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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차단 상태
    10년전오늘님의
    개인페이지입니다
    가입 : 12-06-12
    방문 : 94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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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53863
    작성자 : 10년전오늘
    추천 : 8
    조회수 : 1326
    IP : 39.116.***.160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3/07/28 16:47:56
    http://todayhumor.com/?panic_53863 모바일
    (펌) 안 개
    <div class="view-wrap "> <div class="post-info"> <h4> </h4> <div class="detail"> <div class="info">보긴분들도 계시겠지만 콧보신 분들에게 강력 추천 합니다.</div> <div class="info"> </div> <div class="info"> </div> <div class="info"> </div> <div class="info">역대급 입니다.</div> <div class="info"> </div></div></div> <div class="posting"> <table> <tbody> <tr> <td> <div class="relation"><font size="2"></font> </div> <div id="contentArea"> <div style="font-size: 10pt" id="espresso_editor_view"> <div align="center"></div> <div align="center"><font color="#414141"><font color="#000000"> <div></div> <hr style="background-color: #fafafa; margin-top: 8px; display: block; height: 2px; color: #fafafa; border-top: #646464 2px solid; cursor: default" unselectable="on;" /> <div></div> <div align="center"></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24pt"><font color="#c31a1b">안개</font></span></strong></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쾅!!!!"</span></strong></div> <div></div> <div>뭔가에 부딪혔다. 아니 내가 뭔가를 들이받았다.</div> <div>운전대에 얼굴을 묻은 자세를 유지한 채 나는 길게 몇 번의 심호흡을 했다.</div> <div>내 술냄새를 내가 맡을 수 있을 정도로 과음을 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신발..."</div> <div></div> <div>이마에 따끈따끈한? 액체가 흘러내린다.</div> <div>아마도 머리에 상처를 입은 것 같았다.</div> <div>에어백이 터졌음에도 밸트를 매지 않아 창에 머리를 받은 모양이었다.</div> <div>조수석을 돌아보니 오늘 나이트클럽에서 꼬셨던 여자애가 없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신발년....날 두고 도망쳐?"</div> <div></div> <div>나는 천천히 차문을 열고 나왔다.</div> <div>주변에 안개가 엷게 끼어있음을 그제서야 알 수 있었다.</div> <div>그리고 차의 보닛(bonnet)부분에서 불이 난 것처럼 증기가 올라오는 것도 볼 수 있었다.</div> <div>가로등을 끼고 있는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것이다.</div> <div></div> <div>어른거리는 와중에서 시계를 들여다보니 새벽 3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div> <div>서 있을 힘도 없었다.</div> <div>나는 가드레일을 등지고 자리에 앉아 몸을 쉬었다.</div> <div></div> <div>음주로 경찰에 걸리고 안 걸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지금은 쉬고 싶었다.</div> <div>사고 후 3분도 안되는 시간이었던 것 같은데 어디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 왔다.</div> <div>거슴츠레 뜬 눈으로 그 소리의 정체를 확인하였다.</div> <div>멀리서 경광등을 반짝이며 달려오는 차량이 보였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짭새 새끼들...졸라 빨리오네...."</div> <div></div> <div>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그들이 나를 데려가기만을 바랬다.</div> <div>내 옆에 차량이 멈춰서고, 차문을 여닫는 소리가 들렸다.</div> <div></div> <div>그리고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저씨 괜찮아요?"</div> <div></div> <div>"....."</div> <div></div> <div>나의 불규칙한 숨소리와 냄새를 느꼈는지 그는 말을 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저씨 술마셨구만?"</div> <div></div> <div>나의 대답이 없자 그는 나의 어깨를 툭툭치며, 뭔가를 내 밀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저씨 내 명함이니까, 아침에 차 찾아가쇼..."</div> <div></div> <div>"뭐여?"</div> <div></div> <div>나는 그의 뜬금없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div> <div>경광등을 밝힌 그 정체는 견인차였다. 경찰이 아니었다.</div> <div>2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쪼그려 앉아 나를 보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저씨...이마 찢어졌네...병원에 빨리 가보슈. </div> <div>그리고 곧 경찰 올텐데 빨리 이 명함 챙기쇼...."</div> <div></div> <div>그는 내 오른쪽 상의 호주머니에 명함을 끼워넣더니 </div> <div>내 차량을 견인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div> <div>차가 견인되는 그 순간까지도 나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div> <div>견인차가 멀어지는 소리로서 그가 이곳을 떠났음을 알 수 있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푸우....신발놈들..돈이 되면 사람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거군."</div> <div></div> <div>나는 몸이 휘청거리는 상태에서도 정신은 제대로 박혀있었는지 그 남자의 무성의함에 넋두리을 했다.</div> <div>늦은 가을이라 그런지 반코트를 입고 있음에도 무지 쌀쌀했다.</div> <div>나는 반코트를 꽉 움켜쥐고 품 속으로 더 밀어넣으며, 체온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div> <div>그런데 갑자기 어디선가 낯선 여자의 음성이 들렸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저씨....추워요...."</div> <div></div> <div>"나도 추워...."</div> <div></div> <div>나는 아무 생각없이 대답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저씨....추워요...."</div> <div></div> <div>나는 갑자기 확 짜증이 밀려왔다.</div> <div>나는 고개를 치켜들고 그 여자를 향해 소리쳤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 신발!! 나도 춥다니까!!"</div> <div></div> <div>엷은 안개속에서 가드레일을 따라 <strong><span style="font-size: 12pt">10여미터 앞에</span></strong><span style="font-size: 12pt"> </span>웬 낯선 여자가 나에게 다가오는 것이다.</div> <div>그 여자의 모습은 정상적인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div> <div></div> <div>가까이 다가올 수록 그 모습은 나를 더욱 스름끼치는 전율로 빠져들게 만들었다.</div> <div></div> <div></div> <div>원피스를 입은 온 몸이 물에 젖어있고 청백색의 피부에 소름끼칠 정도로 검은 눈과 긴 생머리.... </div> <div>짙는 눈썹, 두 팔로 몸을 감싼 채? 그 여자가 나를 향해 두 발을 질질 끌듯이 걸어오고 있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저씨....추워요...."</div> <div></div> <div>"헉!!!!! 신발 당신 뭐야?"</div> <div></div> <div>나는 갑자기 순식간에 체내의 알코올 모두 분해된 것처럼 정신이 확 깼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저씨....여기...너무...추워요...."</div> <div></div> <div>점점 더 다가올 때마다 선명해지는 그녀의 모습은 사람의 몰골이 아니었다.</div> <div>피부가 심하게 뜯겨있었고, 피부밖으로 노출된 뼈가 여기저기 보였다.</div> <div>특히 왼쪽 뺨은 피부가 거의 다 벗겨져, 속의 어금니까지 보였다.</div> <div></div> <div>심장이 터질 듯이 쿵쾅거렸고, 등골이 송두리 채 얼어붙는 느낌이었다.</div> <div>나는 등 뒤의 가드레일을 지지대로 삼아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뭐야..신발!!!? 가..가까이 오지마...."</div> <div></div> <div>나의 요구에도 그녀는 두발을 질질 끌며 천천히 내 앞 2미터까지 다가왔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따다닥...따다닥...따다닥"</div> <div></div> <div>오한을 느까는지 그녀의 이빨 부딪치는 소리가 터진 왼쪽 뺨 사이로 새어 나왔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악!!!!!! 이...신발 오지마!!!"</div> <div></div> <div>나는 내 몸을 제대로 주체할 수 없는 와중에서도 춤을 추 듯 그녀를 향해 발길질을 하였다.</div> <div></div> <div>바로 그 때,</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이봐요, 아저씨!!!!!!!"</div> <div></div> <div>낯선 남자의 부름에 나는 고개를 획 돌렸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font color="#c31a1b">택시였다. </font></span></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span></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span></strong>택시기사가 창을 열고 나를 부르고 있었다.</div> <div>나는 대답도 없이 미친듯이 택시의 뒷자석에 올라탔다.</div> <div>나는 타자마자 얼굴을 두 손으로 감사고 그에게 부탁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저씨!! 아무 병원이나 가요. 빨리요!!"</div> <div></div> <div>"알았소이다."</div> <div></div> <div>택시는 기다렸다는 듯이 미터기를 누르고 잽싸게 출발했다.</div> <div>나는 천천히 고개를 뒷창을 통해 그녀를 확인했다.</div> <div>멀어지는 시야속에서 우두커니 나를 지켜보는 그녀가 보였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헉...신발!!"</div> <div></div> <div>나는 재빨리 고개를 앞으로 돌렸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뭘 그렇게 놀라슈?"</div> <div></div> <div>50대로 보이는 택시기사는 나의 안절부절하는 행동이 기이한 듯 물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저씨, 그 여자 봤어요? 무섭게 생긴 여자.."</div> <div></div> <div>"무슨 여자요?"</div> <div></div> <div>"방금 전 내 앞에 있던 여자 말예요!!"</div> <div></div> <div>"아이고...냄새야....오늘 과음하셨구나. 이마도 다치시고..."</div> <div></div> <div>기사는 내 말에 대답할 생각은 하지 않고 룸미러를 통해 내 상태를 살피기에 여념이 없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저씨!!!!!!! 그 여자 봤냐구요?"</div> <div></div> <div>"못 봤는데요."</div> <div></div> <div>택시기사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의 유난스런 행동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div> <div>나는 몸을 일으켜 앞 좌석 사이로 고개를 내밀어 다시 소리쳤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바로 내 앞에 있었는데 왜 못봐요!!!!"</div> <div></div> <div>"아이고 깜짝이야!!! 못 봤다니까요...이 양반 많이 취하셨네...시트에 피묻히지 말고 앉아 있어요!!</div> <div>거 참 젊은 양반이 이 새벽에 뭔 짓이래?"</div> <div></div> <div>택시기사의 꾸지람에 나는 앞 좌석 사이에 들이 밀었던 머리를 뒷좌석에 던지듯이 눕혔다.</div> <div>나는 길게 몇 번의 심호흡을 한 후 조금 전의 기억이 어떤 것이었는지 정리하기 시작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이봐!!? 젊은 양반!! 일어나!!"</div> <div></div> <div>얼마되지 않은 사이에 나는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div> <div>기사의 부름에 나는 천근만근같은 눈꺼풀을 들어올렸다.</div> <div>거슴츠레 뜬 두 눈에 응급실과 병원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div> <div>그런데 그 병원은 사고지점에서 한 참 떨어진 곳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뭐야? 누가 여기까지 데려 오래?"</div> <div></div> <div>순간 미터기에 찍힌 27,000이란 숫자가 눈에 들어왔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이런 신발...사기꾼같으니라고..."</div> <div></div> <div>나는 얼른 택시 밖으로 기어나왔다.</div> <div>따뜻한 곳에 있었기 때문인지 다시 견딜 수 없는 취기가 몰려왔다.</div> <div>나는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비틀거렸다.</div> <div>운전석에서 내린 택시기사가 나에게 다가오더니 말을 건넸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무 병원이나 가자며?"</div> <div></div> <div>치미는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나는 비틀거리며 그의 멱살을 잡기 위해 달려 들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이..신발....누굴 등처먹으려고.."</div> <div></div> <div>기사는 내 두 손을 움켜쥔 채 어이없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야 임마!! 내 택시안에 니 피 묻힌 값은 내놓아야지..."</div> <div></div> <div>"이...신발놈..."</div> <div></div> <div>그 순간 택시기사는 들것을 밀고 병원 직원이 나오는 것을 보자 나를 밀치고 운전석으로 돌아갔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야 임마!! 이따가 정신차리면 돈 받으러 올테니까 치료나 잘 받고 있어."</div> <div></div> <div>열린 창문 틈으로 이렇게 한 마디 내뱉더니 그는 회심의 미소를 짓더니 차를 몰고 달아났다.</div> <div>내게 다가 온? 직원이 내 얼굴을 유심히 살피더니 물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싸워서 다친겁니까?"</div> <div></div> <div>직원의 친절한 물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의 말은 여전히 거칠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몰라..신발 새끼들아!!!"</div> <div></div> <div>이 말을 들은 직원들은 나를 제압하고 들것 위에 눕혔다.</div> <div>나는 누워서 실려가는 와중에도 욕설을 멈추지 않았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 기사 신발놈...죽여버리겠어....강아지...."</div> <div></div> <div>응급실 내로 들어서자 그제서야 나는 내 두 손과 두 발이 골절환자의 부목처럼 </div> <div>들것에 묶여있다는 것을 알았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야...신발 니들 뭐하는거야?"</div> <div></div> <div>직원들은 나의 물음에 아무런 대답없이 수술실로 나를 이동시켰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야... 신발놈들아!! 나를 왜 묶어? 내가 정신병자야?"</div> <div></div> <div>나의 괴성에 그제서야 들것을 밀던 직원 한 명이 내려다보며 답을 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이봐요, 수술하다가 움직이면 당신 얼굴 찢어지는 수가 있어."</div> <div></div> <div>수술실로 들어서자 코를 찌르는 소독약 냄새가 났다.</div> <div>담당 의사에게 나를 맡긴건지 그들은 모두 수술실 밖으로 나가 버렸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야!! 이것 좀 풀어줘!!!"</div> <div></div> <div>나는 소리를 지르며, 바동거렸지만 도저히 내 힘으로는 벨트의 장력을 이겨낼 수가 없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야!! 이 신발 놈들아!!"</div> <div></div> <div>나의 외침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었다.</div> <div>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div> <div></div> <div></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font color="#c31a1b">안개</font></span></strong>가 낀 것처럼 세상이 뿌옇게 변했다.</div> <div></div> <div>'안개...뭐야?? 병원에 웬 안개?'</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잠시 후, 내가 잠시 잠잠해지자? 한 사람이 조용히 들어와 내 옆에 서서 나를 물끄러미 내려다봤다.</div> <div>그 사람 배경에 비치는 조명등 때문에 얼굴은 확인할 수 없었지만, </div> <div>실루엣으로 보아 여자 간호사임이 분명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뭘 쳐다봐?"</div> <div></div> <div>나는 아직도 분노를 잠재울 수가 없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뭘 그렇게 빤히 쳐다보나구?"</div> <div></div> <div>내 말에 그 검은 실루엣은 아무 말없이 주사기에 약을 채워 바늘을 통해 공기를 뿜어내고 있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헤이....이 봐...지금 뭐하는거야?"</div> <div></div> <div>그녀는 아무런 응답도 없이 주사기 안의 공기를 다 밀어내었는지 조용히 머리를 숙여 나에게 다가왔다.</div> <div></div> <div>그 검은 실루엣의 얼굴이 나에게 충분히 가까워지자</div> <div>나는 비로소 <font color="#c31a1b"><strong><span style="font-size: 12pt">그 실루엣 속의 얼굴을</span></strong><span style="font-size: 12pt"> </span></font>알아볼 수 있었다.</div> <div></div> <div><br />심장이 멎을 것 같았다.</div> <div>만일 놀라서 죽는다면 이렇게 죽을 것이다.</div> <div>그녀의 머리에서 흘러내린 시뻘건 피가 새하얀 얼굴에 수많은 세로선을 긋고 있었다.</div> <div></div> <div>귀밑까지 찢어진 입속으로 하얀 치아가 드러나 보였고, </div> <div>그 하얀 치아 틈 사이로 흘러내린 핏물이 채워지고 있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후..신발..."</div> <div></div> <div>숨소리같은 나의 작은 신음소리와 함께 내 몸을 이루고 있는 모든 근육세포들이 멈춰버렸다.</div> <div>그리고 난 의식을 잃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이 놈아..정신 차렸냐?"</div> <div></div> <div>흐려진 초점이 윤곽을 잡아가자 나는 내 앞에 있는 사람이 아버지임을 알아보았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개놈의 자식..나이 처먹고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네."</div> <div></div> <div>아버지의 푸념에는 이제 이골이 났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변변한 직업도 없는 놈이 술처먹고 쌈질이나 하고 다니니.. 이거 원."</div> <div></div> <div>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div> <div>순간 오른쪽 이마가 욱신거려 손을 가져다 대었다.</div> <div>두툼한 반창고가 만져지는 것으로 보아, 어제 다쳐서 꿰맨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싸움 한거 아니거든요.."</div> <div></div> <div>"이런 미친 놈. 그럼 어디 전봇대라도 들이받았냐?"</div> <div></div> <div>"에이..좀 그만하세요."</div> <div></div> <div>그 때 침대 커튼을 열어 젖히고 누군가 얼굴을 들이밀었다.</div> <div>간호사였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으헉!!!"</div> <div></div> <div>나의 비명소리에 간호사가 물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괜찮으세요?"</div> <div></div> <div>나는 잠시 긴 한숨을 몰아쉬고 고개를 끄덕였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보호자분 나가실 때 싸인하시고, 원무과에 치료비 납부하시면 됩니다."</div> <div></div> <div>간호사는 사무적인 말투로 아버지에게 말을 건넨 후 뒤돌아 걸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버지...나가기 전에 여기에 만날 사람이 있어요."</div> <div></div> <div>"뭐? 누구?"</div> <div></div> <div>"간호사요. 꼭 봐야 될 간호사가 있어요."</div> <div></div> <div>내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이 아버지는 잠시 나를 응시했다.</div> <div>그리고는 내가 어느 정도 예측한 대답을 날리셨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이런 미친 놈. 너같은 양아치 새끼가 간호사를 어떻게 알어? 어디 또 하나 후려서 어떻게 해보려고?"</div> <div></div> <div>"아버지 그게 아니고.."</div> <div></div> <div>"그만 닥치고 나갈 준비나 해."</div> <div></div> <div>난 아버지에게 저항할 수가 없다.</div> <div>잘 생긴 외모와 부잣집 아들이라는 이유로 나에겐 여자들이 많이 따랐다.</div> <div>많이 따른만큼 내 생활은 난잡해져 갔다.</div> <div></div> <div>여자를 건드리는 것은 일도 아니었고, 임신 중절만도 몇 번은 되는 것 같았다.</div> <div>상습 음주운전으로 몇 개월 실형을 살아본 적도 있고, 조폭 여자를 건드려 살해 위협을 받아본 적도 있다.</div> <div>아직까지 내가 살아있는 이유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div> <div>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버지가 엄청난 돈을 썼기 때문이다.</div> <div></div> <div>내가 알고 있는 금액만도 1억 5천이 넘었다.</div> <div>그런 엄청난 빽이 되어 준 아버지에게 저항한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div> <div>아버지가 아니었다면 나는 어쩌면 지금 철창 속 어두운 골방에 처박혀 있을지도 모른다.</div> <div></div> <div>나는 외투를 걸치고 아버지를 뒤따라 나섰다.</div> <div>그런데 그 때 우리 앞에 경찰 복장을 한 두 사람이 병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김성태씨?"</div> <div></div> <div>"네?"</div> <div></div> <div>경찰의 물음에 나는 무의식적으로 대답했다.</div> <div>역시나 옆에 있던 아버지의 호통이 시작되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이런 미친 놈..너 또 사고쳤냐?"</div> <div></div> <div>나이가 있어 보이는 한 명이 나에게 자신을 소개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ㅇㅇ경찰서 교통계 최정수 경장입니다. </div> <div>어제 새벽 ㅇㅇ동, ㅇㅇ대로에서 차로 가로등을 들이받고 도주를 하셨더군요."</div> <div></div> <div>"뭐요? 제가요? 전 차를 몰지 않았는데요"</div> <div></div> <div>이럴 수가....분명히 견인차가 내 차를 끌고 갔는데....</div> <div>이런 혹시 그 견인차 운전자가 불어버린 건가?</div> <div>아니면 어제 나이트에서 꼬셨던 그 년이 불어버린 것인가?</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럼 이마에 난 그 상처는 뭡니까?"</div> <div></div> <div>"이..이거요? 술 먹다가 옆 테이블 애들하고 싸움이 붙어서..."</div> <div></div> <div>"조사하면 나올테니까 일단 서로 같이 갑시다."</div> <div></div> <div>"아니..내가 운전을 안 했다는데 무슨 증거로 가자는 겁니까?"</div> <div></div> <div>내 말에 그 경장은 허탈한 웃음을 한 번 짓더니 말을 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지금 장난하는거요? 당신 차의 앞유리하고 에어백에 난 핏자국 당신 거 아니면 뭐요? </div> <div>국과수에 넘겨 볼까요?"</div> <div></div> <div>"에이...신발.."</div> <div></div> <div>나는 머리를 털 듯이 긁적이며 욕설을 내뱉았다.</div> <div>옆에 서 있던 아버지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나를 노려보더니 이내 한 마디를 내뱉고 병실을 나섰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난 싸인하고 간다."</div> <div></div> <div>경찰차에 실려서 경찰서로 향하는 동안 나는 시무룩한 표정을 유지한 채 아무 말없이 앉아 있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서른도 안된 젊은 양반이 경력이 화려하대."</div> <div></div> <div>뒷자석의 금속봉에 채워진 수갑이 어제 나를 묶었던 들것의 밸트보다 </div> <div>더 단단히 나를 잡고 있는 듯 보였다. 그 때 나는 궁금한 게 하나 떠올랐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저씨..뭐 하나 물어봅시다."</div> <div></div> <div>"뭐요?"</div> <div></div> <div>"내가 사고난 것 누가 불었소?"</div> <div></div> <div>"누가 불다니?"</div> <div></div> <div>"아니... 견인된 차 어디서 찾았냐구요?"</div> <div></div> <div>"뭔 소리야? 당신 차.. 사고 현장에 그대로 있었구만."</div> <div></div> <div>"뭐요?"</div> <div></div> <div>나는 순간 머릿속이 잘 정리되지가 않았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이...신발...뭐가 어떻게 된거야?"</div> <div></div> <div>그 때 문득 나는 머리 깊은 곳에 묻혀져 있는 작은 기억이 하나 떠올랐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래..명함!!"</div> <div></div> <div>견인차 운전사가 주고 간 명함.....</div> <div>나는 이곳 저곳 내 호주머니를 뒤졌다.</div> <div>이윽고 오른쪽 상의 주머니에서 명함 대신 작은 쪽지가? 손에 걸렸다.</div> <div></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사일런트 엔젤 010-9453-xxxx-</span></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span></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span></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span></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span></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span></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span></strong>"뭐야 이거...."</div> <div></div> <div>쪽지에 적힌 엉뚱한 메세지는 그 내용만으로 나를 놀라게 만든 것이 아니었다.</div> <div>거기에 적힌 글씨체는 내 것이었다.</div> <div>나는 멍하니 고개를 쳐들고 푸념섞인 말을 내뱉았다.</div> <div></div> <div></div> <div>"헐..신발...미치겠네."</div> <div></div> <div>이 말에 앞 좌석의 두 경찰이 의아한 듯이 물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이봐 친구, 왜 그래?"</div> <div></div> <div>교통계 조사를 받는 내내 나는 무슨 말을 해야 경찰들이 내 말을 믿어줄 것인가만 생각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야...그러니까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div> <div>레커차가 니 차를 끌고 간 다음 너는 병원으로 택시를 타고 갔고, </div> <div>그리고 치료받고 아침에 일어났단 말이지?"</div> <div></div> <div>"그렇다니까요!!"</div> <div></div> <div>"그런데 갑자기 경찰이 나타나서 왜 차 두고 도망쳤냐고 하더라 이거야?"</div> <div></div> <div>"아이씨..진짜 미치겠네..."</div> <div></div> <div>"너, 술 어지간히도 취했나 보다."</div> <div></div> <div>이대로 가다가는 나는 가중처벌을 받을 게 뻔했다.</div> <div>상습 운전으로 실형을 살았는데 이번엔 좀 세게 맞을 수도 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야 임마...대한민국에서 가장 효과만빵의 정상참작이 뭔지 알아?"</div> <div></div> <div>"...."</div> <div></div> <div>"초범이라는거야. 대한민국 그 어느 판사도 초범에 대해서는 관대해.</div> <div>그런데 너 같은 놈은 일말의 정상참작의 여지도 없어."</div> <div></div> <div>나는 교통계 경찰을 응시한 채로 조용히 눈을 감고, 입술을 깨물었다.</div> <div>여전히 나는 그의 불친절함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었다.</div> <div>잠시 후 나는 억지로 평안한 표정을 지은 채 조용히 입을 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저씨...한 번만 봐 줘요..제가 누굴 친 것도 아니잖아요. 제가 운전을 했다는 증거도 없잖아요.</div> <div>피 묻은 것도 다른 사람이 운전해서 다친 거라고 하면 되잖아요. </div> <div>저 이번에 들어가면 인생 종칠지도 몰라요."</div> <div></div> <div>그러자 경찰은 몸을 뒤로 눕혀 의자에 기댄 채 팔짱을 끼며 답을 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거참.....내가 할 말이 없다."</div> <div></div> <div>눈을 뜨고 애원하는 듯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는 동안, </div> <div>나는 순간 그와 겹쳐서 뒷배경에 보이는 무언가를 발견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저씨...."</div> <div></div> <div>"뭐?"</div> <div></div> <div>"아저씨...머리 좀 치워봐요.."</div> <div></div> <div>"뭐 새꺄?"</div> <div></div> <div>"빨리 머리 좀 치워봐요!!!"</div> <div></div> <div>내 눈동자의 초점이 자신의 등 뒤로 향해 있음을 안 그는 몸을 돌려 </div> <div>나와 같은 방향으로 시선을 맞추었다.</div> <div></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font color="#c31a1b">얼굴만 확대되어 덩그렇게 붙어있는 벽보.</font></span></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span></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span></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span></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span></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span></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span></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span></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span></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span></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span></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span></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span></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span></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span></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span></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span></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span></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span></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span></strong></div> <div align="center"><span style="font-size: 12pt"></span><strong><span style="font-size: 16pt">-사람을 찾습니다-</span><br /><span style="font-size: 16pt">이름 : xxx</span><br /><span style="font-size: 16pt">나이 :....</span></strong></div> <div align="center"><strong><span style="font-size: 16pt"></span></strong></div> <div align="center"><strong><span style="font-size: 16pt"></span></strong></div> <div align="center"><strong><span style="font-size: 16pt"></span></strong></div> <div align="center"><strong><span style="font-size: 16pt"></span></strong></div> <div align="center"><strong><span style="font-size: 16pt"></span></strong></div> <div align="center"><strong><span style="font-size: 16pt"></span></strong></div> <div align="center"><strong><span style="font-size: 16pt"></span></strong></div> <div align="center"><strong><span style="font-size: 16pt"></span></strong></div> <div align="center"><strong><span style="font-size: 16pt"></span></strong></div> <div align="center"><strong><span style="font-size: 16pt"></span></strong></div> <div align="center"><strong><span style="font-size: 16pt"></span></strong></div> <div align="center"><strong><span style="font-size: 16pt"></span></strong></div> <div align="center"><strong><span style="font-size: 16pt"></span></strong></div> <div align="center"><strong><span style="font-size: 16pt"></span></strong></div> <div>벽보 속의 <strong><font color="#c31a1b"><span style="font-size: 12pt">여자.</span><br /></font></strong>어디선가 본 낯익은 얼굴...긴 생머리...짙은 눈썹...</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으아~~~~~악!!"</div> <div></div> <div>나는 비명을 지르며 작은 철제 의자와 함께 튕기 듯 뒤로 나동그라졌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야 임먀!! 왜 그래?"</div> <div></div> <div>바닥에 주저앉은 자세로 나는 손가락으로 벽보를 가리키며 말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저...저..여자 어제..봐..봤어요!!!"</div> <div></div> <div>"뭐?"</div> <div></div> <div>내 말 한마디에 나는 교통계에서 형사계로 넘어갔다.</div> <div>형사계로 넘어가자 조금 전의 교통계 조사가 얼마나 친절한 대우였는지를 바로 알게 되었다.</div> <div>강력계 형사들은 눈빛부터가 달랐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너, 이 여자 본 곳 어디야?"</div> <div></div> <div>중저음의 목소리를 가진 한 형사가 벽보에 붙어있던 같은 전단지를 내 앞에 밀어 보이며 물었다.</div> <div>무섭게 치켜 뜬 눈과 까칠하게 돋아난 수염이 그를 더욱 경계하게 만들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어제....제가 사고 난데서요..."</div> <div></div> <div>내 목소리는 이미 주눅이 들어 있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지금 거기로 안내해."</div> <div></div> <div>말 한마디에 생각보다 일이 커지는 듯 싶었다.</div> <div>20여명의 의경들과 강력계 형사팀이 사고현장으로 이동을 시작했다.</div> <div>형사들과 같이 차를 탄 나는 몸둘 바를 몰랐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너, 그 여자 어떻게 봤어?"</div> <div></div> <div>앞좌석에 탄 중저음의 그 형사가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나에게 물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게..저...."</div> <div></div> <div>"확실히 그 여자 맞지?"</div> <div></div> <div>"예. 맞아요. 그런데 살아있는 사람 같지가 않았어요."</div> <div></div> <div>"뭐가?"</div> <div></div> <div>"물에 빠져 한 참 뒤에 발견된 사람처럼 창백한 얼굴에 여기저기 살이 뜯겨 있구요..."</div> <div></div> <div>설명을 하는 와중에도 나는 그 여자가 머리에 떠오르자 소름이 밀려왔다.</div> <div>나의 머뭇거림에 형사가 말을 재촉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계속 말해봐."</div> <div></div> <div>"물에 젖은 원피스 차림으로 저한테 춥다면서 발을 질질 끌며 다가오는거예요."</div> <div></div> <div>"그래서?"</div> <div></div> <div>"그래서라뇨? 전 너무 무서워서 택시타고 도망쳤죠."</div> <div></div> <div>내 말이 끝나자 그 형사는 한 숨을 길게 내쉬더니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div> <div>그 때 운전을 하고 있던 다른 형사가 그에게 물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마두, 그 자식이 한 말과 똑같네요."</div> <div></div> <div>'마두?'</div> <div></div> <div>생소한 이름에 나는 귀가 쫑긋해졌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너 귀신 볼 줄 알아?"</div> <div></div> <div>중저음의 그 형사가 갑자기 뜬금없는 질문을 내게 던졌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예?"</div> <div></div> <div>"사람같지가 않았다면서?"</div> <div></div> <div>"그렇긴 한데..."</div> <div></div> <div>그러고 보니 어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은 내 부족한 아이큐로는 도저히 풀 수 없는 것들이었다.</div> <div></div> <div><strong><font color="#c31a1b">물에 불은 시체같은 여자. </font></strong></div> <div><strong><font color="#c31a1b">병원에서 봤던 등골이 얼어붙는 듯한 끔찍한 형상의 그 간호사.</font></strong></div> <div></div> <div></div> <div></div> <div>생각만 해도 온 몸에 소름이 쫘악 돋았다.</div> <div>그리고 내 차가 왜 거기 그대로 있는거지?</div> <div>이 모든 것이 꿈이 아니라면 뭐란 말인가? 그냥 가위에 눌린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되나?</div> <div></div> <div>그런데 꿈이라고 치부하기엔 너무나도 생생했고, <strong><span style="font-size: 12pt">현실적이었다.</span></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span></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span></strong>그들이 다 죽은 여자라면......그렇다면 내가 정말로?</div> <div>그리고 앞 좌석에 앉아 있는 형사들은 뭔 가?</div> <div>나의 허무맹랑한 꿈같은 얘기에 뭔 개소리냐며 호통 한 번 치지 않는가?</div> <div>그리고 귀신 볼 줄 아냐는 질문은 또 뭔가?</div> <div>거대한 음모가 서려있는 무서운 사건에 떠밀려지는 듯한 이 기분은 또 뭔가?</div> <div>당분간 술을 끊어야겠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사고현장에 도착한 형사들과 의경들은 주변을 이 잡듯이 뒤졌다.</div> <div>특히 도로와 인접한 개천의 풀숲은 경찰들의 주 수색 대상이었다.</div> <div>10여 분의 시간이 흘렀을까?</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여깁니다!!!!!"</div> <div></div> <div>한 의경의 외침에 모두들 먹이를 발견한 승냥이 떼처럼 </div> <div>풀숲 사이에 긴 선을 그으며 한 곳으로 몰려들었다.</div> <div>가드레일에서 지켜보던 나도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풀숲으로 뛰어들었다.</div> <div>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하천 정화조가 눈에 들어왔다.</div> <div></div> <div>그것을 발견한 의경이 시뻘겋게 녹슨 정화조의 뚜껑을 열어놓은 채 코를 움켜쥐고 있었다.</div> <div>나를 포함한 거기에 있는 모든 이가 본 것은 부패되어 썩어가는 <strong><span style="font-size: 12pt"><font color="#c31a1b">한 여자의 시체</font></span></strong>였다.</div> <div></div> <div></div> <div>더욱 나를 경악케 만든 것은,</div> <div>지금 내 눈앞의 썩어가는 이 시체가 어제 나에게 살아서 걸어왔던 <strong><span style="font-size: 12pt"><font color="#c31a1b">그 여자</font></span></strong>라는 것이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갑자기 입에서 토사물이 쏟아졌다.</div> <div>시각적인 자극은 견딜 수 있었지만, 후각적인 자극이 내 위장을 파도치게 만들었다.</div> <div>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div> <div>거기에 있는 의경 다섯 명 정도가 고개를 돌리고 연신 구역질을 해댔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경찰서로 돌아오는 동안 나는 넋나간 사람처럼 눈의 초점을 맞추지 못하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div> <div>사건현장에서 쏟아낸 토사물 때문인지 시큼하고 역겨운 냄새가 아직 코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너 음주운전한 거 없던 걸로 할테니까, 집에 돌아가면 항상 핸드폰 켜 놓고 기다리고 있어."</div> <div></div> <div>그 중저음의 형사가 나에게 제안을 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저 보내주시는 건가요?"</div> <div></div> <div>"그래. 그런데 필요하면 다시 부를거야."</div> <div></div> <div>그제서야 나는 정신이 번뜩 들었다.</div> <div>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div> <div>안도감이 밀려오면서 동시에 몇 가지 궁금증이 떠올랐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런데 아저씨. 그 시체 뭐예요? 살해당한 거예요?"</div> <div></div> <div>"아직 몰라. 김나연이라는 여자인데 실종 신고 후 3개월 만에 찾은거야."</div> <div></div> <div>"딱 봐도 이건 살인사건이잖아요."</div> <div></div> <div>"국과수 조사가 끝나봐야 돼."</div> <div></div> <div>갑자기 소름끼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아저씨... 그럼 제가 귀신을 본 거예요?"</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저씨 말 좀 해봐요."</div> <div></div> <div>"귀신이든 아니든 이번 사건 해결에 니가 도움이 된 건 사실이야. 그건 고맙게 생각한다."</div> <div></div> <div>형사의 대답에서 그가 뭔가를 감추는 듯한 뉘앙스가 느껴졌지만 나는 더 이상 알고 싶지가 않았고,</div> <div>물어본다 하여도 그가 대답해 줄 것 같지 않았다.</div> <div>다시 한동안 나는 침묵 속에 빠져 들었다.</div> <div>한 동안 이어지던 어색한 침묵을 깬 것은 나의 궁금증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저씨 그런 시체 많이 봐요?"</div> <div></div> <div>뒷좌석에 앉아있는 나의 질문에 형사가 고개를 잠시 돌려 피식 웃음을 보였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런 걸 왜 물어?"</div> <div></div> <div>"그냥 궁금해서요. 아까같은 시체보면 꿈에 안 나타나요?"</div> <div></div> <div>"아니라고는 말할 수 없지. 그런데 그건 그나마 양호한거야."</div> <div></div> <div>형사는 시선을 다시 앞으로 돌려 팔짱을 끼며 말을 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목 매달아서 목이 1.5배나 늘어난 상태로 혓바닥을 턱 까지 길게 내밀고 </div> <div>나를 쳐다보는 시체 한 번 봐봐. 그건 진짜 꿈에 나타난다."</div> <div></div> <div>"에이...겨우 그 정도예요?"</div> <div></div> <div>나의 비아냥거림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는 말을 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직도 잊을 수 없는 사건이 하나 있는데 순경 시절에 집에 누가 침입했다는 여자의 신고 전화를 </div> <div>받고 출동한 적이 있었지. 조그만 벽돌식 단독주택이었는데....현장에 갔더니 불은 꺼져 있고, </div> <div>문이 잠겨 있는거야.</div> <div>원래 수색영장없이 함부로 들어가면 안되는데 그 날은 느낌이 안 좋더라구.</div> <div>나는 방범창을 부수고 조심스럽게 창문을 통해 들어가려고 시도했어.</div> <div>그런데 큰 장롱 하나가 창문을 반 쯤 막고 있는거야.</div> <div>난 그것을 간신히 밀어내고? 창문 안으로 발을 간신히 내딛었는데, </div> <div>순간 윤활유같은 무언가에 미끄러져 방안으로 굴러떨어지듯 넘어졌지.</div> <div>나동그라져서 뒤로 누운 상태가 된 나는 옆에 무엇인가를 감지하고 고개를 돌렸는데 </div> <div>난 그 때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다.</div> <div>처참하게 살해되어 누워있는 피범벅이 된 여자 시체와 눈이 마주친거야."</div> <div></div> <div>얘기를 듣고 있던 나는 마치 그 때 그 형사가 된 기분처럼 소름이 끼쳤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눈을 동그랗게 부릅뜨고 죽었는데, </div> <div>마지막 숨이 새어나오는건지 입에서 피거품이 부글거리는 소리가 나더라구."</div> <div></div> <div>형사는 잠시 입을 굳게 닫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1년 가까이 꿈 속에 그 여자가 그 얼굴, 그 모습으로 나타나 나를 괴롭혔지."