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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humorstory_439871
    작성자 : 소세지섭
    추천 : 10
    조회수 : 973
    IP : 118.130.***.34
    댓글 : 18개
    등록시간 : 2015/08/16 23:34:14
    http://todayhumor.com/?humorstory_439871 모바일
    모쏠 친구에게 연애 조언해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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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유 유저라면 '솔로'라는 단어가 매우 친숙하게 느껴지다 못해 내가 솔로고 솔로가 나인 '솔아일체'의 경지에 올라 있을 테지만 일반적으로
    보통 사람이라면 살면서 한번쯤 연애를 해보는 것이 당연하고 누구나 첫사랑의 아픔 한번쯤은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지금 말할 내 친구는 오유도 안하면서 타고난 오유저의 자질을 가진 모태솔로이다. 탄생과 동시에 솔로 카운트가 시작되어 서른이 넘
    어버린 지금까지도 그는 데이트는 날짜, 미팅은 업체와의 만남인줄 알고사는 놈이다.
     
    물론 그 친구도 여성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조화를 거부하고 각자의 개성과 자유의지를 주장하는 그의 이목구비와 씨가 말라버린
    유머감각으로는 누군가와를 연애를 하는데 큰 무리가 있었다. 물론 유유상종이라고 나와 내친구들도 그녀석과 별반 다르지는 않지만....
    그렇게 연애를 포기하고 일에만 매진하던 녀석이 어느날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야 나 소개팅 하기로 했는데 어떻게 해야 될까?"
     
     
    친구들의 반응은 예상보다 격렬했다. 마치 독립선언 33인 눈앞에 이완용을 세워둔 듯 했다. 아직 살아있는 친구를 부관참시라도 할 기세였다.
    우리는 어느정도의 흥분이 가라앉고 나서 그래도 약간이나마 남은 우정으로 그 친구에게 조언을 해주려고 했다.
    하지만 우리에게 연애수법을 묻는건 흥선대원군에게 영어 문법을 묻는 꼴이었다. 그나마 마더 테레사 같은 여자친구님의 구원하에 불경스럽게
    커플이라는 죄를 짓고 사는 내가 주된 조언을 해주기로 했다.
     
     
    "일단 너는 얼굴이 웃기니까 유머로 밀고 나가자. 위트있는 남자를 여자들이 좋아하는 거는 알지?"
     
    "그건 알지. 근데 나 유머감각이 없는데.....야 근데 내가 그렇게 별로냐? 나 정도면 그래도 중간은 가지 않냐?"
     
    "니 얼굴은 담배같아"
     
    "왜?? 중독성 있냐? 막 생각나고 땡겨? ㅋ"
     
    "청소년과 임신부의 건강에 치명적이지. 냄새도 좀 나고. 글리제 832C에서라면 먹힐지 몰라도 지구에선 아니야. 그러니까 닥치고 유머 ㅇㅋ?"
     
    "......알았다. 아, 그래도 나 최불암 씨리즈랑 덩달이 씨리즈 많이 알어 ^^ "
     
     
    해맑게 웃는 친구의 얼굴에 오함마로 더블스매셔를 날려주고 싶었다. 이 조금 모자라지만 착한 녀석같으니.
     
     
    "소개팅 상대가 너희 어머님 등산모임에 참석하시는 어머니 친구분이 아니라면 그따위 꺼는 머릿속에서 깨끗하게 지워. 유머사이트 돌면서 최근
     
    트렌드 위주로 유머 몇개 외워. 유행하는 말이나 그런거 잘 알아두면 좋고. 그래야 대화가 통하지 "
     
    "응 알았어. 유머사이트. 유행하는 유머...ㅇㅋ"
     
    "그리고 상대방 말에는 맞장구 잘쳐주고 잘 들어주는게 중요해. 말하기 보다는 듣기. 여자들은 공감을 잘해주는 남자가 잘 통하는 남자라고 생각
     
    한다고 그러더라."
     
    "듣기 맞장구...듣기 맞장구... 알았어"
     
     
    친구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그와 더불어 상대를 배려하는 자세를 가지면 적어도 소개팅 나온 상대가 널 공격하는 일은 없을거라고
    일러두고 나의 코칭은 끝이났다. 시간은 흘러서 어느덧 소개팅 하는 날이 되었고. 친구는 무사히 소개팅을 마쳤다. 우리는 끝을 뻔히 알고있지만
    혹시나  반전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친구를 불러 소개팅 후기를 듣기로 했다.
     
     
    "소개팅은 잘 마쳤냐?"
     
    "그런대로 잘 된거 같아."
     
    "......젠장. 만나서 뭐했는데?"
     
    "밥먹었어"
     
    "그리고?"
     
    "....?? 밥먹었다니까?"
     
    "그러니까 밥먹고 뭐했냐고"
     
    "다먹고 집에 왔지."
     
     
    뭔가 내가아는 소개팅이랑 다른걸 하고 온것 같았다. 정말 분위기가 괜찮았냐고 물어봤지만 친구는 시킨대로도 잘했고 여자분이 많이 웃었다며
    올해 결혼을 할 것 같다고 김칫국을 탱크로리채로 마셨다. 뭔가 찜찜하긴 했지만 친구가 그렇다고 하니 그날은 친구가 쏜 술을 거하게 마셨다.
     
     
    몇일 후
     
     
    모두가 예상했다 시피 소개팅은 잘되지 않았다. 애초에 잘될리가 없었다. 결혼 대신에 그녀의 번호가 결번이라는 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그렇게
    그놈이 자신감을 가졌던 소개팅이 왜 안되었는지는 후에 주선자에게 내용을 듣고 나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놈은 너무 메뉴얼에 충실했다. 유머 사이트를 활용하라고 했더니 앉자마자 오유의 유행어의 유래부터 읊었고. 그녀가 친구의
    직업을 알게된 건 놀란라이언과 철쭉의 상관관계 설명이 끝난 이후였다고 했다. 공감은 또 어찌나 잘해주는지 생리통 마저도 자신도 그 고통을 잘
    안다고 대답해 친구의 성 정체성을 의심케 했다고 했다.
    그래도 주선자의 체면을 생각하고 사람은 오래 지켜봐야 한다는 생각과 엄청난 인내심을 갖고 있던 그녀는 식사 이후에 커피 한잔을 제안했으나
    시간이 너무 늦었으니 들어가 봐야 하지 않느냐며 내 친구는 그녀를 배려하는 태도를 보여주었고 졸지에 까인 그녀에게 주선자는 소개팅녀가 얼마나
    욕을 찰지게 잘하는지 그날 알게 되었다고 했다.
    출처
    소세지섭의 꼬릿말입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약간의 픽션이 가미된 유머글입니다.진지는 진지하게 사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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