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P> <P>해병대 예비역 같이 보이는 애가 술을 마셨는지 학원 올라가는 계단에서 해병대원 둘을 갈구고 있더라.</P> <P>해병대원은 둘다 휴가 나온 일병인 것 같았는데, 오늘 연대 졸업식이라서 학교 근처에 온 것 같드만.</P> <P>착하게 생겼든데...</P> <P> </P> <P>2층에서 3층 올라가는 계단에서 졸라 갈구고 있드라.</P> <P>아 뭐지 하면서도 내 교실은 4층이라 걍 힐끔 쳐다보고 올라갔어. </P> <P>교실에 가방 던져놓고 앉았는데 거기까지 갈구는 소리가 들리는 거야.</P> <P>해병대 군가 부르고 욕을 쌩 고함을 지르면서 하는데 당연히 들리겠지.</P> <P> </P> <P>해병대는 무조건 기수고 사회 나가서도 이어진다는 거 자~알 알고 있으니까 지들끼리 갈구든 뭘하든 신경안써.</P> <P>근데 시민들을 지키라고 만들어 놓은 군대가 되려 피해를 주고 있는 건 해병대 정체성을 기반부터 흔드는 거 아냐?</P> <P> </P> <P>여튼 너무 시끄러워서 걔네한테 죄송한데 좀 조용히 해달라고 했지.</P> <P>모르는 애들이 거기서 깽판을 치고 있으면 나는 말 안해. 괜히 일 크게 만들기 싫으니까.</P> <P>근데 내 주변에 해병대 애들은 해병대라는 이름으로 뭔가를 할 때는 주변에서 정중하게 양해를 구하거나 하면 엄청 잘 들어주거든</P> <P>지들이 해병대 얼굴이라고 생각하나봐. </P> <P>그걸 떠올리고 얘네도 해병대니까 그러겠거니 해서 말한 거였거든.</P> <P> </P> <P>근데 대뜸 그 예비역이 "야 일로 와바" 이러더라.</P> <P> </P> <P>헐. </P> <P> </P> <P>오라는데 갔지. </P> <P> </P> <P>오라는데 가야지 어쩌겠어.</P> <P> </P> <P>걔 코 앞에 섰어.</P> <P>내가 키가 작드라. 앞에 서니까 코야. </P> <P>술을 마셨는지 술냄새가 살짝 풍기는데다가 눈도 무슨 토끼마냥 충혈돼 있드라.</P> <P>앞에 각 잡고 서 있던 해병대 일병 두 명은 완전 미안한 눈으로 날 보는데, 하-</P> <P> </P> <P>'아 ㅅㅂ 잘못 걸렸네.'</P> <P> </P> <P>머리에 온통 이 생각밖에 없었어.</P> <P> </P> <P>일 크게 만들지 말고 조용히 넘어가는 게 최선이다 싶어서 최대한 정중하게.</P> <P>여기 학원인 거 안보이냐고, 수업해야 하니까 시끄럽게 하지말고 다른데 가시라고 그랬어.</P> <P>써놓고 보니 그다지 정중하진 않았네.</P> <P> </P> <P>근데 얘가 "야 야"이러더니 "팍 씨" 하면서 손을 내 볼 따구까지 올리드라.</P> <P>나 무슨 여자가 한 대 쳐도 날아갈 것 같이 생겼그등. </P> <P>때려도 지가 이길 것 같았나봐.ㅋㅋㅋㅋㅋㅋㅋ</P> <P> </P> <P> </P> <P> </P> <P>물론, 때리면 지가 이겨. 나 쌈 드럽게 못하그등.</P> <P> </P> <P> </P> <P>아 뭐 어떡해 이미 빼도박도 못하게 상황은 악화됐고, 나는 무력에서 달리니까 공권력의 힘을 빌리는 수밖에. </P> <P>'일단 몇 대 맞고 그냥 보내주자. 경찰서로.' 라고 생각했지.</P> <P> </P> <P>그 때부터 머리에서는 계속 </P> <P>'아 제발 때려줘, 때려줘, 한 대만 제발.'</P> <P>이러고 있었어. </P> <P> </P> <P>아 근데 이 ㅅㄲ가 갑자기 갈구던 해병대 애들한테 </P> <P>"야 해병대가 도망가야돼?" </P> <P>이러는 거야.</P> <P> </P> <P>이게 뭔 개소리야 하면서 얘길 들어보니 이 ㅅㄲ는 '저놈이 가라고 할 때 가면 도망가는 거다.'라고 생각했나봐.</P> <P>뭐 이런 병신이 다 있지? </P> <P>당연히 애기들은 "아닙니다!" 이러지. 그러니까 마음에 드는지 갑자기 군가를 시켜. 아놔.</P> <P> </P> <P>그 와중에 3층에 있던 사람들이 내려오더라.</P> <P>근데 갈굼 당하던 해병대원 중 하나가 내려가는 그 사람들한테 </P> <P>제법 큰 소리로 "죄송합니다" 이러는 거야.</P> <P> </P> <P>헐. </P> <P>얘 착하긴 한데 눈치가 없는 건지 아니면 선배 기수에게 욕을 먹을 지언정 소신은 지키겠다는 굳은 의지의 표현인지...</P> <P>지금도 긴가민가해.