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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쁘지효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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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readers_23839
    작성자 : 이쁘지효
    추천 : 1
    조회수 : 282
    IP : 58.140.***.87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6/02/01 21:17:05
    http://todayhumor.com/?readers_23839 모바일
    자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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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뢰수주 정도는 괜찮겠지?'

     그렇게 안일한 생각을 한 나는 방으로 들어가 곧장 방 한켠에 놓인 컴퓨터의 전원을 누른다. 그리 넓지는 않은, 그러나 혼자 살기엔 딱 좋은 원룸이다. 아이는 고양이에 푹 빠져 이쪽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하기사 저런 아이가 무얼 알겠는가.

     영화니 소설이니 문화가 발달해서 일까. 사람들은 이쪽의 네트워크가 특별하다 생각하곤 하는데, 골목길 전당포나 술집, 살인 청부 회사 같은 것은 전연 아니다. 뭐 실제로 그런 곳들이 있을 수야 있겠지만은 일의 특성상 나는 홀로 일한다.

     누구에게도 알리는 법 없이, 누구의 도움도 없이.

     내가 일을 받는 곳은 온라인상이다. 그렇다고 무슨 옥션처럼 경매하고 관리하는 거래대행 업체가 있는것도 아니다. 앞서 말했다시피 나는 혼자 일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요새는 SNS니 텀블러니 컴맹들도 자기 홈페이지 하나 만드는 것 쯤은 거뜬하지 않던가? 익명성도 확실히 보장되고. 개인 홈페이지를 하나 개설해 의뢰창구로 사용하고 있다 생각하면 편할것이다. 그러다보니 일이 그리 많지도 않다. 솔직히 많으면 부담되기도 하고.

     의뢰비는 한 건당 최소 천만원. 현재 위장으로 대학 생활을 하는 나에겐 넉넉 잡아 6개월당 한 건. 이정도만 되어도 사는데엔 지장이 없다.

     몇 년전까지만 해도 입에 풀칠을 하기 위해 구걸이나 다름 없이 의뢰를 받고 다녔으나 최근엔 의뢰량이 급증하고 있다. 솔직히 부담될 지경이다. 이 사람들 생명이라는걸 어떻게 생각하는건지...

     인터넷의 위험성이 여기서 드러난다. 한번 주목을 받으면 극단으로 몰려든다. 수익성과 익명성. 양극단에서 위험천만한 줄다리기를 하고있는 셈이다.

     그러니 이쪽은 되려 난감할 지경이다. 급증하는 의뢰량은 이 나라가 그렇게 살기힘들어졌나에 대한 지표이기도 하지만, 일의 리스크가 크다 보니 일거리를 선택 하는데에 신중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몇 안되는 내 철칙 중 하나가 [한번 맡은 의뢰는 반드시 해결한다.]이기 때문에 며칠에서 몇달까지 걸리는 수행기간이 겹치면 말그대로 숨 쉴 틈이 없다.

     "흐음... 없네."

     드르륵 드르륵

     언뜻 요리 블로그처럼 위장된 페이지를 슬쩍 훑어본 후 들어온 의뢰는 없다고 단정 짓는다. 그 후 홈페이지 설정에 들어가 외부인이 글을 쓸 수 없도록 설정짓는다. 다행히도 지금은 다섯살배기 타겟과 출처불명의 아이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꺄흐흣, 야! 어디가?"

     아이의 거친 손길을 더이상 감수하진 못하겠는지 고양이가 잽싸게 몸을 비틀어 아이의 손아귀를 벗어난다. 원룸에서 도망갈 곳이 어디있겠냐만은 녀석은 몸집과 달리 무척 날래 나에게도 고양이를 잡는다는 것은 버거운 일이다.

     "아저씨. 고양이 이름이 뭐에요?"

     고양이를 잡느라 한참 원룸을 뱅글뱅글 돈 아이가 폭싹 주저앉으며 말한다.

     "고양이는 이름을 불러서 오는게 아니야. 거래를 하려고 오는거지."