</div> <div></div> <div>나는 으스스한 기운에 입을 열지 못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너 좀비 영화 봤냐?"</div> <div></div> <div>"네..."</div> <div></div> <div>"고통이 극도로 심해지거나 죽음에 임박하게 되면 엄청난 양의 엔돌핀이 뇌에서 분비되지.</div> <div>엔돌핀 때문에 고통을 못느끼는거야.</div> <div>전쟁 영화보면 폭탄 맞아서 자기 팔이 떨어져 나간 줄도 모르고 남은 한 손으로 총 들고 진격하고 있잖아.</div> <div>교통사고도 마찬가지야.</div> <div>트럭에 치어서 하반신이 짓이겨져서 떨어져 나갔는데도, </div> <div>그것도 모른 채? 숨이 멎을 때까지 도로 위를 두 팔로 기어다니는 사람도 있어.</div> <div>좀비처럼 말야."</div> <div></div> <div>나는 잠시 할 말을 잊고 침을 한 번 꼴깍 삼켰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워, 워, 워...형사도 할 짓 못 되네요."</div> <div></div> <div>나의 장난끼 어린 말투가 내 스스로를 진정시키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것을 알아챘음에도, </div> <div>그는 더 잔인하게 나를 압박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나마 형사는 좀 낫지. 현장 정리가 어느 정도 된 다음에 출동하니까.</div> <div>신고 받고 처음으로 출동하는 순경들은 뭘 보겠냐?</div> <div>투신해서 머리가 으깨진 시체, 불에 타서 검게 그을린 피부가 벗겨져 나가 속살을 드러낸 시체....</div> <div>나도 그런 끔찍한 광경은 대부분 순경 시절에 본거지."</div> <div></div> <div>몇 마디의 대화가 끝나자 경찰서에 가까워지는 듯 했다.</div> <div>경찰서에 정문에 도착하자 그 형사는 나에게 조금 전의 약속을 재확인한 후 </div> <div>나에게 항상 대기하고 있기를 부탁했다.</div> <div></div> <div>나는 안부인사를 한 후 차문을 열고 내렸다.</div> <div>문을 닫으려는 순간 나는 중요한 질문거리가 하나 떠올랐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저씨. 제 차 어디서 찾아가야 되요? 그거 비싼건데.."</div> <div></div> <div>"기다려 임마. 조사가 끝나면 교통계에서 연락이 갈거야. 다음에 다시 보자."</div> <div></div> <div>경찰 지프차가 멀어지는 것을 보자, 나는 상의 주머니에 집어넣은 오른손의 중지를 치켜올렸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조까 신발..내가 다시 오나 보자."</div> <div></div> <div>나는 발걸음을 돌려 집으로 향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런데 진짜로 내 차 어디 있는거야?"</div> <div></div> <div>내 차량의 소재가 궁금하긴 했지만, 이 순간 나를 더 궁금하게 만드는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div> <div>지금 웃옷 주머니 속에서 매만져지는 작은 쪽지의 내용이었다.</div> <div></div> <div>-사일런트 엔젤 010-9453-xxxx -</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런데 신발, 도대체 이게 뭐지?"</div> <div></div> <div>몇 초동안의 망설임이 있었지만, </div> <div>호기심을 참지 못한 나는 이내 휴대폰을 꺼내 쪽지에 적인 숫자대로 버튼을 눌렀다.</div> <div></div> <div></div> <div>'뚜루루루....뚜루루루루....뚜루루루루.....'</div> <div></div> <div>발신음이 반복되면서 왠지 모를 긴장감이 감돌았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여보세요."</div> <div></div> <div>한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div> <div></div> <div></div> <div>"저...거기가 어디죠?"</div> <div></div> <div>나는 조심스레 그에게 물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너 누구야?"</div> <div></div> <div>"그냥 사일런트 엔젤을 찾고 있어요."</div> <div></div> <div>갑자기 내 고막을 찢는 듯한 그의 폭언이 들려왔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너 누구야!! 강아지야!!!"</div> <div></div> <div>"헐..."</div> <div></div> <div>나는 얼른 휴대폰의 폴더를 닫아버렸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헐..신발 놈. 졸라 까칠하네."</div> <div></div> <div>그런데 나의 독백이 끝나기가 무섭게 휴대폰이 요란한 벨소리를 울려댔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조금 전 그 번호였다.</span></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span></strong></div> <div>받아야 되나 말아야 되나....그런데 왠지 모르게 받아야 되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맴돌기 시작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여...여보세요?"</div> <div></div> <div>"너 이 번호 누구한테 얻은거야?"</div> <div></div> <div>그 까칠한 남자였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니 그냥 제 호주머니에 매모 쪽지가 있어서...뭔가하고 연락한건데요?"</div> <div></div> <div>"사일런트 엔젤은 어떻게 알아?"</div> <div></div> <div>"그냥 누가 알려주고 간 거예요. 저도 잘 몰라요."</div> <div></div> <div>".........."</div> <div></div> <div>휴대폰 송화기를 손으로 막고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지, </div> <div>아니면 그냥 말을 하지 않는건지 그는 잠시 동안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여..여보세요?"</div> <div></div> <div>나는 그를 불렀다.</div> <div>그제서야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오늘 저녁 6시에 ㅇㅇ역 3번 출구로 나와 있어."</div> <div></div> <div>"제가 거길 왜 가요?"</div> <div></div> <div>"죽고 싶지 않으면 나와 있어."</div> <div></div> <div>"뭐..뭐라구요?"</div> <div></div> <div>내 대답을 무시한 채 통화는 종료되어 버렸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여보세요!! 여보세요!!!"</div> <div></div> <div>나는 잔잔한 연못에 조금만 파문이 일 듯 소리없이 두려움이 몰려왔다.</div> <div>작은 실밥을 잡아당겼더니 걷잡을 수 없이 옷감이 풀어 헤쳐지는 듯한 기분이었다.</div> <div>휴대폰을 들고 한 동안 멍하니 자리를 지키던 나는 굳은 결심을 하고는 발걸음을 집으로 향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미쳤어? 내가 거길 왜 가? 신발 놈들....내가 겁 먹을 줄 알고?"</div> <div></div> <div>내 스스로를 이렇게 다독거리며 나는 집으로 향했다.</div> <div>택시 요금이 없어서 나는 버스를 타고 갔다.</div> <div>얼마만에 타는 버스인지 모른다.</div> <div></div> <div>고등학교 졸업 후 아버지를 졸라 자가용을 샀다.</div> <div>여자를 유혹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차가 필요했기 때문이다.</div> <div></div> <div>그 이후로 버스를 탄 기억이 없다.</div> <div>사실 학창시절에도 버스를 탄 기억이 거의 없다.</div> <div>아버지가 늘 학교까지 자신의 차로 바래다 주었기 때문이다.</div> <div></div> <div>그런 것에 너무 익숙해진 나는 커다란 운송수단에 몸을 맡긴 채, </div> <div>여러 사람들이 무표정한 얼굴로 앉아 각자의 목표지점으로 향하는 환경이 너무나도 어색하게 느껴졌다.</div> <div></div> <div>오른쪽 이마에 두툼한 반창고를 붙인 채 서 있는 내 모습을 주</div> <div>변 사람들이 힐끔힐끔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띵동! 문자가 도착했습니다."</div> <div></div> <div>버스 소리에 섞여 휴대폰 문자 알림음이 울렸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오빠^^; 경찰서 가면 나 아빠한테 죽거든. 도망쳐서 미안^^ 연락줘 ^^-</div> <div></div> <div></div> <div>"신발년....."</div> <div></div> <div>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욕설에 주변 사람들이 긴장하는 눈치였다.</div> <div>집 근처에 도착한 나는 절친한 친구인 준호를 실내 포장마차로 불러냈다.</div> <div>그 놈도 나처럼 변변한 직업없이 집에 돈이 많다는 이유로 놀고 먹는 녀석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야! 왠일로 포장마차냐? 돈 떨어졌냐?"</div> <div></div> <div>준호는 인사 대신 나를 비야냥거리며 원형의 간의의자에 앉았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이마는 왜 그래?"</div> <div></div> <div>"헐..신발 말도 마라. 새벽부터 지금까지 온갖 쇼를 다하고 다녔다."</div> <div></div> <div>"뭔 일이야?"</div> <div></div> <div>"우선 술 좀 시키고 진정 좀 하자."</div> <div></div> <div>"아니 다친 놈이 뭔 술이야?"</div> <div></div> <div>"아이..신발 닥치고 그냥 조금만 하자. 맨 정신에 있을 수가 없어."</div> <div></div> <div>몇 시간전의 술을 끊어야겠다는 다짐은 온데간데 없었다.</div> <div>나는 준호와 함께 소주를 들이키며 무용담처럼 내 얘기를 늘어놓았다.</div> <div>준호는 기이한 미스테리라도 듣는 것처럼 어린 아이처럼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내 말을 듣고 있었다.</div> <div>얼마가 지난 후 약간의 취기가 올라오자 나는 시계를 들여다 봤다.</div> <div></div> <div>7시가 조금 넘었다.</div> <div>갑자기 술이 깨는 듯 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헐...7시가 넘었네."</div> <div></div> <div>"너 신발...아까 니가 말한 새끼가 약속한 시간이 6시 아니었어?"</div> <div></div> <div>나는 애써 평온함을 유지하려 했으나 밀려오는 두려움을 막을 수가 없었다.</div> <div>게다가 집으로 가는 길은 길고 어두운 좁은 도로변 길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준호야. 우리 집까지 차 좀 태워주라."</div> <div></div> <div>"신발 놈. 이젠 나까지 음주운전시키네. 알았어 임마."</div> <div></div> <div>나와 준호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실내 포장마차 밖으로 나섰다.</div> <div>그러나 나는 우리를 따르는 몇 개의 검은 그림자를 미처 살피지 못했다.</div> <div>우리의 차량이 어두운 도로변 길에 진입하자 갑자가 낯선 차량 한대가 우리 앞을 가로 막았다.</div> <div></div> <div>미처 그들이 누구인지 확인하기도 전에 서너명의 건장한 놈들이 준호의 차로 달려들었다.</div> <div>갑자기 앞유리의 파열음이 들렸고, 파편처럼 유리조각이 내 얼굴을 향해 쏟아졌다.</div> <div></div> <div>차 문을 열고 뛰쳐나가려 하자 눈 앞에 솥뚜껑만한 손이 순식간에 다가와 내 얼굴을 강타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쿨럭...쿨럭"</div> <div></div> <div>간신히 기도를? 열어젖히는 힘겨운 기침 소리와 함께 나는? 의식이 돌아왔다.</div> <div>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지금이 몇 시인지 도저히 감을 잡을 수 없었다.</div> <div>눈의 초점이 서서히 맞추어지자 주변의 광경이 눈 앞에 들어왔다.</div> <div></div> <div>화사한 테라스처럼 고급스럽게 꾸며진 약간 어두운 실내 공간이었다.</div> <div>누군가가 내 정면의 의자에 앉아 있었고, 주변에 건장한 서너명이 무게를 잡고 서 있었다.</div> <div>나 또한 의자에 앉아 있었지만 두 팔이 위자 뒤로 포박당한 채 꼼짝을 할 수가 없었다.</div> <div></div> <div>내 주변만 할로겐등처럼 강렬하게 아래로 내리비치는 빛 때문에 의자에 앉아있는 </div> <div>그의 얼굴은 정확히 볼 수가 없었다.</div> <div></div> <div>확실한 건 두목으로 보이는 그가 담배 하나를 물고 있고, </div> <div>의자에 앉아 다리를 꼰 채 최대한 거만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너 누구야?"</div> <div></div> <div>전화 속의 그 놈 목소리였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쿨럭...준..준호...제 친구는요?"</div> <div></div> <div>"죽지 않았으니까 걱정마."</div> <div></div> <div>"준호 어딨어요...쿨럭"</div> <div></div> <div>"핸드폰에 내 번호 남긴 놈이 너 밖에 더 있어?"</div> <div></div> <div>"그...그럼 저만 이리로 끌고 온 거예요? 도대체 저 한테 왜 이러시는거예요?"</div> <div></div> <div>간신히 입을 열 때마다 상처난 오른쪽 이마와 손으로 가격당한 왼쪽 광대뼈가 아려왔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난 니가 내 번호와 사일런트 엔젤을 어떻게 아는지 궁금할 뿐이다."</div> <div></div> <div>"전 정말 몰라요..쿨럭.... 누가 알려준 거예요."</div> <div></div> <div>"그게 누구야?"</div> <div></div> <div>"몰라요...메모 쪽지가 그냥 제 호주머니에 있었어요..."</div> <div></div> <div>"좋은 말로 할 때 말해.. 그 놈이 누구야?"</div> <div></div> <div>말이 통하지 않는 그와의 대화가 계속되자 순간 나도 모르게 분노 섞인 짜증이 밀려왔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몰라!! 신발!! 모른다는데 왜 자꾸 지랄이야!!!!"</div> <div></div> <div>나의 괴성에 주변에 잠시 적막이 감돌았다.</div> <div>그리고 잠시 후 그 남자의 손짓이 있자 건장한 청년 한 명이 나에게 서서히 다가왔다.</div> <div>막장에 다다랐다는 생각이 들자 나는 두려움보다는 오기가 생겼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쿨럭..쿨럭...차라리 죽여라..신발 놈들아..."</div> <div></div> <div>그 건장한 청년은 나에게 주먹질 대신에 내 팔뚝에 주사기를 꽂아 알 수없는 주사액을 밀어넣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뭐...뭐하는 짓이야?"</div> <div></div> <div>나의 물음에 두목으로 보이는 그가 입을 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넌 잠시 후 진실만을 말할 것이다."</div> <div></div> <div>"조까고 있네...십새끼들...."</div> <div></div> <div>무슨 이유 때문인지 모르지만 나의 말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었다.</div> <div>조명등 너머의 그 남자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주사약의 효과를 기다리는 듯 했다.</div> <div></div> <div>잠시 후 주사액 때문인지 눈 앞의 초점이 다시 흐려지기 시작했다.</div> <div>몸이 나른해지면서 편안함이 몰려왔다.</div> <div>나도 모르게 히죽거리는 웃음이 입에서 새어나왔다.</div> <div></div> <div>기분이 좋아지고, 몸이 날아갈 듯 가벼워졌다.</div> <div>동굴 속의 울림처럼 그 두목같은 남자의 음성이 들려왔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너 누구야?"</div> <div></div> <div>"히히히...김..성..태..."</div> <div></div> <div>"너 뭐하는 놈이야?"</div> <div></div> <div>"놀고 먹는 백수지 뭐야...히히히.."</div> <div></div> <div>"너 사일런트 엔젤을 어떻게 알아?"</div> <div></div> <div>"음...뭐더라....."</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그 놈이 주고 갔어.....내 차 가져 간 놈...."</div> <div></div> <div>"누..누구?"</div> <div></div> <div>갑자기 주변에 엷은 안개가 드리워지기 시작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히히히....안개다...안개...안개가 낀다.'</div> <div></div> <div>기분이 들뜨고, 정신이 몽롱한 상태에서도 </div> <div>나는 삭신이 오그라드는 듯한 공포가 밀려옴을 느낄 수 있었다.</div> <div>내 뇌의 99%가 약물에 정복당했음에도, 나머지 1%의 정상적인 부분이 나를 일깨우려 애쓰는 것 같았다.</div> <div>머리를 똑바로 들어올리려 했지만 목의 근육이 다 풀려버린 것처럼 내 머리는 이리저리 내팽개쳐졌다.</div> <div>우스꽝스럽게 보일지는 모르지만 나는 지금 몸부림치고 있는 것이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말 해....그 놈이 누구야?"</div> <div></div> <div>그의 질문에 나는 오직 진실만을 말했다.</div> <div>지금 이 순간 내 눈앞에 보이는 그대로 말이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6pt"><font color="#c31a1b">"누구긴 누구야.....바로 니 앞에 서 있는 놈이지......"</font></span></strong></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뭔 개소리야?"</div> <div></div> <div>그 두목같은 녀석은 내 말을 부정했지만 나는 확신할 수 있다.</div> <div>내 앞에 그 놈이 나를 등지고 서 있다.</div> <div></div> <div></div> <div>뒷 모습만 봐도 분명히 그 놈이 맞다. <strong><span style="font-size: 12pt">내 차를 견인해 간 놈.</span><br /></strong></div> <div>그 놈은 나를 등진 채 두목 녀석을 노려보고 있는 듯 했다.</div> <div>그런데 이상하게도 희뿌연 연막처럼 그가 반투명하게 보였다.</div> <div>그 놈이 나의 시야를 방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두목 녀석의 형상이 투시되어 보였다.</div> <div></div> <div>사람이 아님을 직감할 수 있었다.</div> <div>그런데 왜 이렇게 기분이 묘하지?</div> <div>무섭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고.....그냥 이 안개가 아늑하게 느껴지기도 하고....</div> <div>이런 게 뽕맞은 기분인가?</div> <div></div> <div></div> <div></div> <div>"우히히히히히......"</div> <div></div> <div>나도 모르게 요사스러운 웃음이 쏟아져 나왔다.</div> <div>그리고는 그 놈을 몰아 붙였다.</div> <div></div> <div></div> <div>"니가 경찰에 신고했지? 신발 놈....내 차 니가 찾아와... 신발 놈아....죽일 놈...히히히"</div> <div></div> <div>나의 횡설수설에 그 두목 녀석이 입을 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저 새끼 진짜 왜 저래? 약을 너무 탄 것 아냐? 완전히 미친 새끼군. 야!! 더 이상 볼 것 없어. 처리 해!!"</div> <div></div> <div>그는 불호령을 내리며 들고 있던 담배를 너무나도 깔끔해 보이는 바닥에 그냥 집어 던져버렸다.</div> <div>그 와중에도 나는 거친 욕설과 간교한 웃음 소리를 멈추지 않았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야~~~ 신발놈아!!? 내 차 내놔...강아지야!! .....히히히...."</div> <div></div> <div>나를 등지고 있는 그 놈을 인지하지 못한 채, </div> <div>조금 전에 나에게 약을 주사했던 건장한 청년이 옆의 탁자에서 뭔가를 집어들더니 발</div> <div>걸음을 나에게로 옮겼다.</div> <div></div> <div></div> <div>끈 이었다.</div> <div>빳빳한 가죽 끈 같은 것을 몇 번 양쪽으로 소리내어 잡아채더니, </div> <div>이내 그것을 내 목에 가까이 가져다 대었다.</div> <div>그러나 그 동작 후에 정작 그가 힘을 주어 조른 것의 <strong><span style="font-size: 12pt"><font color="#c31a1b">자신의 목</font></span></strong>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우에엑!! 켁!! 켁!!"</div> <div></div> <div>그 놈은 자신의 목을 조른 채 눈깔을 뒤집으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div> <div>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 녀석은 자신의 목을 조르는 것이 아니라 </div> <div>오히려 자신의 목을 조르는 가죽끈을 풀려고 하는 것 같았다.</div> <div>내 차를 견인해 간 그 자식이 청년의 뒤에서 힘을 주어 목을 비틀고 있었기 때문이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뭐야? 저 자식!! 혼자 뭐하는거야!!!"</div> <div></div> <div>주변의 사내들이 새파랗게 얼굴이 질려 죽어가는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div> <div>그런데 연신 몇 번을 켁켁대던 그가 갑자기 가죽끈을 목에서 풀더니 </div> <div>아무렇지도 않은 듯 고개를 몇 번 좌우로 꺽었다.</div> <div></div> <div>달려들던 사내들도 걸음을 멈추고, 그의 기이한 행동을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div> <div>뒤이어 수차례 목을 꺽던 청년이 갑자기 검은 양복속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div> <div>조명등에 눈이 부시도록 반짝이는 그것은 족히 30센티는 돼 보이는 시퍼렇게 날이 선 회칼이었다.</div> <div></div> <div>그리고 곧 피의 축제가 벌어졌다.</div> <div>망나니의 칼춤처럼 몸을 이리저리 흔들더니 그는 자신에게 바라보던 건장한 사내들의 몸에 </div> <div>연신 칼질을 해대기 시작했다.</div> <div>소름끼치는 비명소리와 고성이 난무하면서 사방에 핏물이 뿌려지기 시작했다.</div> <div>칼침을 수 차례나 맞은 듯한 한 놈이 내 무릎 위에 떨어졌다.</div> <div></div> <div>그의 마지막으로 남은 몇 번의 심장 박동에 맞추어, 빨갛게 그어진 멱살에서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div> <div>물총에서 뿜어져 나온 물줄기처럼 따끈한 핏줄기가 내 얼굴에 쏟아졌다.</div> <div>그리고 나는 그것을 즐겼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오 예!!!....히히히히.....푸우!!"</div> <div></div> <div>그것이 입으로 들어가면 나는 분무기처럼 그것을 공중에 뿌려댔다.</div> <div>몇 명의 사내들이 뒤엉킨 채 피의 제전은 계속 되었다.</div> <div></div> <div>여기 저기서 날아드는 여러 개의 회칼이 마치 무당들의 칼춤처럼 화려함을 더 했다.</div> <div>두목 녀석의 정수리에 회칼이 꽂히는 것을 마지막으로 피의 제전이 끝났다.</div> <div>광기어린 축제가 끝났음에도 회칼을 든 사내는 </div> <div>한 동안 피바다 속에서 홀로 망나니 춤을 계속 이어갔다.</div> <div>그 붉은 바다에 물을 채우 듯 그의 몸 서너군데에서 물줄기가 용솟음쳤다.</div> <div></div> <div>그리고 또 한 놈이 망나니 춤을 추고 있었다.</div> <div>칼을 든 사내와 겹쳐진 형상으로 똑같이 춤을 추고 있는 놈은 내 차를 견인해 간 그 신발놈이었다.</div> <div>한참동안 망나니 춤을 선보이던 그 신발놈이 갑자기 춤을 멈췄다.</div> <div>그와 동시에 칼을 든 사내는 무너지듯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div> <div>옆 모습을 나에게 보인 채 잠시 서 있던 그 녀석이 나를 한 번 힐끔 쳐다보더니 연기처럼 사라졌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그리고 안개도 사라졌다.......</span></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span></strong></div> <div>서서히 소름끼치도록 무서운 적막감이 밀려왔다.</div> <div>오로지 들리는 것이라고는 누구의 몸에서 떨어지는 지 모르는 액체 방울의 낙하소리였다.</div> <div>얼마의 시간이 흐르자 그 액체 방울의 낙하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div> <div></div> <div>이젠 즐겁지가 않다.</div> <div>약기운이 조금씩 사라지면서 즐거움도 같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div> <div>그제서야 처참한 도륙의 현장이 눈에 들어왔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악!!"</div> <div></div> <div>나는 내가 낼 수 있는 가장 큰 소리로 비명을 질렀다.</div> <div>미친 듯이 몸부림을 쳤다. 미친 듯이 발버둥을 쳤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쿵!!!"</div> <div></div> <div>둔탁한 소리와 함께 바닥에 뿌려진 미지근하고 끈적한 액체의 촉감이 내 뺨에 느껴졌다.</div> <div>그리고 그 형사의 경험담처럼 바닥에 엎어져 죽어있는 한 사내의 부릅 뜬 눈과 마주쳤다..</div> <div>그 형사도 이런 기분이었겠구나.....신발.</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후........"</div> <div></div> <div>긴 한숨과 함께 조금 전에 미처 뿜어내지 못한 끈적한 액체가 입 속에서 새어 나왔다.</div> <div>아...졸립다.</div> <div>오늘은 너무나도 피곤한 하루다. 집에 가고 싶다.</div> <div>나는 실신하 듯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성태야...성태야....."</div> <div></div> <div>어떤 익숙한 목소리의 부름에 나는 눈을 떴다.</div> <div>아버지였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이제 정신이 드냐?"</div> <div></div> <div>아버지가 왠 일로 이렇게 친절하시지?</div> <div></div> <div></div> <div></div> <div>"김성태...괜찮아?"</div> <div></div> <div>사건현장에 동행했던 그 형사가 아버지 뒤에 서 있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여...여기가 어디죠?"</div> <div></div> <div>"병원이다. 이 놈아..아예 여기서 살림 차릴래?"</div> <div></div> <div>늘 같은 아버지의 비아냥거림 속에 전에는 느끼지 못한 울먹임이 느껴졌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버님.. 잠깐 나가 계시죠."</div> <div></div> <div>형사의 부탁에 아버지는 걱정스런 눈빛을 지우지 못한 채 병실을 나섰다.</div> <div>아버지가 병실을 빠져나간 것이 확인되자 형사는 말을 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러고 보니 우리 통성명도 못한 것 같네. 나 ㅇㅇ경찰서 강력계 1팀장 박정우 경사다."</div> <div></div> <div>나는 그의 시선을 뿌리치고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너 어떻게 거길 간거냐?"</div> <div></div> <div>"......."</div> <div></div> <div>"니 의지로 간거냐? 아니면 납치 된거냐?"</div> <div></div> <div>갑자기 두려움과 서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흑......"</div> <div></div> <div>갑자기 뜨거운 눈물이 콧등을 넘어 침대속으로 젖어들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김성태..."</div> <div></div> <div>나의 흐느낌에 박형사는 더 이상 질문을 던지지 않고, 나지막히 내 이름을 불렀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무서워...신발...이제 그만 내버려둬.....흑흑"</div> <div></div> <div>쥐어짜듯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나는 뜨거운 눈물을 연신 쏟아냈다.</div> <div>나의 흐느낌이 멈출 때까지 박형사는 조용히 기다려 주었다.</div> <div>10여분이 지났을 쯤, 내가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자 박형사는 입을 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듣기 싫어도 들어라. 너 거기 니가 알고 간 것 아니지?"</div> <div></div> <div>"....."</div> <div></div> <div>"이 거 누가 적어준거지?"</div> <div></div> <div>박형사는 그 쪽지를 나에게 들어보였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누가 적어준 게 아니지? 이 거 니 글씨지?"</div> <div></div> <div>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사일런트 엔젤이 뭐야?"</div> <div></div> <div>"몰라요..."</div> <div></div> <div>나의 성의없는 대답에 박형사는 무언가를 고백하듯 긴 얘기를 꺼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지금부터 하는 얘기는 너만 알고 있는 걸로 해.</div> <div>몇 개월 전에 우리 수사팀은 대규모의 신종 마약이 유통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했어.</div> <div>그 때 수사망에 포착된 조직이 하나 있었는데, 어제 너와 같이 있었던 놈들이야.</div> <div>그 조직은 몇 개의 나이트클럽과 고급 스탠드바를 운영하고 있었어.</div> <div>그런데 그 조직들이 주요 근거지로 삼는 스탠드바가 하나 있었는데, </div> <div>주로 돈 좀 있는 사람들이 출입을 하는 곳이었지.</div> <div>철저한 회원제와 신분 보장으로 누가 드나드는지 알아내기가 쉽지 않았어.</div> <div>거기엔 얼굴 마담격의 여자가 있었는데, </div> <div>미모가 얼마나 출중하고 요염했는지 그 여자 때문에 매상이 장난이 아니었다고 하더군.</div> <div>그 여자가 바로 니가 찾아 낸 <strong><span style="font-size: 12pt"><font color="#c31a1b">김나연</font></span></strong>이라는 여자야."</div> <div></div> <div>박형사의 놀라운 말에 나는 시선을 돌려 그를 쳐다 보았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런데 어느 날 우리가 수사에 착수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조직의 중간보스급으로 </div> <div>보이는 한 놈으로부터 전화가 온 거야.</div> <div>누구냐고 물으니까 자신을 <strong><span style="font-size: 12pt">'마두'</span></strong> 라고 소개하더군.</div> <div>물론 그 쪽 세계에서 사용하는 명칭은 아니었겠지.</div> <div>그 녀석은 자신과 김나연의 신변을 보호해주는 조건으로 우리에게 정보를 주겠다고 했어.</div> <div>무슨 장부를 하나 넘기겠다고 했는데 약속시간을 잡기가 쉽지 않았지.</div> <div>장부를 손에 넣기가 힘들었는지, </div> <div>아니면 조직의 철저한 내부 단속 때문이었지 모르지만 아무런 진전도 없이 시간이 그렇게 흘러갔어.</div> <div>그런데 보름 만에 마두한테 전화가 온 거야.</div> <div>피곤함이 역력한 목소리였는데 뜻 밖의 얘기를 하더라구.</div> <div>김나연이 보이지 않는다고. 아무래도 죽은 것 같다는거야. </div> <div>그런데...."</div> <div></div> <div>박형사는 잠시 입을 굳게 다물더니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런데요?"</div> <div></div> <div>나는 이미 박형사의 얘기에 빠져들고 있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런데 마두가 횡설수설을 하는거야. 나연이가 매일 밤 자신을 찾아 온대.</div> <div>물에 빠져 죽은 사람처럼 온 몸이 흠뻑 젖은 상태로 창백한 얼굴을 하고 매일 밤마다 </div> <div>자신의 집을 찾아온다는 거야.</div> <div>수면 중에 인기척에 놀라 깨어보면 어둠 속에서 그 여자가 자신의 옆에 누운 상태로 노려보며 </div> <div>있기도 하고, 어느 날 밤은 깨어보면 나연이가 그 소름끼치는 차림으로 화장대 거울 앞에서 </div> <div>머리를 빗고 있다는 거야.</div> <div>깨어보면 꿈이고, 깨어보면 꿈이고...매일 밤마다 악몽같은 그런 일이 벌어진다는 거야.</div> <div>그럴 때마다 실내에서도 사방이 <strong><span style="font-size: 12pt"><font color="#c31a1b">안개</font></span></strong>로 뒤덮인다고 하더군."</div> <div></div> <div>나는 갑자기 심장이 멎는 듯 했다.</div> <div>나도 모르게 다시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div> <div>간신히 내 스스로를 진정시킨 후 시선을 맞추지 않은 채 나는 박형사에게 물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마두라는 사람 어떻게 되었어요?"</div> <div></div> <div>"........."</div> <div></div> <div>나의 물음에 박형사가 답을 거부했다.</div> <div>분위기를 눈치 챈 나는 간략하게 다시 물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주...죽었죠?"</div> <div></div> <div>"그래"</div> <div></div> <div>또다시 뜨거운 눈물이 쏟아졌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간신히 눈물을 멈추고 나는 박형사에게 물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어떻게 죽었어요?"</div> <div></div> <div>"새벽에 살고 있던 아파트 15층에서 투신했어.</div> <div>그 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마두의 얼굴을 본 거야.</div> <div>초면치고는 너무 처참하게 만난거지.</div> <div>현장에 가니까 머리가 깨져 뇌수가 흘러나오고 있고, 팔다리는 모두 부러져 제멋대로 꺾인 </div> <div>기이한 자세를 만들고 있는 시체가 있더라구.</div> <div>처음엔 그 얼굴의 주인공이 마두인지조차 몰랐지.</div> <div>전에 본 적이 없으니 말야.</div> <div>사건을 조사하면서 우리 서와 내 번호가 찍힌 그 놈의 휴대폰 통화 내역을 보고 알게 된거지.</div> <div>휴대폰 통화내역은 정말 중요한 정보였어.</div> <div>수없이 많은 번호들을 우리는 일일이 다 조회를 했지.</div> <div>그런데 몇 개의 떨거지 놈들의 번호를 빼 놓고는 모두 엉뚱한 주인을 가진 대포폰이었어.</div> <div>마두의 것도 마찬가지였고...</div> <div>아무리 불법을 일삼는 조폭이래도 거의 모두가 대포폰으로 활동한다는 것은 드문 일이야.</div> <div>뭔가 철저히 지켜야 할 비밀이 있는거지.</div> <div>어찌 되었든 우리에게 정보를 넘기겠다는 사람이 죽었으니 우리는 앞뒤 가릴 것 없이 철저히 수사를 했지.</div> <div>족적, 지문, 머리카락, 아파트 출입구와 엘리베이터의 CCTV...</div> <div>우리는 가능한 모든 것들을 분석하고 조사했지.</div> <div>마두의 죽음으로 우리는 뭔가를 캐낼 수 있을 것 같았어.</div> <div>그 사건을 계기로 수사팀은 그 조직의 근거지를 얼마 동안 출입할 수 있었거든.</div> <div>모두들 입을 열기를 꺼려하고, 많은 부분에서 제한되긴 했지만 어느 정도 정보를 얻어낼 수 있었지.</div> <div>그런데 우리의 바램과는 달리 조직과의 연관성은 커녕 타살의 흔적조차 전혀 보이지 않았어.</div> <div>문은 안에서 잠겨 있었고, CCTV는 그 어떤 침입의 흔적도 보여주지 못했어.</div> <div>족적이나 지문은 모두 마두의 것이었고....</div> <div>타살 흔적 하나 잡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져들었고, 결국 자살로 종결되었지."</div> <div></div> <div>박형사는 긴 한숨을 한 번 내 쉬더니 말을 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러나 형사의 직감이라는게 있어.</div> <div>물증은 없었지만 타살이라는 심증을 버릴 수가 없었지.</div> <div>죽기 전 마지막으로 통화한 날에 마두가 한 말이 있었어.</div> <div>그 자식이 나를 죽일거라는 거야.</div> <div>무엇을 감추는지 <strong><span style="font-size: 12pt">'그 자식' </span></strong>의 정체를 말하지 않는거야.</div> <div>게다가 처음 새벽에 그를 발견한 경비원 목격담도 우리의 심증을 뒷받침 해줬지."</div> <div></div> <div>나는 박형사를 등지고 옆으로 누운 채 소리없이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훔쳤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새벽 순찰 중에 싸우는 듯한 고함 소리가 들려 그 쪽으로 달려갔는데, </div> <div>한 남자의 비명 소리가 들리면서 쿵하는 소리가 들렸다는거야.</div> <div>자살을 결심한 사람은 비명을 안 질러.</div> <div>마두는 분명히 누군가에게 떠밀린거야. 싸우는 듯한 고함소리는 또 뭐야?</div> <div>분명히 뭔 가가 있다고 확신이 섰어.</div> <div>그런데 이상한 건 목소리의 종류는 한 가지 뿐이었다고 경비원이 말한 부분이야.</div> <div>뭐 귀신 놀이도 아니고, 미친 것도 아니.."</div> <div></div> <div>"누가 죽였는지 알아요."</div> <div></div> <div>갑작스런 나의 나즈막한 목소리에 박형사가 하던 말을 멈추었다.</div> <div>그리고 다시 조용히 입을 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너 지금 뭐라 그랬냐?"</div> <div></div> <div>"마두라는 사람 누가 죽였는지 알고 있다구요."</div> <div></div> <div>박형사는 나의 팔뚝을 잡아당겨 돌아 누운 나를 바로잡았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너 지금 그 말 사실이야?"</div> <div></div> <div>흥분한 듯한 박형사의 눈빛이 느껴졌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누구야?"</div> <div></div> <div>"어제 그 놈들을 죽인 놈이예요."</div> <div></div> <div>"그럼 어제 그 놈들이 지들끼리 치고 받은 게 아니었어? 외부 침입 흔적이 전혀 없던데...</div> <div>족적이나 지문도 그 놈들 것 밖에 없었고..."</div> <div></div> <div>"누군지 모르는데, 사람이 아니었어요."</div> <div></div> <div>"뭐?"</div> <div></div> <div>나는 길게 심호흡을 한 뒤 긴 얘기를 꺼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어제 형사님과 헤어져 집으로 향하던 중 그 쪽지의 번호로 전화를 했어요...."</div> <div></div> <div>나는 어제 오후부터 지금 이 병원에서 눈을 뜰 때까지 기억하고 있던 일을 </div> <div>박형사에게 낱낱이 얘기했다.</div> <div>내가 말을 하고 있는 동안 박형사는 한 번도 나의 말을 끊지 않았다.</div> <div>아니 끊을 수가 없었다.</div> <div>말하는 나도 황당무계한 소리로 들리는데 박형사는 오죽하겠는가?</div> <div>멍하니 넋을 놓고 들을 뿐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 쪽지에 적인 글씨체가 제 것이잖아요. 저는 글씨를 쓴 기억도 없고, 그 내용이 뭔지도 몰라요.<br />어떻게 보면 저도 그 놈한테 당한거죠. 귀신에 홀린 거예요."</div> <div></div> <div>내 얘기가 끝났음에도 박형사는 한 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div> <div>나 또한 박형사의 대답을 기다리느라 입을 다물고 있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너...진짜로 귀신 볼 줄 아나보다....."</div> <div></div> <div>한 동안 침묵을 유지하던 박형사가 생각만 해도 소름끼치는 말을 내뱉았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제 예감이 틀리길 바라지만, 왠지 이 걸로 끝날 것 같지가 않아요."</div> <div></div> <div>박형사는 무거운 표정을 짓더니 자리에서 일어섰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오늘은 일단 여기까지 얘기하자.</div> <div>조금 전에 의사가 너 다친 게 아니라 잠이 든거라고 하더라.</div> <div>퇴원해도 된다는 얘기지. 원하면 집까지 안전하게 데려다 줄게."</div> <div></div> <div>"괜찮아요. 그냥 버스타고 갈게요. 사람 많은 게 좋아요.</div> <div>요즘은 사람하고 같이 있다는게 얼마나 행복한 건지 새삼 깨닫고 있어요."</div> <div></div> <div>"그래. 알았다. 나중에 보자."</div> <div></div> <div>박형사가 나간 뒤 아버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나는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div> <div>많은 사람들이 있기를 바랬지만 버스 안에는 빈자리가 여러 군데 보였다.</div> <div>창가 자리에 앉은 나는 오후의 나른한 햇살을 즐겼다.</div> <div></div> <div></div> <div>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은 데, 그 생각의 종류가 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머리가 텅빈 느낌이었다.</div> <div>왜 내가 지금 이곳에 있는지,</div> <div>어쩌다가 이런 이유 모를 사건에 휘말리게 되었는지 정리가 되지 않았다.</div> <div>지금 단 한가지 나의 바램은 이 악몽같은 사건의 고리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것이다.</div> <div></div> <div>낮은 고도로 떠 있는 태양 빛이 내 두 눈을 비추고 있었다.</div> <div>노란빛 광원 속에 붉은빛이 간간히 섞여 아른거렸다.</div> <div>서서히 졸음이 쏟아지는 것처럼 몸이 나른해졌다.</div> <div></div> <div>졸음 때문인지, 너무나 밝은 눈부심 때문인지 주변 사물이 흐려져 잘 보이지 않았다.</div> <div>마치 안개가 긴 것처럼...</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주변이 뿌옇게 흐려졌다.</div> <div></div> <div>그 때 누군가가 내 옆자리에 앉았다.</div> <div>손자를 데리고 탄 허름한 차림의 할아버지였다.</div> <div>5살 정도로 보이는 하얀 빵모자를 쓴 그 꼬마는 너무나도 귀엽고 천진난만해 보였다.</div> <div></div> <div>다소곳이 손을 모으고 앉아 있는 노인의 앞에 서서, </div> <div>꼬마는 연신 그의 손등을 두드리며 장난질을 해댔다.</div> <div></div> <div>손자의 귀여운 장난에도 할아버지는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고, </div> <div>무덤덤하게 다른 곳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div> <div></div> <div>내가 쳐다보고 있는 것을 느꼈는지 꼬마가 나를 보며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div> <div>그리고 나 또한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정말 귀여운 손주였네요."</div> <div></div> <div>나의 과거형이 섞인 말에 노인이 고개를 돌려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할아버지와 놀았던게 가장 재미있었대요."</div> <div></div> <div>계속 나를 응시하던 노인의 얼굴이 조금씩 일그러졌다.</div> <div>그리고는 이내 그의 눈가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항상 할아버지와 같이 다닐거래요.</div> <div>놀이터도 가고, 공원도 가고, 버스도 타고, 지하철도 타고......."</div> <div></div> <div>나는 아이의 말을 그 노인에게 계속 전달해 주었다.</div> <div>아이는 입을 열지 않고 눈 빛으로 나에게 말하고 있었지만 나는 모든 것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만득? 만득이? 응..그래 만득이 아저씨네 가게 가서 물고기 구경하는 게 젤 재밌대요. </div> <div>거기 가자는데요?"</div> <div></div> <div>나의 말에 갑자기 노인은 두 손을 꾹 움켜쥐고 닭똥같은 눈물을 떨구었다.</div> <div>할아버지의 울먹임에 손주 또한 표정이 어두워졌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할아버지...손주가 울지 말래요..."</div> <div></div> <div>나의 말에도 불구하고 노인은 쥐어짜 듯 연신 눈물을 쏟아냈다.</div> <div>이젠 그냥 봐도 사람과 혼령을 알아 볼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div> <div>하얀 빵모자 밑으로 드러나 보이는 민머리는 꼬마가 어떤 이유로 죽었는지 말해주고 있었다.</div> <div>노인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고맙네...젊은이...."</div> <div></div> <div>연신 눈물을 훔치던 노인은 조용히 웃옷 주머니에서 </div> <div>상표가 떨어져 나간 갈색 드링크제 병을 꺼내 들었다.</div> <div>나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느즈막하게 결혼 한 아들 놈 부부가 그 핏덩이를 남기고 사고로 죽었다오....</div> <div>혈육이라고는 그 핏덩이 하나 남았었는데...</div> <div>몇 년 뒤 그 놈마저 몹쓸 병에 걸려 치료 한번 제대로 받지 못하고 죽었다오.</div> <div>그 어린 것이 무슨 죄가 있다고...큭큭큭..자식 새끼 다 보내고 이 늙은이가 살아서 뭐하겠소?..큭큭"</div> <div></div> <div>"할아버지...그래서 죽으려고 하신 거예요?"</div> <div></div> <div>나의 물음에 노인은 말을 잇지 못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이렇게 귀여운 손주가 할아버지 곁을 떠나지 못하고 지켜주고 있는데....할아버지 그러시면 안되요.</div> <div>할아버지...이 손 잡으세요. 이게 할아버지 손주의 손이예요."</div> <div></div> <div>나는 꼬마의 손을 집어들어 할아버지의 손바닥에 다소곳이 올려 놓았다.</div> <div>노인은 내 손을 몇 번 어루만지더고 무엇인가 느껴지는지 한 손에 빈 공간을 만들어 손가락을 오무렸다.</div> <div>그리고는 입에 힘을 주어 굳게 다문 채, 또 다시 진한 눈물을 몇 번 쏟아냈다.</div> <div></div> <div>몇 번에 걸친 나의 위로에 노인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 작별인사를 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고맙네. 젊은이..누군지 모르지만 정말 고맙네. 다시 집으로 돌아가겠네..."</div> <div></div> <div>다른 이가 보면 우스꽝스러워 보일지 모르지만, </div> <div>노인은 손주가 서 있을 자리를 내려다보며 무슨 말을 건네는 것 같았다.</div> <div>노인의 손을 잡고 있던 꼬마가 나를 뒤돌아 보고는, 또 한 번의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div> <div>나도 가볍게 손을 들어 인사를 하고는 버스에서 내려 멀어져가는 그들을 계속 지켜보았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잘 지내렴.."</div> <div></div> <div>귀신도 종류가 있구나.</div> <div>저런 귀신만 만나면 좋으련만...</div> <div>이젠 나의 이런 능력을 내 스스로 받아들이는 듯 했다.</div> <div>그 때 내 휴대폰의 요란한 진동음이 느껴졌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여보세요?"</div> <div></div> <div>"나 박형사야."</div> <div></div> <div>"예...왜요?"</div> <div></div> <div>"너 나하고 이번 사건조사 한 번 할래?"</div> <div></div> <div>갑작스런 그의 제안에 잠시 머뭇거렸지만 나도 이 사건의 내막을 모두 알고 싶었다.</div> <div>그리고 경찰하고 같이 있는 것이 좀 더 안전한 것이 아닌가?</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제가 꼭 필요한가요?"</div> <div></div> <div>"사실은 니가 필요한 게 아니라 니 능력이 필요해"</div> <div></div> <div>"좋아요!! 하겠어요!!"</div> <div></div> <div>"오늘은 집에 가서 쉬어라. 그리고 내가 내일 오전에 데리러 가겠다."</div> <div></div> <div>"알았어요."</div> <div></div> <div>나는 왠지 설레기도 하면서 두렵기도 한 묘한 기분을 안고 집으로 향했다.</div> <div>오피스텔에 도착하자 무거운 피로감이 몰려왔다.</div> <div>며칠 동안 비워 둔 집이라 낯선 냄새까지 나는 듯 했다.</div> <div>나는 취직을 핑계로 부모와 떨어져 산다.</div> <div>취직이라고 해봤자 배운게 없고 얼굴로 먹고 살다보니 직업이 다 거기서 거기였다.</div> <div>술집 써빙, 나이트 클럽 웨이터, 호스트빠....</div> <div>그나마 내세울만한 직업은 역시 바텐더였다.</div> <div></div> <div>그러나 그것도 잠시.......</div> <div>일을 할 만하면 여자들이 달라붙어 제대로 한 우물을 팔 수가 없었다.</div> <div>모든 용돈이나 경비를 여자들이 대주니, 힘들게 일을 할 이유가 없었다.</div> <div>그런 것들은 자꾸 나를 나태하게 만들었고, 술과 여자에 찌들게 만들었다.</div> <div></div> <div>나를 잡으려고 일부러 임신한 여자들도 있었다.