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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animation_222361
    작성자 : 째잘쨰잘
    추천 : 3
    조회수 : 29596
    IP : 58.233.***.10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4/04/21 21:02:15
    http://todayhumor.com/?animation_222361 모바일
    [스포,약스압,15금]에반게리온 - 아스카 2편

     

    토우지 "뭐냐, 또 부부 싸움?"

     

     

     

    신지, 아스카 "아니거든!"

     

      아스카는 신지를 좋아하는 게 맞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확실히 그렇다그러나 또한서로에 대한 오해로 비극을 자초한 소년 소녀의 이야기는 작품이 가장 힘을 주어 묘사하는 갈등 관계이기도 하다그러니까 신지와 아스카 사이의 미묘한 관계에 대해 갑갑한 느낌을 유지하는 편이오히려 연출 의도에는 가장 가까운 감상이 될 수 있다에반게리온의 일부 에피소드를 러브 코미디 장르로 만든 둘의 관계는사실 같은 반 친구들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교실 안의 연애 기류에는 언제나 또래 아이들이 가장 민감한 법그러니 정답은 이미 17화에 나왔고최소한 이 시점에선 두 사람의 감정이 특별하단 걸 전제로 깔고 시작해도 무리가 없겠다.

     

     

    카지 "그럼, 잘 알지. 신지 넌 이 세계에서 꽤 유명하다구! 훈련도 없이 에바를 기동한 서드 칠드런!"

     

     

    신지 "아뇨, 그런…그냥 우연인 걸요."

     

     물론 신지 역시처음엔 아스카의 단순 경쟁 상대에 불과했다두 사람이 만난 8화로 가자모두가 점심을 먹는 중에 깔리는 라디오의 내용을 들어 보면어떤 사람에게 애인이 있는데그 사람이 자기보다 강아지를 더 아끼게 됐다는 사연이다당시 아스카가 느낀 그대로가 아닌가 싶다독일에선 모든 사람이 나만 보고 칭찬해 줬는데 여기선 그 시선을 나눠 받게 됐다신지라는 녀석영 실속 없어 보였지만 카지도 그를 칭찬한다하여 아스카는 가기엘과의 전투에서 그를 굳이 옆에 태워 자신의 솜씨가 굉장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참고로 여기서 아스카가 신지 때문에 사고 언어 회로를 바꾸고그를 바탕으로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는 사실은전혀 맞지 않는 두 사람도 노력하면 마음이 통하게 될 수 있다는 메시지로도 볼 수 있다.

     

     

    아스카 "신지! Gutten Morgen!"

    신지 "구…구뗀 모르겐…."

     

     

    "이 몸이 말을 걸어 주셨으면 좀 더 기쁜 표정을 짓는 게 어때?"

     

     9화로 가자신지와 같은 반이 된 아스카는 먼저 아침 인사를 하며 접근한다신발 보관함을 가득 메운 편지를 발로 무참히 짓밟는 그녀를 생각해 보면 확실히 신지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모양물론 아직은 단순 견제에 가깝다때문에 이스라펠 1차 공격 실패로 두 사람이 합숙 훈련을 하게 됐을 때아스카는 경악했다그런데 이게 카지의 계획이었다는 사실그는 아마 아스카가자신이 아닌 또래인 신지에게 건강한 호감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랐던 게 아닐까 싶다.

     

     

    아스카 "나 말곤 할 사람 없잖아요?"

    미사토 "레이!"

    레이 "네."

     

     

     

     

    "……!"

     

    미사토 "이거 원, 작전을 바꿔서 레이에게 맡기는 게 더 나을 것 같기도?"

     

     

    아스카 "몰라, 이제 싫어! 안 해!"

     

     

    히카리 "신-지-너!"

     

     

    히카리 "따라 가라구! 여자를 울린 책임을 져야 할 거 아냐!"

     

     훈련의 일부로 싱크로 게임 중인 아스카와 신지두 사람이 너무 안 맞는 중에 미사토는 자극을 주려는 의도로 레이를 불러 신지와 붙였다그 둘의 완벽한 하모니에 당황한 아스카는 방을 나갔고히카리는 신지에게 화를 내며 다그쳤다이 상황에서 아스카를 울릴 사람이 있다면 미사토 아니면 레이일 텐데그럼에도 히카리가 신지를 지목한 것은 그녀가 아스카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소녀의 감이되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는 진실이다실제로 히카리는 극에서 아스카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는 거의 유일한 사람이다그래서 18화의 아스카는 자기도 모르게 신지에 대한 마음을 히카리에게 내비쳤다신지는 굉장히 둔한 바보일 뿐이라고의심할 것도 없이 자기 마음도 모르는 신지에 대한 불만이겠다.

