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다쓰고 보니 엄청 기네. </div> <div> </div> <div> </div> <div>03년 초 군번임.</div> <div> </div> <div>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군대는 전방으로 갈수록 훈련 강도가 높아지고 내무실이 편해짐.</div> <div>후방으로 가면 훈련은 적은데, 내무실 갈굼이 진짜 짜증나.</div> <div>물론, 완전 일반화 하긴 힘들지.</div> <div> </div> <div>여튼 난 어중간한 전방인 포천에 있었어. </div> <div>훈련도, 내무실도 어중간하게 빡세. </div> <div>어중간하다라고 말하니까 좀 널널해 보이는데, 최고의 80~90% 정도 강도로 빡세단 말이야.</div> <div> </div> <div>음 알기 쉽게 설명하면...</div> <div>난 진짜사나이 보면서 깜짝깜짝 놀라.</div> <div>이등병이 고참들 다 모여있는데서 치아보이면서 웃고, 일병이 병장앞에서 잡담하고 하잖아?</div> <div>헐, 상상도 못했던 장면들이 보여서 문화충격이었어. </div> <div>병장과 웃고 떠드는 화기애애한 병영생활이란 건 국방일보에서나 나오는 비현실이라 생각했거든. </div> <div>(아, 내가 말하는 건 출연진 말고 진짜 사병. 아무리 방송이라도 평소행동이 나올 수밖에 없으니까.)</div> <div>빨래 건조실이랑 어두컴컴한 창고는 지금도 떠올리면 섬뜩해.</div> <div> </div> <div>여튼 본론으로 들어가서 내무생활이 X같은 부대에 배치를 받았어.</div> <div>어리버리, 이리치이고 저리치이며 보내다가 어느날 맨날 죽일듯이 갈구던 상병 고참이랑 초소 근무를 나갔지.</div> <div>솔직히 난 얘가 미친놈이라 생각했어.</div> <div>어떻게 이렇게 미친듯이 다른 사람을 갈굴 수가 있을까 싶어서.</div> <div> </div> <div>어느 정도였냐면, 매일 두돈반 카고가 지나갈 때마다 이런 상상을 했었어.</div> <div>'저기 다리 하나만 넣으면 집에갈 수 있을텐데.'</div> <div>이런 생각을 하게 만든 주원인이 바로 이 상병 고참이야.</div> <div>이런놈이랑 같이 초소에 들어간다고 생각해봐. 후...</div> <div> </div> <div> </div> <div>근데, 초소에 들어갔더니 갑자기 태도가 바뀌더라.</div> <div>갑자기 나긋나긋하게 말을 걸어. </div> <div>'이 미친 XX가 또 무슨 또라이 짓을 하려고 그러지?'하고 생각했지.</div> <div>완전 긴장해서 이야길 들었어.</div> <div>군대 오기 전 이야길 한참 하더라. 자긴 하리수가 진짜 좋대.</div> <div>......취향이 독특하다고 생각했지만 호응해줬어.</div> <div> </div> <div>남자친구가 있대.</div> <div>'.....그래 누구나 친구는 있지.'</div> <div>근데 걔랑 요즘에 연락도 잘 안되고 그렇대.</div> <div>'............연락이 안되면 답답하지 그래.'</div> <div>원래 둘이 진짜 좋았대. 같이 목욕도 하고...</div> <div>'......그래 친하면 같이 목욕탕도 가고 하는 거지.'</div> <div>목욕도 하고 그것도 하고.</div> <div>'...........어...음...'</div> <div> </div> <div>여튼 둘 관계가 좀 안좋은데다 점점 외로워지고 있는데, 내가 전입을 왔대.</div> <div>내가 너무 좋은데, 내가 어리버리하고 하는게 너무 안타깝고 해서 어찌하다보니 화를내게 됐대.</div> <div>미안하대. 그러고는 자긴 내가 좋은데, 나는 어떻냐고 묻더라.</div> <div> </div> <div>"아, 예, 아, 저는 예, 그..."</div> <div>앞서 말했지만, 내가 있던 부대는 밖에서 농담반 진담반으로 사람들이 말하던 그런 부대야.</div> <div>고참이 말하면 무조건 해야되는... 그래서 이걸 어떻게 대답해야 하나 엄청 고민했어.</div> <div> </div> <div> </div> <div>"저는 여자가 좋습니다."</div> <div>그래도 후장을 따이긴 싫었어.</div> <div> </div> <div>다행히 이 고참도 그정도로 미쳐있진 않았나봐.</div> <div>근데 이미 자기가 게이란 걸 밝혔겠다. 내가 좋다고도 말했겠다.</div> <div>그 뒤부터는 대놓고 들이대드라.</div> <div> </div> <div>그래도 예전처럼 갈구진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어찌어찌 넘어가는 생활의 연속이었어.</div> <div>그러다가 이 관계를 정리하게 된 그날이 왔어.</div> <div> </div> <div>어느날 또 그 고참과 단 둘이 남게 된 상황이었어.</div> <div>가까이 다가오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더라.</div> <div>"내가 너 잘 때 덥치면 어쩔래?"</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소름이 쫘악- </div> <div>이 새X는 진짜 할 놈이라는 생각이 들더라.</div> <div>1초의 망설임도 없이 그 고참 눈을 보면서 말했어.</div> <div> </div> <div><strong>"죽여버리겠습니다."</strong></div> <div> </div> <div>헉.</div> <div>말하자마자 등에서 식은땀이 죽 흐르는데, 속으로 </div> <div>'내가 뭐라고 한거지? 내가 미쳤나? 어쩌지? 내 군생활은 이걸로 끝인가?' </div> <div>진짜 멍해지는 기분이었어.</div> <div> </div> <div>근데, 내 분위기가 '너 진짜 덥치면 죽인다'는 느낌이었나봐.</div> <div>움찔 하더니, 그 다음부터 나한테 찝쩍거리지 않더라.</div> <div> </div> <div>잘 때 덥친다는 말이 농담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했거든.</div> <div>내 다음 타깃이 된 애는 밤마다 걔가 몰래 와서 키스를 해대서 노이로제가 걸렸어.</div> <div> </div> <div>걔가 행정병이라 야간 작업을 한다는 핑계로 다들 잘 때까지 깨어있다가 내무실로 몰래 들어오는 거야.</div> <div>그러다보니 문여는 소리만 들려도 얘는 벌떡 일어날 정도였어.</div> <div>그나마 다행인게, 전역이 얼마 안남아서 참고 버텼지.</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뭐, 이미 10년 전 이야기니까 지금은 이런 애들 없겠지?</div> <div>있으려나?</div> <div> </div> <div> </div> <div>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