</div> <div>그 때마다 나는 계속 만나준다는 조건으로 중절수술을 권했고, </div> <div>그 수술이 끝나면 가혹하게 차 버렸다.</div> <div></div> <div>사람들은 나를 쓰레기라고 부를 것이다.</div> <div>그렇다. 나는 쓰레기에 가깝다.</div> <div>그런데 아직도 여자들은 겉모습이 멋진 상자에 담긴 나 같은 쓰레기를 좋아한다.</div> <div></div> <div>어떤 이는 멋진 상자의 모습에 반해 다가와서는 그 속을 열어보고 쓰레기라는 것을 알면 도망하고,</div> <div>어떤 이는 담겨 있는 것이 쓰레기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멋진 상자에 반해 그 안의 쓰레기까지 좋아한다.</div> <div></div> <div>내 주위에 모인 여자들이 예쁜 나비떼인지, </div> <div>아니면 더러운 파리떼인지 모르지만 지금은 그 모든 것들이 귀찮고 힘들게 느껴진다.</div> <div>내가 사고 난 것도 알고보면 나이트에서 꼬신 년이 내 음주운전을 막지 않았기 때문이다.</div> <div>생각이 있는 년이라면 그럴 수가 없다.</div> <div></div> <div>우라질 년.....</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집이 너무 조용했다.</div> <div>나는 리모콘을 들어 TV를 켰다.</div> <div>늘 보는 스포츠 채널에서 야구 중계를 하고 있었다.</div> <div>나는 입고 있는 옷을 모두 벗어버리고, 욕실로 들어갔다.</div> <div>샤워기를 틀고, 샤워기 옆에 있는 세면대 위의 거울을 바라보며 물이 뜨거워지기를 기다렸다.</div> <div></div> <div>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가관이었다.</div> <div>그러고보니 3일 만에 처음으로 보는 내 얼굴 같았다.</div> <div></div> <div>오른쪽 이마의 반창고는 간신히 꿰맨 자국을 감추고 있었고, </div> <div>왼쪽 광대뼈는 아직도 큼지막한 멍자국으로 덮여 있었다.</div> <div></div> <div>아랫입술도 살짝 찢어져 핏기가 보였고, </div> <div>눈 밑의 검 푸른 다크써클은 오랜 시간동안 내가 영양분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했음을 말해 주고 있었다.</div> <div></div> <div>나는 조심스럽게 이마의 반창고를 떼어냈다.</div> <div>샤워를 해야 되기 때문이다.</div> <div></div> <div>그런데 젠장....</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 만신창이가 된 얼굴에 꿰맨 자국까지 드러나자, 내 얼굴은 거의 프랑켄슈타인처럼 보였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헐...신발. 당분간 여자 만나기는 글렀군."</div> <div></div> <div>나는 세면대에 차가운 물을 채웠다.</div> <div>정신을 차리고 싶었다.</div> <div>물이 어느 정도 차자 나는 그 곳에 얼굴을 담갔다.</div> <div></div> <div>숨을 참으면서 온갖 잡념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었다.</div> <div>꿰맨 상처 속으로 물이 침투하는지 가끔씩 따끔거렸다.</div> <div>30여초가 지났을까?</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푸우~~"</div> <div></div> <div>나는 고개를 들어 폐 속에 쌓인 고농도의 이산화탄소를 내뱉았다.</div> <div>어느 새 샤워기에서 나오는 증기가 세면대 위의 거울에 안착했다.</div> <div></div> <div>뿌옇게 흐려진 저 거울 건너 편에 못난 내 얼굴이 있다.</div> <div>차라리 이런 내 얼굴은 안 보는게 나을지도 모른다.</div> <div>나는 잠시 허탈한 쓴 웃음을 짓고는 왼손을 들어 거울을 한 번 문질렀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font color="#c31a1b">닦이지 않는다.</font></span></strong></div> <div></div> <div>다시 문질렀다.</div> <div><strong>그래도 닦이지 않는다.</strong></div> <div></div> <div>갑자기 심장이 격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div> <div>팔다리가 후들거렸다.</div> <div>나는 미친 듯이 두 손으로 거울을 문질렀다.</div> <div>그제서야 거울이 왜 닦이지 않는지 알 수 있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이건 <strong><span style="font-size: 12pt"><font color="#c31a1b">안개</font></span></strong>다.</div> <div></div> <div>그런데 샤워기의 증기가 만든 안개가 아니다.<br />공기 중의 그 물방울은 소름끼치도록 차가웠다.</div> <div></div> <div>그리고 조금씩 거울 속의 뿌연 안개가 엷어지더니, </div> <div>그 속에서 연쇄살인마 같은 그 녀석이 모습을 드러냈다.</div> <div></div> <div>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div> <div>나는 거울을 문지르던 두 손을 거울로부터 서서히 떼어냈다.</div> <div>10개의 모든 손가락이 경기를 일으키며 떨리는 것이 눈에 보였다.</div> <div>손가락 사이로 거울 속의 섬뜩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 녀석이 보였다.</div> <div>그리고 나에게 공포감을 심어주려는지 자신의 손가락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하였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강아지......"</div> <div></div> <div>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욕설과 함께 나는 허공에 떠 있는 내 두 손을 불끈 쥐었다.</div> <div>그리고 그 놈을 향해 괴성을 지르며, 오른 주먹을 날렸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강아지야!!!!!!!!!!"</div> <div></div> <div>강력한 파열음과 함께 거울은 자신의 몸을 수 십조각으로 나누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죽여버리겠어!! 이 강아지!!"</div> <div></div> <div>나는 잘게 쪼개진 거울 위로 연속적으로 주먹을 날렸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신발 놈!!! 널 꼭 찾아내서 죽여버리겠어!!</div> <div>내 무서워할 줄 알아? 이 강아지야!!!"</div> <div></div> <div>나는 울부짖음에 가까운 욕설을 날리며, 주먹질을 멈추지 않았다.</div> <div>어느새 거울의 중앙부에 모인 핏물들이 주욱 흘러내리며, </div> <div>세면대 속의 물에 빨간 색을 입히기 시작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이 강아지...신발 놈..."</div> <div></div> <div>주먹질을 멈추자 손이 아려왔다.</div> <div>나는 분쇄된 거울에 머리를 박고 거친 숨을 내쉬었다.</div> <div>그와 동시에 콧물인지 눈물인지 알 수 없는 작은 방울이 핏물 위로 떨어졌다.</div> <div>세면대 속의 작은 거울 파편들이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붉은색의 광택을 내뿜고 있었다.</div> <div></div> <div></div> <div>"니 놈이 어떤 놈인지 반드시 찾아내겠어....."</div> <div></div> <div>나의 속삭이는 듯한 굳은 다짐의 말은 거실의 TV소리보다 작게 들렸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너 손 왜 그래?"</div> <div></div> <div>붕대를 감고 있는 내 오른손을 본 박형사가 물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어제 그 자식이 나타나서 신나게 두들겨 패 줬어요."</div> <div></div> <div>"이젠 귀신하고 싸울 정도군. 내공이 장난 아니네...허허.."</div> <div></div> <div>"웃지 마세요."</div> <div></div> <div>나의 진지한 부탁에 박형사는 재빨리 입을 닫았다.</div> <div>박형사는 뒷좌석에 앉아 있는 나에게 운전하고 있는 형사 한 명을 소개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참, 김나연이 사체 찾으러 오갈 때 봤지? 강형사라고 우리 강력팀 최고 몸짱이지."</div> <div></div> <div>운전을 하고 있는 그는 전방을 주시한 채 잠시 오른손을 들어 나에게 인사를 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런데 지금 어디 가는 거예요?"</div> <div></div> <div>"..........."</div> <div></div> <div>박형사는 잠시 말을 아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지금 어디 가냐니까요?"</div> <div></div> <div>"내가 아는 무당에게 가는거야."</div> <div></div> <div>"뭐요?"</div> <div></div> <div>"니가 힘들겠지만 귀신을 불러낼거야."</div> <div></div> <div>나는 순간 허탈감이 밀려왔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젠장....필요하다는 게 이거였어요? 귀신 좇아다니면서 수사하는게 아니고?"</div> <div></div> <div>"니 주변에서 죽은 사람이 몇 명인 줄 알아? 좋든 싫든 넌 지금 사건의 중심에 있어.</div> <div>힘들더라도 협조해야 돼. 게다가 넌 우리가 조사하는 사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귀신을 둘이나 봤어.</div> <div>그것들을 불러내서 정보를 알아낼거야. 만일 안되면 몸으로 뛰어야지."</div> <div></div> <div>"후......알았어요."</div> <div></div> <div>"그리고 김나연이....국과수에서 연락왔는데 살해되었대..."</div> <div></div> <div>"맞잖아요. 내가 살인이라고....."</div> <div></div> <div>"직접적인 사인은 교살이야. 그런데 혈액에서 염산페치딘이 극소량 검출되었어."</div> <div></div> <div>"염산페치딘? 그게 뭐예요?"</div> <div></div> <div>"주로 말기 암환자에게 투여하는 강력한 진통제야.</div> <div>그런데 중독성이 필로폰보다 서너배나 강해서 병원에서도 관리를 철저히 하는 약품이지.</div> <div>그런데 어떻게 그게 김나연 몸에서 발견되었느냐가 문제야.</div> <div>아마 김나연도 우리가 조사하는 마약조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거야."</div> <div></div> <div>이 순간 나는 더 궁금한 것이 있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런데 지금 만나러가는 무당은 누구예요?"</div> <div></div> <div>"옛날에 우리에게 크나큰 상처를 주고, 사건을 하나 해결해준 무당이야."</div> <div></div> <div>"그 사건이 뭔데요?"</div> <div></div> <div>박형사는 잠시 전방을 주시한 채 뭔가 생각을 정리하는 듯 말을 아꼈다.</div> <div>그리고 잠시 후 긴 얘기를 꺼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3년 전에 반지하 방에서 화재가 발생했어.</div> <div>그리고 2구의 어린이 시체가 발견되었지.</div> <div>처음엔 단순 실화로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어.</div> <div>소방관 얘기로는 처음에 출동했을 때 문이 밖에서 잠겨 있었다고 했어.</div> <div>잠근 사람은 두 아이의 엄마였어.</div> <div>그 여자는 남편과 사별하고 식당일을 나가면서 5살과 7살 난 두 아이와 함께 어렵게 살고 있었지.</div> <div>우리는 사고사가 아닌 타살로 가닥을 잡고 유력한 용의자로 엄마를 지목했지.</div> <div>아이의 엄마는 거의 반실성한 상태였어. 물론 범행도 급구 부인했고...</div> <div>아이들이 죽은 슬픔도 감당하기 힘든데 자신을 범인으로 몰다니 너무나도 원통하고 억울하다는거야.</div> <div>왜 문을 걸어 잠궜냐는 질문에... </div> <div>평소 집 앞의 도로에 아이들이 뛰쳐나와 놀기 때문에 자리를 비울 때는 잠깐씩 잠그고 간다고 하더군.</div> <div>요리조리 우리의 심문을 피해가는 것 같았는데 결정적인 증거가 나왔어.</div> <div>두 아이의 혈액에서 청산염이 발견된거야."</div> <div></div> <div>"청산염..?"</div> <div></div> <div>"청산가리 말야."</div> <div></div> <div>"아니 어떻게 엄마가 그럴 수 있죠?"</div> <div></div> <div>"생활고를 비관했을 수도 있지.</div> <div>생활고를 비관해서 아이들을 살해하고 불을 질렀다고 볼 수밖에 없었어.</div> <div>죄가 인정되면 아무리 정상참작이 된다고 해도 이건 최소 무기징역감이야.</div> <div>하여튼 우리는 엄마의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계속 심문했지.</div> <div>그것도 모자라 유력한 용의자라는 이유로 구속수사를 했어.</div> <div>그런데 말야...."</div> <div></div> <div></div> <div>박형사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담배를 하나 꺼내 물었다.</div> <div>그리고는 깊게 담배 연기를 한 모금 빨더니 말을 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재판이 있기 며칠 전 그 여자가 유치장에서 목을 매 자살한거야.</div> <div>마치 결백을 증명하기라도 하듯이..."</div> <div></div> <div>"그래서요?"</div> <div></div> <div>"사건은 그걸로 종료된거지. 그런데 그 여자가 죽었던 그날 밤 너무나 찝찝한 생각이 들더라구.<br />그 여자가 범인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말야. 그래서 나는 사건 현장에 다시 갔지.</div> <div>뭘 얻기 위해서 간 것도 아닌데 그냥 가봐야 할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div> <div>그런데 거기서 한 남자가 멍하니 불탄 그 집을 한참동안 바라보고 있더니 나에게 다가와 </div> <div>뭐라 그러는거야.</div> <div>아이들의 불장난이 큰 화를 불렀다는군.</div> <div>내가 무슨 말이냐고 물으니까, 아이들이 성냥으로 불장난을 하다가 죽었다는거야.</div> <div>그리고 이 아이의 엄마도 억울함을 이기지 못해 목매 자살했다는 거야.</div> <div>난 온몸에 섬뜩한 소름이 돋았지.</div> <div>그리고 다음에 이어지는 무당의 말이 나를 더 소름돋게 만들었지."</div> <div></div> <div>멍하니 형사의 이야기에 빠져 든 나는 침을 삼키지 않을 수 없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뭐...뭐가요?"</div> <div></div> <div>"아직도 이 집에 셋이서 살고 있대..."</div> <div></div> <div>마치 그 곳에 내가 있었던 것처럼 소름이 쫘악 돋았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그 남자가 바로 형사님이 말한 무당이군요."</div> <div></div> <div>"그래."</div> <div></div> <div>"그래서 어떻게 했어요?"</div> <div></div> <div>"난 망자의 억울함이라도 풀어주려는 심정으로 국과수에 재부검을 의뢰했지.</div> <div>재부검 결과 역시나 혈액에서 청산염이 발견되었어.</div> <div>그런데 말야.</div> <div>이상한 건 아이들의 폐와 혈액에서는 청산염이 발견되는데 </div> <div>정작 위와 장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는거야."</div> <div></div> <div>"그럼 먹은게 아니라 코로 들이마신 거예요?"</div> <div></div> <div>"우리도 그 여자가 죽기 전에 국과수 부검 결과에 의아한 점이 하나 있었어.</div> <div>아이들의 직접사인은 질식사였고, 폐에서 연기가 검출되었다는 거야."</div> <div></div> <div>"그게 어때서요?"</div> <div></div> <div>"폐에서 연기가 발견되면 불 타오르는 동안 살아있었다는거야.</div> <div>호흡을 하고 있었을테니까.</div> <div>보통 살해 후 방화를 하면 숨을 쉬지 않기 때문에 폐에서 연기가 검출이 안돼.</div> <div>그렇다고 단지 이런 점 때문에 여자를 풀어줄 수가 없었지.</div> <div>타살의 흔적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형사들은 물고 늘어지니까</div> <div>그런데 엉뚱하게도 재부검 결과 폐에서 청산염이 발견되었다는거야.</div> <div>청산가리를 들이마시게 한다? 그게 가능할까?</div> <div>또 죽이려고 마음 먹은 사람이 굳이 왜 이렇게 어려운 방법을 선택했을까?</div> <div>그렇게 하더라도 아이들은 바로 죽었을텐데, 폐에서 발견된 연기는 도대체 뭐지?</div> <div>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어.</div> <div>그래서 난 다시 그 무당을 찾아갔어.</div> <div>그에게 도움을 요청했지.</div> <div>그런데 그 무당이 그러더라구. 그 집을 다시 불태우라고...그 혼령들이 원한다고...</div> <div>불타버린 집을 또 태우라니 그게 도대체 뭔소린지...."</div> <div></div> <div>박형사는 담배에 붙은 재가 떨어지지 않고 길게 목숨을 연명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았다.</div> <div>그 담뱃재는 작은 움직임에도 떨어져 나갈 듯 아슬함을 유지하고 있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런데 경찰서로 돌아오는 중에 난 불현 듯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차렸어.</div> <div>그래서 국과수에 사건 현장에 남은 여러 물질들의 발화실험을 요청하고 성분검사를 의뢰했지.</div> <div>그런데 어처구니 없는 결과가 나오더라구."</div> <div></div> <div>"뭐가 말예요?"</div> <div></div> <div>"젠장............그 집 바닥재 발화 실험을 했는데 연기 속에서 청산염이 검출된거야."</div> <div></div> <div>"이럴 수가...바닥재 성분이 타면서 나온거예요?"</div> <div></div> <div>"형사들은 모두 할 말을 잃었지.</div> <div>불법을 저지른 건 아니지만 우리는 멀쩡한 목숨을 덤으로 하나 죽인거야."</div> <div></div> <div>그제서야 박형사는 길게 늘어진 담뱃재를 털어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게 폐로 들어간거야. 그리고 혈액에서 돌아다녔고.</div> <div>그래서 위와 장에서는 발견이 안 되었던거지.</div> <div>우리는 사죄의 마음으로 그 영혼들의 안식을 비는 제를 간단히 지내줬어."</div> <div></div> <div>"그렇군요....."</div> <div></div> <div>"그 뒤로 나는 그 무당과 친분을 유지했고, 그 무당은 몇 개의 사건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었지."</div> <div></div> <div>"그렇다면 이번 사건도 그 무당한테 부탁하면 되잖아요."</div> <div></div> <div>"사건을 해결하러 다닐 때마다 원혼들이 자꾸 자기 몸에 붙어서 못살겠다는거야.</div> <div>수명이 짧아져서 죽을 것 같대. 그래서 1년 전부터는 말도 못 꺼내게 했어."</div> <div></div> <div>어느 새 우리는 도심 외곽을 달리고 있었다.</div> <div>도로도 점점 좁아져 편도 1차선을 내달리고 있었다.</div> <div>눈 앞에 뒤쪽에 산과 앞쪽에 작은 계곡을 끼고 있는 집이 눈에 들어왔다.</div> <div>불교의 만자(卍字)가 보이는 걸로 봐서 우리가 만나야 할 무당의 집인 것 같았다.</div> <div></div> <div>보통 잘 나가는 무당들은 예약을 하고 가야된다는데 이 무당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div> <div>무당의 것으로 보이는 소형 승용차와 우리의 차량만이 앞마당에 추차되어 있는 유일한 차량이었다.</div> <div>인기척을 보인 후 우리는 안으로 들어섰다.</div> <div></div> <div>무당의 집이라고 보기에는 집 안의 치장이 너무나 차분했다.</div> <div>그리고 향 연기 속에 담배 연기 냄새가 배어나왔다.</div> <div>사극의 대감집에서나 볼 수 있는 기품있는 병풍을 등 뒤에 두르고, </div> <div>왜소한 체격의 한 남자가 생활 한복을 입은 채 자리에 앉아 있었다.</div> <div></div> <div>이 사람이 무당인가 싶을 정도로 그는 꾸밈이라는게 거의 없었다.</div> <div>게다가 나를 더욱 당황하게 만든 것은 사람이 들어왔음에도 </div> <div>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고 연신 담배질을 하며 책을 탐닉하고 있다는 것이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형님. 저 왔습니다."</div> <div></div> <div>박형사의 인삿말은 그와 저 무당이 얼마나 가까운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지 말해주고 있었다.</div> <div>박형사의 인사에도 무당은 고개를 들지 않고 대답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내가 오지 말라고 했지. 날 죽일 셈이냐?</div> <div>짭새놈들이 얼마나 모진 원혼들을 몰고 다니는 줄 알아?"</div> <div></div> <div>이 말에 박형사는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애원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큰 사건입니다.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데 방법이 없어요. 마지막으로 부탁드립니다."</div> <div></div> <div>그제서야 그는 고개를 들었다.</div> <div>이마와 입 주변에 깊게 파인 주름만이 그의 나이를 짐작하게 할 뿐이었다.</div> <div></div> <div>많은 주름살에 걸맞지 않은 백옥같은 피부를 가졌고, 미간에 작은 점이 박혀 있었으며, </div> <div>몇 년을 길렀는지 모르는 긴 수염을 달고 있었다.</div> <div>그는 박형사의 얼굴을 한 번 확인하더니 박형사의 뒤에 서 있는 나를 한참 동안 말없이 응시했다.</div> <div>너무나도 멋쩍은 상황에 나도 그를 뚫어져라 바라 보았다.</div> <div>이 어색한 침묵의 시간을 멈춘 것은 무당의 욕설섞인 말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우라질 놈. 이번엔 원혼들을 떼거지로 몰고 왔구나...."</div> <div></div> <div>무당의 말에 무릎을 꿇고 있던 박형사가 나를 돌아 보았다.</div> <div>갑자기 동물원의 원숭이가 된 듯 나는 누구에게 시선을 맞춰야 할 지 고민했다.</div> <div>무당은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그의 눈빛은 나를 경계하고 있는 듯 보였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형님, 무슨 말씀이십니까?"</div> <div></div> <div>박형사의 질문에 무당은 잠시 말을 아낀 후 입을 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저 친구에게서 너무 강한 기운이 느껴져. 혼령이 한 둘이 아냐...."</div> <div></div> <div>박형사는 연신 무당과 나를 번갈아 바라보며 표정 변화를 살피기에 여념이 없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형님, 불러낼 수 있습니까?"</div> <div></div> <div>박형사는 내 의사도 묻지 않은 채 무당의 허락을 받는데만 급급했다.</div> <div>무당은 여전히 나에게서 매서운 시선을 흩뜨리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이봐, 젊은 친구. 이리 와 앉게."</div> <div></div> <div>나는 잠시 박형사와 무당의 표정을 살핀 후 박형사 옆에 무릎을 꿇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둘 다 편하게 앉아. 내가 무슨 니들 부모냐?"</div> <div></div> <div>우리는 자세를 편안히 갖추고 그의 말을 기다렸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내 손을 잡게나 젊은 친구."</div> <div></div> <div>그는 두 손을 내 앞으로 나의 응답을 기다렸다.</div> <div>나는 다시 한번 박형사의 표정을 살핀 후 아무 말없이 그의 손바닥에 내 손바닥을 갖다 대었다.</div> <div>내 손을 잡은 무당은 지그시 눈을 감았다.</div> <div>그리고는 잠시 후 알 수없는 주문같은 말을 작은 숨소리로 웅얼거리지 시작했다.</div> <div></div> <div>몇 십초가 지났을까?</div> <div>무당의 미간이 서서히 일그러지기 시작했다.</div> <div>웅얼거림의 소리도 서서히 커지는 듯 했다.</div> <div>그의 미세한 손 떨림이 느껴졌다.</div> <div></div> <div>그의 얼굴은 더욱 일그러져 사나운 맹수가 포효하는 것처럼</div> <div>미간과 콧등에 수많은 주름이 잡히기 시작했다.</div> <div>그는 흡혈귀처럼 하얀 이를 조금씩 드러내며 입을 벌리기 시작했고, </div> <div>그의 웅얼거림은 점점 <strong><span style="font-size: 12pt">'아'</span></strong> 발음만 들리는 기괴한 음성으로 변하고 있었다.</div> <div></div> <div>그 순간...</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6pt"><font color="#c31a1b">"탕!!!!!!"</font></span></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6pt"></span></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6pt"></span></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6pt"></span></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6pt"></span></strong>그가 갑자기 탁자에 손을 내리쳤다.<br />그리고는 무서운 표정으로 나를 노려봤다.</div> <div>조금 전의 기괴한 소리를 내던 흉측한 표정보다 더 섬뜩해 보였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안돼....."</div> <div></div> <div>그의 엉뚱한 말에 박형사가 물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뭐..뭐가요? 불러낼 수 없다는 말입니까?"</div> <div></div> <div>무당은 잠시 숨을 고르더니 말을 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불러내면...우린 모두 죽어..."</div> <div></div> <div>지금 이 순간 내 생각도 그렇다.</div> <div>그 놈이 다시 나타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모르기 때문이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형님 그러면 어떻게 합니까?</div> <div>우린 그 놈을 불러내서 그 놈의 정체를 알아야 합니다."</div> <div></div> <div>"니 들이 찾아....내가 감당할 수 있는 혼령이 아냐...."</div> <div></div> <div>"뭘 찾으란 말입니까?"</div> <div></div> <div>"그 놈 시체를 찾아!!</div> <div>찾아서 불태우든가, 천도제를 지내주든가 하란 말이야!!"</div> <div></div> <div>나는 이 방에 들어와서 단 한마디도 하지 못한 것 같다.</div> <div>난 그에게 물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 놈...아니 귀신이 보일 때마다 안개가 껴요.그냥 맑은 상태가 아니고..."</div> <div></div> <div>"귀신은 사람의 기를 빼앗아가.</div> <div>귀신의 존재가 느껴지면 사람은 여러가지 현상으로 반응을 하지.</div> <div>어떤 이는 소름끼치는 한기를 느끼기도 하고, 어떤 이는 피를 흘리기도 하고, </div> <div>어떤 이는 기절을 하기도 하지....</div> <div>그런데 자네는 특이한 경우이지만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 같애..."</div> <div></div> <div>"이대로 있으면 전 어떻게 됩니까?"</div> <div></div> <div>"어떻게 되긴? 니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화를 당하거나 아니면 니가 죽든가 하겠지..."</div> <div></div> <div>너무나 충격적이고 무서운 말임에도 무당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내뱉았다.</div> <div>무당은 잠시 내 얼굴을 살피더니 말을 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니 몰골을 보니, 요 근래 온갖 험한 꼴을 많이 당한 것 같군.</div> <div>살고 싶으면 어서 그 놈을 찾아."</div> <div></div> <div>"도와주시면 안되나요? 아저씨도 능력이 있잖아요."</div> <div></div> <div>"법사라고 불러. 무슨 생뚱맞게 아저씨야? 나도 체면이 있는데..."</div> <div></div> <div>"무슨 얼어죽을 법사고, 체면이예요? 귀신 하나 쫓아내지도 못하면서...."</div> <div></div> <div>"이런 망할 자식을 봤나!!"</div> <div></div> <div>무당은 입을 삐죽거리며 경멸하는 듯한 눈빛을 나에게 보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난 뭐 대단하신 분인 줄 알고 왔는데, 스포츠 신문에나 광고내는 무당하고 같네요."</div> <div></div> <div>"뭐? 이 자식아? 이런 호로자식을 봤나!!!"</div> <div></div> <div>그는 나에게 덤빌 듯한 자세를 취하고는 욕설을 내뱉았다.</div> <div>지금의 그의 모습은 무당이라기 보다는 동네 불량배에 가까웠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야 임마!! 너 지금 뭐하는거야!!"</div> <div></div> <div>박형사가 호통을 쳤다.</div> <div>그의 호통에 우리는 잠시 냉전을 유지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형님. 죄송합니다. 그러지 마시고 이 친구 부탁 좀 들어주시죠?"</div> <div></div> <div>"당장 꺼져!!"</div> <div></div> <div>무당은 자세를 옆으로 돌린 채 박형사와 시선도 맞추지 않았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젊은 놈이 불쌍하지도 않습니까? 이러다 이 놈 죽을 지도 모릅니다.</div> <div>목숨 하나 살려주신다 생각하시고 좀 도와주세요."</div> <div></div> <div>박형사는 나보다 더 간절한 입장이 된 것처럼 무당에게 애원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당장 꺼지라고 했다. 더 이상 말 걸지마!!"</div> <div></div> <div>무당의 태도는 단호했다.</div> <div>이에 나는 자존심을 굽히지 않기 위해 박형사에게 말을 던졌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형사님, 그냥 가요. 뭐 하나 얻어낼 것도 없는데...."</div> <div></div> <div>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div> <div>집 밖으로 나오자 박형사의 동료인 강형사가 연신 담배질을 하며, 우리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다.</div> <div>내가 씩씩거리며 나오는 것을 본 강형사는 무슨 일이냐며 나에게 물었다.</div> <div>나는 대답도 없이 그냥 차에 올라탔다.</div> <div></div> <div>무당을 달래고 있는지 아니면 무슨 할 말이 더 있는건지 박형사는 5분이 넘도록 나오지 않았다.</div> <div>그리고 잠시 후 박형사가 조용히 집 밖으로 나왔다.</div> <div>그는 씁쓸한 표정으로 나를 잡시 쳐다보더니 아무 말없이 차에 올라탔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죄송해요. 형사님."</div> <div></div> <div>십여분 동안 아무 말없이 달리는 차량 안에서 전방을 응시하고 있는 박형사에게 말을 걸었다.</div> <div>나는 그에게 혼쭐이라도 날 것 같았지만 박형사는 업무적인 얘기로 답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 놈을 어떻게 찾을까?"</div> <div></div> <div>"......."</div> <div></div> <div>"조폭놈들이 그 놈한테 몰살당한 걸로 봐서 무슨 원한이 있는게 분명해.</div> <div>그 놈이 모든 열쇠를 쥐고 있어.</div> <div>그리고 그 놈 시체는 그 스탠드바 어디에 숨겨져 있는지도 몰라."</div> <div></div> <div>"우리가 거기에 가보면 되잖아요."</div> <div></div> <div>"그 놈들의 비밀 창고 같은 게 하나 있는데 도대체 접근할 수가 없단 말이야.</div> <div>증거가 없어서 위에서도 수색영장을 발부해주지도 않고...."</div> <div></div> <div>"이번 살인 사건으로 물고 들어가면 되잖아요. 그러면 영장 나올 것 같은데요."</div> <div></div> <div>"만일 그 놈들이 마약사건 조사를 눈치 채기라도 한다면 그나마 한 가지 희망도 사라지는거야.</div> <div>살인사건 때문에 형사들이 들락거리는 데 그 놈들이 뭔가 대책을 세워놨겠지."</div> <div></div> <div>박형사는 팔짱을 끼고 대책을 세우는데 머리를 쓰는 것 같았다.</div> <div>나는 순간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 놈의 시체에 다가간다면 무슨 반응이 나오겠죠?"</div> <div></div> <div>나의 말에 박형사는 팔짱을 풀고 나를 돌아봤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게 무슨 말이야?"</div> <div></div> <div>"만일 저에게 그 놈이 붙어다닌다면.....제가 그 놈의 몸뚱아리에 가까워지면 무슨 반응을 할 겁니다.</div> <div>그러면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을거구요."</div> <div></div> <div>"너..설마.."</div> <div></div> <div>"네. 저를 그 곳에 들여보내 주세요. 형사님들은 바람잡이나 해 주시구요."</div> <div></div> <div>"너 그 놈들한테 잡히면 죽을 수도 있어."</div> <div></div> <div>"이래 죽나 저래 죽나 똑같죠. 기왕 죽을거면 이유나 알고 죽어야죠."</div> <div></div> <div>나의 말에 박형사는 한참 동안 내 표정을 살폈다.</div> <div>박형사는 뒤에 앉아있는 나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차를 몰고 있는 강형사에게 물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강형사..너 저번에 입수한 그 스탠드바 건축도면 가지고 있지?"</div> <div></div> <div>경찰서에 도착한 나는 박형사와 함께 점심식사를 마친 후 그 스탠드바의 건축도면을 익혀갔다.</div> <div>두 세시간 동안 도면을 익히면서 작전을 세워갔다.</div> <div></div> <div>충분히 숙지가 되었다고 판단이 서자 우리는 곧바로 차를 몰아 그 스탠드바로 향했다.</div> <div>그 스탠드바는 화려한 입구가 인상적이었다.</div> <div>영업시간이 아님에도 형형색색의 네온등이 정문을 장식하고 있었고, </div> <div>화려한 드리워진 커튼 뒤로 붉은 카페트가 깔려 있는 것이 보였다.</div> <div>우리를 먼저 맞은 것은 입구를 지키고 있는 검은색 양복의 건장한 청년들이었다.</div> <div>깍두기 머리는 아니고 말끔하게 머리를 뒤로 빗어 넘긴 호남형의 남자들이었다.</div> <div></div> <div>그들은 박형사와 강형사를 알아보더니 이내 시선을 나에게 돌렸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이 친구는 누굽니까?"</div> <div></div> <div>경계하는 듯 한 그들의 눈빛에서는 무서운 살기가 느껴졌다.</div> <div>이에 박형사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대답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여기 살인사건 목격자야."</div> <div></div> <div>무서운 눈빛을 가진 그 청년은 무표정한 얼굴로 다시 한번 나에게 시선을 돌렸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이 놈이 우리 형님한테 전화했던 그 놈이오?"</div> <div></div> <div>그의 말에 나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div> <div>박형사는 나의 긴장을 풀어주려는 듯 그를 달랬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현장조사만 하고 갈거니까 너무 그러지마."</div> <div></div> <div>"잠깐 기다려요."</div> <div></div> <div>그 청년은 우리를 제지하더니 우리에게서 잠시 떨어져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div> <div>그의 말투로 보아 그보다 윗사람인 것 같았다.</div> <div>통화가 끝나자 그는 우리에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20분 안에 끝내쇼. 우리도 할 일이 많으니까."</div> <div></div> <div>우리는 내부로 진입했다.</div> <div>긴 복도 입구에 진입하자 박형사가 나에게 뭔가를 건넸다.</div> <div>접혀진 종이였지만 한 눈에 보기에도 부적같았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이게 뭐예요?"</div> <div></div> <div>"형님이 주신거야. 모진 귀신이 나타나도 니가 정신을 잃지 않도록 도와줄 거래."</div> <div></div> <div>오전의 일을 생각하면 조금 화가 나기도 했지만, </div> <div>성의라고 생각하고 나는 말없이 그 부적을 받아들었다.</div> <div>긴 복도를 지나자 큰 홀이 하나 눈에 들어왔다.</div> <div>조명, 벽지, 바닥재, 진열장...어느 것 하나 흠잡을 수 없을 만큼 실내는 아름답고 화려했다.</div> <div></div> <div>우리는 그 홀을 가로질러 반대편 문을 열고 들어섰다.</div> <div>그러자 몇 개의 갈라진 복도가 눈에 들어왔고, 각 복도마다 조그만 방들이 배치되어 있는 것이 보였다.</div> <div></div> <div>맨 오른쪽 복도 끝에 있는 방을 손으로 가리키며 박형사가 말을 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저기야...그 놈들이 죽은 곳..."</div> <div></div> <div>그곳을 보자 나는 가슴이 저미어왔고, 현기증이 몰려왔다.</div> <div>저 곳이 그 피의 살육이 벌어진 곳이라니.........</div> <div>나의 휘청거림을 느꼈는지 박형사가 나를 부축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괜찮아요."</div> <div></div> <div>나는 마음을 가다듬고 조금씩 그 방으로 향했다.</div> <div>문을 열고 들어서자 낯익은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div> <div>테라스처럼 꾸며진 그 살육의 장소였다.</div> <div></div> <div>이미 현장은 말끔하게 치워져 있는 상태라 시각적인 공포는 주지 못했지만, </div> <div>지워졌던 기억이 다시 떠올라 오금이 저리는 듯한 두려움이 몰려왔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시간 없어. 시작해!"</div> <div></div> <div>박형사의 명령에 강형사는 의자와 탁자를 쌓아올리고, </div> <div>그 곳에 올라가 준비해온 공구로 우리 키의 1.5배 정도 위에 설치되어 있는 </div> <div>환풍구를 뜯어내기 시작했다.</div> <div></div> <div>순식간에 좁은 환풍구 통로가 열리자 나는 쌓여진 탁자와 의자를 타고 올라갔다.</div> <div>순간 박형사가 나를 잡으며 말을 건넸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무슨 일이 있어도 알아와야 한다."</div> <div></div> <div>나는 묵언의 답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그 통로 안으로 몸을 집어넣었다.</div> <div>그 통로는 무릎을 꿇고 기는 것도 모자라 몸을 완전히 눕히고 포복으로 기어야 할 정도로 좁았다.</div> <div>나는 매직펜 크기의 손전등을 입에 물고 최대한 소리를 감추고 조금씩 앞으로 전진했다.</div> <div>실내의 불빛으로부터 멀어지자 통로안은 그야말로 암흑천지가 되었다.</div> <div>유일한 빛이라고는 입에 물고 있는 손전등에서 나오는 가느다란 빛줄기 뿐이었다.</div> <div>매케한 먼지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div> <div></div> <div>움직일 때마다 먼지가 일어나 앞을 분간하기가 힘들었다.</div> <div>기침을 나올 것 같아 입을 다물고 잠시 코를 움켜쥐었다.</div> <div>타이어에서 바람이 새 듯한 숨이 뿜어져나왔다.</div> <div>진정이 되자 나는 다시 몸을 앞으로 전진했다.</div> <div></div> <div>그런데 갑자기 손전등의 빛이 닿지 않는 저 어둠의 통로에서 정체모를 소리가 들려왔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쓰으윽...쓰으윽...."</div> <div></div> <div>작지만 그 괴상한 소리에 나는 잠시 멈칫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쓰으윽...쓰으윽...."</div> <div></div> <div>그 소리가 어느 정도 가까워지자, </div> <div>그제서야 나는 그 소리의 정체가 지금 내가 배를 밀고 전진하고 있는 소리와 같다는 것을 알게 됐다.</div> <div>내 앞의 어두운 통로 속에서 누군가가 기어오고 있는 것이다.</div> <div>내 입의 떨림에 맞추어 손전등의 가느다란 빛줄기가 요동치기 시작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쓰으윽...쓰으윽...."</div> <div></div> <div>2미터 앞까지 뭔가가 다가왔음이 느껴졌다.</div> <div>그리고 그것은 내 입에 물려 있는 손전등의 빛에 비추어졌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strong><font color="#c31a1b">새하얀 얼굴에 늘어진 검은 머리...</font></strong></div> <div><strong><font color="#c31a1b">그리고 그 하얀 얼굴에 수많은 세로선을 긋고 있는 핏줄기.....</font></strong></div> <div><strong><font color="#c31a1b">귀밑까지 찢어지도록 입을 벌리고 활쫙 웃고 있는 모습.....</font></strong></div> <div><strong><font color="#c31a1b">그리고 그 입속의 하얀 치아 틈 사이로 채워져 있는 핏물....</font></strong></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어디서 본 <strong><span style="font-size: 12pt">여자</span></strong>다.</div> <div>그 병원에서 봤던 간호사였다.</div> <div></div> <div></div> <div>그제서야 나는 알아챘다.</div> <div>내 앞길을 뿌옇게 만든 것은 먼지와 섞인 안개였다는 것을....</div> <div></div> <div></div> <div></div> <div>난 심장이 멎을 것 같았다.</div> <div>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입에 물려진 손전등이 그것을 막았다.</div> <div>뒤로 물러설 수도 없었다.</div> <div>나 자신을 진정시키기 위해 입은 열지 않았지만 나는 그녀에게 거친 말을 내뱉았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후...신발...마중 나오지 않아도 되거든?'</div> <div></div> <div>그녀가 코 앞까지 다가오자 무서운 현기증이 몰려왔다.</div> <div>나는 좁은 통로 속에서 간신히 팔을 돌려 미친 듯이 그 부적을 찾았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신발 도대체 어디 있는거야?"</div> <div></div> <div>그제서야 그 부적을 성의없이 받아 챙겼다는 사실에 후회가 밀려왔다.</div> <div>여자의 얼굴이 내 머리에 닿을 듯이 가까워졌다.</div> <div>커다란 먹이를 통째로 삼키려는 뱀처럼 여자는 입을 쩌억 벌리기 시작했다.</div> <div>나는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돌렸다.</div> <div></div> <div>소름끼치는 한기가 몰려왔다.</div> <div>머리는 깨질 듯이 아팠고, 정수리부터 꼬리뼈까지 차근차근 얼어붙는 느낌이었다.</div> <div>이 와중에서도 내 두 손은 그 부적을 찾기 위해 좁은 통로 속에서 요동을 치고 있었다.</div> <div></div> <div>종이의 촉감.....</div> <div>바지 주머니속의 오른손에 느껴지는 종이 촉감....</div> <div>난 그것을 잡자마자 팔을 비틀어 그것을 두 손으로 펼쳐 보였다.</div> <div>그리고 그것을 여자에게 보였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font color="#c31a1b">"꺄~~~~~~~~~~~~~~악!!"</font></span></strong></div> <div></div> <div></div> <div>온몸의 털이 쭈삣서는 듯한 소름끼치는 비명소리와 함께 여자가 순식간에 멀어져갔다.</div> <div>그리고 이어지는 죽음같은 적막감.....</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무당이 날 한번 살려주는구나.'</div> <div></div> <div>나는 길게 숨을 몰아쉬고, 다시 조금씩 앞으로 기어나가기 시작했다.</div> <div>통로가 두 갈래로 갈라졌다.</div> <div>나는 건축도면에서 본 대로 오른쪽 길을 따라 몸을 이동했다.</div> <div></div> <div>그 어둠의 통로를 조금씩 지날 때마다 누군가가 나를 기다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div> <div>얼마를 전진한 걸까?</div> <div></div> <div>끝도 없어 보일 것 같은 좁은 통로의 끝자락이 보이는 듯 했다.</div> <div>서서히 작은 빛줄기가 눈에 들어왔다.</div> <div>내 머릿속에 기억된 도면대로 진행했다면 저 곳이 바로 박형사가 말한 그들의 비밀창고다.</div> <div></div> <div>나는 최대한 소리를 죽이고 앞으로 전진했다.</div> <div>입에 물고 있던 손전등마저 전원을 끄고, 그야말로 귀신처럼 다가섰다.</div> <div>체크무늬처럼 환풍구 창살 사이로 빛줄기가 뻗어나왔다.</div> <div>나는 최대한 숨을 죽이고 환풍구에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div> <div></div> <div>너무나 어두운 곳에서 봐서 밝아보였던 걸까, 창고 안은 생각보다 어두었다.</div> <div>많은 상자들이 여기저기 쌓여 있었고, 운송용 지게차도 한 대 보였다.</div> <div>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div> <div></div> <div>나는 준비해온 손가락보다 짧은 드라이버를 꺼내들었다.</div> <div></div> <div>그리고 환풍구 창살 사이로 간신히 손가락을 내밀고, </div> <div>환풍구를 고정하고 있는 나사를 하나 둘씩 풀기 시작했다.</div> <div></div> <div>쌓여진 상자를 디딤돌 삼아 나는 조금씩 발걸음을 아래로 내딛었다.</div> <div>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대부분이 술상자들 뿐이었다.</div> <div>그러나 이내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손톱보다도 작은 빨간색 딱지가 붙은 술상자였다.</div> <div>나는 그 중 하나를 손으로 들어 내부를 열어보았다.</div> <div>알 수 없는 주사약들이 들어 있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펜타닐(fentanyl)]</div> <div>나는 그 옆의 술병을 열었다.</div> <div>거기엔 귀에 익숙한 주사약들이 들어 있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염산페치딘(Pethidine Hydrochloride)]</div> <div>[모르핀(Morphin)]</div> <div></div> <div>한 눈에 봐도 정상인 상황이 아니었다.</div> <div>술상자 속에 들어있는 주사약이라니...</div> <div>나는 휴대폰을 꺼내 동영상 모드로 그것들을 돌려가며 찍었다.</div> <div></div> <div>그러던 중 상자들이 쌓인 뒷편에 유난히 커 보이는 나무상자가 눈에 들어왔다.</div> <div>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지만 왠지 그것을 열어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div> <div>나는 조심스레 나무로 만든 뚜껑을 밀어냈다.</div> <div>시큼한 소독약 냄새가 내 코를 찔렀다.</div> <div></div> <div>검은 비닐 같은 것에 뭔가가 덮여 있었다.</div> <div>그것이 무엇일지 어느 정도 예측이 되었다.</div> <div></div> <div>나는 천천히 비닐을 벗겨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놀랍게도 <strong><font color="#c31a1b"><span style="font-size: 12pt">그 간호사의 시체</span></font></strong>였다.</div> <div></div> <div>나무상자안에서 등을 기댄 채 앉아있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div> <div>혼령으로 나타났을 때와는 너무나도 다른 표정을 짓고 있었다.</div> <div></div> <div>상자의 사각진 곳에 머리를 옆으로 기댄 채, </div> <div>다소곳이 입을 다물고 있었으며, 눈은 많이 졸린 듯한 표정을 짓고 물끄러미 위쪽을 바라보고 있었다.</div> <div></div> <div>머리에 큰 상처가 보였고, 얼굴로 흘러내린 피는 딱딱히 굳어버린 상태였다.</div> <div>바로 그 때.....창고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나는 숨을 곳을 찾았지만 개방된 그 곳에서 마땅히 몸을 숨길 곳이 없었다.</div> <div>미친 짓이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그 여자가 들어있는 상자안으로 몸을 우겨넣었다.</div> <div>그리고 조심스레 뚜껑을 머리 위로 들어올려 상자를 닫았다.</div> <div></div> <div>여자와 단둘이 있던 시간 중에 이렇게 공포스러운 경우는 처음이었다.</div> <div>나무 상자의 틈 사이로 몇몇의 건장한 남자들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div> <div>그들은 내부로 들어오자 서로 마주보며 2열로 줄을 서더니 누군가를 기다렸다.</div> <div>그리고 뒤 이어 두목으로 보이는 말쑥한 차림의 남자가 졸개들 사이로 걸어 들어왔다.</div> <div></div> <div>적어도 40은 넘어 보이는 얼굴이었다.</div> <div>모두들 90도로 인사를 하는 것으로 보아 그보다 윗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형사들이 왔다며?"