     

     

    신지 "저…."

    아스카 "아무 말도 하지 마."

     

     

    "하겠어, 나."

     

     어쨌든 히카리 말을 듣고 신지는 아스카를 만나러 간다아주 훌륭한 선택이었다아스카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사실 그게 중요하다그녀는 신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아스카에게 신지가 오는 것은 기대 범위 안의 일이었고신지가 그 바람을 충족해 줬기 때문에 아스카는 그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아스카 "미사토는?"

    신지 "철야 작업, 아까 전화 왔어."

     

     

    "그럼 오늘 밤은 우리 둘 뿐이네?"

     

     

    "……." "……?"

     

     

    "이건 절대로 무너지지 않는 제리코의 벽! 이 벽을 조금이라도 넘어 오면 넌 사형이야! 어린 애는 일찍 자도록!"

     

     

     합동 2차 공격을 하루 앞둔 밤미사토는 처음으로 두 사람을 두고 집을 비웠다이에 아스카는 목욕하고 수건만 두른 채 신지에게 말했다집에 우리 둘 뿐이라고물론 신지는 그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아스카는 괜히 이불을 들고 미사토 방으로 가 문을 닫으며 말했다이건 절대로 무너지지 않는 제리코의 벽이야쓸 데 없이 문을 한 번 닫았다가 다시 열어 저 말을 하는 것도 재밌다아스카는 분명 신지의 어떤 반응을 기대했던 것이다사실 제리코의 벽은 무너지는 게 맞다성경에 따르면 굳건한 건 사실이지만사람들의 함성 소리로 무너뜨린 벽이었다필요한 것은 용기와 도전일 뿐그러나 신지가 그런 깊은 뜻을 이해할 턱이 있나아스카는 벽 뒤에 혼자 엎드린 채 그가 반항하며 문을 열기를 기다렸지만신지는 오지 않았다그녀는 분명히 실망했을 것이다그녀 입장에선이게 신지의 첫 번째 거부 행위였다.

     

     

     그러나 아스카가 슬며시 잠이 들고자신을 억누르던 이성이 힘을 쓰지 못하게 되자그녀의 본심이 나오고 만다잠결에 신지 옆으로 온 것이다아스카는 꿈에서 엄마를 찾는 것 같았다언제나 혼자 설 수 있다고 외치던 그녀였지만 실은 아니었던 것이다사별한 엄마도 보고 싶고옆에는 사람을 끼고 함께 자고 싶은사랑이 필요한 외로운 소녀였다신지는 이 시점에서 괜히 아스카의 가슴을 봤다가 혼자 자극을 받아선 멋대로 키스를 시도하지만그녀의 눈에 맺히는 눈물을 보곤 포기한다서로에 대한 욕망은 있지만 엇갈리고 마는남자와 여자의 타이밍이다.

     

     

    "열 팽창? 완전 간단한 거 아냐?"

     

     

    "내 경우엔, 가슴을 따뜻하게 하면 조금 더 커질 수 있는 걸까나?"

     

     

    "여기 봐, 신지!"

     

     

    "……?"

     

     

    "Back Roll Entry!"

     

     10화로 가자여행을 포기한 세 명의 파일럿은 수영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여담으로 신지만 입수하지 않고 숙제를 하고 있는데, 16화에서 그가 사실 수영을 할 줄 모른다는 얘기가 나온다. 아무튼 아스카는 왠지 자꾸만 신지의 시선을 끌려고 한다.괜히 가슴을 신지 얼굴 가까이 대기도 하고열의 팽창을 자기 가슴에 비유하는 등물론 소심한 신지는 얼굴만 붉힐 뿐 그녀가 원하는 반응을 보이진 않았다잠시 뒤 물에서 나오는 레이에게 신지의 눈이 가는데눈치를 챈 것일까아스카는 일부러 신지를 불러 그의 시선을 자기에게로 돌렸다.

     

     

    "신지…?!"

     

     

    "바보, 무리하고 있잖아."

