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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제가 언급했던 빙과 신작 단편이 실려 있는 야인시대라는 문학잡지를 어제 받았습니다.
원래는 12일 출판이라 좀 더 일찍 받았어야 했는데 같이 주문한 신만 아는 세계 17,18권 한정판이 18일 발매되었기
때문에 같이 오느라 좀 늦어졌나 봅니다.
아무튼 기대감을 품고 원숭이 표지를 넘기자 마자 란제리 차림의 여성이랑 상반신 누드의 남자 사진이
절 반기는군요.-_-;;
전에 적었다시피 이번달 야인시대는 '남자의 관능, 여자의 관능' 특집이라서 좀 그렇습니다.-_-;;;
어쨌든 살색 페이지들을 넘기고 나니 고전부 시리즈 단편이 나오네요.
특집 기사를 제외하면 가장 앞페이지에 실려 있는 셈이지요. 출판사에서도 고전부 시리즈를 중요하게 여기나 봅니다.
'Another' 에 관한 기사도 실려 있는 데 그보다도 앞이네요.
단편 소설은 대략 60페이지 정도의 분량으로 생각보다 짧았습니다. 일단 완독하긴 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좀 실망스럽군요.
다음 줄부터 단편 소설 줄거리가 시작되니 네타를 원하지 않는 분은 백스페이스 키를 눌러주세요.^^;;
이번 단편은 마야카의 시점으로 진행됩니다.
컴퓨터를 새로 살 생각을 하고 있는 마야카는 전자제품 판매점에서 우연히 중학교 3학년때 한반이었던 친구를 만납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도중 마야카가 호타로와 같은 서클 소속이라는 말을 듣자 친구는 호타로 이름을 듣고 불쾌해
하며 화를 냅니다. 친구의 그런 반응에 잠시 당황하던 마야카는 곧 그 이유를 깨닫습니다.
친구와 헤어져서 집으로 돌아온 마야카는 과거 중학교 3학년 때 있었던 일을 회상합니다.
마야카,호타로,사토시가 함께 다니던 중학교는 11월경에 3학년들이 졸업 기념품을 단체로 제작하는 전통이 있는데
그 해에는 커다란 전신 거울을 제작하기로 하고 거울의 나무틀을 각 학급별로 분담해서 조각하기로 합니다.
거울틀의 디자인은 시에서 개최된 미술대회에서 입상한 경력이 있는 타카스 아미란 여학생이 하기로 했지요.
완성된 디자인은 포도넝쿨을 모티브로 해서 넝쿨이 굵은 나뭇가지에 엉켜 있고 꽃,이파리,포도송이가 영글어져 있으며
그 주위를 나비,벌새등이 날아다니는 것이었습니다.
마야카가 속해 있는 반은 반전원이 조각하는 게 아니라 마야카랑 다른 미술부 여학생 두명이 조각하기로 했고 다른 반들도
대체로 비슷하게 소수의 인원들이 맡아서 조각을 완성했습니다.
그렇게 완성한 조각들을 이어 붙여서 하나의 거울틀로 완성하기 위해 체육관에 모였는데 다른 반들은 서툴더라도 대충
원래의 디자인을 살리기 위해 노력을 해서 그런지 그럭저럭 보기가 괜찮았지만 유독 한 반은 원래 디자인을 아예 무시하고
구불구불한 넝쿨을 일직선으로 간략하게 조각해서 형편없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조각한 게 다름아닌 호타로였습니다.-_-;;
다들 호타로가 귀찮아서 대충 조각했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새로 조각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했고 대충한 조각은 조각틀의
아랫 부분에 위치하기 때문에 별로 눈에 띄지 않고 그런대로 어울려서 다들 그냥 조립하기로 합니다.
그런데 완성된 조각틀을 보러 온 거울틀의 디자이너 타카스 아미는 조각틀을 보자마자 안색이 창백하게 질려서 대성통곡을
합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3학년생들은 호타로가 성의없게 형편없이 조각했기 때문이라며 호타로와 호타로에게만 조각을
맡긴 호타로 반 인원들을 비난합니다. 난감한 상황에 빠진 호타로 반 급우들은 호타로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고 원망하고
비난합니다.ㅠ_ㅠ;;;;
이렇게 3학년 전체의 비난의 화살을 한몸에 받게 된 호타로는 휴식시간에는 교실에 있지도 못하고 도서관에서 지냅니다.
그리고 곧 겨울방학이 되고 또 고등학교 입시가 다가오자 거울틀 사건은 모두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되고 졸업을 하게 됩니다.