</div> <div></div> <div>두목의 물음에 건장한 청년이 대답을 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네. 회장님."</div> <div></div> <div>"무슨 일이야?"</div> <div></div> <div>"저번 흑검 형님 살인사건을 조사하러 왔답니다."</div> <div></div> <div>"몇 번이나 왔다갔는데 왜 또 왔어?"</div> <div></div> <div>"아무래도 저희 클럽에 대해 냄새를 맡은 것 같습니다."</div> <div></div> <div>두목은 담배를 하나 꺼내 불을 붙였다.</div> <div>깊게 한 모금 빨아들인 그는 긴 연기를 내뿜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몇 놈 왔어?"</div> <div></div> <div>"두 놈은 형사고, 한 놈은 흑검형님이 죽은 자리에 같이 있던 놈입니다."</div> <div></div> <div>"흑검에게 전화했다는 놈?"</div> <div></div> <div>"네. 회장님."</div> <div></div> <div>"도대체 그 놈 정체가 뭐야? 경찰도 모르는 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div> <div></div> <div>"아무리 뒷조사를 해 봐도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습니다."</div> <div></div> <div>"형사 놈들 어떡할거야? 처리할거야?"</div> <div></div> <div>"그게 좀...형사라 아무래도..."</div> <div></div> <div>"사고로 위장하면 되잖아."</div> <div></div> <div>"알겠습니다. 회장님."</div> <div></div> <div>"그리고 오늘 밤 이 물건들 다른 창고로 옮겨. 형사놈이 죽으면 여기까지 조사하러 나올거야."</div> <div></div> <div>"네. 회장님."</div> <div></div> <div>휴대폰을 들고 있던 내 손이 부르르 떨렸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우릴 죽이겠다고?'</div> <div></div> <div>두목은 연신 담배연기를 빨아들이더니 말을 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런데 흑검새끼는 왜 지 애들과 싸우다 죽은거야?"</div> <div></div> <div>"......."</div> <div></div> <div>모두들 답을 내 놓지 못하자, 그는 불이 붙은 담배를 바닥에 내던지며 뒤로 돌아섰다.</div> <div>그런데 바로 그 때...</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어? 뭐야... 저건?"</div> <div></div> <div>두목이 개방된 환풍구를 본 것이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젠장....."</div> <div></div> <div>나도 모르게 탄식이 흘러나왔다.</div> <div>그들이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div> <div>마땅히 숨을 곳이 없다는 것을 알았는지 중간보스 정도로 보이는 청년이 누군가에게 명령을 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야! 손전등 갖고 와봐!!"</div> <div></div> <div>그는 쌓여진 상자 위로 올라가 커다란 손전등으로 안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div> <div>분명히 그의 눈에 내가 쓸고 다닌 바닥의 흔적이 보였을 것이다.</div> <div>아니나 다를까 그의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신발...짭새새끼들....우릴 가지고 놀았어."</div> <div>나는 서둘러 박형사에게 문자메세지를 보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들켰어요! 도망쳐요!!-</div> <div></div> <div>"야!! 너 안으로 들어가서 어디에서 들어왔나 확인해!!"</div> <div></div> <div>중간보스의 명령에 호리호리해 보이는 한 청년이 환풍구 안으로 기어 들어갔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리고 나머지는 그 새끼들 잡아!!"</div> <div></div> <div>"예!! 형님!!"</div> <div></div> <div>졸개들은 떼거지로 달리는 발발굽 소리같은 구두소리를 내더니 문밖으로 나섰다.</div> <div>그리고 두목과 그 중간 보스는 청년이 들어간 환풍구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div> <div>그런데 그 순간....</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크아~~~~~~~~악!!?? 크아~~~악!! "</div> <div></div> <div>환풍구에서 새어나오는 끔찍한 비명소리에 그 둘은 넋나간 모습으로 서로의 얼굴을 확인했다.</div> <div>중간보스 놈이 환풍구 안으로 몸을 우겨넣어 먼저 들어간 그 놈의 다리을 잡아당겼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쿵!!"</div> <div></div> <div>환풍구에서 상자를 거쳐 다동그라지 듯이 그 호리호리한 청년이 떨어졌다.</div> <div></div> <div>얼굴이 온통 피범벅이 되어 있었고, 몇 차례나 얼굴을 회칼로 그었는지, </div> <div>이목구비가 제 위치에서 많이 벗어나 있었다.</div> <div>오른손에 피로 젖은 회칼을 든 채 그는 마지막 숨을 몇 차례 헐떡거리고 있었다.</div> <div>두목과 중간보스는 할 말을 잃고 경기를 일으키는 시체로부터 몸을 뒤로 물렀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뭐...뭔 일이야? 이.. 이자식 왜 이래?"</div> <div></div> <div>공포에 질린 두목의 목소리가 들려왔다.</div> <div>그제서야 나는 바로 내 옆에 앉아있는 여자의 표정이 바뀌었음을 알게 되었다.</div> <div></div> <div></div> <div>조금 전까지는 분명히 입을 다물고 있었는데, 이빨을 살짝 드러낸 채 미소를 짓고 있는 게 아닌가?</div> <div>나는 당장이라도 비명이 터져나올 것 같은 내 입을 간신히 틀어 막았다.</div> <div></div> <div>심장이 터질 것 같았고, 피가 역류하는 듯 했다.</div> <div>두목과 그의 중간보스는 서둘러 창고를 빠져 나갔다.</div> <div>발걸음 소리가 멀어졌음을 확인한 나는 천천히 나무 상자의 뚜껑을 열어젖혔다.</div> <div></div> <div>조용히 발을 내 딛고 나는 남자 시체가 있는 쪽으로 발을 옮겼다.</div> <div>아직도 숨이 붙어있는 것 같았다.</div> <div>얼굴에서는 갈라진 틈 사이로 연신 붉은 액체를 쏟아내고 있었고, </div> <div>목구멍에서는 피거품이 끓는 소리가 들렸다.</div> <div></div> <div>그런데 그 죽어가는 남자 위로 내 등 뒤에서 생성된 검은 그림자가 올라왔다.</div> <div>모두 다 나간 게 아니었다.</div> <div>나는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재빨리 몸을 던져 그에게 달려 들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야~~ 강아지야!!!"</div> <div></div> <div>그의 복부를 감싸고 미친 듯이 밀어냈다.</div> <div>그가 중심을 잃고 넘어지자 그가 누구인지를 알아볼 수 있었다.</div> <div></div> <div>그 중간 보스놈이었다.</div> <div>나간 척 하고 나를 기다린 것이다.</div> <div>나는 오른 주먹을 치켜 올려서 그에게 날렸다.</div> <div>그러나 그는 재빨리 그 주먹을 피하더니 몸을 일으켜 세워 </div> <div>사정없는 발길질을 나에게 날리기 시작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쥐새끼 같은 놈!!?? 숨어 있으면 모를 줄 알고?"</div> <div></div> <div>나는 이에 굴하지 않고 다시 그 놈에게 달려 들었다.</div> <div>그 놈이 손에 무엇을 들고 나를 내리쳤는지 모르지만, </div> <div>둔탁한 충격음과 함께 내 몸은 얼굴을 난자당한 그 흉측한 시체 위로 고꾸라졌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6pt">여기까지만 기억이 난다.</span></strong></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눈을 떴다.<br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div> <div>지금 난 어두운 밀실에 갇혀있는 것 같았다.<br />누군가 옆에서 숨을 헐떡이고 있는 소리가 들렸다.</div> <div>나는 손을 더듬거리며 그 정체를 확인했다.</div> <div>만져지는 옷의 종류의 보아 박형사가 틀림없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박형사님...."</div> <div></div> <div>나는 간신히 새어나오는 숨소리로 그를 불렀다.</div> <div></div> <div></div> <div>"박형사님...."</div> <div></div> <div>나는 주머니 속을 뒤지며,? 작은 손전등을 찾았다.</div> <div>그러나 이미 그 놈들이 다 털어간 것 같았다.</div> <div>지갑, 휴대폰, 손전등 그 어느 것도 없었다.</div> <div>나는 박형사의 주머니를 뒤졌다.</div> <div></div> <div>나와 같이 텅 빈 그의 주머니 속을 이리저리 뒤지다가 라이터가 만져졌다.</div> <div>나는 라이터를 켰다.</div> <div></div> <div>피범벅이 된 얼굴로 숨을 헐떡이던 박형사가 불빛의 자극으로 </div> <div>정신이 들었는지 몇 번의 기침을 토해내고는 눈을 떴다.</div> <div></div> <div>그 옆에 있는 강형사는 상황이 더 안 좋아 보였다.</div> <div>오른쪽 팔이 3등분으로 꺽여 있는 것이 보였다.</div> <div>팔이 부러진게 분명했다.</div> <div></div> <div>새근대는 숨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숨은 끊어지지 않고 의식만 잃은 것 같았다.</div> <div>그들을 모두 확인한 나는 주변을 살폈다.</div> <div>두 평도 안되는 공간 속에 우리는 갇혀 있었다.</div> <div>문으로 보이는 곳을 발로 힘껏 밀어보기도 했지만 도무지 열릴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div> <div>바닥이 유난히도 차겁게 느껴지는 것으로 보아 철로 만들어진 구조물 같았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우린 이제 죽었네...."</div> <div></div> <div>허탈한 심정을 대변하듯 깊은 탄식이 쏟아져 나왔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강형사 좀 똑바로 눕혀줘."</div> <div></div> <div>박형사는 아픈 몸을 일으켜 세워 웃옷을 벗었다.</div> <div>그리고는 강형사가 체온을 잃지 않도록 그 웃옷을 덮어주었다.</div> <div>나는 강형사의 꺽인 팔을 조심스럽게 쓸어내리며, 자세를 바로 잡아 주었다.</div> <div></div> <div>그의 부러진 팔을 바로 잡는 동안 마치 내가 다친 듯 뼛속까지 아려오는 느낌이 들었다.</div> <div>강형사의 고통스런 신음소리가 숨소리처럼 새어 나왔다.</div> <div>어느 정도 자세가 바로 잡혔다는 생각이 들자 나는 자리로 돌아와 벽에 등을 기댔다.</div> <div>라이터를 끄자 그 방안은 다시 칠흑같은 어둠 속에 빠져들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넌 어떡하냐? 억울해서..."</div> <div></div> <div>박형사가 신음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뭐가요?"</div> <div></div> <div>"나야 죽으면 국립묘지에 묻히지만, 너는 기껏해야 동네 공동묘지 아니냐?"</div> <div></div> <div>이런 끔찍한 상황에서도 여유를 갖는 모습으로 보아 박형사의 내공을 짐작할 수 있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런데 그 놈들이 우리를 왜 안 죽인거죠?"</div> <div></div> <div>"좀 더 우리한테 정보를 뽑아낸 다음 죽이겠지.."</div> <div></div> <div>나는 깊은 한숨을 내 쉬며 입을 다물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딸내미 시집가는 거는 보고 죽고 싶었는데...."</div> <div></div> <div>"딸이 몇 살인데요?"</div> <div></div> <div>"이제 10살인데, 엄마가 일찍 죽어서 지가 빨래도 하고, 밥도 알아서 해먹고 다니지....큭큭큭.."</div> <div></div> <div>무슨 서러움이 밀려오는지 그는 목이 메이는 듯 말을 잇지 못했다.</div> <div>그의 흐느끼는 소리를 나는 아무 말없이 듣고만 있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부디 좋은 놈 만나야 할텐데....여자나 후리고 다니는 양아치같은 건달놈 만나면 큰 일인데...."</div> <div></div> <div>그 말에 나는 순간 움찔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런 놈 걸리면 내가 귀신이 되어서도 좇아가 죽여버릴거야."</div> <div></div> <div>그 딸내미의 미래의 배우자도 아닐텐데 나는 괜한 죄책감에 그를 달랬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헤헤...그럴리가요? 좋은 사람 만나겠죠."</div> <div></div> <div>"그래야지.."</div> <div></div> <div>"그런데, 문자는 받았어요?"</div> <div></div> <div>"확인하고 문을 나섰는데 그 때 들이닥치더라구."</div> <div></div> <div>"무슨 형사가 깡패 새끼들 하나 못때려 잡아요?"</div> <div></div> <div>"훗...."</div> <div></div> <div>나의 푸념에 박형사는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형사 한두 명이 깡패 수십명 때려 잡는거?...후후...그런 건 다 영화 속에나 있는 거란다.</div> <div>깡패들 때려잡으려면 형사기동대, 기동타격대..다 출동하는거야.</div> <div>누군 칼 맞으면 안 아픈 줄 아냐?</div> <div>저 튼튼한 강형사도 그 놈들의 방망이 찜질에 팔이 부러진 것 아니냐.</div> <div>그나저나 넌 한창 나이에 안 됐다. 괜히 형사 사건에 말려가지고..."</div> <div></div> <div>그의 말을 듣자 푸념 섞인 말이 튀어나왔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런데 이 놈의 귀신은 결정적일 때는 안 나타나네....."</div> <div></div> <div>"너 창고 안에서 뭐 봤냐?"</div> <div></div> <div>"엄청난 양의 주사약하고, 여자 시체 하나 봤어요."</div> <div></div> <div>"뭐? 여자 시체?"</div> <div></div> <div>"그 시체는 제가 전에 병원에서 봤던 그 귀신이였어요."</div> <div></div> <div>"그 놈 시체는 못 봤어? 깡패 놈들 몰살시킨..."</div> <div></div> <div>"없었어요. 그리고 그 놈이 느껴지지도 않았어요.</div> <div>그 무당이 준 부적 때문인지 전혀 느껴지지가 않았어요.</div> <div>그 놈이 어디로 갔던가, 아니면 묻힌 곳이 여기가 아닐 지 몰라요."</div> <div></div> <div>"결국 거기가 마약 창고 겸 살육의 장소였군."</div> <div></div> <div>"오늘밤.. 그것들을 모두 다른 곳으로 옮긴다고 했어요."</div> <div></div> <div>"뭐? 오늘 밤?"</div> <div></div> <div>"그리고 유일한 증거인 제 핸드폰도 빼앗아 갔어요..."</div> <div></div> <div>더 이상 아무런 답안이 없었다.</div> <div>우리 둘은 동시에 긴 한숨을 내뱉고는 더 이상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div> <div>어둠 속이라 시간의 흐름도 느껴지지 않았다.</div> <div>몇 분이 지난 건지, 몇 시간이 지난 건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font color="#c31a1b">"우당탕탕!!"</font></span></strong></div> <div></div> <div></div> <div>무엇인가 격렬하게 무너지는 소리가 밖에서 들렸다.</div> <div>그러더니 갖은 욕설과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뭐야!! 새꺄!!"</div> <div></div> <div>"퍽!!"</div> <div></div> <div>몇 초 동안 그 소란이 진행된 후 갑자기 주변이 조용해졌다.</div> <div>그 자식이 나타난 건 아닐까?</div> <div>잠시 후 삐그덕 소리를 내며 철제 문이 열렸다.</div> <div>강렬한 빛이 우리에게 쏟아졌고, 그 빛줄기 사이에 누군가가 서 있었다.</div> <div>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 그 실루엣은 우리에게 말을 했다.</div> <div>귀신은 아닌 것 같았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살고 싶으면 묻지 말고 따라와..."</div> <div></div> <div>박형사와 나는 서둘러 몸을 일으켰다.</div> <div>그리고 강형사를 가리키며 그에게 외쳤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이 사람 좀 도와줘요!!"</div> <div></div> <div>그의 SUV차량에 탑승한 우리는 어디론가 내달리고 있었다.</div> <div>그제서야 어느 덧 시간이 밤 10시가 넘어갔음을 알게 되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당신 누구요?"</div> <div></div> <div>조수석에 앉아 있던 박형사가 그에게 물었다.</div> <div>운동모자를 쓰고 운전에 여념이 없는 그 낯선 남자는 살짝 미소를 띄우더니 입을 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박형사님...서운합니다. 제 목소리도 잊어먹고?"</div> <div></div> <div>"뭐? 당신 나 어떻게 알아?"</div> <div></div> <div>박형사의 물음에 남자는 잠시 고개를 돌려 무표정한 얼굴로 말을 건넸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전화로만 들어서 잘 못알아듣나?"</div> <div></div> <div>그의 말에 갑자기 박형사의 표정이 굳어졌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마.......마두?"</div> <div></div> <div>그 낯선 남자는 회심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넌 죽었어! 내 눈으로 봤다구!!"</div> <div></div> <div>박형사의 말에 남자는 여전히 미소를 지우지 않고 대답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내가 죽은 지 어떻게 알았죠?"</div> <div></div> <div>그제서야 박형사는 눈치를 챘는지 긴 한숨을 내쉬며 말을 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신발!! 핸드폰만 니 거였군."</div> <div></div> <div>박형사는 한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으며, 혼란스러운 생각을 정리하는 듯 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럼 죽은 놈은 누구지?"</div> <div></div> <div>"내 조직원이요."</div> <div></div> <div>"니가 죽인거야?"</div> <div></div> <div>"아뇨. 누구도 죽이지 않았어요. 그냥 그 놈이 죽은 겁니다."</div> <div></div> <div>"무슨 말이야?"</div> <div></div> <div>"나연이와 그 놈한테 얼마동안 시달리면서 난 정말로 죽을 것 같았소.</div> <div>며칠 동안 집을 비워두었죠.</div> <div>그런데 동생처럼 아끼는 놈이 하나 있는데 그 놈이 집을 이사를 해야 하는데</div> <div>날짜가 안 맞아 들어 갈 집의 이삿짐이 안 빠진거요. </div> <div>그래서 내 집에 3일 정도만 머물게 해달라고 간곡히 부탁하는거요.</div> <div>처음엔 귀신 나타난다고 경고도 했소. 그런데 그 걸 누가 믿겠소?</div> <div>그 녀석이 그 집엘 들어가서 3일 째 되는 날 투신한거요.</div> <div>우리들 폰은 모두 사용 용도가 다른 대포폰이요.</div> <div>내가 가지고 있는 폰만 5개요.</div> <div>형사님한테 전화할 때 쓴 건 집에 놓고 나왔소."</div> <div></div> <div>"그럼 내가 사건 조사하러 빠에 들락거렸을 때 마두가 누군지 너의 조직원들이 알았을텐데?"</div> <div></div> <div>"형사님은 지금 마두라는 이름이 우리 세계에서 쓰이는 이름이라고 생각하시는거요?</div> <div>조직에서 사용되는 내 이름은 '백사'요.</div> <div>'백사'라는 이름으로 형사님한테 전화한 것 들키면 난 바로 한강이나 서해 앞바다에서 </div> <div>변사체로 발견될 거요.<br />안 그래도 당신한테 장부를 넘기기로 한 날, 난 장부를 손에 쥐기 위해 빠로 들어갔는데<br />그날 따라 보안이 철저한거요.</div> <div>여러가지 방법으로 창고 장부를 얻어내려고 했는데 실패했소.</div> <div>밤마다 귀신놀이를 하고 빠에 드나드는 내 모습이 어떠했겠소?</div> <div>꼭 그 장부 때문이 아니어도 나의 행동과 몰골은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소.</div> <div>아니나 다를까 주변의 조직원들이 조금씩 나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겁니다.</div> <div>곧 그들의 엄청난 정보력이 작동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소.</div> <div>도망을 칠까, 아니면 모든 것을 털어놓을까 아니면 발뺌을 할까 여러가지 방법을 구상하던 와중에</div> <div>마침 그 동생 놈이 죽은거요.</div> <div>그리고 경찰들은 그 핸드폰의 통화내역을 보고 그 동생놈을 마두라고 여긴거요.</div> <div>마두란 실존 인물도 아니니 우리 조직원들은 그 동생놈이 이름까지 바꿔가며 </div> <div>자신들을 배신했다고 여긴 겁니다."</div> <div></div> <div>"염병할...완전히 삽질했군.."</div> <div></div> <div>박형사는 자신의 머리를 치며 자책하고 있는 듯 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럼 지금 그 장부가 있나?"</div> <div></div> <div>박형사의 물음에 백사라는 남자는 갑자기 박형사에게 휴대폰을 던져 주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회장이라고 불리는 두목의 개인 사무실 금고에 있소.</div> <div>오늘 밤 그들이 약물, 시체, 장부....모든 증거를 옮길 예정이오.</div> <div>오늘 밤이 지나면 영원히 그들을 잡을 수 없소.</div> <div>지금 경찰 병력을 출동시키시오."</div> <div></div> <div>남자의 말에 아무런 대꾸없이 박형사는 조용히 버튼을 누르고 통화를 시도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나 박형사야...내 걱정 안해도 돼...무사해..</div> <div>지금 그 스탠드바로 형기대, 타격대 모조리 쏟아부어!!</div> <div>업소 안쪽에 창고까지 모조리 압수수색해!!</div> <div>영장은 나중에 발부받아!!</div> <div>내가 책임질테니까 지금 출동해!!"</div> <div></div> <div>통화를 마친 박형사는 백사에게 물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런데 지금 어디가는 건가?"</div> <div></div> <div>"그 놈이 있는 곳...."</div> <div></div> <div>"뭐?"</div> <div></div> <div>박형사는 나를 한 번 뒤돌아보더니 표정을 살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잠깐 그 전에 먼저 뒤에 있는 강형사부터 병원으로 옮겨줘."</div> <div></div> <div>"좋소이다. 그 정도야 뭐...."</div> <div></div> <div>가까운 병원에 들린 우리는 응급실로 강형사를 옮기고 백사의 차량으로 다시 이동하기 시작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 장부에는 뭐가 있지?"</div> <div></div> <div>박형사의 질문에 백사는 잠시 쓴 웃음을 지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몇 년전에 우리 클럽에 김나연이란 갓 스물 넘은 미모의 어린 친구가 들어왔소.</div> <div>그냥 빠에서 얼굴로 승부하면서 대화도 나누고, 술도 따라주며 손님을 접대하던 여자였소.</div> <div>처음엔 몰랐는데 생각보다 말도 잘하고, 옷도 잘 차려입더이다.</div> <div>1년 정도 지나자 그녀의 요염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소.</div> <div>남자들의 애간장을 녹였놨지.</div> <div>그녀와 말 한마디를 나누기 위해 밤새 부산에서 달려오는 손님도 있었고, 사업체 출장근무를 포기하고</div> <div>날이 새도록 그녀와 얘기하는 손님도 있었소. 심지어 일본에서 오는 손님도 있었소.</div> <div>그녀와 대화를 나눌 수만 있다면, 수 백만원의 술값은 문제가 아니었소.</div> <div>우리 조직은 엄청난 그녀의 힘을 느끼자 손님들을 회원제로 바꾸었소.</div> <div>최고급 손님들만 받은거요. 그것도 그녀를 만나는 시간을 정해서....</div> <div>그런데 거기서부터가 잘못이었소."</div> <div></div> <div>백사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그 다음에 할 말을 정리하고 있는 것 같았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어느 날 큰 병원을 운영하는 원장이라는 친구가 우리에게 요구를 하나 하는거요.</div> <div>그녀와 잠자리를 주선하면 좋은 거래를 하나 하겠다고 합디다.</div> <div>그의 말은 조직 입장에서는 실로 군침이 도는 것이었소."</div> <div></div> <div>박형사가 잠시 그의 말에 끼어들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병원 마약이었군."</div> <div></div> <div>"그렇소. 병원으로 유입되는 마약 진통제들을 유통시켜 주겠다는 것이오.</div> <div>그것도 공짜로 말이오.</div> <div>우리는 흔쾌히 승락했소.</div> <div>그런데 문제가 발생한거요. 나연이가 그 원장과 잠자리를 거부한거죠.</div> <div>우리 조직은 포기할 수 없었소.</div> <div>상품가치가 떨어질까봐 나연이에게 손만 대지 않았지 온갖 협박을 다 동원했소.</div> <div>심지어 가족들까지 죽이겠다고 협박까지 했소.</div> <div>그래도 그녀는 말을 듣지 않았소.</div> <div>그리고 며칠 후 그녀가 갑자기 결근을 한거요.</div> <div>도망을 친거죠. 우리 조직의 정보력은 이미 경찰 내부까지 닿아 있어서 찾는 건 시간문제였소.</div> <div>이틀만에 나연이가 잡혀왔소.</div> <div>그런데 잡아오는 와중에 나연이을 끝까지 놓지 않았던 나연이의 아버지가 조직원들의 손에 당했소.</div> <div>고의는 아니었지만 어떻게 하다보니 죽게 된겁니다."</div> <div></div> <div>"신발 놈들...깡패새끼들은 사회의 암덩어리라니까....다 싸그리 총살시켜버려야 해."</div> <div></div> <div>박형사의 분노섞인 탄식이 쏟아졌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후후....그 세계 생리가 원래 그런거요.</div> <div>하여튼 나연이는 반실성 상태로 돌아왔죠.</div> <div>일을 시켜야 하는데 도대체 일을 하지 않는 겁니다.</div> <div>그 때 그 원장놈이 약을 하나 추천해 줍디다.</div> <div>펜타닐(fentanyl)....</div> <div>모르핀보다 100배나 센 진통제라고 하는데 효과는 끝내줍디다.</div> <div>나연이가 손님들을 접대하기 시작한거요.</div> <div>원장놈이 나연이와 하룻밤을 보냈다는 소문이 나돌자 발정난 개들처럼 사방에서 </div> <div>고위층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몰려들기 시작했소. 우리 조직은 바보가 아니오."</div> <div></div> <div>"혹시 모를 내일을 위해 장부에 그들을 기록해 두었겠군."</div> <div></div> <div>"그렇소 사육하듯이 길러지는 나연이가 언제 한 방에 훅 갈지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에 </div> <div>우리는 힘있는 자들을 옭아맬 족쇄를 만든거요.그들이 우리를 배신할 수 없도록 말이오.</div> <div>특히 그 원장놈의 경우는 나연이과 함께 밤을 보낼 때 우리가 비디오까지 촬영해 두었소.</div> <div>그 장부에 기록된 명부를 보면 당신도 깜짝 놀랄거요."</div> <div></div> <div>"경찰 고위층도 있나?"</div> <div></div> <div>"내가 그나마 경찰에게 일말의 믿음을 갖는 것은 당신네 소속은 거기에 없었다는거요."</div> <div></div> <div>나는 순간 궁금한 점이 하나 떠올랐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런데 창고의 여자 시체는 뭐예요?"</div> <div></div> <div>"간호사?"</div> <div></div> <div>"그래요. 간호사...."</div> <div></div> <div>"원장하고 내연의 관계에 있던 여자야. </div> <div>원장이 나연이에게 맛들려 있는데 그 여자가 눈에 들어오겠냐?</div> <div>게다가 그 원장 놈이 병원 장부 조작하다가 그 여자한테 들킨거야.</div> <div>그 여자는 그걸로 원장을 협박하면서 다시 만나주길 바랬고..</div> <div>그 때 원장이 하고 싶었던 건 뭐였겠냐? 뻔하지 뭐....</div> <div>결국 원장이 부탁해서 조직원들이 처리한거야..."</div> <div></div> <div>"신발새끼들...오늘 내로 니 들 모두 평생 콩밥이나 먹을 준비나 해라.."</div> <div></div> <div>박형사는 마치 총이라도 있으면 쏴죽일 기세로 그를 몰아 붙였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너무 흥분하지 마쇼. 형사나리...나는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div> <div></div> <div>"강아지들...."</div> <div></div> <div>어느새 차량은 큰 대로에 진입했다.</div> <div>백사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우리는 그 상류층 모임을 <font color="#c31a1b"><strong><span style="font-size: 12pt">'사일런트 엔젤'</span></strong><span style="font-size: 12pt"> </span></font>이라고 불렀소."</div> <div></div> <div>뒷좌석에 앉아 그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조용히 대화를 듣고 있던 나는 귀가 쫑긋 서는 기분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사일런트 엔젤이 그거였군요. 그 말 한마디에 난 죽을 고비를 몇 번을 겪었고..."</div> <div></div> <div>"시간대를 정해 그녀를 만나니 나연이를 상대하는 대상이 누구인지 서로 모르는거요.</div> <div>물론 그들도 알고 싶지 않았을 것이오. 오로지 나연이를 만나는 것이 목표였으니까.</div> <div>우리는 나연이의 상품가치를 길게 끌어야 했소.</div> <div>그래서 약도 펜타닐에서 비교적 약한 염산페치딘으로 바꾸었소.</div> <div>그런데 그게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킨거요.</div> <div>나연이가 현실을 서서히 깨닫기 시작한거요.</div> <div>나연이를 감시하면서 보살핀 사람은 나였소."</div> <div></div> <div>그는 갑자기 지난 기억에 대한 아픔이 밀려오는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녀가 처음에 업소에 들어온 날부터 난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겨버렸소.</div> <div>그녀가 출퇴근을 할 때는 매일 같이 차로 동행했소.</div> <div>조직에서 시킨 일이었지만 나에게 일이 아니었소. 그냥 행복 그 자체였소.</div> <div>그녀와 같이 있는 1초, 1초가 나에게 너무나도 즐겁고 짜릿한 시간이었소.</div> <div>한 번은 내 생일을 어떻게 알았는지 차 안에서 작은 초콜렛 케익 상자를 하나 건넵디다.</div> <div>살아오면서 온갖 험하고 거친 일을 모두 겪으면서, 오로지 독기와 증오, </div> <div>투쟁만으로 얼룩진 나에게 나연이는 하나의 커다란 오아시스였소.</div> <div>그 순간 나연이를 품고 싶었지만 그것은 곧 우리 서로에게 종말을 고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소.</div> <div>나는 우리 조직의 힘이 얼마나 막강한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오.</div> <div>오랜 시간이 흘러가도 난 나연이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버릴 수가 없었소.</div> <div>나연이가 그렇게 망가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는 나의 심정이 어떠했겠소?"</div> <div></div> <div>어느덧 그의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정신이 돌아온 나연이가 어느 날 저에게 함께 도망치자고 합디다.</div> <div>저는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지만 겉으로 드러낼 수 없었소.</div> <div>조금만 견뎌보자고 그녀를 위로할 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소.</div> <div>그런데 얼마 후 난 내가 몰랐던 사실을 하나 알게 된거요.</div> <div>사일런트 엔젤 중에 시의원 놈이 하나 있었는데 그 놈 보좌관이란 녀석이 항상 따라다녔소.</div> <div>아주 핸섬하고, 매너있고 굉장히 유식한 놈이었소. 게다가 참 착해 보였소.</div> <div>이름이 박태수란 놈이었는데 그 놈도 나연이에게 푹 빠져 버린거요.</div> <div>의원놈이 그녀와 술자리를 하는 동안 보통은 밖에서 기다렸지만 </div> <div>어느 순간부터 술자리에 동석을 하는거요.</div> <div>나연이가 의원놈을 설득해서 그런 거라오.</div> <div>나는 육감적으로 알아챘소. 그녀도 그 보좌관 놈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div> <div>그녀가 나를 떠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소..."</div> <div></div> <div>백사는 잠시 얼굴을 손으로 쓸어내렸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저 깊은 곳으로 사라졌던 독기와 증오, 분노가 그 놈을 보는 순간 다시 솟구치기 시작했소.</div> <div>안개가 자욱하던 어느 날 밤 나는 ㅇㅇ대로로 그를 유인했소."</div> <div></div> <div>"죽였군."</div> <div></div> <div>박형사가 끼어들어 그가 할 말을 대신 해주었다.</div> <div>백사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다음 말을 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 놈을 죽이고 나니 모든 것이 해결될 것만 같았고, 이젠 자신감까지 붙었소.</div> <div>모든 것을 터뜨리고 그녀를 데리고 도망치기로 작정한거요.</div> <div>그래서 당신한테 연락을 한거요."</div> <div></div> <div>"너를 죽이겠다고 나타난다는 놈이 박태수 그 놈이야?"</div> <div></div> <div>"그렇소"</div> <div></div> <div>백사는 힘없이 대답을 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박태수.....결국 그 사람이었군요...."</div> <div></div> <div>나는 진실에 맞닥뜨렸지만 지금 이 순간 어떠한 감정을 표출해야 하는지 정할 수가 없었다.</div> <div>잠시 몇 초간의 침묵이 차량 안을 맴돌았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김나연은 어떻게 죽은거야?"</div> <div></div> <div>"자살했소...."</div> <div></div> <div>"뭐? 자살? 신발 거짓말 아냐?"</div> <div></div> <div>"거짓말 아니오. 정말 자살까지 할 줄은 몰랐소.</div> <div>그 보좌관 놈이 안보이자 우리가 처리했다는 것을 직감했는지 스스로 목을 매달아 목숨을 끊은거요.</div> <div>그 만큼 그 놈을 사랑했으니까 그랬겠죠....."</div> <div></div> <div>"그래서 사체를 정화조에 버린거야?"</div> <div></div> <div>백사는 박형사의 물음에 대답을 거부한 채 자신의 말을 이어갔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게다가 나연이가 우리 업소에서 죽은 걸 엔젤들이나 경찰들이 알기라도 하는 날에는 끝장이었소.</div> <div>우리는 나연이의 일가 친척에게 다가가 얼마의 돈을 쥐어주고 실종신고를 하라고 했소.</div> <div>우리 입장에서는 나연이가 출근을 하지 않았다고 하면 되니까 </div> <div>경찰들에겐 큰 의심을 사지 않을거라 생각했소.</div> <div>그 친척들이 우리의 행동을 의심할 만도 했는데, 돈 앞에는 꼼짝 못하는거요.</div> <div>우리도 쓰레기였지만 그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소.</div> <div>나연이와 떨어져 사는 아버지를 그 누구 하나 돌봐 주지도 않았으면서, </div> <div>우리가 돈을 건네자 나연이의 실종을 자기 일처럼 슬퍼하는거요.</div> <div>그런데 알 수 없는 일이 벌어진거요.."</div> <div></div> <div>"뭐가?"</div> <div></div> <div>백사는 잠시 말을 멈추고 멍하니 전방을 주시했다.</div> <div>자신이 운전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나 하는걸까?</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저씨...정신차려요!!"</div> <div></div> <div>나는 그의 정신을 깨우려 소리쳤다.</div> <div>그제서야 그는 다시 말을 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우린 분명히 산속 깊은 곳에 묻었소. 그런데 나연이가 정화조에서 발견된거요.</div> <div>우리가 나연이를 묻은 산과 정화조는 가까이 있지만 이건 누군가가 옮기진 않고서는 </div> <div>일어날 수 없는 일이오."</div> <div></div> <div>밤 10시가 훨씬 넘었음에도 대로에는 고속으로 질주하는 차량이 넘쳐났다.</div> <div>그런데 뭐가 이상하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익숙한 이 길.....</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이봐요. 아저씨....지금 여기는?"</div> <div></div> <div>그가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더니 이해할 수 없는 미소를 보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항상 진실은 가까운 곳에 있는거야...."</div> <div></div> <div>이에 박형사가 그의 말을 제지했다.</div> <div></div> <div></div> <div>"야! 너 무슨 말 하는거야?"</div> <div></div> <div>그는 아무 대꾸없이 파손된 가드레일 옆에 차량을 급정지시켰다.</div> <div>내가 사고를 낸 지점이었다.</div> <div>그는 차에서 천천히 내려 그 정화조 방향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div> <div>서둘러 따라 내린 우리는 무표정한 그의 옆모습을 살피며, 그의 말을 기다렸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내 임무는 여기까지요."</div> <div></div> <div>시선을 돌리지 않은 채 그가 입을 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임무라니?"</div> <div></div> <div>"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고통을 아시오? 이젠 맘 편히 떠날 수 있겠네..."</div> <div></div> <div>뜬금없는 그의 말에 박형사는 게속 물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도대체 무슨 소리 하는거야?"</div> <div></div> <div>그제서야 그는 고개를 돌려 우리를 바라보았다.</div> <div>너무나도 무서운 눈빛으로 소름끼치는 미소를 지으며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font color="#c31a1b">"정화조가 너무 얕다고 생각해 본 적 없소?"</font></span></strong></div> <div></div> <div></div> <div></div> <div>순식간이었다.</div> <div>아무도 제지할 수 없었다.</div> <div>그가 갑자기 대로로 뛰어들었고, 고막을 찢는 듯한 타이어의 스크래치음이 들렸다.</div> <div></div> <div>큰 트럭에 치어 공중으로 떠오르는 그가 보였다.</div> <div>10미터 이상을 날아간 그의 몸이 힘을 잃은 꼭두각시 인형처럼 나동그라졌다.</div> <div></div> <div>트럭에 뒤이어 여러 차량들이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멈춰섰다.</div> <div>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 들었고, 여기저기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div> <div>박형사와 나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그에게 다가갔다.</div> <div></div> <div>서서히 사람들 틈 사이로 그가 누워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div> <div>사람들이 비명을 지른 이유는 우리가 예상했던 것이 아니었다.</div> <div>사고의 처참함이 아니었다.</div> <div></div> <div>처참함으로 따진다면 핏물로 머리를 감은 듯한 나와 박형사의 얼굴이 더 구역질을 유발할 것이다.</div> <div>팔 한쪽이 떨어져 나가고, </div> <div>다리 하나는 엿가락처럼 휘어 머리까지 닿아있는 지금의 그의 자세도 아니었다.</div> <div>정작 우리의 눈을 의심케 만든 것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경악스런 그의 모습이었다.</div> <div></div> <div>수개월을 굶은 사람처럼 볼은 함몰되어 있었고, </div> <div>몸의 수분을 쫘악 빨아낸 듯 몸은 말라 있었다.</div> <div>짙은 다크써클로 둘러싸인 눈알은 그 크기를 보여주기라도 하는냥 </div> <div>얇은 가죽이 된 눈꺼풀로 간신히 덮여 있었으며,</div> <div>조금 전까지 혈기왕성했던 그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div> <div>저승사자 같은 청백색의 얼굴빛은 그가 조금 전에 죽은 사람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었다.</div> <div></div> <div>묘한 미소를 띠며, 죽어있는 그의 모습 앞에서 나는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div> <div>박형사는 숨소리같은 속삭임으로 넋두리를 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신발...이젠 형사질도 못해 먹겠네.."</div> <div></div> <div>박형사는 백사가 준 휴대폰으로 어딘가로 급히 전화를 했다.</div> <div>얼마 후 사고현장에 경찰과 구급대원들이 도착하였다.</div> <div>시신을 수습하는 그들의 표정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div> <div>사고 수습을 하러 나온 경찰들이 박형사를 알아보고 우리에게 얼굴과 손을 닦을 수건을 건넸다.</div> <div>한참 얼굴을 문지르고 있는데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한 두가지 모진 일을 겪은게 아니구만...얼굴들이 많이 상했어."</div> <div></div> <div>자신을 법사라고 불러달라던 무당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니...형님!? 여긴 어떻게 알고?"</div> <div></div> <div>"너, 몇 시간동안 실종되었다며?</div> <div>니네 서에서 나한테까지 전화질이더라...</div> <div>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궁금해서 참을 수가 있어야지.</div> <div>서에 들렀다가 여기 현장에 있다길래 와 봤어.."</div> <div></div> <div>무당은 박형사 옆에 우두커니 서 있는 나에게 시선을 맞추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어이쿠..이 젊은 친구는 아예 순사가 되셨나 보네."</div> <div></div> <div>나는 대답을 거부한 채 시선을 돌렸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형님..혹시 조금 전의 사고 난 시체 봤어요?"</div> <div></div> <div>"그래..."</div> <div></div> <div>"어떻게 생각해요?"</div> <div></div> <div>"어떻게 생각하긴?</div> <div>죽은 영혼이 자신의 몸을 떠나지 못하고 누군가에게 붙들려 다닌거지.</div> <div>한 맺힌 원혼이 그를 붙잡아두고 있었겠지...</div> <div>이제 그 원한의 굴레에서 벗어난 것 같군.</div> <div>자신의 몸이 썩어가고 있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쉽지 않았을거야."</div> <div></div> <div>"우와 완전히 좀비네요. 좀비...."</div> <div></div> <div>그제서야 나는 입을 열었다.</div> <div>그 때 멀리서 경광등을 밝히고 형사기동대 차량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div> <div>그리고 포크레인 한대가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저건 뭡니까? 형사님."</div> <div></div> <div>"아까 백사가 그랬잖아. 정화조가 너무 얕다고... 그래서 요청했어."</div> <div></div> <div>"그럼, 박태수란 사람이 김나연이를 발견한 자리 아래에 묻혀 있단 말입니까?"</div> <div></div> <div>"백사 말이 맞다면 그럴거야..."</div> <div></div> <div>현장에 도착한 포크레인은 정화조 주변의 흙을 파내기 시작했다.</div> <div>어느 정도 정화조의 밑동이 드러나자 포크레인의 거대한 삽이 정화조를 힘껏 밀어 넘어뜨렸다.</div> <div>엄청난 양의 토사와 함께 정화조를 채우고 있던 이물질들이 쏟아져 나왔다.</div> <div>그리고 그도 함께 쏟아져 나왔다.</div> <div></div> <div>살점은 거의 붙어있지 않고 앙상하게 남은 뼈들이 서로 분리된채 쏟아져 나왔다.</div> <div>몇 개의 뼈들을 감싸고 있는 누더기같은 옷만이 그것이 사람이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div> <div>여기저기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이런 세상에....."</div> <div></div> <div>무당이 갑자기 긴 탄식을 내뱉았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왜요? 아저씨?"</div> <div></div> <div>"네가 자네 손을 잡았을 때 느꼈던 기운이 저 시체에서 쏟아져 나오는구만."</div> <div></div> <div>무당은 두 손을 합장한 채 염불같은 주문을 외우며 그의 명복을 기렸다.</div> <div>나는 멍하니 그 광경을 지켜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저 뼈들이 이 모든 사건의 중심이었단 말입니까?"</div> <div></div> <div>박형사는 옆의 경찰에게 담배 하나를 얻은 후 조용히 그것을 입에 물었다.</div> <div>미간을 찌푸리며 연신 담배를 빨고 있는 박형사의 모습은 </div> <div>사건을 해결한 후의 형사의 모습이라기보다는</div> <div>또 다른 사건에 직면하여 고민하는 형사의 모습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무슨 고민거리 있으세요?"</div> <div></div> <div>나의 물음에 박형사는 긴 연기를 내뿜으며 대답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산 속에 묻었다는 김나연이 시체는 어떻게 된거지?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야?"</div> <div></div> <div>포크레인이 임무를 마치자 철수를 하기 위해 몸을 돌렸다.</div> <div>포크레인이 물러난 그 자리에는 구급대원들이 채워졌다.</div> <div>그 때 박형사가 굉음을 내며 떠나려는 포크레인을 잡아세웠다.</div> <div>그리고 큰소리로 물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저씨!! 구청에서 나왔죠?"</div> <div></div> <div>40대로 보이는 포크레인 기사는 박형사의 말이 잘 들리지 않는지 시동을 끄고 물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왜요?"</div> <div></div> <div>"아저씨 이 정화조 공사 한 적 있어요?"</div> <div></div> <div>"예전에 이거 만들 때 했었소."</div> <div></div> <div>"이 정화조 용도가 뭐예요?"</div> <div></div> <div>"예전에 주변에 길 건너편에 작은 상가가 있어서 폐수정화로 사용되었던건데, </div> <div>지금은 폐쇄되어서 그냥 방치되어있는거요.</div> <div>정화조와 연결된 하수로는 그냥 빗물 수로로 사용되고 있소."</div> <div></div> <div>"그 수로가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 알아요?"</div> <div></div> <div>"잘은 모르는데....아마..."</div> <div></div> <div>기사는 300미터 이상 떨어진 길 건너편 야산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저 산의 토사유출을 막기 위해서 작은 수로가 만들어져 있는데 </div> <div>거기서 모아진 물이 이 곳으로 유입될거요."</div> <div></div> <div>그의 말을 듣고 있던 박형사의 미간이 더욱 찌푸려졌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젠장....떠내려온거군....</div> <div>큰 비 때문에 토사가 유출되면서 수로로 들어간거야."</div> <div></div> <div>옆에서 듣고 있던 나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div> <div>백사가 말한 가까운 산이란 눈 앞에 보이는 그 곳 밖에 없었다.</div> <div></div> <div>지름이 1미터 정도 밖에 안돼 보이는 수로를 통해 무려 300미터 이상을 떠내려오다니......</div> <div>김나연의 시체가 얼마나 오랜 시간을 저 수로 속에서 보냈던 것일까?</div> <div></div> <div>게다가 그 수로는 윗부분이 살짝 노출된 채 인근 아파트에서 만든 작은 공원을 지나고 있었다.</div> <div>밤마다 수 많은 사람들이 물에 불은 그 시체를 밑에 두고 여가를 즐겼다는 것 아닌가?</div> <div>생각만 해도 스름이 끼쳤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런데 소름끼치는 저 시체는 뭐요?"