     

     다행히 끝은 좋은 날이었다용암 속에서 위기에 처한 아스카를 구한 게 바로 신지였기 때문이다직접적으로 드러내진 않았지만 아스카는 그 사실을 굉장히 기쁘게 여겼다그녀가 바라는 신지의 모습이 바로 그런 것이었다이를 계기로 아스카는 다시 한 번 마음을 열게 된다.

     

     

    아스카 "있지, 신지, 키스해 볼래?"

     

     

    신지 "응? 뭐라고?

    아스카 "키스 말야. 너 한 적 없지?"

    "…응."

     

     

    "그럼, 하자!"

     

     

    "뭐?! 왜?"

     

     

    "심심하니까!"

     

     15화에서 아주 중요한 장면이 나온다데이트를 부탁 받았던 아스카는 남자가 별로란 이유로 자리를 뜨고 집에 온다신지 혼자 있다는 사실을 그녀도 알았기 때문에그녀의 마음에 대한 또 하나의 작은 증거가 된다신지의 첼로 연주를 듣고 감탄하며 칭찬하는 아스카마침 미사토가 늦을 거라는 전화가 왔고또 한 번 집 안에 둘 뿐인 시간이 왔다아스카는 제법 강한 수를 놓았다갑자기 신지에게 키스를 요구하는 그녀분명 적극적인 자세이긴 한데아스카의 자존심이 허락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는 심심하니까!’라는 핑계가 최선이었다그러나 그 말을 그대로 믿은 신지는 정말로 시간 때우기 정도의 의미만 부여한 채 키스에 임했다.

     

     

    "……."

     

     

     그게 문제였다아스카가 기대한 키스는 그런 게 아니었다아스카는 민망해 신지의 코를 잡았는데그 정도면 신지가 살짝 반항하면 될 일이었다그런데 그는 쓸 데 없이 숨을 참고 두 손은 아예 놓고 있었다퍼렇게 질린 채로 침만 섞고 있었다결국 되도 않은 상황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아스카는 화장실로 달려가서 가글하는 흉내만 냈다자존심이 꽤 상했을 것이다.그나마 남은 체면 지키겠답시고 엉뚱한 말 몇 마디 지껄여 보지만 분명 그녀속으론 울고 있었을 거다이 사건은 그녀에게 있어자신에 대한 신지의 거부 행위 그 두 번째였다엎친 데 덮친 격으로카지가 미사토를 데리고 집에 왔는데그의 몸에선 미사토의 향수 냄새가 잔뜩 풍긴다그 밤아스카는 두 남자에게 동시에 버림을 받은 기분이었을 게다.

     

     

    "라벤더 향…."

     

     16화의 탈의실 장면에서아스카는 주먹으로 사물함을 치며 분노를 표출했다표면적인 이유야 물론 싱크로 싸움에서 신지가 아스카를 이겼다는 것인데사건의 배치를 고려해 보면 진짜 이유는 따로 있는 것 같다레이가 나가는 걸 기다렸던 것도 어찌 보면 신지에 대한 그녀의 마음아스카 본인에겐 감추고 싶은 굴욕을 들키고 싶지 않았던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정말로 아스카가 이 시점에서신지를 경쟁 상대로만 생각하고 있었다면레리엘 속에 흡수되었다가 귀환한 신지를 걱정해 몰래 숨어 있던 장면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아스카는 여전히 신지를 포기하지 않았다. 19화에서 더미에 씐 채 3호기를 공격한 후 신지가 기절했을 때에도 아스카는 레이와 함께 그의 회복을 기다리고 있었다그러니 그녀가 16화에서 화를 냈던 대상은신지 이전에 자신의 마음을 아프게 한 그의 반응이렇게 멍청하게 남의 반응 따위에 의지하기 시작한 자신의 약한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더 옳겠다.

     

     

    아스카 "이리 줘!"

     

     

    "Hallo, Mutter. (안녕엄마!)

    Wir haben uns lange nichts gehoert. (되게 오랜만에 얘기하네요.)

    Ah ha! Niemals! (에이아녜요!)

    Er ist ein einsamer Mensch (아 걘 주로 혼자 지내는 것 같아요.)

    Ja. Ja. Wirklich? (정말?)

    Das ist aber toll. Fantastisch! (그거 대단하네요굉장해!)

    Ich werde jetzt ins Bett gehen. (이제 자러 가야 할 것 같아요.)

    Gute Nacht. (안녕히 주무세요.)"

     

     

    "진짜 엄마 아냐. 그치만 싫은 건 아냐. 조금 어색할 뿐."