     아저씨인가... 먼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때문인지 퉁명스레 대답하고 말았다.

     "아아~ 그러지말고 가르쳐주세요~ 네?"

     처음 봤을 때는 왠지 조숙해보였는데 이럴 때는 영락없이 아이다. 아이가 몸을 베베꼬며 불가항력인 눈을 바루 뜨고 쳐다본다.

     '나는 네 이름이 더 궁금한데.'

     그렇게 말하려는 순간 휴대전화가 지잉- 하고 울렸다. 위장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싶어 들어간 연극 동아리에서 친분을 쌓은 내 나이 또래 여학생이다.

     "여보세요? 응 유진아."

     유진이란 이름에 아이가 흠칫 놀라며 경계의 빛을 띤다. 천진난만한 아이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나이에 비해 너무 조숙한 소녀가 거기 있다.

     "응, 응. 그래 갈께. 어어, 알고 있어. 그래, 나중에 봐."

     갑작스런 식사 약속이다. 타겟은 이제 유치원으로 돌아가 조금 후면 낮잠에 들 것이다. 그 말인 즉슨, 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나는 지금도 일반인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고, 그 위에 평범한 대학생이라는 또 하나의 위장을 하고있다. 안타깝게도 위장이란 놈은, 끊임없이 덧칠을 해줘야 하는 귀찮은 놈이다.

     "계속 있을거야?"

     약속이 잡힌 이상 집 안에 있을 순 없다. 그렇다고 아이를 데리고 다닐 수도 없다. 차분하게, 그러나 절대 강요하지 않으며 묻자 아이가 입을 꾹 다문다. 아무래도 나가지는 않을 모양이다.

     "화장실은 저쪽이고 먹을건 냉장고에 있어. 그리고......."

     연극 동아리의 삶이란 생각외로 화려하다. 변장이라도 하듯 옷을 갈아입다 멈칫 고양이를 쳐다본다.

     "고양이 사료는 부엌 서랍에 있어. 그릇 가득 주면 알아서 먹을거야."

     살인도 했는데 유괴가 뭐 대수랴. 이상하게도 이 아이 앞에서는 조심성이 옅어진다. 그러곤, 거리로 나섰다.

    4.

     살다보면 피할 수 없는 일이라는게 생긴다. 가령 술자리라거나 그런 것들 말이다. 알리바이나 유리한 진술을 듣기위해, 그리고 본격적으로 하나의 인물상을 연기하기 위해 이런 자리의 참석은 필수이다.

     단순히 점심을 먹기위해 모였던 만남은 동아리 선배라는 알수없는 계급을 타고 난항을 겪어 나를 이자리까지 오게 만들었다.

     "지한씨는 -어디까지나 가명이다. 이해해주길 바란다. - 군대 안가세요? 어머, 이런 말은 실롄가?"

     멀리서 간간히 얼굴이나 몇 번 마주쳤던 여성이 내게 말을 걸어온다. 자아를 찾기위한 1년간의 휴학 후 다시 동아리를 다닌다는 모양인데 이런 술자리에선 처음이다.

     "그러게요. 가긴 가야할텐데."

     이 동아리에서의 나는 생각도, 꿈도 없는. 그저 시간이 흘러가는대로 살아가는 타입. 그렇기에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대답해버린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 문제는 생각해 본적도 없다. 여태 살아남으리라곤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아핫, 그게 뭐에요? 갔다올 시기도 훨씬 넘은거 같은데?"

     "맞아요. 얼른 가시는게 좋아요. 나이 먹고선... 어휴, 갈데가 못돼요."

     술잔이 몇번 돌고나니 다들 텐션이 높아졌다. 여성이 내 허벅지를 툭툭치며 대답하자 앞에 앉아있던 짧은 머리 남성이 몸서리를 치며 맞장구 친다. 휴가 나온 후배라는 것 같았다.

     "글쎄, 지금가도 늦은 것 같아서 졸업하면 들어가보려구요."

