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24pt"><font color="#c31a1b">생존</font></span></strong><strong><span style="font-size: 12pt"><font color="#c31a1b">-1</font></span></strong></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식수가 떨어졌다. </div> <div>가도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가 끈적끈적한 절망감이 되어 혓바닥에 달라붙는 느낌이다. </div> <div>다들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div> <div> </div> <div>살수 있다며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던 신철민 녀석도 </div> <div>다죽어가는 목소리로 물을 찾고 있다. </div> <div> </div> <div><strong>이젠 끝이다. </strong></div> <div><strong>희망을 부르짖기엔 바다가 너무 넓었다. </strong></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흑흑... 죽고싶지 않아..."</div> <div> </div> <div>멍하니 바다를 응시하고 있던 연희가 울음을 터뜨렸다.</div> <div>이미 많이 울어서 눈화장이 번질대로 번진 그녀의 얼굴을 또다시 눈물이 적시고 있었다. </div> <div> </div> <div>이제와서 울어봤자 해결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 </div> <div>하지만 그건 울지 않아도 마찬가지다. </div> <div> </div> <div> </div> <div>가뜩이나 부족한 수분을 쓸데없이 눈물로 소비하건, </div> <div>혹은 눈물을 참아 스트레스를 조금 더 받거나 하는 선택의 문제는 개인의 몫이다. </div> <div>누구도 무엇이 더 확실하게 좋다고 할만한 성질은 아닌 것이다. </div> <div> </div> <div>다만 한가지 분명한건 지금 그녀에게서 내 고백을 비웃음으로 일축시키던 그 한없이 도도한 모습을 </div> <div>찾아볼 순 없다는 것이었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한낮이 되자 햇볕이 한층 따가워졌다. </div> <div>우린 서로 다닥다닥 붙어앉아 티셔츠를 찢어서 만든 넓다란 천 쪼가리로 몸을 가렸다. </div> <div>이런 햇볕을 그대로 받다간 굶어죽기도 전에 일사병으로 먼저 가는수가 있다. </div> <div> </div> <div>며칠째 비가 오지 않아 물을 마시지 못한 우리의 입에선 역겨운 단내가 났지만 </div> <div>누구도 불평을 하지 않았다. </div> <div> </div> <div>천막을 만드느라 여자들은 겨우 브레지어만 걸치고 있었는데,</div> <div>이젠 그걸 보고도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는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나 사실 고백할게 있어..."</div> <div> </div> <div>뜬금없이 종수가 입을 열었다. </div> <div>지금 이 상황에서 고백이라니, 나도 모르게 피식 헛웃음이 나왔다. </div> <div> </div> <div>언제 침몰할지 알 수 없는 이 작은 구명보트위에서 진실게임이라도 할 생각인가? 저 찐따 새끼가...</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우리 이렇게 된거 다 내탓이야."</div> <div> </div> <div>"......"</div> <div> </div> <div>"내가 그랬다고. 니들이 자꾸 나 따돌리니까. 조타실에서..."</div> <div> </div> <div>그 순간 구명보트가 위아래로 심하게 요동쳤다. </div> <div>이성을 잃은 철민이 괴성을 지르며 종수에게 달려들었다. </div> <div>어디서 그런 힘이 나는지 그는 무지막지한 주먹질로 종수의 얼굴을 인정사정 없이 구타하기 시작했다. </div> <div><strong>아무도 말리는 사람은 없었다.</strong></div> <div> </div> <div><strong><font color="#c31a1b">아니, 어쩌면 우리 모두가 동시에 같은 생각을 했고, </font></strong></div> <div><strong><font color="#c31a1b">철민의 행동이 조금 더 빨랐을 뿐인지도 모른다.</font></strong><br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목말라. 물 먹고 싶어... 흑흑..."</div> <div> </div> <div>간신히 잦아들었던 연희의 눈에서 또다시 눈물이 흘러내렸다. </div> <div>나도 목이 마르다. </div> <div> </div> <div>가능하다면 그녀가 흘리고 있는 눈물을 핥아마시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div> <div>물을 마시지 못한다는게 이토록 고통스러운 일인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 </div> <div>정말 물을 마시고 싶다.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꿀</span></strong><strong><span style="font-size: 10pt">꺽</span></strong><strong><span style="font-size: 12pt">꿀</span></strong><strong><span style="font-size: 10pt">꺽</span></strong></div> <div> </div> <div>들릴듯 말듯한 작은소리. </div> <div>이를테면 어떤 액체가 목구멍으로 넘어갈때 나는 소리랄까? </div> <div>난 흠짓하며 본능적으로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div> <div> </div> <div> </div> <div>여전히 훌쩍이고 있는 연희, </div> <div>이젠 아예 브레지어도 벗어던진 경진, </div> <div>탈진해서 오바이트를 하고 있는 형석, </div> <div>죽은듯이 쓰러져 있는 종수와 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뭍고 있는 철민까지. </div> <div> </div> <div>물을 마시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div> <div> </div> <div>하지만...