     

     

    "…?! 왜 내가 너한테 이런 말을 하고 있는 건데?!"

     

     22화로 가자최근 2호기를 타고 있으면 미친 쿄코의 모습이 자꾸 보인다함께 죽어 달라는 엄마의 싫은 그 모습저녁을 먹던 중 독일에서 전화가 온다아스카 엄마란다관심을 보이는 신지에게 지금의 엄마는 진짜 엄마가 아니라는 걸 설명하고 잠깐 진심 섞인 얘기를 하는 아스카그러다 문득 대화 상대가 신지였다는 사실을 깨닫곤 불쾌하다는 듯 화를 냈다본인도 몰랐고알았어도 인정할 수 없었겠지만그녀의 마음은 아직도 신지에게 열려 있었던 것이다.

     

     

    "기분 나빠…."

     

     

    "미사토랑 바보 신지가 있던 물에 누가 들어갈 것 같냐.
    미사토랑 바보 신지가 사용한 세탁기 따위 누가 쓸 것 같냐.
    미사토랑 바보 신지가 사용한 화장실 따위 누가 쓸 것 같냐."

     


    "미사토 싫어, 신지도 싫어, 퍼스트는 더 싫어! 아빠도 싫어, 엄마도 싫어! 그치만, 나 자신이 제일 싫어!"

     

     

    "다 됐어, 너무 싫어! 어째서 내가, 내가!"

     

     늦은 저녁화장실 안에 가만히 선 아스카눈에 보이는 것은 미사토와 신지가 차례로 몸을 담갔던 욕조의 물아스카는 화가 나는 것이다두 사람이 쓰던 화장실을세탁기를욕조를 왜 내가 함께 쓰고 있지앞선 리뷰에서 설명한 대로 이란 사람의 마음을 상징하는 물질이다그러니까 이 장면에서 아스카가 마개를 뽑고 욕조 물을 흘려 버리는 것은 곧 두 사람의 마음을 자신과 더는 공유하지 않겠다는 거부의 표현과도 같다이유는 간단하다자신의 마음을 신지가 거절했으니까그 분함을 잊지 못해서더 정확히는그런 사소한 일에 얽매이는 자신이 한심해 견딜 수가 없었을 것이다의지할 데도 없는데자존심은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

     

     

     이어 아라엘과 싸우게 된 아스카는 제루엘 전에서의 완패 등으로 컨디션이 바닥을 찍은 상태였다그래도 레이 뒤에는 설 수 없어명령을 어긴 채 어떻게든 앞에 나섰다그런 그녀에게 정신 공격을 강행하는 사도.

     

     

    거부, 걱정, 분리, 집착, 의존, 결여, 죽음, 나는 인형이 아냐! 같이 죽어 줘! 난 네가 싫어!

     

    비디오 버전에만 있는 텔롭

     

     아라엘은 우선 아스카의 심층 의식 속에 박힌 여러 키워드를 꺼낸다매우 다양한데 그 중에서도 특히 죽음이란 단어가 높은 빈도로 나오고 있다그런데 TV 방영 당시 편집 처리 되었던 텔롭이 있어 짚고 간다섹스라는 단어인데워낙 이미지가 강한 단어인 탓에 비디오 버전에만 남아 있다정신 공격 장면 중 형태를 파악할 수 없는 글자는 모두 섹스라는 단어를 하얀 칠로 덮은 것이고이는 아라엘의 정신 공격을 겁탈 행위로 해석하는 주요 근거가 된다죽음과 섹스그에 대한 혐오와 미묘한 동경 속에서 아스카는 살았던 셈이다.

     

     

    "소류 아스카 랑그레이입니다. 잘 부탁해요!" "너, 바보야?"

     

     

    "찬-스!" "그러니까 날 봐요!"

     

     다음 장면을 보자익숙한 아스카의 모습이목소리만 달리 하고 반복하여 나온다그녀가 자주 하는 행동과 유명 대사를 여러 성우가 대신 맡아 연기한다순서는 미사토레이히카리리츠코그리고 마야꽤 의미 있는 메시지를 담은 장면이다전혀 다른 사람이개인의 행동과 버릇을 그대로 따라할 수 있다면그 개인의 자아를 별개의 것으로 인정할 수 있을까아스카는 그렇다고 말한다나를 모방할 수는 있어도 그건 진짜 내가 아니야나를 만드는 건 따로 있어혹시 그녀는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아스카가 되기 위해억지로 높은 곳에 서려고 했던 건 아닐까남과 다르게 되고 싶어 외로움을 견디며 혼자이길 선택한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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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와 줘, 도와 줘요! 카지 씨!"

