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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88726
    작성자 : 우라
    추천 : 18
    조회수 : 1136
    IP : 210.178.***.178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6/06/23 20:10:10
    http://todayhumor.com/?panic_88726 모바일
    [단편] 그림자 숨기기
    옵션
    • 창작글
    <div>어릴 적 친구들과 했던 놀이가 있다. </div> <div><br></div> <div>'그림자 숨기기' </div> <div><br></div> <div>말 그대로 그림자 숨기기다. 규칙은 간단했다. </div> <div><br></div> <div>그림자 숨기기를 하는 동안에는 그림자를 보이면 안 되는데 </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전혀 불가능한 얘기 같지만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규칙에 몇 가지 요령만 보태면 되는 일이었다. </span></div> <div><br></div> <div>커다란 나무나 건물에 있으면 자신의 그림자가 사라지니 </div> <div>그것으로 그림자가 숨겨지게 된다. </div> <div><br></div> <div><br></div> <div>그림자를 숨기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니까 </div> <div>그림자가 깨어나기 전에 그림자를 숨기면 된다는</div> <div>그럴듯한 명분을 붙였다.</div> <div><br></div> <div><br></div> <div>그림자가 깨어나는 시간을 재는 건 그림자, 즉 술래였다. </div> <div><br></div> <div><br></div> <div>전봇대나 나무에 손을 올려 시간을 세는 동안 </div> <div>아이들이 그림자를 숨기면 술래가 아이들을 잡아 </div> <div>그림자로 만든다.</div> <div><br></div> <div><br></div> <div>술래에게 잡힌 사람은 또 다른 그림자 되고 </div> <div>다른 아이를 찾기 위해 돌아다니는 간단한 놀이었다.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어떻게 보면 숨바꼭질을 변형시킨 유치한 놀이였지만 </div> <div><br></div> <div><br></div> <div>모두 진지하게 그 놀이에 임했다.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일반 숨바꼭질과 다르게 그림자 숨기기는 숨는 곳이 한정적이었기 </div> <div>때문에 잡히기가 쉬웠다. </div> <div><br></div> <div><br></div> <div>그래서 폐공장용지에서 종종 그림자 숨기기를 했는데 </div> <div>그날도 모두 그림자 숨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div> <div><br></div> <div><br></div> <div>"하나~~ 둘~~~ 셋~~~……. 마흔하나 ~~ 마흔둘~~ 찾는다" </div> <div><br></div> <div><br></div> <div>술래는 영수였다. </div> <div><br></div> <div><br></div> <div>공장은 크게 1공장 그리고 2공장이 있었다. 과거에 무슨 철을 가공하는 공장 이였다고 한다.</div> <div>규모가 큰 공장이었지만 주로 크기가 좀더 작은 1공장에서 놀이를 하곤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아이들이 뛰놀기에는 딱 좋은 크기였다.  </div> <div><br></div> <div><br></div> <div>"모두 모두 숨었니~ 그림자 보일라~" </div> <div><br></div> <div><br></div> <div>영수는 그렇게 말하고 주위을 쓱 둘러 보았다. </div> <div>여름이었지만 공장안은 으스스한 기분이 감돌았다.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버려진 기계 들이 그 분위기를 더해주고 있다. </div> <div>영수는 빨리 아이들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공장 안을 분주하게 돌아다녔다.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가끔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릴 뿐 사방은 고요했다. </div> <div><br></div> <div><br></div> <div>모두 쥐죽은 듯 숨어 있다. </div> <div><br></div> <div><br></div> <div>영수는 공장 주위를 한 바퀴를 돌고 난 후 안에 있는 탈의실로 향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탈의실에는 10개 정도 철재로 만들어진 사물함이 있었다. </div> <div>사물함은 녹슬어서 조금만 건드려도 끼익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다.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영수는 10개 전부를 열어 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div> <div><br></div> <div>"거기 아무도 없니~ 그림자 보일라~" </div> <div><br></div> <div><br></div> <div>이번에는 철을 깎는 기계들이 늘어선 곳을 돌아다녔지만 </div> <div>헛수고였다. 아이들은 숨기를 작정한 듯 머리카락 한 올 </div> <div>보이지 않는다.