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베오베에 올라간 글이나 공게 글 보면

이상하게 길 물어보는 사건(?)과 관련된 글이 많던데

저도 그런 경험이 있어서 키보드 두들겨 봅니다.

한 달 정도? 된 거 같아요.

저녁 8-9시쯤 역에서 내려 집으로 가는데

저는 요즘 워낙 무서운 세상이라 '조심할 건 조심하자' 주의로

어두워지면 밖에서 이어폰은 절~~대 안끼고,  휴대폰도 웬만하면 잘 안합니다.

대로변(오피스텔 앞 인도)에 오토바이 아저씨가 갑자기 서더니 여기저기 두리번 거리는 거에요.

마치 주소가 헷갈려서 갈 곳을 잃은 택배 아저씨처럼요.

그냥 지나치려고 하는데 아저씨가 갑자기

"저기 아가씨, **동 쪽으로 가려고 하는데 어떻게 가요?"

하고 물었습니다.

대답할까 말까 생각할 겨를도 없이

갑자기 물어본 탓에 제가 아는 곳이기도 했고....

대로가인데다가 불빛, 사람, 차가 전부 많은 곳이라 의심이고 뭐고

'본능적'으로 대답해버렸어요.

전철역으로 따지면 바로 전 정거장인 곳을 묻기에

"이 앞으로 쭉 가시면 돼요" 하고 대답했더니

"이 길로요?"

"네"

"그럼 그 동네 소방서로 가려고 하면요?"

"그냥 이 앞으로 쭉 가시면 돼요. 가는 길에 소방서도 나와요"

"거기 먹자골목도 이 길로 가면 나와요?"
"네. 쭉 가시면 그 동네고, 소방서랑 먹자골목 다 이 길로 가면 돼요"

계속 같은 곳을 묻길래 '뭐지..'했는데 정말 모르시나보다.하고 나름 친절하게 대답해 드렸죠.

"아 근데 아까부터 저기로 쭉 가면 된다길래 갔는데 계속 안나와서 지금 몇 시간 째 여기 근처만 빙빙 돌고 있어..."

"아.. ^^;; 그러세요? 그냥 직진하면 나오는데...ㅎㅎ"

"아가씨는 지금 어디 가?"
"네? ^^; 그건 왜여?"
"아니 그냥"
" 저 ㅡㅡ 집에 가는데요"

여기서 부터 갑자기 정신이 들면서

주위를 보는데 지나가는 어떤 커플 중 남자가 뒤돌아서 그 아저씨를 쳐다보시더라고요.

뭔 일 있으면 저 커플한테 달려 가야지! 근처에 가게에 뛰어가야지! 하는 마음을 먹고

그 아저씨를 다시 보니, 오토바이에 몸은 반쪽으로 걸쳐져 있고 

얼굴은 헬맷을 써서 눈 밖에, 아니 눈 조차도 제대로 안보이더라고요.

"집이 어딘데?"
"왜요;;;;;"

"아니, 그냥, 내가 뭐 이상한 거 물어보나?"
"그냥 좀 더 가면 돼요. 왜 그러시는 데요? **동은 그냥 직진하시면 돼요"

"아니, 내가 나중에 이 동네로 다시 올 건데.... 괜찮으면 나 그 **동 들어가는 입구 쪽까지만 알려줬으면 해서..."

ㅡㅡ........ 이건 뭐지.

전 생각이 표정에 들어나는 타입인데

뭔가 기분 나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순식간에 복잡한 생각이 들어

구겨진 얼굴로

"그건 안되겠는데요ㅡㅡ"

했더니

"아...그래여?ㅋ 알았어"

하더니 오토바이를 뒤로 몰아서 가더이다.

근데 U턴이 필요한 곳도 아니었고

애초에 인도 쪽으로 다니다가 세운 오토바인데

갑자기 차도 쪽으로 나가더니

저한테 계속 물어보던 **동 방향이 아닌 반대쪽 방향으로 몰고 가더라고요.

그 일로 기분이 나빠서

다음부턴 길 물어보는 사람도 조심해야겠다. 했는데

대답이라는 게, 참 순간적으로 나오더라고요.

누군가 '갑자기' 뭘 물어보면 도움의 심리인지..그냥 불쑥 나오게 돼요.

요즘 유난히 게시판에 길 물어보는 사람 관련된 글이 많길래 저도 적어봤습니다.

누가 길 물어봐서 순간적으로 대답하게 되더라도

정신 바짝 차리고 신경을 곤두세워서 조심하세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