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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freeboard_650827
    작성자 : 고래고래
    추천 : 0
    조회수 : 207
    IP : 14.42.***.215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3/01/11 00:11:34
    http://todayhumor.com/?freeboard_650827 모바일
    픽션]일기장.txt

    2월 2일

    조용한 밤이다. 시계초침이 흔들리며 째각하는 소리조차 귀에거슬리는 그런 밤이다.

    33평의 집은 혼자살기에 너무 넓다. 방하나는 자는데 쓰고, 하나는 창고, 나머지 하나는 어둠이 머무른다.

    오늘은 시끄럽게 소리치던 만취한 아저씨도, 지하실에서 담배피며 떠들어대던 학생들도 오늘은 무슨일인지

    그 모습을 감추었다. 떠들썩한게 싫지는 않지만, 가끔은 이런 고요함도 나쁘지 않다.

    술 한잔 걸치고 방에 누워 잠들엇다.

     

    2월 5일

    오랜만에 동네에 장이 들어섰다. 그래봐야 혼자먹게 되겠지만, 양손 무겁게 들고 들어온다. 

    평상시에는 인스턴트식품이나 라면으로 해결하지만, 오늘은 양손을 걷고 요리를 한다.

    팬에 기름을 두르고 그 위로 스테이크고기를 올린다. 고기가 익혀질때쯤 다른쪽에서 야채를 볶는다. 

    접시에 얹으니 제법 멋드러진 레스토랑 메인디쉬 느낌이다. 다하고 보니 소스가 없다.

    결국은 냉장고에서 인스턴트 데미그라스소스를 꺼낸다.

     

    2월 7일

    가요도 좋아하지만 클래식도 좋아한다. 반은 어거지로 장만한 골드문트.

    한참을 살피고는 하나를 집어든다. 그리고는 거실 쇼파에 반쯤 누워서 눈을 감는다.

    오늘의 선곡은 "도니체티 - 남몰래 흘리는 눈물"

     

    2월 8일

    오랜만에 손님맞을 준비가 한창이다. 먼지가 머문 방바닥이며 책상 모서리 빈틈없이 청소하고 닦는다.

    아침일찍부터 시작한게 해가 중천을 지나서야 끝이났다.

    저녁시간때쯤 되서 손님이 왔다. 회사에서 경리직을 맡고있는 정대리다.

    간단히 한잔씩 하고나니 서로가 말이 많아진다. 속에 담긴 이야기들, 회사간부들에대한 불만에서부터

    시시콜콜한 친구들의 자랑까지 중심없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그러다가 말이 끊기자 시선이 교차한다.

    서로를 바라보면서 입을 열지않아도 어색하지 않다.

    아프지만서도 행복한 밤이다.

     

    2월 11일

    들어오자마자 컴퓨터를 켰다. 책상에 앉아서는 한시도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어느샌가 재떨이에 담배꽁초가 수북하다. 방안에도 연기가 자욱하다. 그럼에도 일어서지 않는다.

    중요한 발표가 얼마 남지 않았음에 그렇다. 수정하고 또 수정해도 맘에 들지 않는것이다.

    거울에 비친 얼굴에서 신경이 곤두서있음을 느낀다. 아마 오늘은 이대로 밤이 지나겠다.

     

    2월 13일 

    자기위해 누웟으나 잠을 청하지 못한다. 눈을 감고도 한참을 뒤척인다.

    결국은 일어나 거실로 나왓다. 창을 열고 담배를 입에 가져간다.  

    내일 있을 pt가 걱정인가보다. 저래서야 레이저를 광고주 얼굴에다 쏠지도 모르겟다.

    그에게는 이번 발표가 마지막 기회일 것이다.

    주방 찬장에서 수면제를 집어든다.

     

    2월 14일

    잔에 고인 술이 맑다. 채우기가 무섭게 사라진다. 이미 눈이 풀리고 혼잣말을 지껄인다.

    광고주는 끝까지 다 듣지도 않은채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렷다. 그로써 세달을 공들인 프로젝트는 다 가지도 못한채 그 날개가 꺽였다.

     

    "괜찮아, 니 탓이 아니잖아"

     

    그이의 선배는 그리 말햇지만, 그이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듯 하다.

    울다가, 웃다가 허공에 손을 휘젓기도 하고

      그러다가 어느순간에 고개를 떨구고는 잠들어버린다.

    집까지 옮기는것이걱정이었지만, 선배가있어 다행이다.

     

    2월 20일

    회사에도 나가지 않는다. 먹고 자고 누워서 티비시청 다시 자고 일어나서 먹고 자고, 반복이다.

    처음 몇일동안 시끄럽게 울어대던 핸드폰도 배터리가 다되엇는지 울리지 않는다.

    정신없을정도로 문짝을 두드리던 소리도 나지않는다.

    씻지않은 얼굴에는 수염이 들쑥날쑥하고 형광등에 비친 머리는 번들거린다.

    처음으로 그이의 회사에게 감사한다. 이렇게 계속 그이를 볼 수 있게 해줘서

     

    2월 28일

    벌써 3일째. 그이는 움직이지 않는다. 표정이 무척이나 편안하다. 사회생활이라는 짐이 그이에겐 너무 무거웟나보다.

    모든것을 털어버린 그이의 얼굴은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나에게 아이는 없지만, 만약에 있다면 이런 얼굴일꺼라 생각한다.

    이제야 함께 있게 되었다. 더이상 카메라며 도청기를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마음껏 사진도 찍을수 있다.

     물론 서로 대화하거나 사랑을 나눌수는 없지만, 만약 그렇다 해도 그건 나에게 너무 과분하다.

    그 순간 기절하고 말테니. 지금이 좋다. 방안을 가득채운 방부제 냄새가 독하지만 그정도는 참을 수 있다.

    우리가 함께할 수 있다면.. 오늘은 2월의 마지막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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