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보름달이 완연한 모습을 드러낸 밤이다.</div> <div><br></div> <div>모두가 잠든 시간, 주위를 어슬렁거리는 고양이의 눈 한쪽이 달빛에 반사되어 영롱한 안광을 흩뿌렸다.</div> <div><br></div> <div>나머지 한쪽은 짓궂은 아이들에 의해 빛을 잃어버린 지 오래였다. 하지만 세상을 관망하기에 눈 하나로 족했다. </div> <div><br></div> <div>고양이는 소음이 가라앉은 이 시간을 가장 좋아했다. </div> <div><br></div> <div>낮 동안에 내리쬐는 햇살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낮잠을 자는 것도 즐겼지만, </div> <div><br></div> <div>지금 이 순간만큼은 자신이 도시의 주인이 된듯한 착각에 빠질 만큼 황홀한 시간이었다. </div> <div><br></div> <div>고양이는 오늘도 도시를 가로지는 밤의 냄새를 만끽하며, 도시의 중앙으로 향했다. </div> <div><br></div> <div><br></div> <div>도시가 생겨났을 때부터 생겨난 광장의 거대한 분수의 물줄기가 치솟아 올랐다.</div> <div><br></div> <div>고양이는 달빛을 머금은 분수의 화려한 수를 한쪽눈에 담고 나서야, 자리를 떴다.</div> <div><br></div> <div><br></div> <div>도시 중앙에 있는 분수를 기준으로 북동쪽 구역에는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살고 있었는데</div> <div><br></div> <div>고양이를 무척이나 좋아했다. </div> <div><br></div> <div>왜 그런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고양이가 행운을 불러온다는 속설을 믿었다.</div> <div><br></div> <div>고양이는 방문 할때마다 환영을 받았다. </div> <div><br></div> <div>하지만 오늘은 다른 목적이 있었다.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똑같은 건물이 다다닥 늘어선 그곳은 사람들이 서로에게 관심을 두고 싶지 않아도 </div> <div><br></div> <div>속속들이 서로를 알만큼 가까웠다.</div> <div><br></div> <div>하지만 소녀의 비밀은 고양이를 제외하면 아무도 몰랐다. </div> <div><br></div> <div>고양이는 몸을 웅크리고 그녀가 나오기를 하염없이 기다렸다.</div> <div><br></div> <div>몇 분의 시간이 흘렀을까 이내 찰칵하는 문소리가 들렸다. </div> <div><br></div> <div>초록색의 작은 짐배낭을 짊어진 작은 그림자가 하나가 달빛에 모습을 드러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고양이는 가뿐하게 소녀의 앞으로 뛰어내렸다. 소녀는 놀란 기색도 없이 오늘도 올 줄 알았다는듯 </div> <div><br></div> <div>하얀 손으로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div> <div><br></div> <div>"안녕? 오늘도 왔네?"</div> <div><br></div> <div>고양이는 갸릉거리며 작게 대답했다. 소녀는 생명의 은인 이었다. 한쪽눈을 잃고 사경을 해매던 자신을 </div> <div><br></div> <div>정성스럽게 간호해 주었다. </div> <div><br></div> <div>그 후로 종종 소녀의 찾아 가곤 했다.</div> <div><br></div> <div>"좋아.. 하지만 오늘은 줄게 없는데 어쩌지?"</div> <div><br></div> <div>고양이는 상관없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div> <div><br></div> <div>이곳 사람들이 제 아무리 고양이를 좋아한다 한들 자신의 소리를 알아들을 리 만무했다.</div> <div><br></div> <div>하지만 소녀는 고양이의 속마음을 곧잘 알아들었다. 고양이도 소녀의 목소리가 똑똑히 들렸다.</div> <div><br></div> <div><br></div> <div>그런 소녀와 고양이가 달빛을 길잡이 삼아 향한 곳은 북동쪽으로 쭉 가다 보면 나오는 커다란 강이었다.</div> <div><br></div> <div>이곳에는 선착장과 커다란 폐공장이 즐비했다. </div> <div><br></div> <div>예전에는 사람들로 붐볐다고 하지만, 지금은 온데간데없이 그 자취를 감추었다. </div> <div><br></div> <div><br></div> <div>소녀는 배낭에서 준비한 것을 차곡차곡 차례대로 꺼냈다. </div> <div><br></div> <div>흰색 양초 7개, 그리고 캠코더 </div> <div><br></div> <div><br></div> <div>한쪽 구석에 있는 낡은 드럼통 위에 캠코더를 올려놓자 텅 하고 공장안에 메아리가 쳤다.</div> <div><br></div> <div>소녀는 캠코더를 바라보며 말하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Case11. 체크"</div> <div><br></div> <div>소녀는 머리를 매만지더니 이내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div> <div><br></div> <div>'좋아.. 집중하자..'</div> <div><br></div> <div><br></div> <div>소녀는 천장을 향해 천천히 구부러진 검지손가락을 들어 올려보이더니 이내 사격자세를 취하면서</div> <div><br></div> <div>양초를 향해 손가락을 들이댔다. 1미터 앞에 있는 양초는 미동조차 없었지만,</div> <div><br></div> <div><br></div> <div>소녀는 동요하지 않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것의 흐름이 느껴지길 기다리면서, </div> <div><br></div> <div>그것은 일종의 감정에 커다란 반응을 보였다. 때로는 분노일 때도 있었고, 슬픔, 어쩌면 사랑도..</div> <div><br></div> <div>소녀는 오늘 낮에 만났던 소년의 얼굴을 기억해냈다. 그러자 그것은 소녀의 심장을 시작으로 온몸으로 번졌다.</div> <div><br></div> <div>'이..이건가..'</div> <div><br></div> <div><br></div> <div>그것이 손가락 끝에 다다르자, 소녀는 양초를 향해 그것을 발산시켰다. </div> <div><br></div> <div>이내 '팟'하고 양초 끝에 불이 생겨났다. </div> <div><br></div> <div><br></div> <div>나중에 알았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마법이라고 부른다고 한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