이상과 같은 사건 때문에 호타로와 같은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호타로를 싫어하며 마야카도
자신은 의식하지 못했지만 마음 한구석에서 호타로를 비난하고 원망했음을 깨닫게 됩니다.
하지만 예전과 달리 일년간 같은 부실에서 생활한 마야카는 호타로가 단순히 귀찮다고 그런 무책임한 일을 저지르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 사건의 진실을 호타로에게 추궁하지만 호타로는 제대로 대답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마야카는 같은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중학교 동창들을 탐문하고 중학교까지 방문해서 졸업 작품인 거울을 보고
사건의 전말을 깨닫게 됩니다.
거울을 디자인 한 타카스 아미와 그 친구들은 그 당시 한 여학생을 왕따시키고 있었습니다. 드러나게 괴롭히지 않았지만
음험하고 티나지 않게 수작을 부렸지요.
거울틀을 거꾸로 해서 보면 포도 넝쿨들이 'We hate Asami T' 라는 '우리는 아사미를 싫어한다'는 뜻의 필기체 영어
문장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아사미는 물론 왕따당하던 여학생 이름이었고요.
그런데 반에 배정된 디자인의 일부분을 보고 이상함을 느낀 호타로는 당시 거울 제작 위원회 위원이었던 사토시에게
디자인 전체를 입수해서 그 사실을 눈치 채게 됩니다. 사토시와 상의한 호타로는 결국 반에 배정된 조각을 혼자 맡기로 하고
입시를 앞두고 조각하기 귀찮았던 반 인원들은 좋다 싶어서 호타로에게 조각을 떠넘긴 것이지요.
호타로는 's' 부분에 해당하는 넝쿨 조각을 일직선으로 바꿔서 'We hate A ami T' 라는 문장으로 고쳐 버립니다.
그리고 원래 조각을 디자인 한 타카스 아미는 거울틀 조각에 숨겨진 문장에 오히려 자신의 이름인 T.아미가 들어가 버리자
놀라고 분해서 눈물을 흘린 것이고요.
이 모든 사실은 호타로와 사토시만 알고 있기로 해서 결국 호타로는 괜한 원망만 듣게 된 것이었습니다.ㅠ_ㅠ;;;;
마야카는 고전부 부실에서 모든 사실을 밝히면서 그동안 호타로를 마음속으로 경멸했던 것을 사과하며 소설은 끝납니다.
이상이 이번 신작 단편의 대략적인 줄거리입니다.
사실 저는 이번 단편이 호타로랑 치탄다의 관계에 관한 에피소드이기를 기대했습니다. 왜냐하면 이번달 야인 시대의
기획이 '남자의 관능, 여성의 관능' 이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5권에서 서로 사귀게 된 사토시와 마야카에 비해서
호타로와 치탄다는 진전이 좀 더뎠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마야카 중심의 과거 중학교 때의 사건 이야기였네요.-_-;;;
제 글을 읽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마야카 그리고 사토시를 싫어합니다.
그래서 이번 단편이 좀 재미가 없었네요. 중간중간마다 마야카가 '후쿠짱, 후쿠짱' 거려서 닭살이 돋고 중학교 졸업앨범에
실린 사토시 사진을 보고 사토시가 귀엽다며, 좋은 눈보신을 했다며 히죽거리는 부분에서는 잠깐 책을 덮었습니다.
중학교 사건의 중심 인물인 호타로는 물론이고 치탄다는 겨우 한페이지 정도만 등장할 뿐이어서 읽기가 괴로웠네요.
솔직히 제가 지나치게 마야카나 사토시를 싫어하는 편이기는 하지만 수제 발렌터인 초콜릿 사건도 그렇고 고전부 시리즈를
읽을수록 정이 떨어지는 게 어쩔 수가 없네요.-_-;;
이번 에피소드는 제가 마야카를 싫어하는 이유 중에 하나인 마야카가 호타로에게 퉁명스럽게 홀대하는 원인에 해당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작가님도 마야카가 호타로에게 하는 행동이 심하다고 본인이 느꼈거나 누군가 다른
사람이 지적해줬을 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그 변명에 해당하는 내용을 이번 단편 소설로 적었겠지요.
하지만 저는 이 내용을 작가님이 미리 예전부터 계획했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번 단편 소설은 과거 고전부 시리즈의 설정들과 완전히 모순되기 때문입니다.
위 줄거리를 보면 알겠지만 이번 단편에서는 중학교 3학년 때 호타로와 마야카는 서로 다른 반인 것으로 나옵니다.
