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2010년에 회사 사내 게시판과 무신론자 사이트에 올렸던 글입니다.</div> <div><br /></div> <div><br /></div> <div>------------------------------</div> <div><br /></div> <div>몇년 전의 일이다.</div> <div>어느 과학고에 다니는 피아노를 무척 좋아하는 학생이 있었다.</div> <div>초등학교 때부터 온갖 학원을 다녔던 학생인데,</div> <div>태권도나 미술에는 취미가 없었지만 피아노는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다.</div> <div>게다가 누가 들어도 상당한 수준의 실력이었다고 한다.</div> <div><br /></div> <div>중학교부터는 예체능은 다 끊어버리고 오로지 과학고 보내려고</div> <div>어머니가 엄청나게 투자를 했던 모양이다.</div> <div><br /></div> <div>그리고 결국 과학고에 입학하는데 성공했다.</div> <div> </div> <div>하지만 학생은 피아노를 무척 하고 싶었고, 틈만 나면 연습했다.</div> <div> </div> <div>반면 어머니는 학교 공부는 소홀히 하며 피아노에만 열중하는 아들에게</div> <div>"또 피아노냐? 피아노 쳐서 돈이 생기니? 밥이 나오니?</div> <div> 엄마는 네가 과학고에서 일등 한번 하면 소원이 없겠다" 며 닥달을 했단다.</div> <div><br /></div> <div>어느날부터 이 학생은 책상에 꼼짝 않고 붙어 앉아 공부에만 매달리더란다.</div> <div>그리고 얼마 후 전교 일등 했다는 성적표를 받아 왔다.</div> <div>어머니는 뛸 듯이 기뻐했다.</div> <div> </div> <div>그 다음 날 아들의 유서가 발견 되었고 아들의 몸은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div> <div>유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div> <div><br /></div> <div>"이제 됐지?"</div> <div><br /></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br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 </span></div> <div>위 내용은 몇년 전의 실화라고 합니다.</div> <div>비슷한 일로 자살하는 학생이 있고, <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자살까지는 안가더라도 우울증 환자는 무척 많으니, 실화가 아니라도 상관없다고 봅니다.</span></div> <div> </div> <div> </div> <div>물론 이 사건의 원죄는 대한민국의 사회/경제/교육 시스템과 이에 따라 경쟁만 조장하는 분위기에 있습니다.</div> <div>다들 경쟁없이 성과가 없다거나, 인재는 경쟁을 통해 길러진다는 생각들을 갖고 있지만,</div> <div>경쟁은 나중에 외국이나 타기업과 하는 것이지, 배우는 학생들끼리 할 성질은 아닙니다.</div> <div>사람은 누구나 다 다르고, 따라서 인재는 일괄적 경쟁이 아닌 특화된 교육으로 더 잘 길러집니다.</div> <div><br /></div> <div>사교육을 줄이겠다고 고교평준화를 했지만 사교육열풍은 오히려 거세어졌고,</div> <div>결국 이도 저도 아닌 평균형인간만 양산되는 실정입니다.</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그리고 평균에 못 미치는 사람의 비율은 더 높아졌구요.</span></div> <div><br /></div> <div>경쟁에 뒤쳐진 사람들, 일명 "루저"들이 양산되는 사회일수록</div> <div>부조리와 비합리와 몰이성이 판치게 되는데 말입니다.</div> <div> </div> <div>1등만 기억하는 세상은 정말로 더러운 세상입니다.</div> <div> </div> <div>학생들이 아이돌에 열광하는 것은...</div> <div>낙오되거나 힘에 부친 아이들이 아이돌을 통해 대리만족을 하려는 성향의 결과이기도 합니다.</div> <div>아이돌에 열광하는 모든 학생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비중이 높죠.</div> <div> </div> <div>아이돌들이 부르는 노래의 가사도 마찬가지입니다.</div> <div>아이들이 좋아하도록 되어 있습니다.</div> <div>공부 땜에 골치가 아픈데, 멜로디나 노래가사까지 복잡하면 안됩니다.</div> <div> </div> <div>하여간 교육의 문제 때문에 한국의 예술까지 영향을 받아 빈사상태가 되었고, 예능은 획일화되고 있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사실 이 어머니는 매우 현실적인 분이고, 자식이 최선의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 것입니다.</div> <div>따라서 어머니를 크게 책망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div> <div>이 분이 생각이 없는 것도 아니고, 철학이 없는 것도 아니고, 단지 현실적이었을 뿐이니까요.</div> <div><br /></div> <div>어머니가 보기에 아들의 피아노 실력으로는 마에스트로는 커녕 학원강사 하기도 <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힘들다고 느꼈을 것이고,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그저 취미로 하라고 하기엔 공부할 시간을 너무나 깍아 먹습니다.</span></div> <div>(들리는 이야기로는,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어머니가 예술고에 가보았더니 아들은 입학이 힘들겠다는 판단을 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div> <div><br /></div> <div>공부를 잘하는데, 음악이나 미술에 취미를 가진 자식에게 어머니들이 흔히 하는 멘트가 있죠?</div> <div>"너 나중에 돈 많이 버는 직장에 취직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지 않니? </div> <div>돈 못벌면 그런 취미를 가질 수도 없단다."</div> <div> </div> <div>그런데 한편으로는 이 어머니에게 화가 나는군요.</div> <div>김연아는 첨부터 스케이트에 소질이 있었을까요?</div> <div>아이돌들이 처음부터 소질이 있었을까요?</div> <div>제가 보기에 이 어머니는 그런 힘든 뒷바라지 대신 아들을 과학고에 입학시키는 것으로써 </div> <div>뒷바라지를 조금 편하게 하려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div> <div> </div> <div>자살한 학생에게도 안타까움보다 화가 납니다.</div> <div>모르겠습니다. </div> <div>그 학생의 사정이나 심리를 속속들이 알지도 못하면서 말하기는 그렇네요.</div> <div> </div> <div>하여간 화가 납니다.</div> <div> </div> <div> </div> <div>어쩌면... </div> <div> </div> <div>기껏해야</div> <div>어린 시절 아사(굶어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 </div> <div>국가의 지원을 받아 고교/대학교를 다니고,</div> <div>대학 겨우 나와서 취직하고,</div> <div>아름다운 여인과 가정을 이루고,</div> <div>철퇴녀(딸래미)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을 하면서 살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선에서 </div> <div>"내 삶의 목표를 다 이뤘다"고 자위하고 있는 나 자신에게 화가 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div> <div><br /></div> <div><br /></div>
마음이 가난하니 복이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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