</div> <div></div> <div>포크레인 기사가 박형사에게 물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수백미터 떨어져 잠들어있는 사랑하는 여인을 여기까지 불러낸 남자랍니다."</div> <div></div> <div>박형사의 엉뚱한 대답에 기사는 잠시 눈썹을 치켜 올리고는 이내 자리를 떴다.</div> <div>이제 모든 것이 끝난 것인가?</div> <div></div> <div>안도감과 함게 극심한 피로감이 몰려왔다.</div> <div>두통까지 밀려와 현기증이 느껴졌다.</div> <div>그 때 시신 수습을 하고 있는 구급대원들이 눈에 들어왔다.</div> <div>그런데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그곳을 향하고 있었다.</div> <div></div> <div>넘어진 정화조 뒤쪽으로 깊은 어둠을 간직하고 있는 수로가 보였다.</div> <div>왠지 모를 이유로 나는 그곳으로 다가서고 있었다.</div> <div></div> <div>오로지 어둠뿐이었다.</div> <div>그리고 내 발앞으로 떨어지는 작은 물줄기....</div> <div>잠시 후 그 어둠 속에서 나타난 하얀 형상...</div> <div>뱀처럼 꿈틀대며 그것이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div> <div></div> <div>그것도 아주 천천히....마치 살아있는 뱀처럼....</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스르르르륵....스르르르륵....."</div> <div></div> <div>허리까지 늘어진 검은 머리, 나를 향해 바라보고 있는 그 하얀 얼굴.....</div> <div>팔다리를 모으고, 엎드린 자세로 머리만 처든 채 김나연이 헤엄쳐오고 있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악!!!"</div> <div></div> <div>비명소리와 함게 나는 상반신을 일으켰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성태야!! 정신 차려!!"</div> <div></div> <div>아버지였다.</div> <div>꿈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버지!! 보고 싶었어요!!"</div> <div></div> <div>나는 와락 아버지를 끌어 안았다.</div> <div>뜬금없는 나의 행동에도 아버지는 내 몸을 밀어내지 않고 꼭 안아 주었다.</div> <div>그리고 너무나도 그리웠던 아버지의 말투가 이어졌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개놈의 자식..."</div> <div></div> <div>나는 한동안 아버지를 꼭 끌어 안고 눈물을 쏟아냈다.</div> <div>아버지 또한 내 어깨 너머에서 흐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div> <div>잠시 후 감정을 추스린 나는 아버지에게 지금 이곳에 있게 된 경위를 물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이놈아..어제 밤 사건 현장에서 니가 갑자기 쓰러졌댄다.</div> <div>너 도대체 뭔 일을 저질렀길래 사람 죽은 곳만 따라다니는거냐?"</div> <div></div> <div>나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div> <div>얘기 하기에는 너무나도 길었고, 한다고 해도 아버지가 믿어줄리가 없기 때문이다.</div> <div></div> <div>잠시 후 간호사가 병실로 들어왔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깨어나셨네요. 김성태씨..."</div> <div></div> <div>"네.."</div> <div></div> <div>"퇴원하셔도 되구요. 그</div> <div>리고 아까 박정우 형사라는 분이 김성태씨 잠들어 계실 때 오셨다가 메모만 남기고 가셨어요."</div> <div></div> <div>나는 간호사가 내민 쪽지를 받아들어 펼쳐 보았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퇴원하면 잠깐 경찰서에 들렀다 가라-</div> <div></div> <div>나는 퇴원 수속을 마치고 경찰서로 향했다.</div> <div>몇 시간을 병원에서 잠들어 있었던건지 벌써 해가 중천을 지나 서쪽으로 기울어있었다.</div> <div>이번 사건이 초대형 사건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았다.</div> <div>경찰서 주변은 몰려든 기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div> <div>나는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 정문을 지키고 있는 의경에게 신분을 밝혔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박정우 형사님께 김성태가 왔다고 말씀드려 주세요."</div> <div></div> <div>의경은 어디론가 전화를 걸더니 나를 경찰서 안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했다.</div> <div>만신창이가 된 서로 얼굴을 마주하자 우리는 잠시 입꼬리를 치켜 올리며 인사를 나눴다.</div> <div>박형사는 취조실 같은 밀폐된 방으로 나를 안내했다.</div> <div>거기에는 무당 아저씨가 기다리고 있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안녕하신가? 젊은 친구."</div> <div></div> <div>무당이 손을 들어 나에게 친근감을 표시했다.</div> <div>나는 수그러드는 말투로 화답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네.."?</div> <div></div> <div>박형사는 노트북이 놓여진 취조실 탁자 앞에 앉더니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들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이거 니꺼지? 증거품 속에 들어있던건데.."</div> <div></div> <div>내 휴대폰이었다.</div> <div>그는 나에게 휴대폰을 건네주면서 노트북을 만지작거렸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바탕화면에 이쁜 여자 사진이나 깔아놓지, 니얼굴을 박아놨냐?"</div> <div></div> <div>"훗...제가 떨군 휴대폰 보고 반해서 찾아온 여자도 있어요."</div> <div></div> <div>"대단하군..."</div> <div></div> <div>"여기 들어있는 증거 동영상 봤어요?"</div> <div></div> <div>"이미 다 다운 받아놨어."</div> <div></div> <div>이리저리 노트북을 만지작거리던 박형사가 말을 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리고.....성태야....너 이것 좀 볼래?"</div> <div></div> <div>박형사가 무슨 동영상같은 것을 하나 재생시키더니 노트북 화면을 나에게 갖다 대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길 건너편 아파트 단지의 놀이터 CCTV에 잡힌 화면이야.</div> <div>이번 사건 때문에 조사하다가 형사계에서 입수한 건데 너무 멀어서 잘 안보이지만 </div> <div>여기에 니가 사고 난 장면이 찍혀있어."</div> <div></div> <div>나를 화면에 얼굴을 들이밀며 멀리 보이는 대로를 주시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새벽이라 차가 거의 없어. 그런데 지금 잘 봐봐."</div> <div></div> <div>박형사가 갑자기 화면을 정지시켰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이거 니차 아냐? 테두리에 네온등하고, 반사등 붙였잖아."</div> <div></div> <div>난 내눈을 의심해야 했다.</div> <div>내가 사고 난 지점의 반대 차선을 달리고 있는 것이었다.</div> <div>박형사는 이어서 재생버튼을 눌렀다.</div> <div></div> <div></div> <div>20여초가 지났을까?</div> <div>반대편 차선에 다시 내 차가 나타났다.</div> <div>그리고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div> <div>그 다음에 이어지는 희한한 광경에 나는 할말을 잃고 말았다.</div> <div>동영상이 끝나자 박형사는 노트북을 접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술이나 한 잔하러 갈래?"</div> <div></div> <div>"사건조사 하셔야 할 분이 뭔 술이요?"</div> <div></div> <div>"서에서도 오늘 쉬라고 했다. 다른 형사들이 조사할거야."</div> <div></div> <div>옆에 서 있던 무당이 거들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동동주에 파전 한번 땡길까? 박형사?"</div> <div></div> <div>실내 포장마차에 들어선 그간의 사건을 안주삼아 우리는 신나게 술을 들이켰다.</div> <div>나 뿐만 아니라 모두들 술이 좋아하는 것 같았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저씨는 왜 무당이 되었어요? 딸꾹"</div> <div></div> <div>건하게 취해서 혀꼬이는 나의 발음에 무당이 대답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법사라고 부르라니까 쟈식아!!"</div> <div></div> <div>"그러니까...법사님... 왜 무당이 되었냐구요? 꺽..."</div> <div></div> <div>"허허...그래도 무당이라네. 몹쓸 놈..</div> <div>고등학교 때부터 이유없이 몸이 아파서 신내림 받은거야."</div> <div></div> <div>"에이..맞네..무당..."</div> <div></div> <div>"야 임마.... 난 무당처럼 굿하고, 작두타는 게 아니라 염불외는 법사라구."</div> <div></div> <div>"그럼 염불외는 무당이네....딸꾹.."</div> <div></div> <div>"허허허...내가 포기했다. </div> <div>그나저나 니가 내 제자로 들어오면 뭔가 제대로 일할 수 있을 것 같은데...."</div> <div></div> <div>"어휴....아저씨..전 이젠 귀신이라면 치가 떨립니다. 말도 꺼내지 마세요."</div> <div></div> <div>"썩을 놈...."</div> <div></div> <div>무당 아저씨는 비아냥거리는 듯한 눈빛을 보내더니 동동주를 한 사발 들이켰다.</div> <div>박형사는 술이 센 것 같았다.</div> <div>조금도 흐트러짐없이 바른 자세로 술을 마시고 있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성태, 너는 하는 일이 뭐냐? 그냥 노는 것 같던데..."</div> <div></div> <div>박형사의 물음에 나는 입꼬리을 한 번 치켜올리며 대답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여자나 밝히고, 술이나 밝히고...몹쓸 짓도 많이 하고...그렇게 사는 놈입니다."</div> <div></div> <div>"언제까지 그렇게 살래? 늙어 죽을 때까지?"</div> <div></div> <div>"저도 이젠 이 생활 청산하고 싶습니다. 아버지 뵐 면목도 없구요..."</div> <div></div> <div>"그래 그렇게 생각한다니 다행이다."</div> <div></div> <div>박형사는 조용히 술 한잔을 들이켰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이봐...젊은 친구..남자가 살면서 조심해야 될 세 가지가 있어."</div> <div></div> <div>무당 아저씨가 말을 걸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뭐요?"</div> <div></div> <div>"혀끝, 손끝, 고추끝..."</div> <div></div> <div>"뭔 말이예요?"</div> <div></div> <div>"혀끝은 술조심하라는 소리고, 손끝은 도박조심하라는 소리고, 고추끝은 뭔지 알지?"</div> <div></div> <div>무당은 능글스런 웃음을 지으며 나의 답변을 기다렸다.</div> <div>나는 빠딱한 자세로 반쯤 감긴 눈을 치켜들며 답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포경수술 조심하라구요?"</div> <div></div> <div>"에라이...썩을 놈."</div> <div></div> <div>무당은 능글스런 웃음을 지우고 다시 한번 술을 들이켰다.</div> <div>나의 대답에 박형사가 한바탕 웃음을 쏟아냈다.</div> <div>이 때 포장마차 안에 있던 TV에서 귀에 익은 내용의 뉴스가 흘러나왔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오늘의 첫 뉴스입니다.</div> <div>ㅇㅇㅇ동 스탠드바와 관련된 소식이 속속 들어오고 있습니다.</div> <div>사회 상류층이 연루된 최악의 섹스스캔들 사건으로 전국이 시끄럽습니다.</div> <div>대기업 임원, 병원장, 심지어 시의원까지 연루되어 있는 이번 스캔들의 파장은 쉽게 </div> <div>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div> <div>특히 경찰과 검찰은 ㅇㅇ병원 원장 최모씨를 살인교사 혐의와 마약류 관리법 위반혐의로 </div> <div>긴급체포하고 기소할 방침입니다.</div> <div>또한 스탠드바 대표이사와 운영에 가담한 조직원들에 대해서는 청부살인과 </div> <div>마약류 유통에 관한 혐의를 조사중입니다.</div> <div>한편 서울시는 ㅇㅇ동 스탠드바의 사업자등록을 말소시키고, </div> <div>대표이사인 이모씨를 탈세혐의로 경찰에 추가로 고발할 예정입니다.</div> <div>경찰과 검찰은 오늘 오후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하여 합동 수사반을 구성하고....."</div> <div></div> <div>"우리가 뭔가 하긴 했네요."</div> <div></div> <div>"그래. 엄청난 일을 한거야."</div> <div></div> <div>TV에 시선을 고정한 채 박형사와 나는 대화를 나누었다.</div> <div>우리는 술자리를 끝내고 길거리로 나섰다.</div> <div>취기가 한참 올라온 나는 몸을 가누기가 힘들 정도로 비틀거렸다.</div> <div>박형사는 내 손을 한번 굳게 쥐더니 작별인사를 건넸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잘 지내고, 다시는 경찰서에서 만나는 일 없길 바란다."</div> <div></div> <div>"형사님도 잘 지내세요. 딸꾹.....딸내미 이쁘게 키우시구요...</div> <div>그리고 나 같은 남자친구 만나지 않기를 바래요.."</div> <div></div> <div>"허허.....그래야지"</div> <div></div> <div>내 몸은 비틀거리고 있었지만 정신만은 멀쩡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이봐, 젊은 친구. 다시 한번 생각해 줄 수 없나? 나하고 일하는거..."</div> <div></div> <div>무당의 집요함은 여전했다.</div> <div></div> <div>"무당 아저씨....아니 법사니....이임!!!? </div> <div>나중에 귀신 나타나면 찾아갈테니 부적 하나 잘 써주세요.</div> <div>그거 효과 있던데요. 딸꾹...."</div> <div></div> <div>"에라이...썩을 놈. 잘 가라 이 놈아!!"</div> <div></div> <div>나는 모두에게 작별인사를 마치고 차를 기다렸다.</div> <div>오늘은 이 몸으로 버스를 탔다가는 민폐를 끼치는 것이다.</div> <div>저 멀리서 택시 한 대가 오는 것이 보였고, 나는 손을 흔들었다.</div> <div>뒷좌석에 기댄 나는 몸을 최대한 눕혔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어디로 모실까요?"</div> <div></div> <div>"ㅇㅇ동, 오피스텔이요...."</div> <div></div> <div>그런데 갑자기 생각이 바뀌었다.</div> <div>아버지가 보고 싶었던 거다. 오늘은 아버지 집에서 자고 싶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저씨....거기 말고, ㅇㅇ동 ㅇㅇ아파트로 가주세요."</div> <div></div> <div>"네. 안전하게 모십죠..."</div> <div></div> <div>지금 이 순간 몸은 말을 잘 듣지 않았지만 아직도 내가 정신은 멀쩡하다는 것을 나는 알 수 있었다.</div> <div>택시기사의 목소리가 너무 익숙하게 들렸기 때문이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저씨...나 알죠?"</div> <div></div> <div>룸미러를 통해 그의 얼굴을 확인하려 하였으나 그가 보이지 않았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고맙소. 젊은이....오늘 요금 뿐만 아니라 그 전에 빚진 27000원도 받지 않으리다."</div> <div></div> <div>나는 순간 가슴이 미어져 왔다.</div> <div>택시 안에 안개같은 것이 자욱했다.</div> <div>몇 번이나 눈을 비벼댔지만 소용이 없었다.</div> <div>그리고 노트북에서 보았던 동영상이 떠올랐다.</div> <div>그 영상 속에서 사고 후 나는 택시를 타지 않았다.</div> <div></div> <div>그냥 내 발로 대로를 건너 수킬로미터 떨어진 병원으로 향했던 것이다.</div> <div>내가 타고 갔던 이 택시는 가짜였던 것이다.</div> <div>온 몸에 거부감이 몰려올만도 했지만 나는 이내 편안한 감정을 되찾았다.</div> <div>그의 의미심장한 감사의 표시 때문이었다.</div> <div>나는 최대한 편안한 감정을 유지하고, 너무나 궁금했던 것을 조심스럽게 그에게 물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저씨....나연이 아버지죠?"</div> <div></div> <div>"허허...알아차렸구랴...정말로 고맙네. </div> <div>젊은이....자네 덕에 오늘이 나의 마지막 운행이 되겠구려..."</div> <div></div> <div>"아저씨....저 지금 걷고 있는거잖아요. 귀신차에 타서......안 그래요?"</div> <div></div> <div>"걱정 말게 젊은이. 자네가 다치지 않도록 잘 데려다 주겠네. 그냥 푹 쉬게"</div> <div></div> <div>지금 이 순간 나는 택시를 타고 있지만, </div> <div>어쩌면 내가 위험하게 대로의 한 복판을 걷고 있는지도 모른다.</div> <div>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건 지금 나는 너무나도 편안하고, 그 때처럼 졸음이 쏟아진다는 것이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저씨...딸내미 얘기나 해 줘요..."</div> <div></div> <div>"우리 나연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만큼 너무 이쁜 딸이었다오..</div> <div>어려서 엄마가 사고로 죽고, 나와 같이 살았는데 정말 힘들었지만 예쁘게 잘 커주었다네...</div> <div>어려서부터 하루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어깨도 주물러 주고, </div> <div>재롱도 떨고, 심지어 밥도 차려주고...."</div> <div></div> <div>기사는 뭐가 그렇게 신나는지 연신 딸자랑에 여념이 없었다.</div> <div>편안하게 자세를 취한 나는 기사의 얘기를 들으며,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div> <div></div> <div>그런데 한 가지 걱정거리가 있었다.</div> <div>박형사에게 하지 않은 한 가지 이야기 때문이었다.</div> <div>동영상에는 사고 직후 나이트에서 꼬신 여자가 내리는 모습이 없었다.</div> <div></div> <div>그런데 그 여자 얼굴이 기억이 안난다.</div> <div>그냥 나이트에서 꼬신 여자라는 기억 뿐......</div> <div></div> <div>내가 그 날 나이트에 가기라도 한 걸까?</div> <div>원래 난 나이트에서 그렇게 술이 떡이 되도록 마시지 않는데?</div> <div>그리고 내가 왜 반대편 차선을 달리다가 돌아온 거지?</div> <div>이 때 문자음이 울렸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오빠, 고마워 ^^-</div> <div></div> <div></div> <div>"후~~~"</div> <div></div> <div></div> <div>긴 한숨이 쏟아졌다.</div> <div>문자가 찍힌 액정화면을 수십 차례 만지작거리며 마음을 진정시켰다.</div> <div>그리고 다시 한번 조심스럽게 기사에게 물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저씨.....따님 번호가 010-7649-xxxx번이예요?"</div> <div></div> <div>나의 물음에 딸 자랑에 여념이 없던 기사가 말을 끊고 고개를 돌려 답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우리 딸이 문자도 참 애교스럽게 보낸다오...."</div> <div></div> <div>씨익 미소를 짓는 그의 모습을 보며, </div> <div>나는 터져나오는 눈물 섞인 너털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그리고 그 영혼의 택시는 신나게 도심 한가운데를 가르며 달리고 있었다.</span></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span></strong> </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span></strong> </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 align="center">1차출출처=웃대(하드론 님</div> <div align="center"> </div> <div align="center">2차출처: 네이트판 바코드 님</div> <div align="center"> </div></font></font></div> <div></div> <hr style="background-color: #fafafa; margin-top: 8px; display: block; height: 2px; color: #fafafa; border-top: #646464 2px solid; cursor: default" unselectable="on;" /> <div></div> <div align="center"></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24pt"><font color="#c31a1b">안개</font></span></strong></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쾅!!!!"</span></strong></div> <div></div> <div>뭔가에 부딪혔다. 아니 내가 뭔가를 들이받았다.</div> <div>운전대에 얼굴을 묻은 자세를 유지한 채 나는 길게 몇 번의 심호흡을 했다.</div> <div>내 술냄새를 내가 맡을 수 있을 정도로 과음을 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신발..."</div> <div></div> <div>이마에 따끈따끈한? 액체가 흘러내린다.</div> <div>아마도 머리에 상처를 입은 것 같았다.</div> <div>에어백이 터졌음에도 밸트를 매지 않아 창에 머리를 받은 모양이었다.</div> <div>조수석을 돌아보니 오늘 나이트클럽에서 꼬셨던 여자애가 없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신발년....날 두고 도망쳐?"</div> <div></div> <div>나는 천천히 차문을 열고 나왔다.</div> <div>주변에 안개가 엷게 끼어있음을 그제서야 알 수 있었다.</div> <div>그리고 차의 보닛(bonnet)부분에서 불이 난 것처럼 증기가 올라오는 것도 볼 수 있었다.</div> <div>가로등을 끼고 있는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것이다.</div> <div></div> <div>어른거리는 와중에서 시계를 들여다보니 새벽 3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div> <div>서 있을 힘도 없었다.</div> <div>나는 가드레일을 등지고 자리에 앉아 몸을 쉬었다.</div> <div></div> <div>음주로 경찰에 걸리고 안 걸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지금은 쉬고 싶었다.</div> <div>사고 후 3분도 안되는 시간이었던 것 같은데 어디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 왔다.</div> <div>거슴츠레 뜬 눈으로 그 소리의 정체를 확인하였다.</div> <div>멀리서 경광등을 반짝이며 달려오는 차량이 보였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짭새 새끼들...졸라 빨리오네...."</div> <div></div> <div>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그들이 나를 데려가기만을 바랬다.</div> <div>내 옆에 차량이 멈춰서고, 차문을 여닫는 소리가 들렸다.</div> <div></div> <div>그리고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저씨 괜찮아요?"</div> <div></div> <div>"....."</div> <div></div> <div>나의 불규칙한 숨소리와 냄새를 느꼈는지 그는 말을 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저씨 술마셨구만?"</div> <div></div> <div>나의 대답이 없자 그는 나의 어깨를 툭툭치며, 뭔가를 내 밀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저씨 내 명함이니까, 아침에 차 찾아가쇼..."</div> <div></div> <div>"뭐여?"</div> <div></div> <div>나는 그의 뜬금없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div> <div>경광등을 밝힌 그 정체는 견인차였다. 경찰이 아니었다.</div> <div>2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쪼그려 앉아 나를 보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저씨...이마 찢어졌네...병원에 빨리 가보슈. </div> <div>그리고 곧 경찰 올텐데 빨리 이 명함 챙기쇼...."</div> <div></div> <div>그는 내 오른쪽 상의 호주머니에 명함을 끼워넣더니 </div> <div>내 차량을 견인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div> <div>차가 견인되는 그 순간까지도 나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div> <div>견인차가 멀어지는 소리로서 그가 이곳을 떠났음을 알 수 있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푸우....신발놈들..돈이 되면 사람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거군."</div> <div></div> <div>나는 몸이 휘청거리는 상태에서도 정신은 제대로 박혀있었는지 그 남자의 무성의함에 넋두리을 했다.</div> <div>늦은 가을이라 그런지 반코트를 입고 있음에도 무지 쌀쌀했다.</div> <div>나는 반코트를 꽉 움켜쥐고 품 속으로 더 밀어넣으며, 체온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div> <div>그런데 갑자기 어디선가 낯선 여자의 음성이 들렸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저씨....추워요...."</div> <div></div> <div>"나도 추워...."</div> <div></div> <div>나는 아무 생각없이 대답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저씨....추워요...."</div> <div></div> <div>나는 갑자기 확 짜증이 밀려왔다.</div> <div>나는 고개를 치켜들고 그 여자를 향해 소리쳤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 신발!! 나도 춥다니까!!"</div> <div></div> <div>엷은 안개속에서 가드레일을 따라 <strong><span style="font-size: 12pt">10여미터 앞에</span></strong><span style="font-size: 12pt"> </span>웬 낯선 여자가 나에게 다가오는 것이다.</div> <div>그 여자의 모습은 정상적인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div> <div></div> <div>가까이 다가올 수록 그 모습은 나를 더욱 스름끼치는 전율로 빠져들게 만들었다.</div> <div></div> <div></div> <div>원피스를 입은 온 몸이 물에 젖어있고 청백색의 피부에 소름끼칠 정도로 검은 눈과 긴 생머리.... </div> <div>짙는 눈썹, 두 팔로 몸을 감싼 채? 그 여자가 나를 향해 두 발을 질질 끌듯이 걸어오고 있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저씨....추워요...."</div> <div></div> <div>"헉!!!!! 신발 당신 뭐야?"</div> <div></div> <div>나는 갑자기 순식간에 체내의 알코올 모두 분해된 것처럼 정신이 확 깼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저씨....여기...너무...추워요...."</div> <div></div> <div>점점 더 다가올 때마다 선명해지는 그녀의 모습은 사람의 몰골이 아니었다.</div> <div>피부가 심하게 뜯겨있었고, 피부밖으로 노출된 뼈가 여기저기 보였다.</div> <div>특히 왼쪽 뺨은 피부가 거의 다 벗겨져, 속의 어금니까지 보였다.</div> <div></div> <div>심장이 터질 듯이 쿵쾅거렸고, 등골이 송두리 채 얼어붙는 느낌이었다.</div> <div>나는 등 뒤의 가드레일을 지지대로 삼아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뭐야..신발!!!? 가..가까이 오지마...."</div> <div></div> <div>나의 요구에도 그녀는 두발을 질질 끌며 천천히 내 앞 2미터까지 다가왔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따다닥...따다닥...따다닥"</div> <div></div> <div>오한을 느까는지 그녀의 이빨 부딪치는 소리가 터진 왼쪽 뺨 사이로 새어 나왔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악!!!!!! 이...신발 오지마!!!"</div> <div></div> <div>나는 내 몸을 제대로 주체할 수 없는 와중에서도 춤을 추 듯 그녀를 향해 발길질을 하였다.</div> <div></div> <div>바로 그 때,</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이봐요, 아저씨!!!!!!!"</div> <div></div> <div>낯선 남자의 부름에 나는 고개를 획 돌렸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font color="#c31a1b">택시였다. </font></span></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span></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span></strong>택시기사가 창을 열고 나를 부르고 있었다.</div> <div>나는 대답도 없이 미친듯이 택시의 뒷자석에 올라탔다.</div> <div>나는 타자마자 얼굴을 두 손으로 감사고 그에게 부탁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저씨!! 아무 병원이나 가요. 빨리요!!"</div> <div></div> <div>"알았소이다."</div> <div></div> <div>택시는 기다렸다는 듯이 미터기를 누르고 잽싸게 출발했다.</div> <div>나는 천천히 고개를 뒷창을 통해 그녀를 확인했다.</div> <div>멀어지는 시야속에서 우두커니 나를 지켜보는 그녀가 보였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헉...신발!!"</div> <div></div> <div>나는 재빨리 고개를 앞으로 돌렸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뭘 그렇게 놀라슈?"</div> <div></div> <div>50대로 보이는 택시기사는 나의 안절부절하는 행동이 기이한 듯 물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저씨, 그 여자 봤어요? 무섭게 생긴 여자.."</div> <div></div> <div>"무슨 여자요?"</div> <div></div> <div>"방금 전 내 앞에 있던 여자 말예요!!"</div> <div></div> <div>"아이고...냄새야....오늘 과음하셨구나. 이마도 다치시고..."</div> <div></div> <div>기사는 내 말에 대답할 생각은 하지 않고 룸미러를 통해 내 상태를 살피기에 여념이 없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저씨!!!!!!! 그 여자 봤냐구요?"</div> <div></div> <div>"못 봤는데요."</div> <div></div> <div>택시기사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의 유난스런 행동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div> <div>나는 몸을 일으켜 앞 좌석 사이로 고개를 내밀어 다시 소리쳤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바로 내 앞에 있었는데 왜 못봐요!!!!"</div> <div></div> <div>"아이고 깜짝이야!!! 못 봤다니까요...이 양반 많이 취하셨네...시트에 피묻히지 말고 앉아 있어요!!</div> <div>거 참 젊은 양반이 이 새벽에 뭔 짓이래?"</div> <div></div> <div>택시기사의 꾸지람에 나는 앞 좌석 사이에 들이 밀었던 머리를 뒷좌석에 던지듯이 눕혔다.</div> <div>나는 길게 몇 번의 심호흡을 한 후 조금 전의 기억이 어떤 것이었는지 정리하기 시작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이봐!!? 젊은 양반!! 일어나!!"</div> <div></div> <div>얼마되지 않은 사이에 나는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div> <div>기사의 부름에 나는 천근만근같은 눈꺼풀을 들어올렸다.</div> <div>거슴츠레 뜬 두 눈에 응급실과 병원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div> <div>그런데 그 병원은 사고지점에서 한 참 떨어진 곳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뭐야? 누가 여기까지 데려 오래?"</div> <div></div> <div>순간 미터기에 찍힌 27,000이란 숫자가 눈에 들어왔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이런 신발...사기꾼같으니라고..."</div> <div></div> <div>나는 얼른 택시 밖으로 기어나왔다.</div> <div>따뜻한 곳에 있었기 때문인지 다시 견딜 수 없는 취기가 몰려왔다.</div> <div>나는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비틀거렸다.</div> <div>운전석에서 내린 택시기사가 나에게 다가오더니 말을 건넸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무 병원이나 가자며?"</div> <div></div> <div>치미는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나는 비틀거리며 그의 멱살을 잡기 위해 달려 들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이..신발....누굴 등처먹으려고.."</div> <div></div> <div>기사는 내 두 손을 움켜쥔 채 어이없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야 임마!! 내 택시안에 니 피 묻힌 값은 내놓아야지..."</div> <div></div> <div>"이...신발놈..."</div> <div></div> <div>그 순간 택시기사는 들것을 밀고 병원 직원이 나오는 것을 보자 나를 밀치고 운전석으로 돌아갔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야 임마!! 이따가 정신차리면 돈 받으러 올테니까 치료나 잘 받고 있어."</div> <div></div> <div>열린 창문 틈으로 이렇게 한 마디 내뱉더니 그는 회심의 미소를 짓더니 차를 몰고 달아났다.</div> <div>내게 다가 온? 직원이 내 얼굴을 유심히 살피더니 물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싸워서 다친겁니까?"</div> <div></div> <div>직원의 친절한 물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의 말은 여전히 거칠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몰라..신발 새끼들아!!!"</div> <div></div> <div>이 말을 들은 직원들은 나를 제압하고 들것 위에 눕혔다.</div> <div>나는 누워서 실려가는 와중에도 욕설을 멈추지 않았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 기사 신발놈...죽여버리겠어....강아지...."</div> <div></div> <div>응급실 내로 들어서자 그제서야 나는 내 두 손과 두 발이 골절환자의 부목처럼 </div> <div>들것에 묶여있다는 것을 알았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야...신발 니들 뭐하는거야?"</div> <div></div> <div>직원들은 나의 물음에 아무런 대답없이 수술실로 나를 이동시켰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야... 신발놈들아!! 나를 왜 묶어? 내가 정신병자야?"</div> <div></div> <div>나의 괴성에 그제서야 들것을 밀던 직원 한 명이 내려다보며 답을 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이봐요, 수술하다가 움직이면 당신 얼굴 찢어지는 수가 있어."</div> <div></div> <div>수술실로 들어서자 코를 찌르는 소독약 냄새가 났다.</div> <div>담당 의사에게 나를 맡긴건지 그들은 모두 수술실 밖으로 나가 버렸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야!! 이것 좀 풀어줘!!!"</div> <div></div> <div>나는 소리를 지르며, 바동거렸지만 도저히 내 힘으로는 벨트의 장력을 이겨낼 수가 없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야!! 이 신발 놈들아!!"</div> <div></div> <div>나의 외침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었다.</div> <div>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div> <div></div> <div></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font color="#c31a1b">안개</font></span></strong>가 낀 것처럼 세상이 뿌옇게 변했다.</div> <div></div> <div>'안개...뭐야?? 병원에 웬 안개?'</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잠시 후, 내가 잠시 잠잠해지자? 한 사람이 조용히 들어와 내 옆에 서서 나를 물끄러미 내려다봤다.</div> <div>그 사람 배경에 비치는 조명등 때문에 얼굴은 확인할 수 없었지만, </div> <div>실루엣으로 보아 여자 간호사임이 분명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뭘 쳐다봐?"</div> <div></div> <div>나는 아직도 분노를 잠재울 수가 없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뭘 그렇게 빤히 쳐다보나구?"</div> <div></div> <div>내 말에 그 검은 실루엣은 아무 말없이 주사기에 약을 채워 바늘을 통해 공기를 뿜어내고 있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헤이....이 봐...지금 뭐하는거야?"</div> <div></div> <div>그녀는 아무런 응답도 없이 주사기 안의 공기를 다 밀어내었는지 조용히 머리를 숙여 나에게 다가왔다.</div> <div></div> <div>그 검은 실루엣의 얼굴이 나에게 충분히 가까워지자</div> <div>나는 비로소 <font color="#c31a1b"><strong><span style="font-size: 12pt">그 실루엣 속의 얼굴을</span></strong><span style="font-size: 12pt"> </span></font>알아볼 수 있었다.</div> <div></div> <div><br />심장이 멎을 것 같았다.</div> <div>만일 놀라서 죽는다면 이렇게 죽을 것이다.</div> <div>그녀의 머리에서 흘러내린 시뻘건 피가 새하얀 얼굴에 수많은 세로선을 긋고 있었다.</div> <div></div> <div>귀밑까지 찢어진 입속으로 하얀 치아가 드러나 보였고, </div> <div>그 하얀 치아 틈 사이로 흘러내린 핏물이 채워지고 있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후..신발..."</div> <div></div> <div>숨소리같은 나의 작은 신음소리와 함께 내 몸을 이루고 있는 모든 근육세포들이 멈춰버렸다.</div> <div>그리고 난 의식을 잃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이 놈아..정신 차렸냐?"</div> <div></div> <div>흐려진 초점이 윤곽을 잡아가자 나는 내 앞에 있는 사람이 아버지임을 알아보았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개놈의 자식..나이 처먹고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네."</div> <div></div> <div>아버지의 푸념에는 이제 이골이 났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변변한 직업도 없는 놈이 술처먹고 쌈질이나 하고 다니니.. 이거 원."</div> <div></div> <div>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div> <div>순간 오른쪽 이마가 욱신거려 손을 가져다 대었다.</div> <div>두툼한 반창고가 만져지는 것으로 보아, 어제 다쳐서 꿰맨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싸움 한거 아니거든요.."</div> <div></div> <div>"이런 미친 놈. 그럼 어디 전봇대라도 들이받았냐?"</div> <div></div> <div>"에이..좀 그만하세요."</div> <div></div> <div>그 때 침대 커튼을 열어 젖히고 누군가 얼굴을 들이밀었다.</div> <div>간호사였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으헉!!!"</div> <div></div> <div>나의 비명소리에 간호사가 물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괜찮으세요?"</div> <div></div> <div>나는 잠시 긴 한숨을 몰아쉬고 고개를 끄덕였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보호자분 나가실 때 싸인하시고, 원무과에 치료비 납부하시면 됩니다."</div> <div></div> <div>간호사는 사무적인 말투로 아버지에게 말을 건넨 후 뒤돌아 걸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버지...나가기 전에 여기에 만날 사람이 있어요."</div> <div></div> <div>"뭐? 누구?"</div> <div></div> <div>"간호사요. 꼭 봐야 될 간호사가 있어요."</div> <div></div> <div>내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이 아버지는 잠시 나를 응시했다.</div> <div>그리고는 내가 어느 정도 예측한 대답을 날리셨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이런 미친 놈. 너같은 양아치 새끼가 간호사를 어떻게 알어? 어디 또 하나 후려서 어떻게 해보려고?"</div> <div></div> <div>"아버지 그게 아니고.."</div> <div></div> <div>"그만 닥치고 나갈 준비나 해."</div> <div></div> <div>난 아버지에게 저항할 수가 없다.</div> <div>잘 생긴 외모와 부잣집 아들이라는 이유로 나에겐 여자들이 많이 따랐다.</div> <div>많이 따른만큼 내 생활은 난잡해져 갔다.</div> <div></div> <div>여자를 건드리는 것은 일도 아니었고, 임신 중절만도 몇 번은 되는 것 같았다.</div> <div>상습 음주운전으로 몇 개월 실형을 살아본 적도 있고, 조폭 여자를 건드려 살해 위협을 받아본 적도 있다.</div> <div>아직까지 내가 살아있는 이유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div> <div>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버지가 엄청난 돈을 썼기 때문이다.</div> <div></div> <div>내가 알고 있는 금액만도 1억 5천이 넘었다.</div> <div>그런 엄청난 빽이 되어 준 아버지에게 저항한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div> <div>아버지가 아니었다면 나는 어쩌면 지금 철창 속 어두운 골방에 처박혀 있을지도 모른다.</div> <div></div> <div>나는 외투를 걸치고 아버지를 뒤따라 나섰다.</div> <div>그런데 그 때 우리 앞에 경찰 복장을 한 두 사람이 병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김성태씨?"</div> <div></div> <div>"네?"</div> <div></div> <div>경찰의 물음에 나는 무의식적으로 대답했다.</div> <div>역시나 옆에 있던 아버지의 호통이 시작되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이런 미친 놈..너 또 사고쳤냐?"</div> <div></div> <div>나이가 있어 보이는 한 명이 나에게 자신을 소개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ㅇㅇ경찰서 교통계 최정수 경장입니다. </div> <div>어제 새벽 ㅇㅇ동, ㅇㅇ대로에서 차로 가로등을 들이받고 도주를 하셨더군요."</div> <div></div> <div>"뭐요? 제가요? 전 차를 몰지 않았는데요"</div> <div></div> <div>이럴 수가....분명히 견인차가 내 차를 끌고 갔는데....</div> <div>이런 혹시 그 견인차 운전자가 불어버린 건가?</div> <div>아니면 어제 나이트에서 꼬셨던 그 년이 불어버린 것인가?</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럼 이마에 난 그 상처는 뭡니까?"</div> <div></div> <div>"이..이거요? 술 먹다가 옆 테이블 애들하고 싸움이 붙어서..."</div> <div></div> <div>"조사하면 나올테니까 일단 서로 같이 갑시다."</div> <div></div> <div>"아니..내가 운전을 안 했다는데 무슨 증거로 가자는 겁니까?"</div> <div></div> <div>내 말에 그 경장은 허탈한 웃음을 한 번 짓더니 말을 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지금 장난하는거요? 당신 차의 앞유리하고 에어백에 난 핏자국 당신 거 아니면 뭐요? </div> <div>국과수에 넘겨 볼까요?"</div> <div></div> <div>"에이...신발.."</div> <div></div> <div>나는 머리를 털 듯이 긁적이며 욕설을 내뱉았다.</div> <div>옆에 서 있던 아버지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나를 노려보더니 이내 한 마디를 내뱉고 병실을 나섰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난 싸인하고 간다."</div> <div></div> <div>경찰차에 실려서 경찰서로 향하는 동안 나는 시무룩한 표정을 유지한 채 아무 말없이 앉아 있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서른도 안된 젊은 양반이 경력이 화려하대."</div> <div></div> <div>뒷자석의 금속봉에 채워진 수갑이 어제 나를 묶었던 들것의 밸트보다 </div> <div>더 단단히 나를 잡고 있는 듯 보였다. 그 때 나는 궁금한 게 하나 떠올랐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저씨..뭐 하나 물어봅시다."</div> <div></div> <div>"뭐요?"</div> <div></div> <div>"내가 사고난 것 누가 불었소?"</div> <div></div> <div>"누가 불다니?"</div> <div></div> <div>"아니... 견인된 차 어디서 찾았냐구요?"</div> <div></div> <div>"뭔 소리야? 당신 차.. 사고 현장에 그대로 있었구만."</div> <div></div> <div>"뭐요?"</div> <div></div> <div>나는 순간 머릿속이 잘 정리되지가 않았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이...신발...뭐가 어떻게 된거야?"</div> <div></div> <div>그 때 문득 나는 머리 깊은 곳에 묻혀져 있는 작은 기억이 하나 떠올랐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래..명함!!"</div> <div></div> <div>견인차 운전사가 주고 간 명함.....</div> <div>나는 이곳 저곳 내 호주머니를 뒤졌다.</div> <div>이윽고 오른쪽 상의 주머니에서 명함 대신 작은 쪽지가? 손에 걸렸다.</div> <div></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사일런트 엔젤 010-9453-xxxx-</span></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span></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span></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span></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span></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span></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span></strong>"뭐야 이거...."</div> <div></div> <div>쪽지에 적힌 엉뚱한 메세지는 그 내용만으로 나를 놀라게 만든 것이 아니었다.</div> <div>거기에 적힌 글씨체는 내 것이었다.</div> <div>나는 멍하니 고개를 쳐들고 푸념섞인 말을 내뱉았다.</div> <div></div> <div></div> <div>"헐..신발...미치겠네."</div> <div></div> <div>이 말에 앞 좌석의 두 경찰이 의아한 듯이 물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이봐 친구, 왜 그래?"</div> <div></div> <div>교통계 조사를 받는 내내 나는 무슨 말을 해야 경찰들이 내 말을 믿어줄 것인가만 생각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야...그러니까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div> <div>레커차가 니 차를 끌고 간 다음 너는 병원으로 택시를 타고 갔고, </div> <div>그리고 치료받고 아침에 일어났단 말이지?"</div> <div></div> <div>"그렇다니까요!!"</div> <div></div> <div>"그런데 갑자기 경찰이 나타나서 왜 차 두고 도망쳤냐고 하더라 이거야?"</div> <div></div> <div>"아이씨..진짜 미치겠네..."</div> <div></div> <div>"너, 술 어지간히도 취했나 보다."</div> <div></div> <div>이대로 가다가는 나는 가중처벌을 받을 게 뻔했다.</div> <div>상습 운전으로 실형을 살았는데 이번엔 좀 세게 맞을 수도 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야 임마...대한민국에서 가장 효과만빵의 정상참작이 뭔지 알아?"</div> <div></div> <div>"...."</div> <div></div> <div>"초범이라는거야. 대한민국 그 어느 판사도 초범에 대해서는 관대해.</div> <div>그런데 너 같은 놈은 일말의 정상참작의 여지도 없어."