</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꿀</span></strong><strong><span style="font-size: 10pt">꺽</span></strong><strong><span style="font-size: 12pt">꿀</span></strong><strong><span style="font-size: 10pt">꺽</span></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0pt"></span></strong> </div> <div><span style="font-size: 10pt"></span><font color="#c31a1b"><strong>하지만 피를 마시고 있는 사람은 있었다.</strong> </font></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철민이 종수의 목덜미를 물어뜯어낸 후 그의 피를 마시고 있었다. </div> <div>솜씨좋게 경동맥을 끊었는지 피는 마르지 않는 샘처럼 굉장한 압력으로 끊임없이 뿜어져 나왔다. </div> <div>게걸스럽게 종수의 목을 쭉쭉 빨아대고 있는 철민을 보며 난 본능적으로 그들에게 다가갔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나도 줘..."</div> <div> </div> <div>난 비키지 않으려는 철민을 우왁스럽게 잡아 떼어낸 후 종민의 목에 이빨을 꼿았다. </div> <div>역한 피비린내가 후각을 마비시킬 정도였지만 난 마치 그것이 생명수라도 되는양 </div> <div>처절하게 열심히 받아마셨다. </div> <div> </div> <div>나 다음엔 연희가 마셨고, 그 다음엔 경진이 마셨다. </div> <div> </div> <div> </div> <div>형석은 피를 마시고 싶어했지만 멀미가 심해서 한모금을 마시고는 모두 토해버렸다. </div> <div><strong>이제 우린 스스로 인간이기를 포기했다.<br /></strong></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며칠 동안은 종수의 시체로 연명할 수 있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div> <div>부패가 시작된 그의 시체를 먹은 형석이 식중독으로 혼수상태에 빠지면서 </div> <div>우린 종수의 시체를 바다에 버렸다. </div> <div> </div> <div>하늘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었다. </div> <div>그토록 바라던 비가 내릴 모양이었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다들 꽉 잡아."</div> <div> </div> <div>처음엔 빗물을 받아마시며 다들 환호성을 질러댔지만 잠시후 비바람이 점점 거세지면서 </div> <div>우린 뭔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div> <div>잔잔하던 바다는 순식간에 미쳐날뛰기 시작했다. </div> <div>엄청난 강풍과 파도의 위력 앞에서 구명보트는 더이상 우리의 안전을 지켜주지 못했다. </div> <div>철민이 악을 쓰며 외치는 소리가 힘없이 폭풍우에 뭍혀버렸다. </div> <div> </div> <div>필사적으로 구명보트에 매달리던 형석이 식중독 때문인지 파도의 매서운 채찔질을 </div> <div>감당하지 못하고 힘없이 시커먼 바다속으로 삼켜졌다.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font color="#c31a1b">"섬이다."</font></span></strong></div> <div> </div> <div> </div> <div>철민이 부르짖었다. </div> <div>최악의 상황에서 만난 실낫같은 희망이었다.</div> <div> </div> <div>희망을 본 우린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처절하게 버텼다. </div> <div>절대 희망따윈 맛보게 할 수 없다는 듯 바다는 위력적인 공격을 퍼부어댔지만 </div> <div>우린 모두 이를 악물었다. </div> <div>지옥같은 시간이 지나갔고 영원히 지속될 것만 같던 폭풍우도 해가 질 무렵 서서히 잦아들었다. </div> <div> </div> <div>지칠대로 지쳐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린 한사람씩 교대로 수영을 하며 보트를 섬쪽으로 밀고갔다.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허억... 헉헉..."</div> <div> </div> <div>"사, 살았어... 살았다고...쿨럭쿨럭."</div> <div> </div> <div>배에서 뛰어내린 우린 거의 기다시피 하며 백사장으로 달려갔다. </div> <div>비에젖은 흙냄새가 미치도록 반가웠다. </div> <div> </div> <div>땅이 흔들리지 않는 것이 이리도 행복한 일이었던가? </div> <div>여객선이 침몰하면서 24명이 죽었고, 구명보트에서 다시 2명이 죽었다. </div> <div> </div> <div>두번다시 육지를 밟게 될 일은 없을 줄 알았지만 결국은 이렇게 살아남았다. </div> <div>살아서 정말 다행이다.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그런데 너희들 표정이 왜그래?</span></strong><br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뭐야?"</div> <div> </div> <div>"조, 조심..."</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font color="#c31a1b">빠</font></span></strong><strong><span style="font-size: 10pt"><font color="#c31a1b">각.</font></span></strong><br /></div> <div> </div> <div>둔탁한 소리와 동시에 눈앞이 사정없이 흔들렸다. </div> <div>애써 정신을 차리려고 했지만 다시한번 같은 소리가 내 머리에서 울려퍼졌다. </div> <div>가물가물해 지는 의식을 애써 다잡으며 힘겹게 고개를 돌린 난 괴상하게 생긴 몽둥이와, </div> <div>그것을 손에 들고 있는 흉칙한 몰골의 원주민들을 볼 수 있었다. </div> <div> </div> <div>흐릿해 지는 의식 너머로 다시한번<strong> <font color="#c31a1b">'빠각'</font></strong><font color="#c31a1b"> </font>소리가 들렸다. <br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align="center"><font color="#000000">1차 출처= hirurika 님</font></div> <div align="center"> </div> <div align="center">2차 출처 = 네이버판 바코드 님</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