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오라. 글이 그리운 그대. 활자가 그리워 글을 찾는 방랑자여. 책게가 그대를 부른다.</div> <div>===========================================================================</div> <div> </div> <div>시간이 어떻게 가고 있는지 모르겠다.</div> <div> </div> <div>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div> <div>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르는게 느껴진다.</div> <div> </div> <div>'오... 오늘이야말로! 정말로! 진짜로!'</div> <div> </div> <div>해는 저 지평선 넘어로 얼굴을 감춘지 오래지만 도심의 가로등과 네온사인은 주변의 어둠을 치워버렸다.<br>남들이야 신경쓰지 않을 것을 뻔히 알고 있음에도, 새빨개진 얼굴을 숨기느라 고개를 들 수가 없다.</div> <div> </div> <div>'이 근방이었는데...'</div> <div> </div> <div>예전부터 눈여겨 봐왔던 편의점을 찾기가 너무 힘들다.</div> <div> </div> <div>'저기다!'</div> <div> </div> <div>드디어 내가 찾던 편의점이 보인다. 흔한 체인점 간판을 걸고 있었지만 지금 나에겐 유일하다.</div> <div> </div> <div>딸랑~</div> <div> </div> <div>"어서오세요~!"</div> <div> </div> <div>우렁차다. 진정 날 반기는 소리가 아니라는 것쯤은 알지만 지금 내 머릿속에 그런 사실따위는 들어오지 않았다. </div> <div>그저 새빨개진 얼굴을 보이는게 싫다. 내 맘을 읽혀버릴것만 같다.</div> <div> </div> <div>"예~ 안녕하세요~"</div> <div> </div> <div>이놈의 습관 때문에 나도 모르게 답을 해버렸다. 내 말을 들었을까?</div> <div> </div> <div>'아냐아냐 들렸을만한 목소리는 아니야. 어서 내가 여기 들어 온 목적을 달성해야겠어!'</div> <div> </div> <div>난 맘을 다스리기 위해 크지 않은 매장을 한바퀴 삥 돌았다. 내가 사려고 하는 물건은 진열대에 없다. </div> <div>아니. 모르겠다. 자세히 살펴볼 수 없었다. 매장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너무 신경쓰인다. </div> <div>그렇게 두바퀴나 더 돌았지만 여전히 눈동자의 초점은 바람앞의 촛불처럼 위태로웠다.</div> <div> </div> <div>'결국 그 방법 밖에 없는건가.'</div> <div> </div> <div>크지 않은 매장을 도는 동안 심호흡을 세네번 한 후. 카운터 앞에 섰다.</div> <div> </div> <div>"안녕하세요~"</div> <div> </div> <div>내가 매장을 세바퀴 도는 동안 이미 내 기척을 신경 쓰고 있었던걸까? 나에게 인사를 건낸다. </div> <div>숙인 고개를 살짝 들어 앞을 바라보았다. 훤칠하다. 갈색으로 물들인 머리카락이 부드럽게 쏟아져 내려온다. </div> <div>그렇게 길지 않은 머리카락이 찰랑거린다. 채인점의 이름이 적힌 직원조끼 뒤로 보이는 옷가짐에서 패션센스가 느껴진다. </div> <div>영업용 미소가 살짝 걸려있는 입술 사이로 가지런한 이가 보인다. 계산을 위해 왼손에 든 리더기를 앞으로 내려던 움직임이 멈칫 한다. </div> <div>그럴 수 밖에 난 지금 손에 들고 있는 것이 없다.</div> <div> </div> <div>"저기..."</div> <div> </div> <div>이런! 목이 막힌 듯 목소리가 나오질 않는다. 이게 무슨 창피한 경우인가!</div> <div> </div> <div>"예? 원하시는게 있나요?"</div> <div> </div> <div>살짝 당황한 듯 하다. 하지만 이내 가볍게 미소지으며 나에게 물어온다. 그 미소를 보자 용기가 생긴다. </div> <div>속으로 다시 한번 심호흡을 하고는 이내 내 뱉는다.</div> <div> </div> <div>"코...ㄴ....ㄷ... 주세...ㅇ"</div> <div> </div> <div>이런 빌여먹을!</div> <div> </div> <div>"예!? 뭐... 뭐라구요?"</div> <div> </div> <div>확실하게 당황했다. 안된다. 이러면 안돼. 내가 원하던건 이런게 아니다. 뭔가 다시 말을 해야한다.</div> <div> </div> <div>"그... 그거 드리면 되나요?"</div> <div> </div> <div>헛!? 알아들어버린건가? 으아아!! 머릿속에 미리 준비한 온갖 시나리오가 모두 박살나 버리는 소리가 들린다. </div> <div>이런 상황은 예비 시나리오에도 없었다. 그렇다고 이렇게 물러설 순 없다.</div> <div> </div> <div>"아. 예... 그걸로 주시면 되요."</div> <div> </div> <div>다행이다. 목소리는 그렇게 떨리지 않는다.</div> <div> </div> <div>"그... 