</div> <div></div> <div>나는 교통계 경찰을 응시한 채로 조용히 눈을 감고, 입술을 깨물었다.</div> <div>여전히 나는 그의 불친절함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었다.</div> <div>잠시 후 나는 억지로 평안한 표정을 지은 채 조용히 입을 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저씨...한 번만 봐 줘요..제가 누굴 친 것도 아니잖아요. 제가 운전을 했다는 증거도 없잖아요.</div> <div>피 묻은 것도 다른 사람이 운전해서 다친 거라고 하면 되잖아요. </div> <div>저 이번에 들어가면 인생 종칠지도 몰라요."</div> <div></div> <div>그러자 경찰은 몸을 뒤로 눕혀 의자에 기댄 채 팔짱을 끼며 답을 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거참.....내가 할 말이 없다."</div> <div></div> <div>눈을 뜨고 애원하는 듯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는 동안, </div> <div>나는 순간 그와 겹쳐서 뒷배경에 보이는 무언가를 발견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저씨...."</div> <div></div> <div>"뭐?"</div> <div></div> <div>"아저씨...머리 좀 치워봐요.."</div> <div></div> <div>"뭐 새꺄?"</div> <div></div> <div>"빨리 머리 좀 치워봐요!!!"</div> <div></div> <div>내 눈동자의 초점이 자신의 등 뒤로 향해 있음을 안 그는 몸을 돌려 </div> <div>나와 같은 방향으로 시선을 맞추었다.</div> <div></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font color="#c31a1b">얼굴만 확대되어 덩그렇게 붙어있는 벽보.</font></span></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span></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span></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span></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span></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span></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span></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span></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span></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span></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span></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span></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span></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span></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span></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span></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span></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span></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span></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span></strong></div> <div align="center"><span style="font-size: 12pt"></span><strong><span style="font-size: 16pt">-사람을 찾습니다-</span><br /><span style="font-size: 16pt">이름 : xxx</span><br /><span style="font-size: 16pt">나이 :....</span></strong></div> <div align="center"><strong><span style="font-size: 16pt"></span></strong></div> <div align="center"><strong><span style="font-size: 16pt"></span></strong></div> <div align="center"><strong><span style="font-size: 16pt"></span></strong></div> <div align="center"><strong><span style="font-size: 16pt"></span></strong></div> <div align="center"><strong><span style="font-size: 16pt"></span></strong></div> <div align="center"><strong><span style="font-size: 16pt"></span></strong></div> <div align="center"><strong><span style="font-size: 16pt"></span></strong></div> <div align="center"><strong><span style="font-size: 16pt"></span></strong></div> <div align="center"><strong><span style="font-size: 16pt"></span></strong></div> <div align="center"><strong><span style="font-size: 16pt"></span></strong></div> <div align="center"><strong><span style="font-size: 16pt"></span></strong></div> <div align="center"><strong><span style="font-size: 16pt"></span></strong></div> <div align="center"><strong><span style="font-size: 16pt"></span></strong></div> <div align="center"><strong><span style="font-size: 16pt"></span></strong></div> <div>벽보 속의 <strong><font color="#c31a1b"><span style="font-size: 12pt">여자.</span><br /></font></strong>어디선가 본 낯익은 얼굴...긴 생머리...짙은 눈썹...</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으아~~~~~악!!"</div> <div></div> <div>나는 비명을 지르며 작은 철제 의자와 함께 튕기 듯 뒤로 나동그라졌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야 임먀!! 왜 그래?"</div> <div></div> <div>바닥에 주저앉은 자세로 나는 손가락으로 벽보를 가리키며 말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저...저..여자 어제..봐..봤어요!!!"</div> <div></div> <div>"뭐?"</div> <div></div> <div>내 말 한마디에 나는 교통계에서 형사계로 넘어갔다.</div> <div>형사계로 넘어가자 조금 전의 교통계 조사가 얼마나 친절한 대우였는지를 바로 알게 되었다.</div> <div>강력계 형사들은 눈빛부터가 달랐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너, 이 여자 본 곳 어디야?"</div> <div></div> <div>중저음의 목소리를 가진 한 형사가 벽보에 붙어있던 같은 전단지를 내 앞에 밀어 보이며 물었다.</div> <div>무섭게 치켜 뜬 눈과 까칠하게 돋아난 수염이 그를 더욱 경계하게 만들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어제....제가 사고 난데서요..."</div> <div></div> <div>내 목소리는 이미 주눅이 들어 있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지금 거기로 안내해."</div> <div></div> <div>말 한마디에 생각보다 일이 커지는 듯 싶었다.</div> <div>20여명의 의경들과 강력계 형사팀이 사고현장으로 이동을 시작했다.</div> <div>형사들과 같이 차를 탄 나는 몸둘 바를 몰랐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너, 그 여자 어떻게 봤어?"</div> <div></div> <div>앞좌석에 탄 중저음의 그 형사가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나에게 물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게..저...."</div> <div></div> <div>"확실히 그 여자 맞지?"</div> <div></div> <div>"예. 맞아요. 그런데 살아있는 사람 같지가 않았어요."</div> <div></div> <div>"뭐가?"</div> <div></div> <div>"물에 빠져 한 참 뒤에 발견된 사람처럼 창백한 얼굴에 여기저기 살이 뜯겨 있구요..."</div> <div></div> <div>설명을 하는 와중에도 나는 그 여자가 머리에 떠오르자 소름이 밀려왔다.</div> <div>나의 머뭇거림에 형사가 말을 재촉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계속 말해봐."</div> <div></div> <div>"물에 젖은 원피스 차림으로 저한테 춥다면서 발을 질질 끌며 다가오는거예요."</div> <div></div> <div>"그래서?"</div> <div></div> <div>"그래서라뇨? 전 너무 무서워서 택시타고 도망쳤죠."</div> <div></div> <div>내 말이 끝나자 그 형사는 한 숨을 길게 내쉬더니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div> <div>그 때 운전을 하고 있던 다른 형사가 그에게 물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마두, 그 자식이 한 말과 똑같네요."</div> <div></div> <div>'마두?'</div> <div></div> <div>생소한 이름에 나는 귀가 쫑긋해졌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너 귀신 볼 줄 알아?"</div> <div></div> <div>중저음의 그 형사가 갑자기 뜬금없는 질문을 내게 던졌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예?"</div> <div></div> <div>"사람같지가 않았다면서?"</div> <div></div> <div>"그렇긴 한데..."</div> <div></div> <div>그러고 보니 어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은 내 부족한 아이큐로는 도저히 풀 수 없는 것들이었다.</div> <div></div> <div><strong><font color="#c31a1b">물에 불은 시체같은 여자. </font></strong></div> <div><strong><font color="#c31a1b">병원에서 봤던 등골이 얼어붙는 듯한 끔찍한 형상의 그 간호사.</font></strong></div> <div></div> <div></div> <div></div> <div>생각만 해도 온 몸에 소름이 쫘악 돋았다.</div> <div>그리고 내 차가 왜 거기 그대로 있는거지?</div> <div>이 모든 것이 꿈이 아니라면 뭐란 말인가? 그냥 가위에 눌린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되나?</div> <div></div> <div>그런데 꿈이라고 치부하기엔 너무나도 생생했고, <strong><span style="font-size: 12pt">현실적이었다.</span></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span></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span></strong>그들이 다 죽은 여자라면......그렇다면 내가 정말로?</div> <div>그리고 앞 좌석에 앉아 있는 형사들은 뭔 가?</div> <div>나의 허무맹랑한 꿈같은 얘기에 뭔 개소리냐며 호통 한 번 치지 않는가?</div> <div>그리고 귀신 볼 줄 아냐는 질문은 또 뭔가?</div> <div>거대한 음모가 서려있는 무서운 사건에 떠밀려지는 듯한 이 기분은 또 뭔가?</div> <div>당분간 술을 끊어야겠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사고현장에 도착한 형사들과 의경들은 주변을 이 잡듯이 뒤졌다.</div> <div>특히 도로와 인접한 개천의 풀숲은 경찰들의 주 수색 대상이었다.</div> <div>10여 분의 시간이 흘렀을까?</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여깁니다!!!!!"</div> <div></div> <div>한 의경의 외침에 모두들 먹이를 발견한 승냥이 떼처럼 </div> <div>풀숲 사이에 긴 선을 그으며 한 곳으로 몰려들었다.</div> <div>가드레일에서 지켜보던 나도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풀숲으로 뛰어들었다.</div> <div>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하천 정화조가 눈에 들어왔다.</div> <div></div> <div>그것을 발견한 의경이 시뻘겋게 녹슨 정화조의 뚜껑을 열어놓은 채 코를 움켜쥐고 있었다.</div> <div>나를 포함한 거기에 있는 모든 이가 본 것은 부패되어 썩어가는 <strong><span style="font-size: 12pt"><font color="#c31a1b">한 여자의 시체</font></span></strong>였다.</div> <div></div> <div></div> <div>더욱 나를 경악케 만든 것은,</div> <div>지금 내 눈앞의 썩어가는 이 시체가 어제 나에게 살아서 걸어왔던 <strong><span style="font-size: 12pt"><font color="#c31a1b">그 여자</font></span></strong>라는 것이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갑자기 입에서 토사물이 쏟아졌다.</div> <div>시각적인 자극은 견딜 수 있었지만, 후각적인 자극이 내 위장을 파도치게 만들었다.</div> <div>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div> <div>거기에 있는 의경 다섯 명 정도가 고개를 돌리고 연신 구역질을 해댔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경찰서로 돌아오는 동안 나는 넋나간 사람처럼 눈의 초점을 맞추지 못하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div> <div>사건현장에서 쏟아낸 토사물 때문인지 시큼하고 역겨운 냄새가 아직 코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너 음주운전한 거 없던 걸로 할테니까, 집에 돌아가면 항상 핸드폰 켜 놓고 기다리고 있어."</div> <div></div> <div>그 중저음의 형사가 나에게 제안을 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저 보내주시는 건가요?"</div> <div></div> <div>"그래. 그런데 필요하면 다시 부를거야."</div> <div></div> <div>그제서야 나는 정신이 번뜩 들었다.</div> <div>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div> <div>안도감이 밀려오면서 동시에 몇 가지 궁금증이 떠올랐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런데 아저씨. 그 시체 뭐예요? 살해당한 거예요?"</div> <div></div> <div>"아직 몰라. 김나연이라는 여자인데 실종 신고 후 3개월 만에 찾은거야."</div> <div></div> <div>"딱 봐도 이건 살인사건이잖아요."</div> <div></div> <div>"국과수 조사가 끝나봐야 돼."</div> <div></div> <div>갑자기 소름끼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아저씨... 그럼 제가 귀신을 본 거예요?"</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저씨 말 좀 해봐요."</div> <div></div> <div>"귀신이든 아니든 이번 사건 해결에 니가 도움이 된 건 사실이야. 그건 고맙게 생각한다."</div> <div></div> <div>형사의 대답에서 그가 뭔가를 감추는 듯한 뉘앙스가 느껴졌지만 나는 더 이상 알고 싶지가 않았고,</div> <div>물어본다 하여도 그가 대답해 줄 것 같지 않았다.</div> <div>다시 한동안 나는 침묵 속에 빠져 들었다.</div> <div>한 동안 이어지던 어색한 침묵을 깬 것은 나의 궁금증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저씨 그런 시체 많이 봐요?"</div> <div></div> <div>뒷좌석에 앉아있는 나의 질문에 형사가 고개를 잠시 돌려 피식 웃음을 보였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런 걸 왜 물어?"</div> <div></div> <div>"그냥 궁금해서요. 아까같은 시체보면 꿈에 안 나타나요?"</div> <div></div> <div>"아니라고는 말할 수 없지. 그런데 그건 그나마 양호한거야."</div> <div></div> <div>형사는 시선을 다시 앞으로 돌려 팔짱을 끼며 말을 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목 매달아서 목이 1.5배나 늘어난 상태로 혓바닥을 턱 까지 길게 내밀고 </div> <div>나를 쳐다보는 시체 한 번 봐봐. 그건 진짜 꿈에 나타난다."</div> <div></div> <div>"에이...겨우 그 정도예요?"</div> <div></div> <div>나의 비아냥거림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는 말을 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직도 잊을 수 없는 사건이 하나 있는데 순경 시절에 집에 누가 침입했다는 여자의 신고 전화를 </div> <div>받고 출동한 적이 있었지. 조그만 벽돌식 단독주택이었는데....현장에 갔더니 불은 꺼져 있고, </div> <div>문이 잠겨 있는거야.</div> <div>원래 수색영장없이 함부로 들어가면 안되는데 그 날은 느낌이 안 좋더라구.</div> <div>나는 방범창을 부수고 조심스럽게 창문을 통해 들어가려고 시도했어.</div> <div>그런데 큰 장롱 하나가 창문을 반 쯤 막고 있는거야.</div> <div>난 그것을 간신히 밀어내고? 창문 안으로 발을 간신히 내딛었는데, </div> <div>순간 윤활유같은 무언가에 미끄러져 방안으로 굴러떨어지듯 넘어졌지.</div> <div>나동그라져서 뒤로 누운 상태가 된 나는 옆에 무엇인가를 감지하고 고개를 돌렸는데 </div> <div>난 그 때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다.</div> <div>처참하게 살해되어 누워있는 피범벅이 된 여자 시체와 눈이 마주친거야."</div> <div></div> <div>얘기를 듣고 있던 나는 마치 그 때 그 형사가 된 기분처럼 소름이 끼쳤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눈을 동그랗게 부릅뜨고 죽었는데, </div> <div>마지막 숨이 새어나오는건지 입에서 피거품이 부글거리는 소리가 나더라구."</div> <div></div> <div>형사는 잠시 입을 굳게 닫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1년 가까이 꿈 속에 그 여자가 그 얼굴, 그 모습으로 나타나 나를 괴롭혔지."</div> <div></div> <div>나는 으스스한 기운에 입을 열지 못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너 좀비 영화 봤냐?"</div> <div></div> <div>"네..."</div> <div></div> <div>"고통이 극도로 심해지거나 죽음에 임박하게 되면 엄청난 양의 엔돌핀이 뇌에서 분비되지.</div> <div>엔돌핀 때문에 고통을 못느끼는거야.</div> <div>전쟁 영화보면 폭탄 맞아서 자기 팔이 떨어져 나간 줄도 모르고 남은 한 손으로 총 들고 진격하고 있잖아.</div> <div>교통사고도 마찬가지야.</div> <div>트럭에 치어서 하반신이 짓이겨져서 떨어져 나갔는데도, </div> <div>그것도 모른 채? 숨이 멎을 때까지 도로 위를 두 팔로 기어다니는 사람도 있어.</div> <div>좀비처럼 말야."</div> <div></div> <div>나는 잠시 할 말을 잊고 침을 한 번 꼴깍 삼켰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워, 워, 워...형사도 할 짓 못 되네요."</div> <div></div> <div>나의 장난끼 어린 말투가 내 스스로를 진정시키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것을 알아챘음에도, </div> <div>그는 더 잔인하게 나를 압박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나마 형사는 좀 낫지. 현장 정리가 어느 정도 된 다음에 출동하니까.</div> <div>신고 받고 처음으로 출동하는 순경들은 뭘 보겠냐?</div> <div>투신해서 머리가 으깨진 시체, 불에 타서 검게 그을린 피부가 벗겨져 나가 속살을 드러낸 시체....</div> <div>나도 그런 끔찍한 광경은 대부분 순경 시절에 본거지."</div> <div></div> <div>몇 마디의 대화가 끝나자 경찰서에 가까워지는 듯 했다.</div> <div>경찰서에 정문에 도착하자 그 형사는 나에게 조금 전의 약속을 재확인한 후 </div> <div>나에게 항상 대기하고 있기를 부탁했다.</div> <div></div> <div>나는 안부인사를 한 후 차문을 열고 내렸다.</div> <div>문을 닫으려는 순간 나는 중요한 질문거리가 하나 떠올랐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저씨. 제 차 어디서 찾아가야 되요? 그거 비싼건데.."</div> <div></div> <div>"기다려 임마. 조사가 끝나면 교통계에서 연락이 갈거야. 다음에 다시 보자."</div> <div></div> <div>경찰 지프차가 멀어지는 것을 보자, 나는 상의 주머니에 집어넣은 오른손의 중지를 치켜올렸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조까 신발..내가 다시 오나 보자."</div> <div></div> <div>나는 발걸음을 돌려 집으로 향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런데 진짜로 내 차 어디 있는거야?"</div> <div></div> <div>내 차량의 소재가 궁금하긴 했지만, 이 순간 나를 더 궁금하게 만드는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div> <div>지금 웃옷 주머니 속에서 매만져지는 작은 쪽지의 내용이었다.</div> <div></div> <div>-사일런트 엔젤 010-9453-xxxx -</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런데 신발, 도대체 이게 뭐지?"</div> <div></div> <div>몇 초동안의 망설임이 있었지만, </div> <div>호기심을 참지 못한 나는 이내 휴대폰을 꺼내 쪽지에 적인 숫자대로 버튼을 눌렀다.</div> <div></div> <div></div> <div>'뚜루루루....뚜루루루루....뚜루루루루.....'</div> <div></div> <div>발신음이 반복되면서 왠지 모를 긴장감이 감돌았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여보세요."</div> <div></div> <div>한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div> <div></div> <div></div> <div>"저...거기가 어디죠?"</div> <div></div> <div>나는 조심스레 그에게 물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너 누구야?"</div> <div></div> <div>"그냥 사일런트 엔젤을 찾고 있어요."</div> <div></div> <div>갑자기 내 고막을 찢는 듯한 그의 폭언이 들려왔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너 누구야!! 강아지야!!!"</div> <div></div> <div>"헐..."</div> <div></div> <div>나는 얼른 휴대폰의 폴더를 닫아버렸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헐..신발 놈. 졸라 까칠하네."</div> <div></div> <div>그런데 나의 독백이 끝나기가 무섭게 휴대폰이 요란한 벨소리를 울려댔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조금 전 그 번호였다.</span></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span></strong></div> <div>받아야 되나 말아야 되나....그런데 왠지 모르게 받아야 되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맴돌기 시작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여...여보세요?"</div> <div></div> <div>"너 이 번호 누구한테 얻은거야?"</div> <div></div> <div>그 까칠한 남자였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니 그냥 제 호주머니에 매모 쪽지가 있어서...뭔가하고 연락한건데요?"</div> <div></div> <div>"사일런트 엔젤은 어떻게 알아?"</div> <div></div> <div>"그냥 누가 알려주고 간 거예요. 저도 잘 몰라요."</div> <div></div> <div>".........."</div> <div></div> <div>휴대폰 송화기를 손으로 막고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지, </div> <div>아니면 그냥 말을 하지 않는건지 그는 잠시 동안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여..여보세요?"</div> <div></div> <div>나는 그를 불렀다.</div> <div>그제서야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오늘 저녁 6시에 ㅇㅇ역 3번 출구로 나와 있어."</div> <div></div> <div>"제가 거길 왜 가요?"</div> <div></div> <div>"죽고 싶지 않으면 나와 있어."</div> <div></div> <div>"뭐..뭐라구요?"</div> <div></div> <div>내 대답을 무시한 채 통화는 종료되어 버렸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여보세요!! 여보세요!!!"</div> <div></div> <div>나는 잔잔한 연못에 조금만 파문이 일 듯 소리없이 두려움이 몰려왔다.</div> <div>작은 실밥을 잡아당겼더니 걷잡을 수 없이 옷감이 풀어 헤쳐지는 듯한 기분이었다.</div> <div>휴대폰을 들고 한 동안 멍하니 자리를 지키던 나는 굳은 결심을 하고는 발걸음을 집으로 향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미쳤어? 내가 거길 왜 가? 신발 놈들....내가 겁 먹을 줄 알고?"</div> <div></div> <div>내 스스로를 이렇게 다독거리며 나는 집으로 향했다.</div> <div>택시 요금이 없어서 나는 버스를 타고 갔다.</div> <div>얼마만에 타는 버스인지 모른다.</div> <div></div> <div>고등학교 졸업 후 아버지를 졸라 자가용을 샀다.</div> <div>여자를 유혹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차가 필요했기 때문이다.</div> <div></div> <div>그 이후로 버스를 탄 기억이 없다.</div> <div>사실 학창시절에도 버스를 탄 기억이 거의 없다.</div> <div>아버지가 늘 학교까지 자신의 차로 바래다 주었기 때문이다.</div> <div></div> <div>그런 것에 너무 익숙해진 나는 커다란 운송수단에 몸을 맡긴 채, </div> <div>여러 사람들이 무표정한 얼굴로 앉아 각자의 목표지점으로 향하는 환경이 너무나도 어색하게 느껴졌다.</div> <div></div> <div>오른쪽 이마에 두툼한 반창고를 붙인 채 서 있는 내 모습을 주</div> <div>변 사람들이 힐끔힐끔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띵동! 문자가 도착했습니다."</div> <div></div> <div>버스 소리에 섞여 휴대폰 문자 알림음이 울렸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오빠^^; 경찰서 가면 나 아빠한테 죽거든. 도망쳐서 미안^^ 연락줘 ^^-</div> <div></div> <div></div> <div>"신발년....."</div> <div></div> <div>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욕설에 주변 사람들이 긴장하는 눈치였다.</div> <div>집 근처에 도착한 나는 절친한 친구인 준호를 실내 포장마차로 불러냈다.</div> <div>그 놈도 나처럼 변변한 직업없이 집에 돈이 많다는 이유로 놀고 먹는 녀석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야! 왠일로 포장마차냐? 돈 떨어졌냐?"</div> <div></div> <div>준호는 인사 대신 나를 비야냥거리며 원형의 간의의자에 앉았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이마는 왜 그래?"</div> <div></div> <div>"헐..신발 말도 마라. 새벽부터 지금까지 온갖 쇼를 다하고 다녔다."</div> <div></div> <div>"뭔 일이야?"</div> <div></div> <div>"우선 술 좀 시키고 진정 좀 하자."</div> <div></div> <div>"아니 다친 놈이 뭔 술이야?"</div> <div></div> <div>"아이..신발 닥치고 그냥 조금만 하자. 맨 정신에 있을 수가 없어."</div> <div></div> <div>몇 시간전의 술을 끊어야겠다는 다짐은 온데간데 없었다.</div> <div>나는 준호와 함께 소주를 들이키며 무용담처럼 내 얘기를 늘어놓았다.</div> <div>준호는 기이한 미스테리라도 듣는 것처럼 어린 아이처럼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내 말을 듣고 있었다.</div> <div>얼마가 지난 후 약간의 취기가 올라오자 나는 시계를 들여다 봤다.</div> <div></div> <div>7시가 조금 넘었다.</div> <div>갑자기 술이 깨는 듯 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헐...7시가 넘었네."</div> <div></div> <div>"너 신발...아까 니가 말한 새끼가 약속한 시간이 6시 아니었어?"</div> <div></div> <div>나는 애써 평온함을 유지하려 했으나 밀려오는 두려움을 막을 수가 없었다.</div> <div>게다가 집으로 가는 길은 길고 어두운 좁은 도로변 길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준호야. 우리 집까지 차 좀 태워주라."</div> <div></div> <div>"신발 놈. 이젠 나까지 음주운전시키네. 알았어 임마."</div> <div></div> <div>나와 준호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실내 포장마차 밖으로 나섰다.</div> <div>그러나 나는 우리를 따르는 몇 개의 검은 그림자를 미처 살피지 못했다.</div> <div>우리의 차량이 어두운 도로변 길에 진입하자 갑자가 낯선 차량 한대가 우리 앞을 가로 막았다.</div> <div></div> <div>미처 그들이 누구인지 확인하기도 전에 서너명의 건장한 놈들이 준호의 차로 달려들었다.</div> <div>갑자기 앞유리의 파열음이 들렸고, 파편처럼 유리조각이 내 얼굴을 향해 쏟아졌다.</div> <div></div> <div>차 문을 열고 뛰쳐나가려 하자 눈 앞에 솥뚜껑만한 손이 순식간에 다가와 내 얼굴을 강타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쿨럭...쿨럭"</div> <div></div> <div>간신히 기도를? 열어젖히는 힘겨운 기침 소리와 함께 나는? 의식이 돌아왔다.</div> <div>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지금이 몇 시인지 도저히 감을 잡을 수 없었다.</div> <div>눈의 초점이 서서히 맞추어지자 주변의 광경이 눈 앞에 들어왔다.</div> <div></div> <div>화사한 테라스처럼 고급스럽게 꾸며진 약간 어두운 실내 공간이었다.</div> <div>누군가가 내 정면의 의자에 앉아 있었고, 주변에 건장한 서너명이 무게를 잡고 서 있었다.</div> <div>나 또한 의자에 앉아 있었지만 두 팔이 위자 뒤로 포박당한 채 꼼짝을 할 수가 없었다.</div> <div></div> <div>내 주변만 할로겐등처럼 강렬하게 아래로 내리비치는 빛 때문에 의자에 앉아있는 </div> <div>그의 얼굴은 정확히 볼 수가 없었다.</div> <div></div> <div>확실한 건 두목으로 보이는 그가 담배 하나를 물고 있고, </div> <div>의자에 앉아 다리를 꼰 채 최대한 거만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너 누구야?"</div> <div></div> <div>전화 속의 그 놈 목소리였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쿨럭...준..준호...제 친구는요?"</div> <div></div> <div>"죽지 않았으니까 걱정마."</div> <div></div> <div>"준호 어딨어요...쿨럭"</div> <div></div> <div>"핸드폰에 내 번호 남긴 놈이 너 밖에 더 있어?"</div> <div></div> <div>"그...그럼 저만 이리로 끌고 온 거예요? 도대체 저 한테 왜 이러시는거예요?"</div> <div></div> <div>간신히 입을 열 때마다 상처난 오른쪽 이마와 손으로 가격당한 왼쪽 광대뼈가 아려왔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난 니가 내 번호와 사일런트 엔젤을 어떻게 아는지 궁금할 뿐이다."</div> <div></div> <div>"전 정말 몰라요..쿨럭.... 누가 알려준 거예요."</div> <div></div> <div>"그게 누구야?"</div> <div></div> <div>"몰라요...메모 쪽지가 그냥 제 호주머니에 있었어요..."</div> <div></div> <div>"좋은 말로 할 때 말해.. 그 놈이 누구야?"</div> <div></div> <div>말이 통하지 않는 그와의 대화가 계속되자 순간 나도 모르게 분노 섞인 짜증이 밀려왔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몰라!! 신발!! 모른다는데 왜 자꾸 지랄이야!!!!"</div> <div></div> <div>나의 괴성에 주변에 잠시 적막이 감돌았다.</div> <div>그리고 잠시 후 그 남자의 손짓이 있자 건장한 청년 한 명이 나에게 서서히 다가왔다.</div> <div>막장에 다다랐다는 생각이 들자 나는 두려움보다는 오기가 생겼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쿨럭..쿨럭...차라리 죽여라..신발 놈들아..."</div> <div></div> <div>그 건장한 청년은 나에게 주먹질 대신에 내 팔뚝에 주사기를 꽂아 알 수없는 주사액을 밀어넣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뭐...뭐하는 짓이야?"</div> <div></div> <div>나의 물음에 두목으로 보이는 그가 입을 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넌 잠시 후 진실만을 말할 것이다."</div> <div></div> <div>"조까고 있네...십새끼들...."</div> <div></div> <div>무슨 이유 때문인지 모르지만 나의 말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었다.</div> <div>조명등 너머의 그 남자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주사약의 효과를 기다리는 듯 했다.</div> <div></div> <div>잠시 후 주사액 때문인지 눈 앞의 초점이 다시 흐려지기 시작했다.</div> <div>몸이 나른해지면서 편안함이 몰려왔다.</div> <div>나도 모르게 히죽거리는 웃음이 입에서 새어나왔다.</div> <div></div> <div>기분이 좋아지고, 몸이 날아갈 듯 가벼워졌다.</div> <div>동굴 속의 울림처럼 그 두목같은 남자의 음성이 들려왔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너 누구야?"</div> <div></div> <div>"히히히...김..성..태..."</div> <div></div> <div>"너 뭐하는 놈이야?"</div> <div></div> <div>"놀고 먹는 백수지 뭐야...히히히.."</div> <div></div> <div>"너 사일런트 엔젤을 어떻게 알아?"</div> <div></div> <div>"음...뭐더라....."</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그 놈이 주고 갔어.....내 차 가져 간 놈...."</div> <div></div> <div>"누..누구?"</div> <div></div> <div>갑자기 주변에 엷은 안개가 드리워지기 시작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히히히....안개다...안개...안개가 낀다.'</div> <div></div> <div>기분이 들뜨고, 정신이 몽롱한 상태에서도 </div> <div>나는 삭신이 오그라드는 듯한 공포가 밀려옴을 느낄 수 있었다.</div> <div>내 뇌의 99%가 약물에 정복당했음에도, 나머지 1%의 정상적인 부분이 나를 일깨우려 애쓰는 것 같았다.</div> <div>머리를 똑바로 들어올리려 했지만 목의 근육이 다 풀려버린 것처럼 내 머리는 이리저리 내팽개쳐졌다.</div> <div>우스꽝스럽게 보일지는 모르지만 나는 지금 몸부림치고 있는 것이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말 해....그 놈이 누구야?"</div> <div></div> <div>그의 질문에 나는 오직 진실만을 말했다.</div> <div>지금 이 순간 내 눈앞에 보이는 그대로 말이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6pt"><font color="#c31a1b">"누구긴 누구야.....바로 니 앞에 서 있는 놈이지......"</font></span></strong></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뭔 개소리야?"</div> <div></div> <div>그 두목같은 녀석은 내 말을 부정했지만 나는 확신할 수 있다.</div> <div>내 앞에 그 놈이 나를 등지고 서 있다.</div> <div></div> <div></div> <div>뒷 모습만 봐도 분명히 그 놈이 맞다. <strong><span style="font-size: 12pt">내 차를 견인해 간 놈.</span><br /></strong></div> <div>그 놈은 나를 등진 채 두목 녀석을 노려보고 있는 듯 했다.</div> <div>그런데 이상하게도 희뿌연 연막처럼 그가 반투명하게 보였다.</div> <div>그 놈이 나의 시야를 방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두목 녀석의 형상이 투시되어 보였다.</div> <div></div> <div>사람이 아님을 직감할 수 있었다.</div> <div>그런데 왜 이렇게 기분이 묘하지?</div> <div>무섭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고.....그냥 이 안개가 아늑하게 느껴지기도 하고....</div> <div>이런 게 뽕맞은 기분인가?</div> <div></div> <div></div> <div></div> <div>"우히히히히히......"</div> <div></div> <div>나도 모르게 요사스러운 웃음이 쏟아져 나왔다.</div> <div>그리고는 그 놈을 몰아 붙였다.</div> <div></div> <div></div> <div>"니가 경찰에 신고했지? 신발 놈....내 차 니가 찾아와... 신발 놈아....죽일 놈...히히히"</div> <div></div> <div>나의 횡설수설에 그 두목 녀석이 입을 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저 새끼 진짜 왜 저래? 약을 너무 탄 것 아냐? 완전히 미친 새끼군. 야!! 더 이상 볼 것 없어. 처리 해!!"</div> <div></div> <div>그는 불호령을 내리며 들고 있던 담배를 너무나도 깔끔해 보이는 바닥에 그냥 집어 던져버렸다.</div> <div>그 와중에도 나는 거친 욕설과 간교한 웃음 소리를 멈추지 않았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야~~~ 신발놈아!!? 내 차 내놔...강아지야!! .....히히히...."</div> <div></div> <div>나를 등지고 있는 그 놈을 인지하지 못한 채, </div> <div>조금 전에 나에게 약을 주사했던 건장한 청년이 옆의 탁자에서 뭔가를 집어들더니 발</div> <div>걸음을 나에게로 옮겼다.</div> <div></div> <div></div> <div>끈 이었다.</div> <div>빳빳한 가죽 끈 같은 것을 몇 번 양쪽으로 소리내어 잡아채더니, </div> <div>이내 그것을 내 목에 가까이 가져다 대었다.</div> <div>그러나 그 동작 후에 정작 그가 힘을 주어 조른 것의 <strong><span style="font-size: 12pt"><font color="#c31a1b">자신의 목</font></span></strong>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우에엑!! 켁!! 켁!!"</div> <div></div> <div>그 놈은 자신의 목을 조른 채 눈깔을 뒤집으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div> <div>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 녀석은 자신의 목을 조르는 것이 아니라 </div> <div>오히려 자신의 목을 조르는 가죽끈을 풀려고 하는 것 같았다.</div> <div>내 차를 견인해 간 그 자식이 청년의 뒤에서 힘을 주어 목을 비틀고 있었기 때문이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뭐야? 저 자식!! 혼자 뭐하는거야!!!"</div> <div></div> <div>주변의 사내들이 새파랗게 얼굴이 질려 죽어가는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div> <div>그런데 연신 몇 번을 켁켁대던 그가 갑자기 가죽끈을 목에서 풀더니 </div> <div>아무렇지도 않은 듯 고개를 몇 번 좌우로 꺽었다.</div> <div></div> <div>달려들던 사내들도 걸음을 멈추고, 그의 기이한 행동을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div> <div>뒤이어 수차례 목을 꺽던 청년이 갑자기 검은 양복속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div> <div>조명등에 눈이 부시도록 반짝이는 그것은 족히 30센티는 돼 보이는 시퍼렇게 날이 선 회칼이었다.</div> <div></div> <div>그리고 곧 피의 축제가 벌어졌다.</div> <div>망나니의 칼춤처럼 몸을 이리저리 흔들더니 그는 자신에게 바라보던 건장한 사내들의 몸에 </div> <div>연신 칼질을 해대기 시작했다.</div> <div>소름끼치는 비명소리와 고성이 난무하면서 사방에 핏물이 뿌려지기 시작했다.</div> <div>칼침을 수 차례나 맞은 듯한 한 놈이 내 무릎 위에 떨어졌다.</div> <div></div> <div>그의 마지막으로 남은 몇 번의 심장 박동에 맞추어, 빨갛게 그어진 멱살에서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div> <div>물총에서 뿜어져 나온 물줄기처럼 따끈한 핏줄기가 내 얼굴에 쏟아졌다.</div> <div>그리고 나는 그것을 즐겼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오 예!!!....히히히히.....푸우!!"</div> <div></div> <div>그것이 입으로 들어가면 나는 분무기처럼 그것을 공중에 뿌려댔다.</div> <div>몇 명의 사내들이 뒤엉킨 채 피의 제전은 계속 되었다.</div> <div></div> <div>여기 저기서 날아드는 여러 개의 회칼이 마치 무당들의 칼춤처럼 화려함을 더 했다.</div> <div>두목 녀석의 정수리에 회칼이 꽂히는 것을 마지막으로 피의 제전이 끝났다.</div> <div>광기어린 축제가 끝났음에도 회칼을 든 사내는 </div> <div>한 동안 피바다 속에서 홀로 망나니 춤을 계속 이어갔다.</div> <div>그 붉은 바다에 물을 채우 듯 그의 몸 서너군데에서 물줄기가 용솟음쳤다.</div> <div></div> <div>그리고 또 한 놈이 망나니 춤을 추고 있었다.</div> <div>칼을 든 사내와 겹쳐진 형상으로 똑같이 춤을 추고 있는 놈은 내 차를 견인해 간 그 신발놈이었다.</div> <div>한참동안 망나니 춤을 선보이던 그 신발놈이 갑자기 춤을 멈췄다.</div> <div>그와 동시에 칼을 든 사내는 무너지듯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div> <div>옆 모습을 나에게 보인 채 잠시 서 있던 그 녀석이 나를 한 번 힐끔 쳐다보더니 연기처럼 사라졌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그리고 안개도 사라졌다.......</span></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span></strong></div> <div>서서히 소름끼치도록 무서운 적막감이 밀려왔다.</div> <div>오로지 들리는 것이라고는 누구의 몸에서 떨어지는 지 모르는 액체 방울의 낙하소리였다.</div> <div>얼마의 시간이 흐르자 그 액체 방울의 낙하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div> <div></div> <div>이젠 즐겁지가 않다.</div> <div>약기운이 조금씩 사라지면서 즐거움도 같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div> <div>그제서야 처참한 도륙의 현장이 눈에 들어왔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악!!"</div> <div></div> <div>나는 내가 낼 수 있는 가장 큰 소리로 비명을 질렀다.</div> <div>미친 듯이 몸부림을 쳤다. 미친 듯이 발버둥을 쳤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쿵!!!"</div> <div></div> <div>둔탁한 소리와 함께 바닥에 뿌려진 미지근하고 끈적한 액체의 촉감이 내 뺨에 느껴졌다.</div> <div>그리고 그 형사의 경험담처럼 바닥에 엎어져 죽어있는 한 사내의 부릅 뜬 눈과 마주쳤다..</div> <div>그 형사도 이런 기분이었겠구나.....신발.</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후........"</div> <div></div> <div>긴 한숨과 함께 조금 전에 미처 뿜어내지 못한 끈적한 액체가 입 속에서 새어 나왔다.</div> <div>아...졸립다.</div> <div>오늘은 너무나도 피곤한 하루다. 집에 가고 싶다.</div> <div>나는 실신하 듯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성태야...성태야....."</div> <div></div> <div>어떤 익숙한 목소리의 부름에 나는 눈을 떴다.</div> <div>아버지였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이제 정신이 드냐?"</div> <div></div> <div>아버지가 왠 일로 이렇게 친절하시지?</div> <div></div> <div></div> <div></div> <div>"김성태...괜찮아?"</div> <div></div> <div>사건현장에 동행했던 그 형사가 아버지 뒤에 서 있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여...여기가 어디죠?"</div> <div></div> <div>"병원이다. 이 놈아..아예 여기서 살림 차릴래?"</div> <div></div> <div>늘 같은 아버지의 비아냥거림 속에 전에는 느끼지 못한 울먹임이 느껴졌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버님.. 잠깐 나가 계시죠."</div> <div></div> <div>형사의 부탁에 아버지는 걱정스런 눈빛을 지우지 못한 채 병실을 나섰다.</div> <div>아버지가 병실을 빠져나간 것이 확인되자 형사는 말을 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러고 보니 우리 통성명도 못한 것 같네. 나 ㅇㅇ경찰서 강력계 1팀장 박정우 경사다."</div> <div></div> <div>나는 그의 시선을 뿌리치고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너 어떻게 거길 간거냐?"</div> <div></div> <div>"......."</div> <div></div> <div>"니 의지로 간거냐? 아니면 납치 된거냐?"</div> <div></div> <div>갑자기 두려움과 서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흑......"</div> <div></div> <div>갑자기 뜨거운 눈물이 콧등을 넘어 침대속으로 젖어들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김성태..."</div> <div></div> <div>나의 흐느낌에 박형사는 더 이상 질문을 던지지 않고, 나지막히 내 이름을 불렀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무서워...신발...이제 그만 내버려둬.....흑흑"</div> <div></div> <div>쥐어짜듯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나는 뜨거운 눈물을 연신 쏟아냈다.</div> <div>나의 흐느낌이 멈출 때까지 박형사는 조용히 기다려 주었다.</div> <div>10여분이 지났을 쯤, 내가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자 박형사는 입을 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듣기 싫어도 들어라. 너 거기 니가 알고 간 것 아니지?"</div> <div></div> <div>"....."</div> <div></div> <div>"이 거 누가 적어준거지?"</div> <div></div> <div>박형사는 그 쪽지를 나에게 들어보였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누가 적어준 게 아니지? 이 거 니 글씨지?"</div> <div></div> <div>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사일런트 엔젤이 뭐야?"</div> <div></div> <div>"몰라요..."</div> <div></div> <div>나의 성의없는 대답에 박형사는 무언가를 고백하듯 긴 얘기를 꺼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지금부터 하는 얘기는 너만 알고 있는 걸로 해.</div> <div>몇 개월 전에 우리 수사팀은 대규모의 신종 마약이 유통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했어.</div> <div>그 때 수사망에 포착된 조직이 하나 있었는데, 어제 너와 같이 있었던 놈들이야.</div> <div>그 조직은 몇 개의 나이트클럽과 고급 스탠드바를 운영하고 있었어.</div> <div>그런데 그 조직들이 주요 근거지로 삼는 스탠드바가 하나 있었는데, </div> <div>주로 돈 좀 있는 사람들이 출입을 하는 곳이었지.</div> <div>철저한 회원제와 신분 보장으로 누가 드나드는지 알아내기가 쉽지 않았어.</div> <div>거기엔 얼굴 마담격의 여자가 있었는데, </div> <div>미모가 얼마나 출중하고 요염했는지 그 여자 때문에 매상이 장난이 아니었다고 하더군.</div> <div>그 여자가 바로 니가 찾아 낸 <strong><span style="font-size: 12pt"><font color="#c31a1b">김나연</font></span></strong>이라는 여자야."</div> <div></div> <div>박형사의 놀라운 말에 나는 시선을 돌려 그를 쳐다 보았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런데 어느 날 우리가 수사에 착수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조직의 중간보스급으로 </div> <div>보이는 한 놈으로부터 전화가 온 거야.