</P> <P> </P> <P>아니나 다를까 갈구던 예비역 ㅅㄲ가 대뜸 "야 뭐랬냐 너" 이러더니 </P> <P>나를 가리키면서(얘는 나한테 사과한 건 줄 알았나봐)</P> <P>"얘랑 우리 중에 누가 잘못했어 어?" 이러면서 걔 한테 눈을 부라렸어.</P> <P>그러니까 걔는 당당하게. </P> <P>"우리가 잘못했습니다."</P> <P>"그래 우리가 잘못했잖아. 뭐?! 우리가 왜 잘못했어 이 ㅅㄲ야"</P> <P> </P> <P>진짜 레알 코앞에서 벌어지는 공개 코미디였는데 참 상황이 상황인지라 웃질 못하겠드라.</P> <P> </P> <P>한참 욕을 하더니 갑자기 걔네한테 또 군가를 시켜 (도대체 왜 시키는 거야?) </P> <P>반동 안하냐고 또 욕하고. 그 좁은 계단을 다 가로막고 둘이서 반동하면서 군가를 하는데 어이가 없어져서 </P> <P>"헐" 했어.</P> <P> </P> <P>아 또 얘가 "뭐? 뭐라고? 헐?" 이러는 거야.</P> <P>또 기회가 왔다 싶었어. 맞을 기회.</P> <P>한 번만 제대로 맞고 얘 인생을 조져주자.</P> <P> </P> <P>"아 뭐 어쩌자고."</P> <P>그랬더니 </P> <P>또 "팍 씨" 하면서 볼따구 까지 손이 올라왔어. </P> <P>아 근데 이ㅅㄲ가 내 눈이 초롱초롱 빛나는 게 보였나 또 멈추는 거야. </P> <P> </P> <P>피식 하고 웃었더니 또 "팍 씨" 계속 "팍 씨" "팍 씨" 만 하더라.</P> <P>할 줄 아는 게 그것 밖에 없나? 울컥해서 몇 대 때려도 괜찮은데.</P> <P> </P> <P>실망한 표정으로 계속 봤더니 계속 해 혼자. </P> <P>"팍 씨"</P> <P> </P> <P>근데 그러고 있다보니 주변에 사람들이 점점 모여들었어.</P> <P>그 중에 울 학원 선생님도 있었는데, 나보고 들어가래. 미친놈 상대할 필요 없다고.</P> <P>사람이 많이 모이니까 걔도 목소리가 작아지드라.</P> <P> </P> <P>어떻게 됐냐고?</P> <P>내가 뭘 어쩌겠어. 걍 왔지.</P> <P>경찰 불러봤자 ㅈ되게 만들 강력한 뭔가가 없으니 헛수고일테고....</P> <P> </P> <P>나중에 들어보니까 2층 카페에 포스가 장난아닌 사장님이 직접 해결해줬다고 그러더라.</P> <P>아저씨 짱.</P> <P> </P> <P>아줌마인가? 가본적이 없어서.</P> <P> </P> <P> </P> <P> </P> <P>근데 진짜 이런짓 하는 해병대 예비역들은 도대체 왜 그러냐?</P> <P>이런 광경을 한 두번 보는 게 아냐.</P> <P>해병대애들이 군복입고 돌아다니는 거 보면 갈구고 싶어 못참겠냐?</P> <P> </P> <P>사회 나가보니 자기 멋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는데, 자기보다 기수가 낮을 게 뻔한 휴가나온 해병대 애들은 자기 말에 </P> <P>죽는 시늉도 해야하니까 그걸로 위안을 얻는 거야?</P> <P> </P> <P>앞에도 잠깐 언급했지만 내 주변에 알고 지내는 해병대 애들 중에 진짜 멋진놈들 많아.</P> <P>선배, 후배 잘 챙기고 정의감 투철하고. 책임감도 강하고. 본받을만 하다고 생각해.</P> <P>근데 이런애들 100명이든 천명 있어봤자 10명 정도 되는 ㅄ들이 이미지 다 말아먹는 거야.</P> <P> </P> <P> </P> <P>나 몸도 왜소하고 싸움도 못하지만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건 막으려고 하는 편이야.</P> <P>이런 거 오히려 해병대가 나서서 해야하는 거 아냐? </P> <P>왜 주변에 피해를 끼치고 그걸 막으면 해병대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는 거라고 생각하지?</P> <P>해병대의 존재 이유는 국민을 위해서잖아. </P> <P>해병대가 국민에게 피해를 입히기 시작한다면 해병대라 불릴 이유가 없어지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P> <P> </P> <P>야 난 이제 예비군도 끝났고(군대를 일찍 갔음) 민방위야 민방위. </P> <P>게다가 나는 서울 소속도 아니라고. </P> <P> </P> <P> </P> <P>반말은 미안.</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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