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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freeboard_706470
    작성자 : BlackMatrix
    추천 : 0
    조회수 : 188
    IP : 222.110.***.180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3/08/09 23:38:52
    http://todayhumor.com/?freeboard_706470 모바일
    내 가장 오래된 기억들
    <div> </div> <div>3~4살?, 어느 따뜻한 날.</div> <div> </div> <div>어린아이가 펼쳐 보기엔 제법 큰 앨범책에서 엄마 아빠의 결혼 사진을 발견했다.</div> <div>"엄마, 아빠다!"</div> <div>엄마는 아빠랑 엄마의 결혼식 사진이라 설명해준다.</div> <div>"나는 어딨어?"</div> <div>"넌 태어나기 전이지"</div> <div>나는 울컥했다. 엄마랑 아빠가 있는 곳에는 나도 있어야 한다.</div> <div>나는 우겼다.</div> <div>맨 앞줄에 앉아있는 어린아이를 콕 집으며 말했다.</div> <div>"이거 나야! 나도 엄마 아빠 결혼하는 데 있었어! 이거 나라고!"</div> <div>엄마는 뒤로 넘어가듯 깔깔 웃으시며 말했다.</div> <div>"니가 거기 있으면 안되지!ㅋㅋㅋㅋ" </div> <div>난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지만 여하튼 내가 맞다고 우겼고, 몇 년 간 그게 진짜 나라고 생각했다.</div> <div> </div> <div> </div> <div>4살, 서늘한 어느 날.</div> <div> </div> <div>나는 사진을 보는 게 너무 즐거웠다. TV를 보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div> <div>어느 날 또 내 몸통만한 앨범을 꺼내 펼쳤다.</div> <div>사진을 한장 한장 넘기다가 갑자기 펑펑 울고 말았다.</div> <div>놀란 엄마가 부엌에서 달려와 물었다.</div> <div>"왜 그래? 무슨 일이니?"</div> <div>"엄마, 엉엉, 엄마 얘는 왜 엄마 아빠 없이 혼자 있어?"</div> <div>엄마는 뭘 보고 그러나 싶어 사진첩으로 눈을 돌렸다.</div> <div>사진은 어린아이가 세발 자전거를 타고 놀고 있는 독사진이다.</div> <div>엄마는 사진을 보시곤 또 깔깔 웃으며 넘어가신다.</div> <div>"이거 너 잖아ㅋㅋㅋㅋㅋㅋ"</div> <div>"아냐 이거 나 아냐 엉엉, 얘 엄마 아빠 어딨어? 왜 혼자야 ㅠㅠ 엄마 얘 너무 불쌍해 ㅠㅠㅠㅠ"</div> <div>"ㅋㅋㅋㅋㅋㅋㅋㅋ이거 너라니까 ㅋㅋㅋㅋㅋㅋㅋ"</div> <div>한동안 나는 그 사진만 보면 울었다.</div> <div> </div> <div> </div> <div>4살, 크리스마스날 아침.</div> <div> </div> <div>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깼다. 부스스 눈을 뜨니 가장 먼저 보이는 건 녹색 비닐. 양파링.</div> <div>아빠가 양파링을 흔들며 말했다.</div> <div>"산타할아버지가 선물 주고 갔네."</div> <div>오와! 뿌듯했다. 나는 착한 어린이다. </div> <div>옆에서 웃으며 지켜보시던 엄마가 말했다.</div> <div>"맨날 울고 짜고 하는데, 왜 이런 걸 줬을까?"</div> <div>발끈해서 외쳤다.</div> <div>"아냐, 나 착해!"</div> <div>선물이 양파링이란 건 좀 실망이었다.</div> <div> </div> <div> </div> <div>5살, 크리스마스 이브</div> <div> </div> <div>옆집 형이 샤프란 걸 보여줬다.</div> <div>위를 누르면 딸깍딸깍 소리가 나면서 심이 나온다. 신기했다. 우리집엔 연필만 있었다.</div> <div>집에가서 엄마를 졸랐다.</div> <div>"엄마 나도 샤프 사줘."</div> <div>"니가 샤프가 왜 필요해? 연필 있잖아."</div> <div>"연필말고 샤프 사줘!!"</div> <div>"아니, 얘가 왜 이런데?"</div> <div>나는 울고 짜며 바닥에 드러누웠다.</div> <div>"샤프샤프샤프샤프!!!"</div> <div>그날 나는 처음으로 엄마한테 죽지않을 만큼 맞았다.</div> <div> </div> <div>다음날.</div> <div>내 양말에는 분홍색 샤프가 들어있었다.</div> <div>나는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있다고 철썩같이 믿었지만, 왠지 이건 엄마가 사준 것 같다고 생각했다.</div> <div>그리고 기왕 사줄 거면 어젠 왜 그렇게 때렸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div> <div>그날은 산타할아버지가 샤프 줬다고 자랑하지 않았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7살, 어느 오후.</div> <div> </div> <div>엄마가 말했다.</div> <div>"여태 엄마가 말 안하고 있었는데, OO는 엄마가 다리밑에서 주워왔어."</div> <div>7년 평생 내가 들었던 말 중에 가장 충격적인 말이었다.</div> <div>난 필사적으로 내가 엄마의 아들임을 증명하려 했다.</div> <div>"아, 아냐! 난 엄마 뱃속에서 나왔어!"</div> <div>"아니야, 엄마가 너 다리 밑에서 울고 있길래 주워왔다니까.ㅋㅋㅋ"</div> <div>"아니야!! 엄마 뱃속에 있을 때 다 기억나!!! 뱃속에서 어, 피도 보고, 뼈도 보고! 다 기억나!"</div> <div>엄마는 또 깔깔깔 웃으시며 뒤로 넘어갔다.</div> <div>난 엄마 배꼽을 누르며 외쳤다.</div> <div>"여기서 나왔다고, 여기!" (실제로 꽤 오랜 시간 동안 나는 아기가 배꼽에서 나오는 줄 알았다.)</div> <div>엄마는 숨 넘어가듯 웃기만 했다.</div> <div>급기야 나는 울면서 다 기억난다고 외쳤다.</div> <div>엄마는 웃음을 멈추지 않은 채 나를 달랬다.</div> <div>그러곤 다음 타깃으로 내 동생에게 눈을 돌렸다.</div> <div>엄마는 음흉한 웃음을 띠며 "XX는 진짜 다리밑에서 주워왔는데, 어쩌지?"</div> <div>동생은 말똥말똥 엄마를 쳐다보다가 시크하게 말했다.</div> <div>"그럼 난 새엄마한테 갈래." (동생은 당시 신데렐라, 백설공주, 콩쥐 팥쥐 등 새엄마가 나오는 동화에 빠져있었다.)</div> <div>"뭐?"</div> <div>"새엄마는 과자도 많이 사주고 장난감도 많이 사주겠지 뭐." </div> <div>내 동생은 지금도 여전히 시크하다. </div> <div>(여담이지만 나쁜남자가 여자에게 인기가 많다는 건 맞는 말인 것 같다)</div> <div>어머니는 20년 훨씬 지난 지금도 이 이야기만은 기억하고 계신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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