</div> <div>누구냐고 물으니까 자신을 <strong><span style="font-size: 12pt">'마두'</span></strong> 라고 소개하더군.</div> <div>물론 그 쪽 세계에서 사용하는 명칭은 아니었겠지.</div> <div>그 녀석은 자신과 김나연의 신변을 보호해주는 조건으로 우리에게 정보를 주겠다고 했어.</div> <div>무슨 장부를 하나 넘기겠다고 했는데 약속시간을 잡기가 쉽지 않았지.</div> <div>장부를 손에 넣기가 힘들었는지, </div> <div>아니면 조직의 철저한 내부 단속 때문이었지 모르지만 아무런 진전도 없이 시간이 그렇게 흘러갔어.</div> <div>그런데 보름 만에 마두한테 전화가 온 거야.</div> <div>피곤함이 역력한 목소리였는데 뜻 밖의 얘기를 하더라구.</div> <div>김나연이 보이지 않는다고. 아무래도 죽은 것 같다는거야. </div> <div>그런데...."</div> <div></div> <div>박형사는 잠시 입을 굳게 다물더니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런데요?"</div> <div></div> <div>나는 이미 박형사의 얘기에 빠져들고 있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런데 마두가 횡설수설을 하는거야. 나연이가 매일 밤 자신을 찾아 온대.</div> <div>물에 빠져 죽은 사람처럼 온 몸이 흠뻑 젖은 상태로 창백한 얼굴을 하고 매일 밤마다 </div> <div>자신의 집을 찾아온다는 거야.</div> <div>수면 중에 인기척에 놀라 깨어보면 어둠 속에서 그 여자가 자신의 옆에 누운 상태로 노려보며 </div> <div>있기도 하고, 어느 날 밤은 깨어보면 나연이가 그 소름끼치는 차림으로 화장대 거울 앞에서 </div> <div>머리를 빗고 있다는 거야.</div> <div>깨어보면 꿈이고, 깨어보면 꿈이고...매일 밤마다 악몽같은 그런 일이 벌어진다는 거야.</div> <div>그럴 때마다 실내에서도 사방이 <strong><span style="font-size: 12pt"><font color="#c31a1b">안개</font></span></strong>로 뒤덮인다고 하더군."</div> <div></div> <div>나는 갑자기 심장이 멎는 듯 했다.</div> <div>나도 모르게 다시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div> <div>간신히 내 스스로를 진정시킨 후 시선을 맞추지 않은 채 나는 박형사에게 물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마두라는 사람 어떻게 되었어요?"</div> <div></div> <div>"........."</div> <div></div> <div>나의 물음에 박형사가 답을 거부했다.</div> <div>분위기를 눈치 챈 나는 간략하게 다시 물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주...죽었죠?"</div> <div></div> <div>"그래"</div> <div></div> <div>또다시 뜨거운 눈물이 쏟아졌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간신히 눈물을 멈추고 나는 박형사에게 물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어떻게 죽었어요?"</div> <div></div> <div>"새벽에 살고 있던 아파트 15층에서 투신했어.</div> <div>그 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마두의 얼굴을 본 거야.</div> <div>초면치고는 너무 처참하게 만난거지.</div> <div>현장에 가니까 머리가 깨져 뇌수가 흘러나오고 있고, 팔다리는 모두 부러져 제멋대로 꺾인 </div> <div>기이한 자세를 만들고 있는 시체가 있더라구.</div> <div>처음엔 그 얼굴의 주인공이 마두인지조차 몰랐지.</div> <div>전에 본 적이 없으니 말야.</div> <div>사건을 조사하면서 우리 서와 내 번호가 찍힌 그 놈의 휴대폰 통화 내역을 보고 알게 된거지.</div> <div>휴대폰 통화내역은 정말 중요한 정보였어.</div> <div>수없이 많은 번호들을 우리는 일일이 다 조회를 했지.</div> <div>그런데 몇 개의 떨거지 놈들의 번호를 빼 놓고는 모두 엉뚱한 주인을 가진 대포폰이었어.</div> <div>마두의 것도 마찬가지였고...</div> <div>아무리 불법을 일삼는 조폭이래도 거의 모두가 대포폰으로 활동한다는 것은 드문 일이야.</div> <div>뭔가 철저히 지켜야 할 비밀이 있는거지.</div> <div>어찌 되었든 우리에게 정보를 넘기겠다는 사람이 죽었으니 우리는 앞뒤 가릴 것 없이 철저히 수사를 했지.</div> <div>족적, 지문, 머리카락, 아파트 출입구와 엘리베이터의 CCTV...</div> <div>우리는 가능한 모든 것들을 분석하고 조사했지.</div> <div>마두의 죽음으로 우리는 뭔가를 캐낼 수 있을 것 같았어.</div> <div>그 사건을 계기로 수사팀은 그 조직의 근거지를 얼마 동안 출입할 수 있었거든.</div> <div>모두들 입을 열기를 꺼려하고, 많은 부분에서 제한되긴 했지만 어느 정도 정보를 얻어낼 수 있었지.</div> <div>그런데 우리의 바램과는 달리 조직과의 연관성은 커녕 타살의 흔적조차 전혀 보이지 않았어.</div> <div>문은 안에서 잠겨 있었고, CCTV는 그 어떤 침입의 흔적도 보여주지 못했어.</div> <div>족적이나 지문은 모두 마두의 것이었고....</div> <div>타살 흔적 하나 잡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져들었고, 결국 자살로 종결되었지."</div> <div></div> <div>박형사는 긴 한숨을 한 번 내 쉬더니 말을 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러나 형사의 직감이라는게 있어.</div> <div>물증은 없었지만 타살이라는 심증을 버릴 수가 없었지.</div> <div>죽기 전 마지막으로 통화한 날에 마두가 한 말이 있었어.</div> <div>그 자식이 나를 죽일거라는 거야.</div> <div>무엇을 감추는지 <strong><span style="font-size: 12pt">'그 자식' </span></strong>의 정체를 말하지 않는거야.</div> <div>게다가 처음 새벽에 그를 발견한 경비원 목격담도 우리의 심증을 뒷받침 해줬지."</div> <div></div> <div>나는 박형사를 등지고 옆으로 누운 채 소리없이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훔쳤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새벽 순찰 중에 싸우는 듯한 고함 소리가 들려 그 쪽으로 달려갔는데, </div> <div>한 남자의 비명 소리가 들리면서 쿵하는 소리가 들렸다는거야.</div> <div>자살을 결심한 사람은 비명을 안 질러.</div> <div>마두는 분명히 누군가에게 떠밀린거야. 싸우는 듯한 고함소리는 또 뭐야?</div> <div>분명히 뭔 가가 있다고 확신이 섰어.</div> <div>그런데 이상한 건 목소리의 종류는 한 가지 뿐이었다고 경비원이 말한 부분이야.</div> <div>뭐 귀신 놀이도 아니고, 미친 것도 아니.."</div> <div></div> <div>"누가 죽였는지 알아요."</div> <div></div> <div>갑작스런 나의 나즈막한 목소리에 박형사가 하던 말을 멈추었다.</div> <div>그리고 다시 조용히 입을 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너 지금 뭐라 그랬냐?"</div> <div></div> <div>"마두라는 사람 누가 죽였는지 알고 있다구요."</div> <div></div> <div>박형사는 나의 팔뚝을 잡아당겨 돌아 누운 나를 바로잡았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너 지금 그 말 사실이야?"</div> <div></div> <div>흥분한 듯한 박형사의 눈빛이 느껴졌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누구야?"</div> <div></div> <div>"어제 그 놈들을 죽인 놈이예요."</div> <div></div> <div>"그럼 어제 그 놈들이 지들끼리 치고 받은 게 아니었어? 외부 침입 흔적이 전혀 없던데...</div> <div>족적이나 지문도 그 놈들 것 밖에 없었고..."</div> <div></div> <div>"누군지 모르는데, 사람이 아니었어요."</div> <div></div> <div>"뭐?"</div> <div></div> <div>나는 길게 심호흡을 한 뒤 긴 얘기를 꺼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어제 형사님과 헤어져 집으로 향하던 중 그 쪽지의 번호로 전화를 했어요...."</div> <div></div> <div>나는 어제 오후부터 지금 이 병원에서 눈을 뜰 때까지 기억하고 있던 일을 </div> <div>박형사에게 낱낱이 얘기했다.</div> <div>내가 말을 하고 있는 동안 박형사는 한 번도 나의 말을 끊지 않았다.</div> <div>아니 끊을 수가 없었다.</div> <div>말하는 나도 황당무계한 소리로 들리는데 박형사는 오죽하겠는가?</div> <div>멍하니 넋을 놓고 들을 뿐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 쪽지에 적인 글씨체가 제 것이잖아요. 저는 글씨를 쓴 기억도 없고, 그 내용이 뭔지도 몰라요.<br />어떻게 보면 저도 그 놈한테 당한거죠. 귀신에 홀린 거예요."</div> <div></div> <div>내 얘기가 끝났음에도 박형사는 한 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div> <div>나 또한 박형사의 대답을 기다리느라 입을 다물고 있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너...진짜로 귀신 볼 줄 아나보다....."</div> <div></div> <div>한 동안 침묵을 유지하던 박형사가 생각만 해도 소름끼치는 말을 내뱉았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제 예감이 틀리길 바라지만, 왠지 이 걸로 끝날 것 같지가 않아요."</div> <div></div> <div>박형사는 무거운 표정을 짓더니 자리에서 일어섰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오늘은 일단 여기까지 얘기하자.</div> <div>조금 전에 의사가 너 다친 게 아니라 잠이 든거라고 하더라.</div> <div>퇴원해도 된다는 얘기지. 원하면 집까지 안전하게 데려다 줄게."</div> <div></div> <div>"괜찮아요. 그냥 버스타고 갈게요. 사람 많은 게 좋아요.</div> <div>요즘은 사람하고 같이 있다는게 얼마나 행복한 건지 새삼 깨닫고 있어요."</div> <div></div> <div>"그래. 알았다. 나중에 보자."</div> <div></div> <div>박형사가 나간 뒤 아버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나는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div> <div>많은 사람들이 있기를 바랬지만 버스 안에는 빈자리가 여러 군데 보였다.</div> <div>창가 자리에 앉은 나는 오후의 나른한 햇살을 즐겼다.</div> <div></div> <div></div> <div>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은 데, 그 생각의 종류가 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머리가 텅빈 느낌이었다.</div> <div>왜 내가 지금 이곳에 있는지,</div> <div>어쩌다가 이런 이유 모를 사건에 휘말리게 되었는지 정리가 되지 않았다.</div> <div>지금 단 한가지 나의 바램은 이 악몽같은 사건의 고리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것이다.</div> <div></div> <div>낮은 고도로 떠 있는 태양 빛이 내 두 눈을 비추고 있었다.</div> <div>노란빛 광원 속에 붉은빛이 간간히 섞여 아른거렸다.</div> <div>서서히 졸음이 쏟아지는 것처럼 몸이 나른해졌다.</div> <div></div> <div>졸음 때문인지, 너무나 밝은 눈부심 때문인지 주변 사물이 흐려져 잘 보이지 않았다.</div> <div>마치 안개가 긴 것처럼...</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주변이 뿌옇게 흐려졌다.</div> <div></div> <div>그 때 누군가가 내 옆자리에 앉았다.</div> <div>손자를 데리고 탄 허름한 차림의 할아버지였다.</div> <div>5살 정도로 보이는 하얀 빵모자를 쓴 그 꼬마는 너무나도 귀엽고 천진난만해 보였다.</div> <div></div> <div>다소곳이 손을 모으고 앉아 있는 노인의 앞에 서서, </div> <div>꼬마는 연신 그의 손등을 두드리며 장난질을 해댔다.</div> <div></div> <div>손자의 귀여운 장난에도 할아버지는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고, </div> <div>무덤덤하게 다른 곳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div> <div></div> <div>내가 쳐다보고 있는 것을 느꼈는지 꼬마가 나를 보며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div> <div>그리고 나 또한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정말 귀여운 손주였네요."</div> <div></div> <div>나의 과거형이 섞인 말에 노인이 고개를 돌려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할아버지와 놀았던게 가장 재미있었대요."</div> <div></div> <div>계속 나를 응시하던 노인의 얼굴이 조금씩 일그러졌다.</div> <div>그리고는 이내 그의 눈가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항상 할아버지와 같이 다닐거래요.</div> <div>놀이터도 가고, 공원도 가고, 버스도 타고, 지하철도 타고......."</div> <div></div> <div>나는 아이의 말을 그 노인에게 계속 전달해 주었다.</div> <div>아이는 입을 열지 않고 눈 빛으로 나에게 말하고 있었지만 나는 모든 것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만득? 만득이? 응..그래 만득이 아저씨네 가게 가서 물고기 구경하는 게 젤 재밌대요. </div> <div>거기 가자는데요?"</div> <div></div> <div>나의 말에 갑자기 노인은 두 손을 꾹 움켜쥐고 닭똥같은 눈물을 떨구었다.</div> <div>할아버지의 울먹임에 손주 또한 표정이 어두워졌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할아버지...손주가 울지 말래요..."</div> <div></div> <div>나의 말에도 불구하고 노인은 쥐어짜 듯 연신 눈물을 쏟아냈다.</div> <div>이젠 그냥 봐도 사람과 혼령을 알아 볼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div> <div>하얀 빵모자 밑으로 드러나 보이는 민머리는 꼬마가 어떤 이유로 죽었는지 말해주고 있었다.</div> <div>노인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고맙네...젊은이...."</div> <div></div> <div>연신 눈물을 훔치던 노인은 조용히 웃옷 주머니에서 </div> <div>상표가 떨어져 나간 갈색 드링크제 병을 꺼내 들었다.</div> <div>나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느즈막하게 결혼 한 아들 놈 부부가 그 핏덩이를 남기고 사고로 죽었다오....</div> <div>혈육이라고는 그 핏덩이 하나 남았었는데...</div> <div>몇 년 뒤 그 놈마저 몹쓸 병에 걸려 치료 한번 제대로 받지 못하고 죽었다오.</div> <div>그 어린 것이 무슨 죄가 있다고...큭큭큭..자식 새끼 다 보내고 이 늙은이가 살아서 뭐하겠소?..큭큭"</div> <div></div> <div>"할아버지...그래서 죽으려고 하신 거예요?"</div> <div></div> <div>나의 물음에 노인은 말을 잇지 못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이렇게 귀여운 손주가 할아버지 곁을 떠나지 못하고 지켜주고 있는데....할아버지 그러시면 안되요.</div> <div>할아버지...이 손 잡으세요. 이게 할아버지 손주의 손이예요."</div> <div></div> <div>나는 꼬마의 손을 집어들어 할아버지의 손바닥에 다소곳이 올려 놓았다.</div> <div>노인은 내 손을 몇 번 어루만지더고 무엇인가 느껴지는지 한 손에 빈 공간을 만들어 손가락을 오무렸다.</div> <div>그리고는 입에 힘을 주어 굳게 다문 채, 또 다시 진한 눈물을 몇 번 쏟아냈다.</div> <div></div> <div>몇 번에 걸친 나의 위로에 노인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 작별인사를 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고맙네. 젊은이..누군지 모르지만 정말 고맙네. 다시 집으로 돌아가겠네..."</div> <div></div> <div>다른 이가 보면 우스꽝스러워 보일지 모르지만, </div> <div>노인은 손주가 서 있을 자리를 내려다보며 무슨 말을 건네는 것 같았다.</div> <div>노인의 손을 잡고 있던 꼬마가 나를 뒤돌아 보고는, 또 한 번의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div> <div>나도 가볍게 손을 들어 인사를 하고는 버스에서 내려 멀어져가는 그들을 계속 지켜보았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잘 지내렴.."</div> <div></div> <div>귀신도 종류가 있구나.</div> <div>저런 귀신만 만나면 좋으련만...</div> <div>이젠 나의 이런 능력을 내 스스로 받아들이는 듯 했다.</div> <div>그 때 내 휴대폰의 요란한 진동음이 느껴졌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여보세요?"</div> <div></div> <div>"나 박형사야."</div> <div></div> <div>"예...왜요?"</div> <div></div> <div>"너 나하고 이번 사건조사 한 번 할래?"</div> <div></div> <div>갑작스런 그의 제안에 잠시 머뭇거렸지만 나도 이 사건의 내막을 모두 알고 싶었다.</div> <div>그리고 경찰하고 같이 있는 것이 좀 더 안전한 것이 아닌가?</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제가 꼭 필요한가요?"</div> <div></div> <div>"사실은 니가 필요한 게 아니라 니 능력이 필요해"</div> <div></div> <div>"좋아요!! 하겠어요!!"</div> <div></div> <div>"오늘은 집에 가서 쉬어라. 그리고 내가 내일 오전에 데리러 가겠다."</div> <div></div> <div>"알았어요."</div> <div></div> <div>나는 왠지 설레기도 하면서 두렵기도 한 묘한 기분을 안고 집으로 향했다.</div> <div>오피스텔에 도착하자 무거운 피로감이 몰려왔다.</div> <div>며칠 동안 비워 둔 집이라 낯선 냄새까지 나는 듯 했다.</div> <div>나는 취직을 핑계로 부모와 떨어져 산다.</div> <div>취직이라고 해봤자 배운게 없고 얼굴로 먹고 살다보니 직업이 다 거기서 거기였다.</div> <div>술집 써빙, 나이트 클럽 웨이터, 호스트빠....</div> <div>그나마 내세울만한 직업은 역시 바텐더였다.</div> <div></div> <div>그러나 그것도 잠시.......</div> <div>일을 할 만하면 여자들이 달라붙어 제대로 한 우물을 팔 수가 없었다.</div> <div>모든 용돈이나 경비를 여자들이 대주니, 힘들게 일을 할 이유가 없었다.</div> <div>그런 것들은 자꾸 나를 나태하게 만들었고, 술과 여자에 찌들게 만들었다.</div> <div></div> <div>나를 잡으려고 일부러 임신한 여자들도 있었다.</div> <div>그 때마다 나는 계속 만나준다는 조건으로 중절수술을 권했고, </div> <div>그 수술이 끝나면 가혹하게 차 버렸다.</div> <div></div> <div>사람들은 나를 쓰레기라고 부를 것이다.</div> <div>그렇다. 나는 쓰레기에 가깝다.</div> <div>그런데 아직도 여자들은 겉모습이 멋진 상자에 담긴 나 같은 쓰레기를 좋아한다.</div> <div></div> <div>어떤 이는 멋진 상자의 모습에 반해 다가와서는 그 속을 열어보고 쓰레기라는 것을 알면 도망하고,</div> <div>어떤 이는 담겨 있는 것이 쓰레기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멋진 상자에 반해 그 안의 쓰레기까지 좋아한다.</div> <div></div> <div>내 주위에 모인 여자들이 예쁜 나비떼인지, </div> <div>아니면 더러운 파리떼인지 모르지만 지금은 그 모든 것들이 귀찮고 힘들게 느껴진다.</div> <div>내가 사고 난 것도 알고보면 나이트에서 꼬신 년이 내 음주운전을 막지 않았기 때문이다.</div> <div>생각이 있는 년이라면 그럴 수가 없다.</div> <div></div> <div>우라질 년.....</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집이 너무 조용했다.</div> <div>나는 리모콘을 들어 TV를 켰다.</div> <div>늘 보는 스포츠 채널에서 야구 중계를 하고 있었다.</div> <div>나는 입고 있는 옷을 모두 벗어버리고, 욕실로 들어갔다.</div> <div>샤워기를 틀고, 샤워기 옆에 있는 세면대 위의 거울을 바라보며 물이 뜨거워지기를 기다렸다.</div> <div></div> <div>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가관이었다.</div> <div>그러고보니 3일 만에 처음으로 보는 내 얼굴 같았다.</div> <div></div> <div>오른쪽 이마의 반창고는 간신히 꿰맨 자국을 감추고 있었고, </div> <div>왼쪽 광대뼈는 아직도 큼지막한 멍자국으로 덮여 있었다.</div> <div></div> <div>아랫입술도 살짝 찢어져 핏기가 보였고, </div> <div>눈 밑의 검 푸른 다크써클은 오랜 시간동안 내가 영양분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했음을 말해 주고 있었다.</div> <div></div> <div>나는 조심스럽게 이마의 반창고를 떼어냈다.</div> <div>샤워를 해야 되기 때문이다.</div> <div></div> <div>그런데 젠장....</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 만신창이가 된 얼굴에 꿰맨 자국까지 드러나자, 내 얼굴은 거의 프랑켄슈타인처럼 보였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헐...신발. 당분간 여자 만나기는 글렀군."</div> <div></div> <div>나는 세면대에 차가운 물을 채웠다.</div> <div>정신을 차리고 싶었다.</div> <div>물이 어느 정도 차자 나는 그 곳에 얼굴을 담갔다.</div> <div></div> <div>숨을 참으면서 온갖 잡념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었다.</div> <div>꿰맨 상처 속으로 물이 침투하는지 가끔씩 따끔거렸다.</div> <div>30여초가 지났을까?</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푸우~~"</div> <div></div> <div>나는 고개를 들어 폐 속에 쌓인 고농도의 이산화탄소를 내뱉았다.</div> <div>어느 새 샤워기에서 나오는 증기가 세면대 위의 거울에 안착했다.</div> <div></div> <div>뿌옇게 흐려진 저 거울 건너 편에 못난 내 얼굴이 있다.</div> <div>차라리 이런 내 얼굴은 안 보는게 나을지도 모른다.</div> <div>나는 잠시 허탈한 쓴 웃음을 짓고는 왼손을 들어 거울을 한 번 문질렀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font color="#c31a1b">닦이지 않는다.</font></span></strong></div> <div></div> <div>다시 문질렀다.</div> <div><strong>그래도 닦이지 않는다.</strong></div> <div></div> <div>갑자기 심장이 격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div> <div>팔다리가 후들거렸다.</div> <div>나는 미친 듯이 두 손으로 거울을 문질렀다.</div> <div>그제서야 거울이 왜 닦이지 않는지 알 수 있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이건 <strong><span style="font-size: 12pt"><font color="#c31a1b">안개</font></span></strong>다.</div> <div></div> <div>그런데 샤워기의 증기가 만든 안개가 아니다.<br />공기 중의 그 물방울은 소름끼치도록 차가웠다.</div> <div></div> <div>그리고 조금씩 거울 속의 뿌연 안개가 엷어지더니, </div> <div>그 속에서 연쇄살인마 같은 그 녀석이 모습을 드러냈다.</div> <div></div> <div>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div> <div>나는 거울을 문지르던 두 손을 거울로부터 서서히 떼어냈다.</div> <div>10개의 모든 손가락이 경기를 일으키며 떨리는 것이 눈에 보였다.</div> <div>손가락 사이로 거울 속의 섬뜩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 녀석이 보였다.</div> <div>그리고 나에게 공포감을 심어주려는지 자신의 손가락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하였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강아지......"</div> <div></div> <div>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욕설과 함께 나는 허공에 떠 있는 내 두 손을 불끈 쥐었다.</div> <div>그리고 그 놈을 향해 괴성을 지르며, 오른 주먹을 날렸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강아지야!!!!!!!!!!"</div> <div></div> <div>강력한 파열음과 함께 거울은 자신의 몸을 수 십조각으로 나누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죽여버리겠어!! 이 강아지!!"</div> <div></div> <div>나는 잘게 쪼개진 거울 위로 연속적으로 주먹을 날렸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신발 놈!!! 널 꼭 찾아내서 죽여버리겠어!!</div> <div>내 무서워할 줄 알아? 이 강아지야!!!"</div> <div></div> <div>나는 울부짖음에 가까운 욕설을 날리며, 주먹질을 멈추지 않았다.</div> <div>어느새 거울의 중앙부에 모인 핏물들이 주욱 흘러내리며, </div> <div>세면대 속의 물에 빨간 색을 입히기 시작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이 강아지...신발 놈..."</div> <div></div> <div>주먹질을 멈추자 손이 아려왔다.</div> <div>나는 분쇄된 거울에 머리를 박고 거친 숨을 내쉬었다.</div> <div>그와 동시에 콧물인지 눈물인지 알 수 없는 작은 방울이 핏물 위로 떨어졌다.</div> <div>세면대 속의 작은 거울 파편들이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붉은색의 광택을 내뿜고 있었다.</div> <div></div> <div></div> <div>"니 놈이 어떤 놈인지 반드시 찾아내겠어....."</div> <div></div> <div>나의 속삭이는 듯한 굳은 다짐의 말은 거실의 TV소리보다 작게 들렸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너 손 왜 그래?"</div> <div></div> <div>붕대를 감고 있는 내 오른손을 본 박형사가 물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어제 그 자식이 나타나서 신나게 두들겨 패 줬어요."</div> <div></div> <div>"이젠 귀신하고 싸울 정도군. 내공이 장난 아니네...허허.."</div> <div></div> <div>"웃지 마세요."</div> <div></div> <div>나의 진지한 부탁에 박형사는 재빨리 입을 닫았다.</div> <div>박형사는 뒷좌석에 앉아 있는 나에게 운전하고 있는 형사 한 명을 소개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참, 김나연이 사체 찾으러 오갈 때 봤지? 강형사라고 우리 강력팀 최고 몸짱이지."</div> <div></div> <div>운전을 하고 있는 그는 전방을 주시한 채 잠시 오른손을 들어 나에게 인사를 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런데 지금 어디 가는 거예요?"</div> <div></div> <div>"..........."</div> <div></div> <div>박형사는 잠시 말을 아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지금 어디 가냐니까요?"</div> <div></div> <div>"내가 아는 무당에게 가는거야."</div> <div></div> <div>"뭐요?"</div> <div></div> <div>"니가 힘들겠지만 귀신을 불러낼거야."</div> <div></div> <div>나는 순간 허탈감이 밀려왔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젠장....필요하다는 게 이거였어요? 귀신 좇아다니면서 수사하는게 아니고?"</div> <div></div> <div>"니 주변에서 죽은 사람이 몇 명인 줄 알아? 좋든 싫든 넌 지금 사건의 중심에 있어.</div> <div>힘들더라도 협조해야 돼. 게다가 넌 우리가 조사하는 사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귀신을 둘이나 봤어.</div> <div>그것들을 불러내서 정보를 알아낼거야. 만일 안되면 몸으로 뛰어야지."</div> <div></div> <div>"후......알았어요."</div> <div></div> <div>"그리고 김나연이....국과수에서 연락왔는데 살해되었대..."</div> <div></div> <div>"맞잖아요. 내가 살인이라고....."</div> <div></div> <div>"직접적인 사인은 교살이야. 그런데 혈액에서 염산페치딘이 극소량 검출되었어."</div> <div></div> <div>"염산페치딘? 그게 뭐예요?"</div> <div></div> <div>"주로 말기 암환자에게 투여하는 강력한 진통제야.</div> <div>그런데 중독성이 필로폰보다 서너배나 강해서 병원에서도 관리를 철저히 하는 약품이지.</div> <div>그런데 어떻게 그게 김나연 몸에서 발견되었느냐가 문제야.</div> <div>아마 김나연도 우리가 조사하는 마약조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거야."</div> <div></div> <div>이 순간 나는 더 궁금한 것이 있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런데 지금 만나러가는 무당은 누구예요?"</div> <div></div> <div>"옛날에 우리에게 크나큰 상처를 주고, 사건을 하나 해결해준 무당이야."</div> <div></div> <div>"그 사건이 뭔데요?"</div> <div></div> <div>박형사는 잠시 전방을 주시한 채 뭔가 생각을 정리하는 듯 말을 아꼈다.</div> <div>그리고 잠시 후 긴 얘기를 꺼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3년 전에 반지하 방에서 화재가 발생했어.</div> <div>그리고 2구의 어린이 시체가 발견되었지.</div> <div>처음엔 단순 실화로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어.</div> <div>소방관 얘기로는 처음에 출동했을 때 문이 밖에서 잠겨 있었다고 했어.</div> <div>잠근 사람은 두 아이의 엄마였어.</div> <div>그 여자는 남편과 사별하고 식당일을 나가면서 5살과 7살 난 두 아이와 함께 어렵게 살고 있었지.</div> <div>우리는 사고사가 아닌 타살로 가닥을 잡고 유력한 용의자로 엄마를 지목했지.</div> <div>아이의 엄마는 거의 반실성한 상태였어. 물론 범행도 급구 부인했고...</div> <div>아이들이 죽은 슬픔도 감당하기 힘든데 자신을 범인으로 몰다니 너무나도 원통하고 억울하다는거야.</div> <div>왜 문을 걸어 잠궜냐는 질문에... </div> <div>평소 집 앞의 도로에 아이들이 뛰쳐나와 놀기 때문에 자리를 비울 때는 잠깐씩 잠그고 간다고 하더군.</div> <div>요리조리 우리의 심문을 피해가는 것 같았는데 결정적인 증거가 나왔어.</div> <div>두 아이의 혈액에서 청산염이 발견된거야."</div> <div></div> <div>"청산염..?"</div> <div></div> <div>"청산가리 말야."</div> <div></div> <div>"아니 어떻게 엄마가 그럴 수 있죠?"</div> <div></div> <div>"생활고를 비관했을 수도 있지.</div> <div>생활고를 비관해서 아이들을 살해하고 불을 질렀다고 볼 수밖에 없었어.</div> <div>죄가 인정되면 아무리 정상참작이 된다고 해도 이건 최소 무기징역감이야.</div> <div>하여튼 우리는 엄마의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계속 심문했지.</div> <div>그것도 모자라 유력한 용의자라는 이유로 구속수사를 했어.</div> <div>그런데 말야...."</div> <div></div> <div></div> <div>박형사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담배를 하나 꺼내 물었다.</div> <div>그리고는 깊게 담배 연기를 한 모금 빨더니 말을 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재판이 있기 며칠 전 그 여자가 유치장에서 목을 매 자살한거야.</div> <div>마치 결백을 증명하기라도 하듯이..."</div> <div></div> <div>"그래서요?"</div> <div></div> <div>"사건은 그걸로 종료된거지. 그런데 그 여자가 죽었던 그날 밤 너무나 찝찝한 생각이 들더라구.<br />그 여자가 범인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말야. 그래서 나는 사건 현장에 다시 갔지.</div> <div>뭘 얻기 위해서 간 것도 아닌데 그냥 가봐야 할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div> <div>그런데 거기서 한 남자가 멍하니 불탄 그 집을 한참동안 바라보고 있더니 나에게 다가와 </div> <div>뭐라 그러는거야.</div> <div>아이들의 불장난이 큰 화를 불렀다는군.</div> <div>내가 무슨 말이냐고 물으니까, 아이들이 성냥으로 불장난을 하다가 죽었다는거야.</div> <div>그리고 이 아이의 엄마도 억울함을 이기지 못해 목매 자살했다는 거야.</div> <div>난 온몸에 섬뜩한 소름이 돋았지.</div> <div>그리고 다음에 이어지는 무당의 말이 나를 더 소름돋게 만들었지."</div> <div></div> <div>멍하니 형사의 이야기에 빠져 든 나는 침을 삼키지 않을 수 없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뭐...뭐가요?"</div> <div></div> <div>"아직도 이 집에 셋이서 살고 있대..."</div> <div></div> <div>마치 그 곳에 내가 있었던 것처럼 소름이 쫘악 돋았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그 남자가 바로 형사님이 말한 무당이군요."</div> <div></div> <div>"그래."</div> <div></div> <div>"그래서 어떻게 했어요?"</div> <div></div> <div>"난 망자의 억울함이라도 풀어주려는 심정으로 국과수에 재부검을 의뢰했지.</div> <div>재부검 결과 역시나 혈액에서 청산염이 발견되었어.</div> <div>그런데 말야.</div> <div>이상한 건 아이들의 폐와 혈액에서는 청산염이 발견되는데 </div> <div>정작 위와 장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는거야."</div> <div></div> <div>"그럼 먹은게 아니라 코로 들이마신 거예요?"</div> <div></div> <div>"우리도 그 여자가 죽기 전에 국과수 부검 결과에 의아한 점이 하나 있었어.</div> <div>아이들의 직접사인은 질식사였고, 폐에서 연기가 검출되었다는 거야."</div> <div></div> <div>"그게 어때서요?"</div> <div></div> <div>"폐에서 연기가 발견되면 불 타오르는 동안 살아있었다는거야.</div> <div>호흡을 하고 있었을테니까.</div> <div>보통 살해 후 방화를 하면 숨을 쉬지 않기 때문에 폐에서 연기가 검출이 안돼.</div> <div>그렇다고 단지 이런 점 때문에 여자를 풀어줄 수가 없었지.</div> <div>타살의 흔적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형사들은 물고 늘어지니까</div> <div>그런데 엉뚱하게도 재부검 결과 폐에서 청산염이 발견되었다는거야.</div> <div>청산가리를 들이마시게 한다? 그게 가능할까?</div> <div>또 죽이려고 마음 먹은 사람이 굳이 왜 이렇게 어려운 방법을 선택했을까?</div> <div>그렇게 하더라도 아이들은 바로 죽었을텐데, 폐에서 발견된 연기는 도대체 뭐지?</div> <div>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어.</div> <div>그래서 난 다시 그 무당을 찾아갔어.</div> <div>그에게 도움을 요청했지.</div> <div>그런데 그 무당이 그러더라구. 그 집을 다시 불태우라고...그 혼령들이 원한다고...</div> <div>불타버린 집을 또 태우라니 그게 도대체 뭔소린지...."</div> <div></div> <div>박형사는 담배에 붙은 재가 떨어지지 않고 길게 목숨을 연명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았다.</div> <div>그 담뱃재는 작은 움직임에도 떨어져 나갈 듯 아슬함을 유지하고 있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런데 경찰서로 돌아오는 중에 난 불현 듯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차렸어.</div> <div>그래서 국과수에 사건 현장에 남은 여러 물질들의 발화실험을 요청하고 성분검사를 의뢰했지.</div> <div>그런데 어처구니 없는 결과가 나오더라구."</div> <div></div> <div>"뭐가 말예요?"</div> <div></div> <div>"젠장............그 집 바닥재 발화 실험을 했는데 연기 속에서 청산염이 검출된거야."</div> <div></div> <div>"이럴 수가...바닥재 성분이 타면서 나온거예요?"</div> <div></div> <div>"형사들은 모두 할 말을 잃었지.</div> <div>불법을 저지른 건 아니지만 우리는 멀쩡한 목숨을 덤으로 하나 죽인거야."</div> <div></div> <div>그제서야 박형사는 길게 늘어진 담뱃재를 털어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게 폐로 들어간거야. 그리고 혈액에서 돌아다녔고.</div> <div>그래서 위와 장에서는 발견이 안 되었던거지.</div> <div>우리는 사죄의 마음으로 그 영혼들의 안식을 비는 제를 간단히 지내줬어."</div> <div></div> <div>"그렇군요....."</div> <div></div> <div>"그 뒤로 나는 그 무당과 친분을 유지했고, 그 무당은 몇 개의 사건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었지."</div> <div></div> <div>"그렇다면 이번 사건도 그 무당한테 부탁하면 되잖아요."</div> <div></div> <div>"사건을 해결하러 다닐 때마다 원혼들이 자꾸 자기 몸에 붙어서 못살겠다는거야.</div> <div>수명이 짧아져서 죽을 것 같대. 그래서 1년 전부터는 말도 못 꺼내게 했어."</div> <div></div> <div>어느 새 우리는 도심 외곽을 달리고 있었다.</div> <div>도로도 점점 좁아져 편도 1차선을 내달리고 있었다.</div> <div>눈 앞에 뒤쪽에 산과 앞쪽에 작은 계곡을 끼고 있는 집이 눈에 들어왔다.</div> <div>불교의 만자(卍字)가 보이는 걸로 봐서 우리가 만나야 할 무당의 집인 것 같았다.</div> <div></div> <div>보통 잘 나가는 무당들은 예약을 하고 가야된다는데 이 무당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div> <div>무당의 것으로 보이는 소형 승용차와 우리의 차량만이 앞마당에 추차되어 있는 유일한 차량이었다.</div> <div>인기척을 보인 후 우리는 안으로 들어섰다.</div> <div></div> <div>무당의 집이라고 보기에는 집 안의 치장이 너무나 차분했다.</div> <div>그리고 향 연기 속에 담배 연기 냄새가 배어나왔다.</div> <div>사극의 대감집에서나 볼 수 있는 기품있는 병풍을 등 뒤에 두르고, </div> <div>왜소한 체격의 한 남자가 생활 한복을 입은 채 자리에 앉아 있었다.</div> <div></div> <div>이 사람이 무당인가 싶을 정도로 그는 꾸밈이라는게 거의 없었다.</div> <div>게다가 나를 더욱 당황하게 만든 것은 사람이 들어왔음에도 </div> <div>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고 연신 담배질을 하며 책을 탐닉하고 있다는 것이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형님. 저 왔습니다."</div> <div></div> <div>박형사의 인삿말은 그와 저 무당이 얼마나 가까운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지 말해주고 있었다.</div> <div>박형사의 인사에도 무당은 고개를 들지 않고 대답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내가 오지 말라고 했지. 날 죽일 셈이냐?</div> <div>짭새놈들이 얼마나 모진 원혼들을 몰고 다니는 줄 알아?"</div> <div></div> <div>이 말에 박형사는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애원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큰 사건입니다.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데 방법이 없어요. 마지막으로 부탁드립니다."</div> <div></div> <div>그제서야 그는 고개를 들었다.</div> <div>이마와 입 주변에 깊게 파인 주름만이 그의 나이를 짐작하게 할 뿐이었다.</div> <div></div> <div>많은 주름살에 걸맞지 않은 백옥같은 피부를 가졌고, 미간에 작은 점이 박혀 있었으며, </div> <div>몇 년을 길렀는지 모르는 긴 수염을 달고 있었다.</div> <div>그는 박형사의 얼굴을 한 번 확인하더니 박형사의 뒤에 서 있는 나를 한참 동안 말없이 응시했다.</div> <div>너무나도 멋쩍은 상황에 나도 그를 뚫어져라 바라 보았다.</div> <div>이 어색한 침묵의 시간을 멈춘 것은 무당의 욕설섞인 말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우라질 놈. 이번엔 원혼들을 떼거지로 몰고 왔구나...."</div> <div></div> <div>무당의 말에 무릎을 꿇고 있던 박형사가 나를 돌아 보았다.</div> <div>갑자기 동물원의 원숭이가 된 듯 나는 누구에게 시선을 맞춰야 할 지 고민했다.</div> <div>무당은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그의 눈빛은 나를 경계하고 있는 듯 보였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형님, 무슨 말씀이십니까?"</div> <div></div> <div>박형사의 질문에 무당은 잠시 말을 아낀 후 입을 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저 친구에게서 너무 강한 기운이 느껴져. 혼령이 한 둘이 아냐...."</div> <div></div> <div>박형사는 연신 무당과 나를 번갈아 바라보며 표정 변화를 살피기에 여념이 없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형님, 불러낼 수 있습니까?"</div> <div></div> <div>박형사는 내 의사도 묻지 않은 채 무당의 허락을 받는데만 급급했다.</div> <div>무당은 여전히 나에게서 매서운 시선을 흩뜨리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이봐, 젊은 친구. 이리 와 앉게."</div> <div></div> <div>나는 잠시 박형사와 무당의 표정을 살핀 후 박형사 옆에 무릎을 꿇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둘 다 편하게 앉아. 내가 무슨 니들 부모냐?"</div> <div></div> <div>우리는 자세를 편안히 갖추고 그의 말을 기다렸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내 손을 잡게나 젊은 친구."</div> <div></div> <div>그는 두 손을 내 앞으로 나의 응답을 기다렸다.</div> <div>나는 다시 한번 박형사의 표정을 살핀 후 아무 말없이 그의 손바닥에 내 손바닥을 갖다 대었다.</div> <div>내 손을 잡은 무당은 지그시 눈을 감았다.</div> <div>그리고는 잠시 후 알 수없는 주문같은 말을 작은 숨소리로 웅얼거리지 시작했다.</div> <div></div> <div>몇 십초가 지났을까?</div> <div>무당의 미간이 서서히 일그러지기 시작했다.</div> <div>웅얼거림의 소리도 서서히 커지는 듯 했다.</div> <div>그의 미세한 손 떨림이 느껴졌다.</div> <div></div> <div>그의 얼굴은 더욱 일그러져 사나운 맹수가 포효하는 것처럼</div> <div>미간과 콧등에 수많은 주름이 잡히기 시작했다.</div> <div>그는 흡혈귀처럼 하얀 이를 조금씩 드러내며 입을 벌리기 시작했고, </div> <div>그의 웅얼거림은 점점 <strong><span style="font-size: 12pt">'아'</span></strong> 발음만 들리는 기괴한 음성으로 변하고 있었다.</div> <div></div> <div>그 순간...</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6pt"><font color="#c31a1b">"탕!!!!!!"</font></span></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6pt"></span></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6pt"></span></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6pt"></span></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6pt"></span></strong>그가 갑자기 탁자에 손을 내리쳤다.<br />그리고는 무서운 표정으로 나를 노려봤다.</div> <div>조금 전의 기괴한 소리를 내던 흉측한 표정보다 더 섬뜩해 보였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안돼....."</div> <div></div> <div>그의 엉뚱한 말에 박형사가 물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뭐..뭐가요? 불러낼 수 없다는 말입니까?"</div> <div></div> <div>무당은 잠시 숨을 고르더니 말을 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불러내면...우린 모두 죽어..."</div> <div></div> <div>지금 이 순간 내 생각도 그렇다.</div> <div>그 놈이 다시 나타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모르기 때문이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형님 그러면 어떻게 합니까?</div> <div>우린 그 놈을 불러내서 그 놈의 정체를 알아야 합니다."</div> <div></div> <div>"니 들이 찾아....내가 감당할 수 있는 혼령이 아냐...."</div> <div></div> <div>"뭘 찾으란 말입니까?"</div> <div></div> <div>"그 놈 시체를 찾아!!</div> <div>찾아서 불태우든가, 천도제를 지내주든가 하란 말이야!!"</div> <div></div> <div>나는 이 방에 들어와서 단 한마디도 하지 못한 것 같다.</div> <div>난 그에게 물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 놈...아니 귀신이 보일 때마다 안개가 껴요.그냥 맑은 상태가 아니고..."</div> <div></div> <div>"귀신은 사람의 기를 빼앗아가.</div> <div>귀신의 존재가 느껴지면 사람은 여러가지 현상으로 반응을 하지.</div> <div>어떤 이는 소름끼치는 한기를 느끼기도 하고, 어떤 이는 피를 흘리기도 하고, </div> <div>어떤 이는 기절을 하기도 하지....</div> <div>그런데 자네는 특이한 경우이지만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 같애..."</div> <div></div> <div>"이대로 있으면 전 어떻게 됩니까?"</div> <div></div> <div>"어떻게 되긴? 니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화를 당하거나 아니면 니가 죽든가 하겠지..."</div> <div></div> <div>너무나 충격적이고 무서운 말임에도 무당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내뱉았다.</div> <div>무당은 잠시 내 얼굴을 살피더니 말을 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니 몰골을 보니, 요 근래 온갖 험한 꼴을 많이 당한 것 같군.</div> <div>살고 싶으면 어서 그 놈을 찾아."</div> <div></div> <div>"도와주시면 안되나요? 아저씨도 능력이 있잖아요."</div> <div></div> <div>"법사라고 불러. 무슨 생뚱맞게 아저씨야? 나도 체면이 있는데..."</div> <div></div> <div>"무슨 얼어죽을 법사고, 체면이예요? 귀신 하나 쫓아내지도 못하면서...."</div> <div></div> <div>"이런 망할 자식을 봤나!!"</div> <div></div> <div>무당은 입을 삐죽거리며 경멸하는 듯한 눈빛을 나에게 보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난 뭐 대단하신 분인 줄 알고 왔는데, 스포츠 신문에나 광고내는 무당하고 같네요."</div> <div></div> <div>"뭐? 이 자식아? 이런 호로자식을 봤나!!!"</div> <div></div> <div>그는 나에게 덤빌 듯한 자세를 취하고는 욕설을 내뱉았다.</div> <div>지금의 그의 모습은 무당이라기 보다는 동네 불량배에 가까웠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야 임마!! 너 지금 뭐하는거야!!"</div> <div></div> <div>박형사가 호통을 쳤다.</div> <div>그의 호통에 우리는 잠시 냉전을 유지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형님. 죄송합니다. 그러지 마시고 이 친구 부탁 좀 들어주시죠?"</div> <div></div> <div>"당장 꺼져!!"</div> <div></div> <div>무당은 자세를 옆으로 돌린 채 박형사와 시선도 맞추지 않았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젊은 놈이 불쌍하지도 않습니까? 이러다 이 놈 죽을 지도 모릅니다.</div> <div>목숨 하나 살려주신다 생각하시고 좀 도와주세요."</div> <div></div> <div>박형사는 나보다 더 간절한 입장이 된 것처럼 무당에게 애원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당장 꺼지라고 했다. 더 이상 말 걸지마!!"</div> <div></div> <div>무당의 태도는 단호했다.</div> <div>이에 나는 자존심을 굽히지 않기 위해 박형사에게 말을 던졌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형사님, 그냥 가요. 뭐 하나 얻어낼 것도 없는데...."</div> <div></div> <div>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div> <div>집 밖으로 나오자 박형사의 동료인 강형사가 연신 담배질을 하며, 우리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다.</div> <div>내가 씩씩거리며 나오는 것을 본 강형사는 무슨 일이냐며 나에게 물었다.</div> <div>나는 대답도 없이 그냥 차에 올라탔다.</div> <div></div> <div>무당을 달래고 있는지 아니면 무슨 할 말이 더 있는건지 박형사는 5분이 넘도록 나오지 않았다.</div> <div>그리고 잠시 후 박형사가 조용히 집 밖으로 나왔다.