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때였다. 어디선가 소리가 들렸다. </div> <div>몸을 숙이고 귀를 기울여보니 분명 기침 소리 비슷한 것이 </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공장 끝에서 들려오는 듯 했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br></div> <div>영수는 곧장 소리가 난 방향으로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아이 한 명이 </div> <div>몸을 숙이고 있었다. </div> <div><br></div> <div><br></div> <div>영수는 아이의 어깨를 잡은 후 말했다. </div> <div><br></div> <div><br></div> <div>"찾았다! 이제 그림자는 너야" </div> <div><br></div> <div>그러자 아이는 순식간엔 검은색으로 변해갔다. 아니 정확히는 </div> <div>물감이 도화지에 스며드는 것 같았다.</div> <div><br></div> <div><br></div> <div>아이는 진짜 그림자로 변해서 어둠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div> <div>영수는 큰일이다 싶어 무서웠지만, 아이의 몸을 붙잡고 </div> <div>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div> <div><br></div> <div><br></div> <div>"누구 없어! 큰일이야!!" </div> <div><br></div> <div><br></div> <div>그제서야 아이들이 삼삼오오 숨어있던 곳에서 튀어나와 </div> <div>영수가 있는 곳으로 왔다.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아이들은 이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듯 그림자로 </div> <div>변한 아이를 어둠 속에서 꺼내기 위해 힘을 모아 </div> <div>잡아당겼다. </div> <div><br></div> <div><br></div> <div>모두 있는 힘껏 아이를 당기자 탁하고 풀려났다.</div> <div><br></div> <div><br></div> <div>그리고 모두 나뒹굴고야 말았다. </div> <div><br></div> <div><br></div> <div>"도.. 돌아왔어." </div> <div><br></div> <div>아이들은 허겁지겁 쓰러진 아이를 들추고 공장을 빠져나와 </div> <div>햇빛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div> <div><br></div> <div><br></div> <div>쓰러진 아이는 민준이었다. </div> <div><br></div> <div><br></div> <div>"야 민준아! 정신 차려!" </div> <div><br></div> <div>무리중 한명이 민중의 얼굴을 힘껏 때렸다. </div> <div>이어 정신을 차린 듯 멍한 얼굴로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div> <div>쳐다보는 아이들을 향해 말했다. </div> <div><br></div> <div><br></div> <div>"왜... 왜그래 무슨 일이야" </div> <div><br></div> <div><br></div> <div>"아... 다행이다." </div> <div><br></div> <div>아이들은 합창하듯 말하고 모두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div> <div>그리고 민준에게 방금 일어졌던 일을 설명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진짜 그림자로 변하다니... 모두 놀랐어." </div> <div><br></div> <div><br></div> <div>"이 일은 어른들한테 비밀이야. 뭐 어차피 믿지도 않을 테지만" </div> <div><br></div> <div><br></div> <div>아이들은 그날 일을 비밀로 하기로 하고 헤어졌다.</div> <div><br></div> <div><br></div> <div>그리고 며칠 뒤 민준이 사고로 죽자 아이들 중 한 명이 </div> <div>어른들에게 사실을 말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하지만 모두 허무맹랑한 표정을 지으며 믿지 않았다. </div> <div><br></div> <div><br></div> <div>"사.. 사실이에요. 전 봤어요. 그 일이 있고 나서 </div> <div>집으로 돌아갔는데 무서워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민준이는 그림자가 없어져서 죽은 거에요!!" </span></div> <div><br></div> <div>아이는 결국 심리치료를 받고 나서야 거짓말을 했다고 말했다. </div> <div><br></div> <div><br></div> <div>하지만 영수는 그날을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div> <div><br></div> <div><br></div> <div>민준이가 정신을 차린 후 다함께 집으로 돌아가려는 순간 </div> <div><br></div> <div><br></div> <div>아이들의 그림자가 민준이의 그림자를 공장으로 밀어내는 것을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끝]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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