     

     과연 바로 다음 장면에서아스카는 혼자 선로 위를 걷고 있다괜찮다고 생각했는데벌써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옳은 길을 가고 있는 게 아닌가그 순간길을 온통 막으며 역행하는 정체 모를 넋의 집단이 나타난다기괴한 모습을 한 그들을 자세히 보니 아스카 자신이었다여태 본 적 없는 자신의 다른 모습아스카는 두려웠다이어 저 멀리 보이는 그림자카지라고 생각해 크게 불렀는데아무 대답이 없다아스카에게 카지는 과연 어떤 사람이었나?

     

     

    카지 "아스카는 아직 어리잖니."

     

     

     사도는 그 해답을 찾으려는 듯 아스카 안에 있는 카지를 꺼내 본다즉시 나온 장면은 바로 15카지의 품에서 미사토의 향수 냄새를 맡았던 순간이었다그런데 어쩐지 그녀의 마음은 그 날의 풍경을 미묘하게 바꿔 놓았다향수 냄새 대신에카지의 품에는 쀼루퉁한 표정을 짓고 신지가 서 있는 것이었다그는 아스카 안에 존재하는 신지이다자신의 마음을 거절했는데카지는 신지만 감싸고 있다두 사람은 아스카를 집에 둔 채 문 밖으로 나선다두 남자에게 버림을 받고 좌절한 그 밤의 충격,아직도 그녀 마음에 고스란히 남아 있던 것이다.

     

     

    "왜 네가 거기에 있는 건데!"

     

     동시에 이 장면은본래 아스카가 마음을 쏟은 유일한 남자가 카지였는데어느 순간 신지라는 녀석이 그 자리에 함께 있게 됐다는 비유이기도 하다아스카는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네가 뭔데 그 자리에 서 있는 건데어째서 네가 감히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되어 내 마음을 이리도 아프게 만드는 건데? 그렇다이게 바로 그녀의 마음에 대한 해답이다그녀 스스로도 인정하기 싫은 진심이다아스카는 신지를 좋아하고 있었다신지는 아스카를 잡아 주지도구해 주지도 않았는데그녀도 모르는 사이 신지는 마음 한 가운데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이렇게 아라엘에게 공격을 당하는 중에도그녀는 은밀히 신지를 기다리고 있었다허나 그는 오지 않았다사도의 겁탈로 철저히 망가진 후그녀는 카지에게그녀가 되고 싶었던 어른에게 묻는다어떡하면 좋으냐카지도 대답하지 않았다그녀를 구한 건 레이였다그 한심한 꼴을 보면서 신지는 참 다행이라고 했다아스카는 살기 싫었을 것이다그런데 알미사엘 전에서는위험에 빠진 레이를 구하기 위해신지가 등장하는 것이다내게는 오지도 않았으면서! 신지는 레이를 구하려고 했고아스카를 버리려고 했다적어도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그래서 아스카는이미 마음으로는 죽은 사람이었다.

     

     

    쿄코 "…죽게 하지 않겠어."

     

     

    아스카 "…엄마!"

     

     아스카가 눈을 뜬 곳은 2호기의 플러그 내부바깥은 상황이 나쁘다폭격 때문에 2호기도 흔들리고 있다다시 들리는 엄마의 목소리같이 죽어 달라는 목소리그런데 또 한 사람의 목소리가 있다역시 엄마였는데뭔가 달랐다여태 잊고 있던진짜 우리 엄마너는 죽으면 안 돼내가 지킬 거야. 아스카는 비로소 깨닫게 된다자식을 지키려는 어머니의 마음그게 바로 에반게리온의 AT 필드였다그러나 부활은 오래 가지 않았다모든 마음을 무력하게 만드는 롱기누스의 창 앞에 2호기는 무릎을 꿇고 만다다시 한 번 겁탈을 당하는 아스카그녀는 바보 신지 따위 기대할 수 없다고 하지만그녀의 말하기 방식을 감안해 보면전투 중에 그런 말을 꺼냈다는 건 역시혹시나 하는 기다림을 마음에 깔고 있었던 것 같다아스카의 신지에 대한 마지막 기다림이었다그리고 신지는 그녀의 부름에 끝내 응답하지 않았다.

     

     

    "바보 신지 따위, 기대할 수 없는데!"

