 우리 분대장의 모토는 비폭력이 아닌 Be폭력 이었다. 항상 말보다 주먹이 앞섰고 그렇게 당한 후임들의 </p><p>숫자는 셀 수가 없을 정도였다. 지금이야 웃으며 얘기하지만 당시에는 정말 심각하게 탈영을 고민할 정도였다. 하지만 다들 쉬쉬하기만 </p><p>할 뿐 누구 하나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던 중 뜻밖의 행운이 다가왔다. 시간이 흘러 어느 덧 백일휴가를 나가게 되었다. 입대 후 </p><p>첫 휴가에 들뜬 나와 내 친구는 미친듯이 술을 먹으며 그간 쌓였던 분노를 표출했다. 그렇게 만취해 가게를 나서니 어느새 눈이 내리고 </p><p>있었다. 괜히 들뜬 우리들은 술을 먹기 위해 술집을 찾았지만 새벽이라 동네에 문 연 술집을 찾을수가 없었다. 우리는 편의점에서</p><p>술을 사들고 우리들의 비밀의 장소로 향했다. 친구와 내가 고등학생때 몰래 술을 먹던 장소가 있었는데 그곳은 산 중턱에 있는 공원이었다.</p><p>가는길 까진 언덕에 아스팔트가 깔려 있어서 어렵지 않게 올라갈 수 있는 장소였다. 거기서 한참 정신줄을 놓고 술을 먹다 나도 모르게 살짝</p><p>잠이 들었다. 깨어나니 엄청난 한기가 느껴졌다. 친구를 보니 이미 친구의 어깨에는 눈이 소복히 쌓여있었다. 약간 정신이 든 나는 여기 </p><p>이대로 있다가는 꼼짝없이 네로와 파트라슈 꼴이 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친구를 깨워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만취한 </p><p>친구를 데리고 눈 쌓인 언덕을 내려가기란 쉽지 않았다. 이내 친구는 미끄러져 넘어졌고 데굴데굴 언덕 아래로 굴러떨어지기 시작했다.</p><p>왠지 그 장면을 보고 웃음이 터진 나는 블랑카다! 블랑카! 우오! 우오! 를 외치며 웃어제끼기 시작했다. 그렇게 혼자 미친놈 처럼 웃다 </p><p>자빠졌고 나또한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패딩을 입었던 터라 내 몸은 그대로 일자로 미끄러지기 시작했고 취기가 남아있던 나는 썰매라도</p><p>타는 듯한 기분에 낄낄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옷이 말려 올라가고 있었다. 그대로 맨 살이 길바닥에 노출됐고 등이 타는듯한 고통이 </p><p>느껴졌지만 속도가 붙어 쉽사리 멈춰지지가 않았고 간신히 멈처선 후에야 데굴데굴 구르며 비명을 지를 수 있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p><p>집에 도착하고 다음날 거울을 보니 내 등은 도망치다 잡힌 스파르타쿠스를 보는 듯 했다. 돌부리에 걸렸는지 빨간 줄들이 등에 좍좍 </p><p>그어져 있었다. </p><p><br></p><p>눈깜박할 새에 4박5일의 휴가가 지나가고 나는 부대로 복귀했다. 그날 밤 근무를 마치고 씻고 자기 위해 샤워장으로 들어갔고 같이 </p><p>근무를 섰던 선임이 내 등의 상처를 발견했다. 어떻게 된거냐고 묻는 선임의 말에 휴가나가 친구랑 술을 잔뜩 쳐먹고 만취해 산에 올라가</p><p>술을 먹다 얼어죽을것 같아 하산하던 도중 미끄러져 썰매를 타듯 내려오다 튀어나온 돌부리에 걸려 채찍에 맞은듯한 상쳐가 생겼다고</p><p>논리정연 하게 얘기했으나 그 선임에겐 그다지 와닿지 않는거 같았다. 계속 꼬치꼬치 상처에 대해 물어댔고 이미 정답을 말해버린 나는 </p><p>더이상 할 말이 없었다. 지 혼자 분에 찬 선임은 알았다고 말했고 다음날 소대장을 통해 부대 내 일이등병이 모두 모였다. 나도 모르는 새에</p><p>나는 고참에게 인간이하의 학대를 당한 비운의 이등병이 되어 있었다. 자꾸 묻는 소대장에게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얘기했지만 소대장은</p><p>다 이해한다는 듯한 표정으로 그동안 알아주지 못해 미안했다며 내 손을 꽉 잡을 뿐이었다. 미친.. 결국 그게 시발점이 되어 다른 후임들 </p><p>모두 평소 그 고참에게 당한 구타나 욕설에 대해 털어놓았고 그 고참은 긴 여행을 떠나야 했다. 정작 나는 욕은 먹었어도 직접적인 구타를</p><p>당한적은 한번도 없었는데.. 그렇게 내 군생활에는 한줄기 빛이 생겼다. 하지만 수많은 또라이들 중 하나가 사라졌을 뿐이었다.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