뭘로 드릴까요?"</div> <div> </div> <div>응?! 뭐지? 종류?! 모르는데? 이번엔 내가 당황했다. 난 그에게서 건네 받을 생각만 하고 있었기에 뭐라 말해야 할지 이미 머릿속은 백지상태.<br>오늘만은! 이라고 그렇게 다짐했건만, 또 실패하는 건가. 그럴 수 없다! </div> <div>사전 정보가 너무 부족했음을 뼈저리게 느낀다. 별에 별 경우가 머릿 속을 지나갔지만 정작 흐른 시간은 1초도 되지 않았다.</div> <div> </div> <div>"아무거나 주세요."</div> <div> </div> <div>"아무거나요? 그... 그럼 이번에 새로 나온 걸로 드려볼까요?"</div> <div> </div> <div>"네. 그걸로 주세요."</div> <div> </div> <div>다행이다. 다시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미 끝났다. 더는 돌이킬 수 없다. 하지만 상관없다. </div> <div>그가 집어준 물건을 받아만 낸다면 그거면 된다. 내 뒤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진다. 계산하는 그 순간조차 너무 초조하다.</div> <div> </div> <div>"2000원 입니다. 이번에 새로 아담하게 나왔더라구요. 갯수는 ...개로 줄었지만 향은 좋다고 하던데요? "</div> <div> </div> <div>"아 네; 그럼 수고하세요."</div> <div> </div> <div>건네주며 다정하게 설명해 주는 말이 너무 고마웠다. 중간에 못들은 말이 있었지만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br>현금계산을 끝내고 매장문을 열고 나왔다. 닫히는 매장문을 등지고 터질 것 같은 심장을 느끼며 걸었다.</div> <div> </div> <div>'드디어. 드디어 성공했다. 그에게서 건내 받았다. 이 내 손에 결과물이 있는거야!'</div> <div> </div> <div>한 없이 진심으로 기뻣다. 오늘! 드디어 성공했다. 비록 고비는 있었지만 결국 손에 넣었다.<br>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허리가 펴진다. 난 성장했다. 당당해 질 수 있는 것이다. 오늘 성공 했으니 다음은 더 쉬울꺼다.</div> <div>오늘 같이 못볼 꼴은 보이지 않을 꺼다. <br>난 당당하게 걸어 나아갔다.</div> <div> </div> <div> </div> <div>------------------------------------------</div> <div> </div> <div>왜 이렇게 된 걸까. 난 분명히 샀다. 그의 손길을 탄 물건을 건네받았다. 그런데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걸까.</div> <div> </div> <div>"...어쩐지 싸더라... 14개라고... 잘못들은줄 알았지..."</div> <div> </div> <div>"야 이 병신아! 콘돔도 못 사오는 병신아! 내가 못살아! 사오겠다고 당당하게 나갈 땐 언제고 고작 사온게 14개짜리 블루베리향 담배냐?"</div> <div> </div> <div>"으이그 이 등신아! 됐어! 연락하지마! 나 잡지도 마! 따라 나오면 넌 오늘 진짜 죽을 줄 알아!"</div> <div> </div> <div>난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녈 잡지도 못했다. 그럴 수 밖에... </div> <div> </div> <div>쾅!</div> <div> </div> <div>떨리는 손으로 뜯은 포장지 안에는 내가 원하던 물품은 없었다. 대신 담배 14개피가 날 반기고 있었다. </div> <div>그것도 블루베리향 던힐. 한번도 콘돔을 사보지 않은 나에게 그 조그마한 담배각은 어김없는 콘돔이었고, 난 성공했다는 벅찬 가슴에 </div> <div>확인도 하지 않고 달려 왔던 것이다. 그리고 그녀 앞에서 거하게 까였다. 그녀는 가버렸다. 영원이 가버린 것일까? </div> <div>밖으로 나와 멍 하니 하늘을 올려다 본다. 세상에 둘도 없는 병신이라 스포트라이트를 주는 것일까? 1년중 가장 큰 보름달이 내 모습을 비춘다.</div> <div> </div> <div>치익... 스읍.... 후우....</div> <div> </div> <div>"달 한번 더럽게 밝네..."</div> <div> </div> <div> 꼬나문 담배에서 흘러나오는 블루베리향을 맞으며, 내 볼엔 달빛 머금은 눈물이 또르르 흘러 내렸다.</div> <div> </div> <div> </div> <div>====================================================================================</div> <div>우리는 세월호를 아직 잊지 않았습니다.</div>
실화에 조금의 살을 보태어 만들어 봤습니다. 하하... 아... 울고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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