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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military_28117
    작성자 : BlackMatrix
    추천 : 11
    조회수 : 3416
    IP : 222.110.***.180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3/08/05 02:10:44
    http://todayhumor.com/?military_28117 모바일
    문득 생각난 게이 군대 고참
    다쓰고 보니 엄청 기네. 
     
     
    03년 초 군번임.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군대는 전방으로 갈수록 훈련 강도가 높아지고 내무실이 편해짐.
    후방으로 가면 훈련은 적은데, 내무실 갈굼이 진짜 짜증나.
    물론, 완전 일반화 하긴 힘들지.
     
    여튼 난 어중간한 전방인 포천에 있었어.
    훈련도, 내무실도 어중간하게 빡세.
    어중간하다라고 말하니까 좀 널널해 보이는데, 최고의 80~90% 정도 강도로 빡세단 말이야.
     
    음 알기 쉽게 설명하면...
    난 진짜사나이 보면서 깜짝깜짝 놀라.
    이등병이 고참들 다 모여있는데서 치아보이면서 웃고,  일병이 병장앞에서 잡담하고 하잖아?
    헐, 상상도 못했던 장면들이 보여서 문화충격이었어.
    병장과 웃고 떠드는 화기애애한 병영생활이란 건 국방일보에서나 나오는 비현실이라 생각했거든. 
    (아, 내가 말하는 건 출연진 말고 진짜 사병. 아무리 방송이라도 평소행동이 나올 수밖에 없으니까.)
    빨래 건조실이랑 어두컴컴한 창고는 지금도 떠올리면 섬뜩해.
     
    여튼 본론으로 들어가서 내무생활이 X같은 부대에 배치를 받았어.
    어리버리, 이리치이고 저리치이며 보내다가 어느날 맨날 죽일듯이 갈구던 상병 고참이랑 초소 근무를 나갔지.
    솔직히 난 얘가 미친놈이라 생각했어.
    어떻게 이렇게 미친듯이 다른 사람을 갈굴 수가 있을까 싶어서.
     
    어느 정도였냐면, 매일 두돈반 카고가 지나갈 때마다 이런 상상을 했었어.
    '저기 다리 하나만 넣으면 집에갈 수 있을텐데.'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든 주원인이 바로 이 상병 고참이야.
    이런놈이랑 같이 초소에 들어간다고 생각해봐. 후...
     
     
    근데, 초소에 들어갔더니 갑자기 태도가 바뀌더라.
    갑자기 나긋나긋하게 말을 걸어.
    '이 미친 XX가 또 무슨 또라이 짓을 하려고 그러지?'하고 생각했지.
    완전 긴장해서 이야길 들었어.
    군대 오기 전 이야길 한참 하더라. 자긴 하리수가 진짜 좋대.
    ......취향이 독특하다고 생각했지만 호응해줬어.
     
    남자친구가 있대.
    '.....그래 누구나 친구는 있지.'
    근데 걔랑 요즘에 연락도 잘 안되고 그렇대.
    '............연락이 안되면 답답하지 그래.'
    원래 둘이 진짜 좋았대. 같이 목욕도 하고...
    '......그래 친하면 같이 목욕탕도 가고 하는 거지.'
    목욕도 하고 그것도 하고.
    '...........어...음...'
     
    여튼 둘 관계가 좀 안좋은데다 점점 외로워지고 있는데, 내가 전입을 왔대.
    내가 너무 좋은데, 내가 어리버리하고 하는게 너무 안타깝고 해서 어찌하다보니 화를내게 됐대.
    미안하대. 그러고는 자긴 내가 좋은데, 나는 어떻냐고 묻더라.
     
    "아, 예, 아, 저는 예, 그..."
    앞서 말했지만, 내가 있던 부대는 밖에서 농담반 진담반으로 사람들이 말하던 그런 부대야.
    고참이 말하면 무조건 해야되는... 그래서 이걸 어떻게 대답해야 하나 엄청 고민했어.
     
     
    "저는 여자가 좋습니다."
    그래도 후장을 따이긴 싫었어.
     
    다행히 이 고참도 그정도로 미쳐있진 않았나봐.
    근데 이미 자기가 게이란 걸 밝혔겠다. 내가 좋다고도 말했겠다.
    그 뒤부터는 대놓고 들이대드라.
     
    그래도 예전처럼 갈구진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어찌어찌 넘어가는 생활의 연속이었어.
    그러다가 이 관계를 정리하게 된 그날이 왔어.
     
    어느날 또 그 고참과 단 둘이 남게 된 상황이었어.
    가까이 다가오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더라.
    "내가 너 잘 때 덥치면 어쩔래?"
     
     
     
    소름이 쫘악-
    이 새X는 진짜 할 놈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그 고참 눈을 보면서 말했어.
     
    "죽여버리겠습니다."
     
    헉.
    말하자마자 등에서 식은땀이 죽 흐르는데, 속으로
    '내가 뭐라고 한거지? 내가 미쳤나? 어쩌지? 내 군생활은 이걸로 끝인가?'
    진짜 멍해지는 기분이었어.
     
    근데, 내 분위기가 '너 진짜 덥치면 죽인다'는 느낌이었나봐.
    움찔 하더니, 그 다음부터 나한테 찝쩍거리지 않더라.
     
    잘 때 덥친다는 말이 농담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했거든.
    내 다음 타깃이 된 애는 밤마다 걔가 몰래 와서 키스를 해대서 노이로제가 걸렸어.
     
    걔가 행정병이라 야간 작업을 한다는 핑계로 다들 잘 때까지 깨어있다가 내무실로 몰래 들어오는 거야.
    그러다보니 문여는 소리만 들려도 얘는 벌떡 일어날 정도였어.
    그나마 다행인게, 전역이 얼마 안남아서 참고 버텼지.
     
     
     
    뭐, 이미 10년 전 이야기니까 지금은 이런 애들 없겠지?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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