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나는 장의사다. </div> <div> </div> <div> 요즘은 우리를 뭐 장례지도사라고 부른다지만 그까짓 명칭따위야 상관없다. 아주 옛날엔 염쟁이, 그다음엔 장의사, 요즘은 장례지도사. 명칭은</div> <div>계속 바뀌어 왔지만 내가 하는 일에는 변함이 없다. 시체를 닦고 옷을 입혀 관속에 넣어주는 일. 이게 내가 하는 일이다. 사람들은 우리를 마치</div> <div>벌레 보는듯한 눈으로 보고 꺼려하지만 그것도 다 모르니까 하는 소리다. 우리가 하는 일은 인생의 마무리를 깔끔하게 해 주는 아주 고귀한일이다. </div> <div>수입이 꽤 짭짤하기도 하고. 웬만한 사람들은 저승 노잣돈엔 돈을 아끼지 않는 법이니까. 모르기는 몰라도 대기업 다닌다고 허세 떨고 다니는</div> <div>실속 없는놈들 보다 내가 더 나을거다.</div> <div> </div> <div> 오늘은 간만에 일감이 들어왔다. 자연사한 노인. 내가 가장 익숙하고 좋아하는 몸뚱아리다. 가끔가다 교통사고나 어디 높은곳에서 떨어진 몸뚱아리가</div> <div>들어오기라도 하는 날이면 내일은 몇 곱절이 되고 몹시 귀찮아진다. 마치 일곱살 어린애라도 된 마냥 퍼즐 맞추기를 해야하니까. 의사들만 살을 꿰메</div> <div>는게 아니다. 빠르기는 아마도 우리가 더 빨리 꿰멜게다. 물론 그런 것들은 돈을 좀더 받긴 하지만 귀찮아서 피하고 싶어진다. 반면에 이런 것들은 </div> <div>아주 간단하다. 몸이 가벼워 이리저리 돌려가며 닦기도 더 편하고 체구가 작아 금방 일을 마무리 지을 수 있다. </div> <div> 어두컴컴한 내 작업실에서 철제 작업대위에 시체를 꺼내 놓았다. 지하에 있는 작업일에 철제 작업대 위라 좀 차갑긴 하지만 그닥 상관없다. 차갑거나</div> <div>말거나 이미 죽은 고깃덩이가 알게 뭐냐. 이 노인네는 병실에서 내려온지 얼마 안된 모양이다. 그 증거로 아직도 몸뚱아리에 온기가 남아 있다. 그런데 </div> <div>어째 장례를 좀 서두르는 눈치다. 유족들이 빨리좀 깔끔하게 부탁한다며 웃돈까지 얹어주는 게 무슨 사연이라도 있는 모양이지만 나랑은 상관없다. 나</div> <div>야 여기에 옷이나 입혀 잘 싸매 관에 넣어주면 그만이니까. </div> <div> </div> <div> 먼저 머리부터 빗긴다. 얼굴에 가장 신경을 써야한다. 다른곳이야 수의를 입혀놓으니 안 보이지만 얼굴은 잘 보이니까. 머리를 잘 빗기고 면도를 하고 </div> <div>알콜 솜으로 얼굴을 깨끗하게 닦아준다. 몸 앞 쪽과 다리를 깨끗하게 닦아주고 뒤집어서 이제 뒷 부분을 닦아줄 차례다.</div> <div> </div> <div> </div> <div>"아....으...나 아직 안죽었어요. 나 살아있어"</div> <div> </div> <div> </div> <div>30년간 이 일을 해왔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죽은 줄만 알았던 사람이 일어난다. 방금까지 내 손으로 단정하게 빗긴 머리를 하고 빨개벗은 몸뚱이</div> <div> 로 내게 말을 걸어온다.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퍽'</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귀찮게. 손발톱을 깎일 차례인데 움직이면 안된다. 그리고 내리친 뒷 머리 부분은 꼬매야겠다. 이 건은 별도로 수수료를 좀더 받아야 된다. 꼬매는데</div> <div>드는 비용은 아직 안받았으니까.</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div> <div>위 내용은 완벽한 허구이며 장례지도사를 비난하고자 하는 의도는 눈꼽만큼도 없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우리는 세월호를 아직 잊지 않았습니다]</div> <div>[꿈과 공포가 넘치는 공포게시판으로 오세요]</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