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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military_13860
    작성자 : aeio
    추천 : 189
    조회수 : 11408
    IP : 59.18.***.176
    댓글 : 21개
    등록시간 : 2013/01/28 06:32:03
    http://todayhumor.com/?military_13860 모바일
    군림픽

    새로 중대장이 부임하고 부대 체육대회를 얼마 앞둔 날이었다. 새로온 중대장은 약간 4차원 끼가 있었는데 중대 정신교육이 있던 날 

    중대원들에게 파격적인 제안을 해왔다. 원래 체육대회는 그냥 적당히 놀다가 막걸리도 좀 마시고 고기도 좀 구워먹다 끝나는게 보통

    이었는데 이번 체육대회 우승소대에겐 전원 포상외박을 보내주겠다는 제안이었다. 우리 부대 자체가 포상이 별로 없는 부대이다 보니 

    다들 눈을 번뜩이며 중대장의 말에 귀기울였다. 단 조건이 하나 있었는데 그냥 평범한 체육대회 종목이 아니라 군대에서만 할 수 있는 

    종목들을 정해서 가져오라는 것이었다. 소대별로 두개씩 종목을 정해 중대장에게 따로 전달하기로 하고 우리는 고심끝에 훈련을 대비해

    연습했던 철조망 치기와 삽탄하기를 선택했다. 그렇게 나온 종목들을 살펴보니 역시나 모두들  생각이 비슷비슷한지 군장싸기, 

    총 분해결합 하기, 수류탄 멀리던지기, 이런 고만고만한 종목들이 보였다. 그중 논란이 된 종목이 음어 해독하기 였는데 필시 본부소대

    의 의견이었을 것이었다. 우리는 본부소대에 찾아가 체육대회가 올림피아드도 아니고 음어가 왠말이냐, 우리 막내는 음어가 음란한 말인줄

    안다. 라고 강력히 항의했지만 이는 중대장에의해 묵살당하고 결국 정식종목으로 채택되고 말았다. 그렇게 체육대회 일정이 나오고 

    나는 그나마 제일 평범한 종목이었던 전투축구와 계주에 참가하기로 했다. 


    체육대회 당일, 화합과 소통의 장이 되어야 할 체육대회는 포상에 눈이멀어 온갖 육두문자와 고성이 오가는 전쟁같은 분위기로 치뤄지고

    있었다. 열띤 분위기 속에 어느덧 내가 참가하는 축구를 시작할 시간이 다가왔다. 시간 관계상 전후반 20분씩만 하기로 하고 나는 40분간

    리듬을 타기위해 몸을 풀고 있었다. 한창 몸을 풀고 있는데 연병장 스피커에서 축구에 참가하는 인원은 내무실에서 전투복으로 환복하고 

    나오라는 중대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축구를 하는데 왜 전투복을 입고오라는 건지 의문이었지만 까라면 까야하는 군인이기에 전투복을

    갈아입고 나온 내 눈앞에는 믿을수 없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연병장 가운데에는 완전군장이 가지런히 쌓여있었고 이게 무슨의미 인지

    이해하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중대장이 말한 군대에서만 할수 있는 종목이 이런거였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엎지러진 

    물이었다. 제발 박스나 베개가 들어있길 기도하며 군장을 슬쩍 살펴봤지만 내 기대와는 달리 완벽하게 FM대로 쌓여진 군장이었다. 

    체력엔 어느정도 자신이 있었지만 직접 군장을 메고 공을 차보니 이건 장난이 아니었다. 경기가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이게 체육대회를 하는건지 얼차려를 받는건지 헷갈리기 시작했고 나는 떡은 사람이 될 수 없지만 사람은 떡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을 이미 TV광고가 나오기 몇 년 전에 온몸으로 체득할 수 있었다. 그렇게 다들 떡이 되어 후반 인절미 타임으로 들어설때 쯤, 스피커 너머로 다시금 중대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까스!"

    이게 뭔소린가 싶어 우리는 다들 멈춰섰지만 중대장은 단호한 어조도 다시 외쳤다. 

    "까스!"

    나는 제발 교체해 달라는 간절한 눈빛을 날렸지만 소대장은 굳은 얼굴로 엄지를 들어보일 뿐이었다. 개새끼.

    그렇게 방독면을 뒤집어 쓰고나니 이제는 뛰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경기 시작전의 패기발랄한 군인들은 모두 어디로 가고 경기장에

    남은건 경기장을 배회하는 20마리의 좀비들과 축구공 하나 뿐이었다. 결국 1대0으로 우리소대가 승리했고 기뻐할 새도 없이 내 

    머리속에 든 생각은 "아 씨발 결승..." 이었다. 계주멤버 들은 결승에서 빼주는 소대장의 뒤늦은 배려로 결승전은 참가하지 않았지만 

    아직 계주가 남았다는 생각이 내 마음을 무겁게 했다. 분명 계주에도 중대장이 뭔가 수작을 부렸을거라는 생각이 머리속을 맴돌았다.


    아니나 다를까 바통대신 군장이 주어졌다. 그래도 다행히 이번엔 빈 군장만 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중대장은 그리 호락호락한 

    인물이 아니었다. 한바퀴 돌때마다 짐이 추가됐고 결국 마지막으로 갈수록 빈 군장은 완전군장이 되어가는 그런 시스템이었다. 그리고

    난 마지막주자였다. 마지막 주자인 나에게 주어진 물건은 다름아닌 그 빌어쳐먹을 방독면 이었다. 이제는 오기가 생겨 우승해서 포상

    외박을 못갈바에는 이대로 질식해 죽어버리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뛰었고 우리소대는 결국 우승을 차지했다. 


    그렇게 나간 포상외박에서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성인PC방 이란 곳을 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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