하지만 고전부 시리즈 첫번째 작품인 '빙과'에서 마야카가 처음 등장할 때 마야카와 호타로는 초등학교,중학교 9년동안
같은 반이었던 것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내용은 '빙과' 이후의 다른 고전부 시리즈에서도 계속 언급하고 있지요.
그러니 이번 단편 소설에 등장한 사건은 기존 설정대로라면 마야카와 호타로가 3학년 때도 한반이었기 때문에
일어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마야카는 조각에 서투른 반 남자들은 조각에 일절 손대지 못하게 강력하게 주장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조각에 소질이 있는 자신과 미술부 부원 이렇게 두명이서 조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만약 호타로가 혼자서 조각을 맡겨달라고 부탁했다면 당연히 반대했을 것이고 그 이유를 캐물었을 것이니 호타로가
마야카에게 이번 사건의 진실을 숨기는 건 불가능 했을 겁니다.
아마도 작가님은 원래 계획에 없었던 마야카에 대한 변명을 급히 해야겠고 2년만에 고전부 시리즈를 집필하자니 원래
설정은 기억도 잘 안나고 해서 이런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저지른 게 아닌가 싶습니다.-_-;;;
가장 큰 모순점은 위에서 말한 것이지만 아귀가 맞지 않는 부분은 이것 말고도 더 있습니다.
이번 단편 소설에 의하면 호타로는 이미 중학교 3학년 때 분할된 거울틀 디자인에서 이상한 점을 느끼고 사토시의
도움을 받아서 거울틀에 숨겨진 비밀을 밝혀낸 게 됩니다.
즉 비상한 통찰력과 추리력을 이미 중학교 3학년 11월에 사토시 앞에서 드러내 보인 것이죠.
그렇다면 사토시는 호타로가 이런 문제 해결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됩니다.
하지만 호타로가 처음 고전부에 들어가서 '잠겨진 문' 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었을 때 사토시는 호타로에게 이런 재능
이 있었는 지 전혀 몰랐다는 투로 얘기 합니다. 적어도 '그러고 보니 중학교 3학년 때도 이런 비슷한 일이 있었지.' 라는
언급 정도는 했었어야 하지요. 또 5권에서도 호타로의 생일때문에 고전부원들이 호타로 집에 모였을 때 중학교 때의
추억에 관해 이야기 합니다만 이번 단편 소설의 내용에 관한 언급은 전혀 없을 뿐더러 조그마한 낌새조차 보이지 않
더군요. 호타로가 3학년 전교생에게 거의 왕따당하다시피한 대형 사건이었는 데도 말이지요.
결국 이 모순들은 작가님이 기존 설정들을 잊어버린 채 무리하게 과거 에피소드를 집필한 데서 기인한 것입니다.
그리고 작가님이 이런 식으로 무리하게 과거 에피소드를 쓸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바로 마야카 때문이지요.
솔직히 마야카가 호타로에게 틱틱거리는 이유는 이번 단편 에피소드처럼 거창한 게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냥 호타로가 호구이기 때문이지요. -_-;;
무시하고 싫은 소리해도 호타로가 그냥 좋게 넘어가기 때문입니다. 뒷탈을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지요.
이번 단편에서도 그런 부분이 나오는 데 호타로가 부실에서 혼자 책을 읽고 있는 데 마야카가 다짜고짜 달려들어
마치 죄인을 심문하듯이 호타로에게 질문 공세를 퍼붓습니다. 평소 같으면 그냥 마야카의 기세에 눌려서 질문에
대답하거나 딴청을 피웠을 호타로가 왠일로 지금 책에서 가장 재밌는 부분을 읽고 있는 데 방해된다며 평소와는
다른 태도를 보입니다. 그러자 마야카는 금새 쪼그라들어서 호타로 눈치를 살피며 저자세로 나가더군요.
그러다가 다시 호타로가 좋게 태도를 바꾸자 마야카는 기가 살아서 평소의 태도로 돌아오네요.-_-;;;
아...그때의 짜증남이란 작가님이 아무리 마야카를 변명해주고 띄워줘도 마야카에 대해 호감이 생기지 않습니다.
어쨌든 이번 단편으로 작가님께서 고전부 시리즈의 기존 설정의 일부를 잊어버리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생겼습니다. 고전부 시리즈 장편이 언젠가는 나오겠지만 이거 기대가 되기 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군요.
아무튼 이번 단편은 기대했던 것 보다는 실망스러웠지만 한가지 수확이 있긴 했습니다.
바로 '호타로 호구 전설은 영원하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네요...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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