     그때까지 잡히지 않는다면요. 라고 덧붙히고 싶었다. 사실 그 졸업이라는 것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잘해야겠다는 목표도 없고 노력도 않으니 성적은 바닥. 최근엔 일 때문에 너무나도 바빠 얼마 전 휴학계를 제출한 참이다.

     아! 거기서도 그런 말을 했다. 군 휴학하시게요? 아뇨, 1년만 해주세요. 그러자 사무원이 나를 이상하게 쳐다봤다.

     "야! 너 왜 존대해? 후배야, 후배."

     날 이 자리에 끌고온 장본인이 벌개진 얼굴로 말한다. 선유진이다. 평소엔 조신하면서도 술만 들어가면 행동이 거칠어지는게 그녀의 주사다. 나와는 기묘한 유착관계를 가진 선유진이란 인물은 잊을만 하면 꼭 이렇게 나와 술자리를 갖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그녀 역시 술이 들어가면 자신의 관념에 관대해지고 이성과 긴밀한 관계를 엮고 싶어 하는데 나는 그런 그녀에게 약간의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오늘과 별 다를 것 없는 어느 날이었다. 그 날 역시 이런 술자리를 가지며 머릿속으로는 의뢰를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당시 유진은 평소보다도 더 텐션이 올라 내게 스스럼없이 스킨쉽을 하곤 했다. 때마침 알리바이라는 보험이 필요했던 나는 그녀와의 관계 후 그녀가 잠든 사이 타겟을 죽였었다.

     그 사건의 용의선상엔 내 이름의 이니셜도 올라가지 않았건만 완벽한 알리바이를 가졌다는 점에서 오는 안도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여서 유진을 만날때면 어디서 나오는지 모를 비틀어진 만족감을 느끼곤 했다.

     저열한 만족감이 가져오는 회상도 잠시 빠져있자 다시 화제는 나를 벗어나 다른 사람으로 향했다. 하긴 대학생들이 할 말이 뭐 그렇게 많겠는가?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들과의 만남이었기에 시덥지 않은 대화들을 귓등으로 흘리며 내 잔에 들어온 술을 해치워 나갔다.

     술잔이 따라지면 단숨에 들이키고, 또 한번 덕담인지 모를 말과 함께 빈 술잔이 따라지면 들이키기를 몇 번, 건너편 테이블에 앉은 예쁘장한 하얀 블라우스를 입은 여성이 휴지로 차가운 술병에 맺힌 이슬을 조심스레 닦아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내 가면을 뚫고 나온 매정한 눈길이 건너편의 여성과 닿았다.

     동류다.

     타인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들켜서는 안될 비밀을 가진.

     어쩔 때보면 이 사회는 이상하리만치 잘 돌아간다. 서로 가슴 속에 비수 한자루쯤은 무장하며 살고 있는데도 말이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일에 착수할 때에나 나오는 차가운 눈길이 닿자 그녀는 부르르 몸을 떨곤 고개를 돌렸다. 그 후, 이상하게도 술자리는 점점 흥을 잃어갔고 얼마지않아 파하게 되었다.

     계산은 신기하게도 오늘 처음 본 선배라는 사람이 끝냈다. 언제나 계산은 나의 몫이었기에 의아해하면서 술집을 나섰다. 모두를 배웅하고서 집으로 가는 택시에 올라 타자 밝게 뜬 보름달이 눈을 맞춘다. 이 도시가 뱉어내는 검은 구름 사이에서도 그 시린빛은 가시질 않아 나를 추궁한다.

     "이대로 괜찮겠어?"

     "당분간은."

     청부살인업이라는 일은 언제나 최고의 몸상태를 유지해야하는 직종이다. 그렇기에 이성을 제어할수있는 수준까지만 마셨지만 이런 날이면 가끔 내 모든 속내를 까뒤집어 밝히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러나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있다.

     신뢰관계란,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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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2/02 11:03:07  122.43.***.29  petrichor  540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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