     

     끝으로 신지가 아스카의 목을 처음 조르는 장면으로 간다이 부분은 사실 다양한 측면에서 관찰하고 해석할 수 있는 중대한 장면이라 다음에 또 자세히 다룰 것이다그러나 사실 아스카 입장에서만 봐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지 싶다아스카는 항상 기다리고 있었다신지가 자신을 구할 날을그러나 신지는 결국 오지 않았다두 번이나 겁탈을 당하는 와중에도 신지는 오지 않았다자신의 마음을 거절한 신지보완에 앞서 두려움에 떨며 그녀에게 구해 달라고 소리를 치든 식탁을 엎든그녀가 흔쾌히 그의 손을 잡아 주고 싶었겠는가신지가 싫기 때문이 아니라좋아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그녀의 자존심을 뭉갠 소년에게진심과는 별개로잠깐이라도 좋으니 자기가 느꼈던 아픔을 전하고 싶었을 게 분명하다아스카는 신지를 보며 가엾다고 차갑게 얘기했다자신과 꼭 같은 상황이란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신지 "날 좀 구해 줘, 응? 아스카가 아니면 안 된단 말야."

     

     

    아스카 "-싫어."

     

     에반게리온의 많은 캐릭터가 그렇지만아스카도 다른 사람에게 진심을 전하는 방법을 모른다사실 그녀의 마음은 생각하는 것과 달리 간단하다신지가 누구라도 좋으니 자신의 마음을 배신하지 않고 함께 있어 줄 사람을 갈망했다면아스카는 다만자신과 진심을 나눌 단 한 사람을 찾고 싶었을 뿐이다여태 그녀가 바라던또 받았던 건 군중의 주목과 관심이었다그러나 어른이 되려는 중에 그녀도 알게 됐을 것이다정말 필요한 건 사람의 진심이다마음의 빈 곳을 채울 수 있는 건 진짜 사랑이다그래서 카지에게 기댔는데그는 어리다는 이유로 그녀를 거절했고그래서 신지에게 마음을 열었는데두 사람의 마음은 어긋나고 말았다.

     

     

    "…가엾구나."

     

    BGM Thanatos - If I Can't Be Yours (Loren & Mash)

     

    Now it's time, I fear to tell

    이제 시간이 됐어요말하기 두렵지만

     

    I've been holding it back so long

    오래 전부터 이 말을 담아 두고 있었어요

      

    But something strange deep inside of me is happening

    내 마음 안에서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어요

     

    I feel unlike I've ever felt and it’s making me scared

    한 번도 느낀 적 없는 기분그래서 두려워요  

     

    That I may not be what I think I am

    내가 생각했던 내 모습이 아닌 것만 같아서

     

     

    "니가 전부 내 것이 되지 않는다면, 나, 아무 것도 필요 없어!"

     

     보완으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그러니까 나와 너의 경계가 허물기 시작하는 공간에서아스카는 신지에게 말했다네가 완전히 내 것이 되지 않으면 나아무 것도 필요 없다사실 별로 어려운 말도 아니다그녀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을 뿐,아스카가 진짜로 하고 싶었던 말은 이런 게 아니었을까내가 네 것이 될 수 없다면 나견딜 수 없을 거라고.

     

    What of us? What do I say?

    우린 대체 뭘까요뭐라고 하면 좋나요?

     

    Are we both from a different world?

    우리 두 사람은 다른 세계에서 온 걸까요?

     

    'Cos every breath that I take, I breathe it for you

    숨을 쉰다는 게전부 그댈 위한 한 숨한 숨이라서

     

    I couldn't face my life without you

    당신 없는 삶을 마주할 수가 없어요

     

    And I'm so afraid there's nothing to comfort us

    우리를 위로할 그 어떤 것도 없다는 게 너무 무서워요

     

    What am I

    난 대체 뭐죠

     

    If I can't be yours….

    내가 만약 그대 것이 아니라면….

     

     

    -그리고 인류의 보완이 시작된다.

     

    [에반게리온] 31. 신지죽음에 이르는 병/에서 계속.


    출처 : http://bbs2.ruliweb.daum.net/gaia/do/ruliweb/default/hobby/308/read?articleId=16408263&objCate1=&bbsId=G005&searchKey=daumname&itemGroupId=25&itemId=&sortKey=depth&searchValue=%EC%97%84%EB%94%94%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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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편은 드디어 기다리던 "영원한 찌질이"가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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