</div> <div>그는 씁쓸한 표정으로 나를 잡시 쳐다보더니 아무 말없이 차에 올라탔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죄송해요. 형사님."</div> <div></div> <div>십여분 동안 아무 말없이 달리는 차량 안에서 전방을 응시하고 있는 박형사에게 말을 걸었다.</div> <div>나는 그에게 혼쭐이라도 날 것 같았지만 박형사는 업무적인 얘기로 답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 놈을 어떻게 찾을까?"</div> <div></div> <div>"......."</div> <div></div> <div>"조폭놈들이 그 놈한테 몰살당한 걸로 봐서 무슨 원한이 있는게 분명해.</div> <div>그 놈이 모든 열쇠를 쥐고 있어.</div> <div>그리고 그 놈 시체는 그 스탠드바 어디에 숨겨져 있는지도 몰라."</div> <div></div> <div>"우리가 거기에 가보면 되잖아요."</div> <div></div> <div>"그 놈들의 비밀 창고 같은 게 하나 있는데 도대체 접근할 수가 없단 말이야.</div> <div>증거가 없어서 위에서도 수색영장을 발부해주지도 않고...."</div> <div></div> <div>"이번 살인 사건으로 물고 들어가면 되잖아요. 그러면 영장 나올 것 같은데요."</div> <div></div> <div>"만일 그 놈들이 마약사건 조사를 눈치 채기라도 한다면 그나마 한 가지 희망도 사라지는거야.</div> <div>살인사건 때문에 형사들이 들락거리는 데 그 놈들이 뭔가 대책을 세워놨겠지."</div> <div></div> <div>박형사는 팔짱을 끼고 대책을 세우는데 머리를 쓰는 것 같았다.</div> <div>나는 순간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 놈의 시체에 다가간다면 무슨 반응이 나오겠죠?"</div> <div></div> <div>나의 말에 박형사는 팔짱을 풀고 나를 돌아봤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게 무슨 말이야?"</div> <div></div> <div>"만일 저에게 그 놈이 붙어다닌다면.....제가 그 놈의 몸뚱아리에 가까워지면 무슨 반응을 할 겁니다.</div> <div>그러면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을거구요."</div> <div></div> <div>"너..설마.."</div> <div></div> <div>"네. 저를 그 곳에 들여보내 주세요. 형사님들은 바람잡이나 해 주시구요."</div> <div></div> <div>"너 그 놈들한테 잡히면 죽을 수도 있어."</div> <div></div> <div>"이래 죽나 저래 죽나 똑같죠. 기왕 죽을거면 이유나 알고 죽어야죠."</div> <div></div> <div>나의 말에 박형사는 한참 동안 내 표정을 살폈다.</div> <div>박형사는 뒤에 앉아있는 나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차를 몰고 있는 강형사에게 물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강형사..너 저번에 입수한 그 스탠드바 건축도면 가지고 있지?"</div> <div></div> <div>경찰서에 도착한 나는 박형사와 함께 점심식사를 마친 후 그 스탠드바의 건축도면을 익혀갔다.</div> <div>두 세시간 동안 도면을 익히면서 작전을 세워갔다.</div> <div></div> <div>충분히 숙지가 되었다고 판단이 서자 우리는 곧바로 차를 몰아 그 스탠드바로 향했다.</div> <div>그 스탠드바는 화려한 입구가 인상적이었다.</div> <div>영업시간이 아님에도 형형색색의 네온등이 정문을 장식하고 있었고, </div> <div>화려한 드리워진 커튼 뒤로 붉은 카페트가 깔려 있는 것이 보였다.</div> <div>우리를 먼저 맞은 것은 입구를 지키고 있는 검은색 양복의 건장한 청년들이었다.</div> <div>깍두기 머리는 아니고 말끔하게 머리를 뒤로 빗어 넘긴 호남형의 남자들이었다.</div> <div></div> <div>그들은 박형사와 강형사를 알아보더니 이내 시선을 나에게 돌렸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이 친구는 누굽니까?"</div> <div></div> <div>경계하는 듯 한 그들의 눈빛에서는 무서운 살기가 느껴졌다.</div> <div>이에 박형사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대답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여기 살인사건 목격자야."</div> <div></div> <div>무서운 눈빛을 가진 그 청년은 무표정한 얼굴로 다시 한번 나에게 시선을 돌렸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이 놈이 우리 형님한테 전화했던 그 놈이오?"</div> <div></div> <div>그의 말에 나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div> <div>박형사는 나의 긴장을 풀어주려는 듯 그를 달랬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현장조사만 하고 갈거니까 너무 그러지마."</div> <div></div> <div>"잠깐 기다려요."</div> <div></div> <div>그 청년은 우리를 제지하더니 우리에게서 잠시 떨어져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div> <div>그의 말투로 보아 그보다 윗사람인 것 같았다.</div> <div>통화가 끝나자 그는 우리에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20분 안에 끝내쇼. 우리도 할 일이 많으니까."</div> <div></div> <div>우리는 내부로 진입했다.</div> <div>긴 복도 입구에 진입하자 박형사가 나에게 뭔가를 건넸다.</div> <div>접혀진 종이였지만 한 눈에 보기에도 부적같았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이게 뭐예요?"</div> <div></div> <div>"형님이 주신거야. 모진 귀신이 나타나도 니가 정신을 잃지 않도록 도와줄 거래."</div> <div></div> <div>오전의 일을 생각하면 조금 화가 나기도 했지만, </div> <div>성의라고 생각하고 나는 말없이 그 부적을 받아들었다.</div> <div>긴 복도를 지나자 큰 홀이 하나 눈에 들어왔다.</div> <div>조명, 벽지, 바닥재, 진열장...어느 것 하나 흠잡을 수 없을 만큼 실내는 아름답고 화려했다.</div> <div></div> <div>우리는 그 홀을 가로질러 반대편 문을 열고 들어섰다.</div> <div>그러자 몇 개의 갈라진 복도가 눈에 들어왔고, 각 복도마다 조그만 방들이 배치되어 있는 것이 보였다.</div> <div></div> <div>맨 오른쪽 복도 끝에 있는 방을 손으로 가리키며 박형사가 말을 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저기야...그 놈들이 죽은 곳..."</div> <div></div> <div>그곳을 보자 나는 가슴이 저미어왔고, 현기증이 몰려왔다.</div> <div>저 곳이 그 피의 살육이 벌어진 곳이라니.........</div> <div>나의 휘청거림을 느꼈는지 박형사가 나를 부축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괜찮아요."</div> <div></div> <div>나는 마음을 가다듬고 조금씩 그 방으로 향했다.</div> <div>문을 열고 들어서자 낯익은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div> <div>테라스처럼 꾸며진 그 살육의 장소였다.</div> <div></div> <div>이미 현장은 말끔하게 치워져 있는 상태라 시각적인 공포는 주지 못했지만, </div> <div>지워졌던 기억이 다시 떠올라 오금이 저리는 듯한 두려움이 몰려왔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시간 없어. 시작해!"</div> <div></div> <div>박형사의 명령에 강형사는 의자와 탁자를 쌓아올리고, </div> <div>그 곳에 올라가 준비해온 공구로 우리 키의 1.5배 정도 위에 설치되어 있는 </div> <div>환풍구를 뜯어내기 시작했다.</div> <div></div> <div>순식간에 좁은 환풍구 통로가 열리자 나는 쌓여진 탁자와 의자를 타고 올라갔다.</div> <div>순간 박형사가 나를 잡으며 말을 건넸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무슨 일이 있어도 알아와야 한다."</div> <div></div> <div>나는 묵언의 답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그 통로 안으로 몸을 집어넣었다.</div> <div>그 통로는 무릎을 꿇고 기는 것도 모자라 몸을 완전히 눕히고 포복으로 기어야 할 정도로 좁았다.</div> <div>나는 매직펜 크기의 손전등을 입에 물고 최대한 소리를 감추고 조금씩 앞으로 전진했다.</div> <div>실내의 불빛으로부터 멀어지자 통로안은 그야말로 암흑천지가 되었다.</div> <div>유일한 빛이라고는 입에 물고 있는 손전등에서 나오는 가느다란 빛줄기 뿐이었다.</div> <div>매케한 먼지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div> <div></div> <div>움직일 때마다 먼지가 일어나 앞을 분간하기가 힘들었다.</div> <div>기침을 나올 것 같아 입을 다물고 잠시 코를 움켜쥐었다.</div> <div>타이어에서 바람이 새 듯한 숨이 뿜어져나왔다.</div> <div>진정이 되자 나는 다시 몸을 앞으로 전진했다.</div> <div></div> <div>그런데 갑자기 손전등의 빛이 닿지 않는 저 어둠의 통로에서 정체모를 소리가 들려왔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쓰으윽...쓰으윽...."</div> <div></div> <div>작지만 그 괴상한 소리에 나는 잠시 멈칫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쓰으윽...쓰으윽...."</div> <div></div> <div>그 소리가 어느 정도 가까워지자, </div> <div>그제서야 나는 그 소리의 정체가 지금 내가 배를 밀고 전진하고 있는 소리와 같다는 것을 알게 됐다.</div> <div>내 앞의 어두운 통로 속에서 누군가가 기어오고 있는 것이다.</div> <div>내 입의 떨림에 맞추어 손전등의 가느다란 빛줄기가 요동치기 시작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쓰으윽...쓰으윽...."</div> <div></div> <div>2미터 앞까지 뭔가가 다가왔음이 느껴졌다.</div> <div>그리고 그것은 내 입에 물려 있는 손전등의 빛에 비추어졌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strong><font color="#c31a1b">새하얀 얼굴에 늘어진 검은 머리...</font></strong></div> <div><strong><font color="#c31a1b">그리고 그 하얀 얼굴에 수많은 세로선을 긋고 있는 핏줄기.....</font></strong></div> <div><strong><font color="#c31a1b">귀밑까지 찢어지도록 입을 벌리고 활쫙 웃고 있는 모습.....</font></strong></div> <div><strong><font color="#c31a1b">그리고 그 입속의 하얀 치아 틈 사이로 채워져 있는 핏물....</font></strong></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어디서 본 <strong><span style="font-size: 12pt">여자</span></strong>다.</div> <div>그 병원에서 봤던 간호사였다.</div> <div></div> <div></div> <div>그제서야 나는 알아챘다.</div> <div>내 앞길을 뿌옇게 만든 것은 먼지와 섞인 안개였다는 것을....</div> <div></div> <div></div> <div></div> <div>난 심장이 멎을 것 같았다.</div> <div>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입에 물려진 손전등이 그것을 막았다.</div> <div>뒤로 물러설 수도 없었다.</div> <div>나 자신을 진정시키기 위해 입은 열지 않았지만 나는 그녀에게 거친 말을 내뱉았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후...신발...마중 나오지 않아도 되거든?'</div> <div></div> <div>그녀가 코 앞까지 다가오자 무서운 현기증이 몰려왔다.</div> <div>나는 좁은 통로 속에서 간신히 팔을 돌려 미친 듯이 그 부적을 찾았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신발 도대체 어디 있는거야?"</div> <div></div> <div>그제서야 그 부적을 성의없이 받아 챙겼다는 사실에 후회가 밀려왔다.</div> <div>여자의 얼굴이 내 머리에 닿을 듯이 가까워졌다.</div> <div>커다란 먹이를 통째로 삼키려는 뱀처럼 여자는 입을 쩌억 벌리기 시작했다.</div> <div>나는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돌렸다.</div> <div></div> <div>소름끼치는 한기가 몰려왔다.</div> <div>머리는 깨질 듯이 아팠고, 정수리부터 꼬리뼈까지 차근차근 얼어붙는 느낌이었다.</div> <div>이 와중에서도 내 두 손은 그 부적을 찾기 위해 좁은 통로 속에서 요동을 치고 있었다.</div> <div></div> <div>종이의 촉감.....</div> <div>바지 주머니속의 오른손에 느껴지는 종이 촉감....</div> <div>난 그것을 잡자마자 팔을 비틀어 그것을 두 손으로 펼쳐 보였다.</div> <div>그리고 그것을 여자에게 보였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font color="#c31a1b">"꺄~~~~~~~~~~~~~~악!!"</font></span></strong></div> <div></div> <div></div> <div>온몸의 털이 쭈삣서는 듯한 소름끼치는 비명소리와 함께 여자가 순식간에 멀어져갔다.</div> <div>그리고 이어지는 죽음같은 적막감.....</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무당이 날 한번 살려주는구나.'</div> <div></div> <div>나는 길게 숨을 몰아쉬고, 다시 조금씩 앞으로 기어나가기 시작했다.</div> <div>통로가 두 갈래로 갈라졌다.</div> <div>나는 건축도면에서 본 대로 오른쪽 길을 따라 몸을 이동했다.</div> <div></div> <div>그 어둠의 통로를 조금씩 지날 때마다 누군가가 나를 기다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div> <div>얼마를 전진한 걸까?</div> <div></div> <div>끝도 없어 보일 것 같은 좁은 통로의 끝자락이 보이는 듯 했다.</div> <div>서서히 작은 빛줄기가 눈에 들어왔다.</div> <div>내 머릿속에 기억된 도면대로 진행했다면 저 곳이 바로 박형사가 말한 그들의 비밀창고다.</div> <div></div> <div>나는 최대한 소리를 죽이고 앞으로 전진했다.</div> <div>입에 물고 있던 손전등마저 전원을 끄고, 그야말로 귀신처럼 다가섰다.</div> <div>체크무늬처럼 환풍구 창살 사이로 빛줄기가 뻗어나왔다.</div> <div>나는 최대한 숨을 죽이고 환풍구에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div> <div></div> <div>너무나 어두운 곳에서 봐서 밝아보였던 걸까, 창고 안은 생각보다 어두었다.</div> <div>많은 상자들이 여기저기 쌓여 있었고, 운송용 지게차도 한 대 보였다.</div> <div>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div> <div></div> <div>나는 준비해온 손가락보다 짧은 드라이버를 꺼내들었다.</div> <div></div> <div>그리고 환풍구 창살 사이로 간신히 손가락을 내밀고, </div> <div>환풍구를 고정하고 있는 나사를 하나 둘씩 풀기 시작했다.</div> <div></div> <div>쌓여진 상자를 디딤돌 삼아 나는 조금씩 발걸음을 아래로 내딛었다.</div> <div>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대부분이 술상자들 뿐이었다.</div> <div>그러나 이내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손톱보다도 작은 빨간색 딱지가 붙은 술상자였다.</div> <div>나는 그 중 하나를 손으로 들어 내부를 열어보았다.</div> <div>알 수 없는 주사약들이 들어 있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펜타닐(fentanyl)]</div> <div>나는 그 옆의 술병을 열었다.</div> <div>거기엔 귀에 익숙한 주사약들이 들어 있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염산페치딘(Pethidine Hydrochloride)]</div> <div>[모르핀(Morphin)]</div> <div></div> <div>한 눈에 봐도 정상인 상황이 아니었다.</div> <div>술상자 속에 들어있는 주사약이라니...</div> <div>나는 휴대폰을 꺼내 동영상 모드로 그것들을 돌려가며 찍었다.</div> <div></div> <div>그러던 중 상자들이 쌓인 뒷편에 유난히 커 보이는 나무상자가 눈에 들어왔다.</div> <div>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지만 왠지 그것을 열어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div> <div>나는 조심스레 나무로 만든 뚜껑을 밀어냈다.</div> <div>시큼한 소독약 냄새가 내 코를 찔렀다.</div> <div></div> <div>검은 비닐 같은 것에 뭔가가 덮여 있었다.</div> <div>그것이 무엇일지 어느 정도 예측이 되었다.</div> <div></div> <div>나는 천천히 비닐을 벗겨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놀랍게도 <strong><font color="#c31a1b"><span style="font-size: 12pt">그 간호사의 시체</span></font></strong>였다.</div> <div></div> <div>나무상자안에서 등을 기댄 채 앉아있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div> <div>혼령으로 나타났을 때와는 너무나도 다른 표정을 짓고 있었다.</div> <div></div> <div>상자의 사각진 곳에 머리를 옆으로 기댄 채, </div> <div>다소곳이 입을 다물고 있었으며, 눈은 많이 졸린 듯한 표정을 짓고 물끄러미 위쪽을 바라보고 있었다.</div> <div></div> <div>머리에 큰 상처가 보였고, 얼굴로 흘러내린 피는 딱딱히 굳어버린 상태였다.</div> <div>바로 그 때.....창고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나는 숨을 곳을 찾았지만 개방된 그 곳에서 마땅히 몸을 숨길 곳이 없었다.</div> <div>미친 짓이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그 여자가 들어있는 상자안으로 몸을 우겨넣었다.</div> <div>그리고 조심스레 뚜껑을 머리 위로 들어올려 상자를 닫았다.</div> <div></div> <div>여자와 단둘이 있던 시간 중에 이렇게 공포스러운 경우는 처음이었다.</div> <div>나무 상자의 틈 사이로 몇몇의 건장한 남자들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div> <div>그들은 내부로 들어오자 서로 마주보며 2열로 줄을 서더니 누군가를 기다렸다.</div> <div>그리고 뒤 이어 두목으로 보이는 말쑥한 차림의 남자가 졸개들 사이로 걸어 들어왔다.</div> <div></div> <div>적어도 40은 넘어 보이는 얼굴이었다.</div> <div>모두들 90도로 인사를 하는 것으로 보아 그보다 윗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형사들이 왔다며?"</div> <div></div> <div>두목의 물음에 건장한 청년이 대답을 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네. 회장님."</div> <div></div> <div>"무슨 일이야?"</div> <div></div> <div>"저번 흑검 형님 살인사건을 조사하러 왔답니다."</div> <div></div> <div>"몇 번이나 왔다갔는데 왜 또 왔어?"</div> <div></div> <div>"아무래도 저희 클럽에 대해 냄새를 맡은 것 같습니다."</div> <div></div> <div>두목은 담배를 하나 꺼내 불을 붙였다.</div> <div>깊게 한 모금 빨아들인 그는 긴 연기를 내뿜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몇 놈 왔어?"</div> <div></div> <div>"두 놈은 형사고, 한 놈은 흑검형님이 죽은 자리에 같이 있던 놈입니다."</div> <div></div> <div>"흑검에게 전화했다는 놈?"</div> <div></div> <div>"네. 회장님."</div> <div></div> <div>"도대체 그 놈 정체가 뭐야? 경찰도 모르는 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div> <div></div> <div>"아무리 뒷조사를 해 봐도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습니다."</div> <div></div> <div>"형사 놈들 어떡할거야? 처리할거야?"</div> <div></div> <div>"그게 좀...형사라 아무래도..."</div> <div></div> <div>"사고로 위장하면 되잖아."</div> <div></div> <div>"알겠습니다. 회장님."</div> <div></div> <div>"그리고 오늘 밤 이 물건들 다른 창고로 옮겨. 형사놈이 죽으면 여기까지 조사하러 나올거야."</div> <div></div> <div>"네. 회장님."</div> <div></div> <div>휴대폰을 들고 있던 내 손이 부르르 떨렸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우릴 죽이겠다고?'</div> <div></div> <div>두목은 연신 담배연기를 빨아들이더니 말을 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런데 흑검새끼는 왜 지 애들과 싸우다 죽은거야?"</div> <div></div> <div>"......."</div> <div></div> <div>모두들 답을 내 놓지 못하자, 그는 불이 붙은 담배를 바닥에 내던지며 뒤로 돌아섰다.</div> <div>그런데 바로 그 때...</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어? 뭐야... 저건?"</div> <div></div> <div>두목이 개방된 환풍구를 본 것이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젠장....."</div> <div></div> <div>나도 모르게 탄식이 흘러나왔다.</div> <div>그들이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div> <div>마땅히 숨을 곳이 없다는 것을 알았는지 중간보스 정도로 보이는 청년이 누군가에게 명령을 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야! 손전등 갖고 와봐!!"</div> <div></div> <div>그는 쌓여진 상자 위로 올라가 커다란 손전등으로 안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div> <div>분명히 그의 눈에 내가 쓸고 다닌 바닥의 흔적이 보였을 것이다.</div> <div>아니나 다를까 그의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신발...짭새새끼들....우릴 가지고 놀았어."</div> <div>나는 서둘러 박형사에게 문자메세지를 보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들켰어요! 도망쳐요!!-</div> <div></div> <div>"야!! 너 안으로 들어가서 어디에서 들어왔나 확인해!!"</div> <div></div> <div>중간보스의 명령에 호리호리해 보이는 한 청년이 환풍구 안으로 기어 들어갔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리고 나머지는 그 새끼들 잡아!!"</div> <div></div> <div>"예!! 형님!!"</div> <div></div> <div>졸개들은 떼거지로 달리는 발발굽 소리같은 구두소리를 내더니 문밖으로 나섰다.</div> <div>그리고 두목과 그 중간 보스는 청년이 들어간 환풍구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div> <div>그런데 그 순간....</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크아~~~~~~~~악!!?? 크아~~~악!! "</div> <div></div> <div>환풍구에서 새어나오는 끔찍한 비명소리에 그 둘은 넋나간 모습으로 서로의 얼굴을 확인했다.</div> <div>중간보스 놈이 환풍구 안으로 몸을 우겨넣어 먼저 들어간 그 놈의 다리을 잡아당겼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쿵!!"</div> <div></div> <div>환풍구에서 상자를 거쳐 다동그라지 듯이 그 호리호리한 청년이 떨어졌다.</div> <div></div> <div>얼굴이 온통 피범벅이 되어 있었고, 몇 차례나 얼굴을 회칼로 그었는지, </div> <div>이목구비가 제 위치에서 많이 벗어나 있었다.</div> <div>오른손에 피로 젖은 회칼을 든 채 그는 마지막 숨을 몇 차례 헐떡거리고 있었다.</div> <div>두목과 중간보스는 할 말을 잃고 경기를 일으키는 시체로부터 몸을 뒤로 물렀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뭐...뭔 일이야? 이.. 이자식 왜 이래?"</div> <div></div> <div>공포에 질린 두목의 목소리가 들려왔다.</div> <div>그제서야 나는 바로 내 옆에 앉아있는 여자의 표정이 바뀌었음을 알게 되었다.</div> <div></div> <div></div> <div>조금 전까지는 분명히 입을 다물고 있었는데, 이빨을 살짝 드러낸 채 미소를 짓고 있는 게 아닌가?</div> <div>나는 당장이라도 비명이 터져나올 것 같은 내 입을 간신히 틀어 막았다.</div> <div></div> <div>심장이 터질 것 같았고, 피가 역류하는 듯 했다.</div> <div>두목과 그의 중간보스는 서둘러 창고를 빠져 나갔다.</div> <div>발걸음 소리가 멀어졌음을 확인한 나는 천천히 나무 상자의 뚜껑을 열어젖혔다.</div> <div></div> <div>조용히 발을 내 딛고 나는 남자 시체가 있는 쪽으로 발을 옮겼다.</div> <div>아직도 숨이 붙어있는 것 같았다.</div> <div>얼굴에서는 갈라진 틈 사이로 연신 붉은 액체를 쏟아내고 있었고, </div> <div>목구멍에서는 피거품이 끓는 소리가 들렸다.</div> <div></div> <div>그런데 그 죽어가는 남자 위로 내 등 뒤에서 생성된 검은 그림자가 올라왔다.</div> <div>모두 다 나간 게 아니었다.</div> <div>나는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재빨리 몸을 던져 그에게 달려 들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야~~ 강아지야!!!"</div> <div></div> <div>그의 복부를 감싸고 미친 듯이 밀어냈다.</div> <div>그가 중심을 잃고 넘어지자 그가 누구인지를 알아볼 수 있었다.</div> <div></div> <div>그 중간 보스놈이었다.</div> <div>나간 척 하고 나를 기다린 것이다.</div> <div>나는 오른 주먹을 치켜 올려서 그에게 날렸다.</div> <div>그러나 그는 재빨리 그 주먹을 피하더니 몸을 일으켜 세워 </div> <div>사정없는 발길질을 나에게 날리기 시작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쥐새끼 같은 놈!!?? 숨어 있으면 모를 줄 알고?"</div> <div></div> <div>나는 이에 굴하지 않고 다시 그 놈에게 달려 들었다.</div> <div>그 놈이 손에 무엇을 들고 나를 내리쳤는지 모르지만, </div> <div>둔탁한 충격음과 함께 내 몸은 얼굴을 난자당한 그 흉측한 시체 위로 고꾸라졌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6pt">여기까지만 기억이 난다.</span></strong></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눈을 떴다.<br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div> <div>지금 난 어두운 밀실에 갇혀있는 것 같았다.<br />누군가 옆에서 숨을 헐떡이고 있는 소리가 들렸다.</div> <div>나는 손을 더듬거리며 그 정체를 확인했다.</div> <div>만져지는 옷의 종류의 보아 박형사가 틀림없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박형사님...."</div> <div></div> <div>나는 간신히 새어나오는 숨소리로 그를 불렀다.</div> <div></div> <div></div> <div>"박형사님...."</div> <div></div> <div>나는 주머니 속을 뒤지며,? 작은 손전등을 찾았다.</div> <div>그러나 이미 그 놈들이 다 털어간 것 같았다.</div> <div>지갑, 휴대폰, 손전등 그 어느 것도 없었다.</div> <div>나는 박형사의 주머니를 뒤졌다.</div> <div></div> <div>나와 같이 텅 빈 그의 주머니 속을 이리저리 뒤지다가 라이터가 만져졌다.</div> <div>나는 라이터를 켰다.</div> <div></div> <div>피범벅이 된 얼굴로 숨을 헐떡이던 박형사가 불빛의 자극으로 </div> <div>정신이 들었는지 몇 번의 기침을 토해내고는 눈을 떴다.</div> <div></div> <div>그 옆에 있는 강형사는 상황이 더 안 좋아 보였다.</div> <div>오른쪽 팔이 3등분으로 꺽여 있는 것이 보였다.</div> <div>팔이 부러진게 분명했다.</div> <div></div> <div>새근대는 숨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숨은 끊어지지 않고 의식만 잃은 것 같았다.</div> <div>그들을 모두 확인한 나는 주변을 살폈다.</div> <div>두 평도 안되는 공간 속에 우리는 갇혀 있었다.</div> <div>문으로 보이는 곳을 발로 힘껏 밀어보기도 했지만 도무지 열릴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div> <div>바닥이 유난히도 차겁게 느껴지는 것으로 보아 철로 만들어진 구조물 같았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우린 이제 죽었네...."</div> <div></div> <div>허탈한 심정을 대변하듯 깊은 탄식이 쏟아져 나왔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강형사 좀 똑바로 눕혀줘."</div> <div></div> <div>박형사는 아픈 몸을 일으켜 세워 웃옷을 벗었다.</div> <div>그리고는 강형사가 체온을 잃지 않도록 그 웃옷을 덮어주었다.</div> <div>나는 강형사의 꺽인 팔을 조심스럽게 쓸어내리며, 자세를 바로 잡아 주었다.</div> <div></div> <div>그의 부러진 팔을 바로 잡는 동안 마치 내가 다친 듯 뼛속까지 아려오는 느낌이 들었다.</div> <div>강형사의 고통스런 신음소리가 숨소리처럼 새어 나왔다.</div> <div>어느 정도 자세가 바로 잡혔다는 생각이 들자 나는 자리로 돌아와 벽에 등을 기댔다.</div> <div>라이터를 끄자 그 방안은 다시 칠흑같은 어둠 속에 빠져들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넌 어떡하냐? 억울해서..."</div> <div></div> <div>박형사가 신음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뭐가요?"</div> <div></div> <div>"나야 죽으면 국립묘지에 묻히지만, 너는 기껏해야 동네 공동묘지 아니냐?"</div> <div></div> <div>이런 끔찍한 상황에서도 여유를 갖는 모습으로 보아 박형사의 내공을 짐작할 수 있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런데 그 놈들이 우리를 왜 안 죽인거죠?"</div> <div></div> <div>"좀 더 우리한테 정보를 뽑아낸 다음 죽이겠지.."</div> <div></div> <div>나는 깊은 한숨을 내 쉬며 입을 다물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딸내미 시집가는 거는 보고 죽고 싶었는데...."</div> <div></div> <div>"딸이 몇 살인데요?"</div> <div></div> <div>"이제 10살인데, 엄마가 일찍 죽어서 지가 빨래도 하고, 밥도 알아서 해먹고 다니지....큭큭큭.."</div> <div></div> <div>무슨 서러움이 밀려오는지 그는 목이 메이는 듯 말을 잇지 못했다.</div> <div>그의 흐느끼는 소리를 나는 아무 말없이 듣고만 있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부디 좋은 놈 만나야 할텐데....여자나 후리고 다니는 양아치같은 건달놈 만나면 큰 일인데...."</div> <div></div> <div>그 말에 나는 순간 움찔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런 놈 걸리면 내가 귀신이 되어서도 좇아가 죽여버릴거야."</div> <div></div> <div>그 딸내미의 미래의 배우자도 아닐텐데 나는 괜한 죄책감에 그를 달랬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헤헤...그럴리가요? 좋은 사람 만나겠죠."</div> <div></div> <div>"그래야지.."</div> <div></div> <div>"그런데, 문자는 받았어요?"</div> <div></div> <div>"확인하고 문을 나섰는데 그 때 들이닥치더라구."</div> <div></div> <div>"무슨 형사가 깡패 새끼들 하나 못때려 잡아요?"</div> <div></div> <div>"훗...."</div> <div></div> <div>나의 푸념에 박형사는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형사 한두 명이 깡패 수십명 때려 잡는거?...후후...그런 건 다 영화 속에나 있는 거란다.</div> <div>깡패들 때려잡으려면 형사기동대, 기동타격대..다 출동하는거야.</div> <div>누군 칼 맞으면 안 아픈 줄 아냐?</div> <div>저 튼튼한 강형사도 그 놈들의 방망이 찜질에 팔이 부러진 것 아니냐.</div> <div>그나저나 넌 한창 나이에 안 됐다. 괜히 형사 사건에 말려가지고..."</div> <div></div> <div>그의 말을 듣자 푸념 섞인 말이 튀어나왔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런데 이 놈의 귀신은 결정적일 때는 안 나타나네....."</div> <div></div> <div>"너 창고 안에서 뭐 봤냐?"</div> <div></div> <div>"엄청난 양의 주사약하고, 여자 시체 하나 봤어요."</div> <div></div> <div>"뭐? 여자 시체?"</div> <div></div> <div>"그 시체는 제가 전에 병원에서 봤던 그 귀신이였어요."</div> <div></div> <div>"그 놈 시체는 못 봤어? 깡패 놈들 몰살시킨..."</div> <div></div> <div>"없었어요. 그리고 그 놈이 느껴지지도 않았어요.</div> <div>그 무당이 준 부적 때문인지 전혀 느껴지지가 않았어요.</div> <div>그 놈이 어디로 갔던가, 아니면 묻힌 곳이 여기가 아닐 지 몰라요."</div> <div></div> <div>"결국 거기가 마약 창고 겸 살육의 장소였군."</div> <div></div> <div>"오늘밤.. 그것들을 모두 다른 곳으로 옮긴다고 했어요."</div> <div></div> <div>"뭐? 오늘 밤?"</div> <div></div> <div>"그리고 유일한 증거인 제 핸드폰도 빼앗아 갔어요..."</div> <div></div> <div>더 이상 아무런 답안이 없었다.</div> <div>우리 둘은 동시에 긴 한숨을 내뱉고는 더 이상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div> <div>어둠 속이라 시간의 흐름도 느껴지지 않았다.</div> <div>몇 분이 지난 건지, 몇 시간이 지난 건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font color="#c31a1b">"우당탕탕!!"</font></span></strong></div> <div></div> <div></div> <div>무엇인가 격렬하게 무너지는 소리가 밖에서 들렸다.</div> <div>그러더니 갖은 욕설과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뭐야!! 새꺄!!"</div> <div></div> <div>"퍽!!"</div> <div></div> <div>몇 초 동안 그 소란이 진행된 후 갑자기 주변이 조용해졌다.</div> <div>그 자식이 나타난 건 아닐까?</div> <div>잠시 후 삐그덕 소리를 내며 철제 문이 열렸다.</div> <div>강렬한 빛이 우리에게 쏟아졌고, 그 빛줄기 사이에 누군가가 서 있었다.</div> <div>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 그 실루엣은 우리에게 말을 했다.</div> <div>귀신은 아닌 것 같았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살고 싶으면 묻지 말고 따라와..."</div> <div></div> <div>박형사와 나는 서둘러 몸을 일으켰다.</div> <div>그리고 강형사를 가리키며 그에게 외쳤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이 사람 좀 도와줘요!!"</div> <div></div> <div>그의 SUV차량에 탑승한 우리는 어디론가 내달리고 있었다.</div> <div>그제서야 어느 덧 시간이 밤 10시가 넘어갔음을 알게 되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당신 누구요?"</div> <div></div> <div>조수석에 앉아 있던 박형사가 그에게 물었다.</div> <div>운동모자를 쓰고 운전에 여념이 없는 그 낯선 남자는 살짝 미소를 띄우더니 입을 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박형사님...서운합니다. 제 목소리도 잊어먹고?"</div> <div></div> <div>"뭐? 당신 나 어떻게 알아?"</div> <div></div> <div>박형사의 물음에 남자는 잠시 고개를 돌려 무표정한 얼굴로 말을 건넸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전화로만 들어서 잘 못알아듣나?"</div> <div></div> <div>그의 말에 갑자기 박형사의 표정이 굳어졌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마.......마두?"</div> <div></div> <div>그 낯선 남자는 회심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넌 죽었어! 내 눈으로 봤다구!!"</div> <div></div> <div>박형사의 말에 남자는 여전히 미소를 지우지 않고 대답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내가 죽은 지 어떻게 알았죠?"</div> <div></div> <div>그제서야 박형사는 눈치를 챘는지 긴 한숨을 내쉬며 말을 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신발!! 핸드폰만 니 거였군."</div> <div></div> <div>박형사는 한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으며, 혼란스러운 생각을 정리하는 듯 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럼 죽은 놈은 누구지?"</div> <div></div> <div>"내 조직원이요."</div> <div></div> <div>"니가 죽인거야?"</div> <div></div> <div>"아뇨. 누구도 죽이지 않았어요. 그냥 그 놈이 죽은 겁니다."</div> <div></div> <div>"무슨 말이야?"</div> <div></div> <div>"나연이와 그 놈한테 얼마동안 시달리면서 난 정말로 죽을 것 같았소.</div> <div>며칠 동안 집을 비워두었죠.</div> <div>그런데 동생처럼 아끼는 놈이 하나 있는데 그 놈이 집을 이사를 해야 하는데</div> <div>날짜가 안 맞아 들어 갈 집의 이삿짐이 안 빠진거요. </div> <div>그래서 내 집에 3일 정도만 머물게 해달라고 간곡히 부탁하는거요.</div> <div>처음엔 귀신 나타난다고 경고도 했소. 그런데 그 걸 누가 믿겠소?</div> <div>그 녀석이 그 집엘 들어가서 3일 째 되는 날 투신한거요.</div> <div>우리들 폰은 모두 사용 용도가 다른 대포폰이요.</div> <div>내가 가지고 있는 폰만 5개요.</div> <div>형사님한테 전화할 때 쓴 건 집에 놓고 나왔소."</div> <div></div> <div>"그럼 내가 사건 조사하러 빠에 들락거렸을 때 마두가 누군지 너의 조직원들이 알았을텐데?"</div> <div></div> <div>"형사님은 지금 마두라는 이름이 우리 세계에서 쓰이는 이름이라고 생각하시는거요?</div> <div>조직에서 사용되는 내 이름은 '백사'요.</div> <div>'백사'라는 이름으로 형사님한테 전화한 것 들키면 난 바로 한강이나 서해 앞바다에서 </div> <div>변사체로 발견될 거요.<br />안 그래도 당신한테 장부를 넘기기로 한 날, 난 장부를 손에 쥐기 위해 빠로 들어갔는데<br />그날 따라 보안이 철저한거요.</div> <div>여러가지 방법으로 창고 장부를 얻어내려고 했는데 실패했소.</div> <div>밤마다 귀신놀이를 하고 빠에 드나드는 내 모습이 어떠했겠소?</div> <div>꼭 그 장부 때문이 아니어도 나의 행동과 몰골은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소.</div> <div>아니나 다를까 주변의 조직원들이 조금씩 나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겁니다.</div> <div>곧 그들의 엄청난 정보력이 작동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소.</div> <div>도망을 칠까, 아니면 모든 것을 털어놓을까 아니면 발뺌을 할까 여러가지 방법을 구상하던 와중에</div> <div>마침 그 동생 놈이 죽은거요.</div> <div>그리고 경찰들은 그 핸드폰의 통화내역을 보고 그 동생놈을 마두라고 여긴거요.</div> <div>마두란 실존 인물도 아니니 우리 조직원들은 그 동생놈이 이름까지 바꿔가며 </div> <div>자신들을 배신했다고 여긴 겁니다."</div> <div></div> <div>"염병할...완전히 삽질했군.."</div> <div></div> <div>박형사는 자신의 머리를 치며 자책하고 있는 듯 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럼 지금 그 장부가 있나?"</div> <div></div> <div>박형사의 물음에 백사라는 남자는 갑자기 박형사에게 휴대폰을 던져 주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회장이라고 불리는 두목의 개인 사무실 금고에 있소.</div> <div>오늘 밤 그들이 약물, 시체, 장부....모든 증거를 옮길 예정이오.</div> <div>오늘 밤이 지나면 영원히 그들을 잡을 수 없소.</div> <div>지금 경찰 병력을 출동시키시오."</div> <div></div> <div>남자의 말에 아무런 대꾸없이 박형사는 조용히 버튼을 누르고 통화를 시도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나 박형사야...내 걱정 안해도 돼...무사해..</div> <div>지금 그 스탠드바로 형기대, 타격대 모조리 쏟아부어!!</div> <div>업소 안쪽에 창고까지 모조리 압수수색해!!</div> <div>영장은 나중에 발부받아!!</div> <div>내가 책임질테니까 지금 출동해!!"</div> <div></div> <div>통화를 마친 박형사는 백사에게 물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런데 지금 어디가는 건가?"</div> <div></div> <div>"그 놈이 있는 곳...."</div> <div></div> <div>"뭐?"</div> <div></div> <div>박형사는 나를 한 번 뒤돌아보더니 표정을 살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잠깐 그 전에 먼저 뒤에 있는 강형사부터 병원으로 옮겨줘."</div> <div></div> <div>"좋소이다. 그 정도야 뭐...."</div> <div></div> <div>가까운 병원에 들린 우리는 응급실로 강형사를 옮기고 백사의 차량으로 다시 이동하기 시작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 장부에는 뭐가 있지?"</div> <div></div> <div>박형사의 질문에 백사는 잠시 쓴 웃음을 지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몇 년전에 우리 클럽에 김나연이란 갓 스물 넘은 미모의 어린 친구가 들어왔소.</div> <div>그냥 빠에서 얼굴로 승부하면서 대화도 나누고, 술도 따라주며 손님을 접대하던 여자였소.</div> <div>처음엔 몰랐는데 생각보다 말도 잘하고, 옷도 잘 차려입더이다.</div> <div>1년 정도 지나자 그녀의 요염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소.</div> <div>남자들의 애간장을 녹였놨지.</div> <div>그녀와 말 한마디를 나누기 위해 밤새 부산에서 달려오는 손님도 있었고, 사업체 출장근무를 포기하고</div> <div>날이 새도록 그녀와 얘기하는 손님도 있었소. 심지어 일본에서 오는 손님도 있었소.</div> <div>그녀와 대화를 나눌 수만 있다면, 수 백만원의 술값은 문제가 아니었소.</div> <div>우리 조직은 엄청난 그녀의 힘을 느끼자 손님들을 회원제로 바꾸었소.</div> <div>최고급 손님들만 받은거요. 그것도 그녀를 만나는 시간을 정해서....</div> <div>그런데 거기서부터가 잘못이었소."</div> <div></div> <div>백사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그 다음에 할 말을 정리하고 있는 것 같았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어느 날 큰 병원을 운영하는 원장이라는 친구가 우리에게 요구를 하나 하는거요.</div> <div>그녀와 잠자리를 주선하면 좋은 거래를 하나 하겠다고 합디다.</div> <div>그의 말은 조직 입장에서는 실로 군침이 도는 것이었소."</div> <div></div> <div>박형사가 잠시 그의 말에 끼어들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병원 마약이었군."</div> <div></div> <div>"그렇소. 병원으로 유입되는 마약 진통제들을 유통시켜 주겠다는 것이오.</div> <div>그것도 공짜로 말이오.</div> <div>우리는 흔쾌히 승락했소.</div> <div>그런데 문제가 발생한거요. 나연이가 그 원장과 잠자리를 거부한거죠.</div> <div>우리 조직은 포기할 수 없었소.</div> <div>상품가치가 떨어질까봐 나연이에게 손만 대지 않았지 온갖 협박을 다 동원했소.</div> <div>심지어 가족들까지 죽이겠다고 협박까지 했소.</div> <div>그래도 그녀는 말을 듣지 않았소.</div> <div>그리고 며칠 후 그녀가 갑자기 결근을 한거요.</div> <div>도망을 친거죠. 우리 조직의 정보력은 이미 경찰 내부까지 닿아 있어서 찾는 건 시간문제였소.</div> <div>이틀만에 나연이가 잡혀왔소.</div> <div>그런데 잡아오는 와중에 나연이을 끝까지 놓지 않았던 나연이의 아버지가 조직원들의 손에 당했소.</div> <div>고의는 아니었지만 어떻게 하다보니 죽게 된겁니다."</div> <div></div> <div>"신발 놈들...깡패새끼들은 사회의 암덩어리라니까....다 싸그리 총살시켜버려야 해."</div> <div></div> <div>박형사의 분노섞인 탄식이 쏟아졌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후후....그 세계 생리가 원래 그런거요.</div> <div>하여튼 나연이는 반실성 상태로 돌아왔죠.</div> <div>일을 시켜야 하는데 도대체 일을 하지 않는 겁니다.</div> <div>그 때 그 원장놈이 약을 하나 추천해 줍디다.</div> <div>펜타닐(fentanyl)....</div> <div>모르핀보다 100배나 센 진통제라고 하는데 효과는 끝내줍디다.</div> <div>나연이가 손님들을 접대하기 시작한거요.</div> <div>원장놈이 나연이와 하룻밤을 보냈다는 소문이 나돌자 발정난 개들처럼 사방에서 </div> <div>고위층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몰려들기 시작했소. 우리 조직은 바보가 아니오."</div> <div></div> <div>"혹시 모를 내일을 위해 장부에 그들을 기록해 두었겠군."</div> <div></div> <div>"그렇소 사육하듯이 길러지는 나연이가 언제 한 방에 훅 갈지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에 </div> <div>우리는 힘있는 자들을 옭아맬 족쇄를 만든거요.그들이 우리를 배신할 수 없도록 말이오.</div> <div>특히 그 원장놈의 경우는 나연이과 함께 밤을 보낼 때 우리가 비디오까지 촬영해 두었소.</div> <div>그 장부에 기록된 명부를 보면 당신도 깜짝 놀랄거요."</div> <div></div> <div>"경찰 고위층도 있나?"</div> <div></div> <div>"내가 그나마 경찰에게 일말의 믿음을 갖는 것은 당신네 소속은 거기에 없었다는거요."</div> <div></div> <div>나는 순간 궁금한 점이 하나 떠올랐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런데 창고의 여자 시체는 뭐예요?"</div> <div></div> <div>"간호사?"</div> <div></div> <div>"그래요. 간호사...."</div> <div></div> <div>"원장하고 내연의 관계에 있던 여자야. </div> <div>원장이 나연이에게 맛들려 있는데 그 여자가 눈에 들어오겠냐?</div> <div>게다가 그 원장 놈이 병원 장부 조작하다가 그 여자한테 들킨거야.</div> <div>그 여자는 그걸로 원장을 협박하면서 다시 만나주길 바랬고..</div> <div>그 때 원장이 하고 싶었던 건 뭐였겠냐? 뻔하지 뭐....</div> <div>결국 원장이 부탁해서 조직원들이 처리한거야..."</div> <div></div> <div>"신발새끼들...오늘 내로 니 들 모두 평생 콩밥이나 먹을 준비나 해라.."</div> <div></div> <div>박형사는 마치 총이라도 있으면 쏴죽일 기세로 그를 몰아 붙였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너무 흥분하지 마쇼. 형사나리...나는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div> <div></div> <div>"강아지들...."</div> <div></div> <div>어느새 차량은 큰 대로에 진입했다.</div> <div>백사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우리는 그 상류층 모임을 <font color="#c31a1b"><strong><span style="font-size: 12pt">'사일런트 엔젤'</span></strong><span style="font-size: 12pt"> </span></font>이라고 불렀소."</div> <div></div> <div>뒷좌석에 앉아 그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조용히 대화를 듣고 있던 나는 귀가 쫑긋 서는 기분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사일런트 엔젤이 그거였군요. 그 말 한마디에 난 죽을 고비를 몇 번을 겪었고..."</div> <div></div> <div>"시간대를 정해 그녀를 만나니 나연이를 상대하는 대상이 누구인지 서로 모르는거요.</div> <div>물론 그들도 알고 싶지 않았을 것이오. 오로지 나연이를 만나는 것이 목표였으니까.</div> <div>우리는 나연이의 상품가치를 길게 끌어야 했소.</div> <div>그래서 약도 펜타닐에서 비교적 약한 염산페치딘으로 바꾸었소.</div> <div>그런데 그게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킨거요.</div> <div>나연이가 현실을 서서히 깨닫기 시작한거요.</div> <div>나연이를 감시하면서 보살핀 사람은 나였소."</div> <div></div> <div>그는 갑자기 지난 기억에 대한 아픔이 밀려오는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녀가 처음에 업소에 들어온 날부터 난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겨버렸소.</div> <div>그녀가 출퇴근을 할 때는 매일 같이 차로 동행했소.</div> <div>조직에서 시킨 일이었지만 나에게 일이 아니었소. 그냥 행복 그 자체였소.</div> <div>그녀와 같이 있는 1초, 1초가 나에게 너무나도 즐겁고 짜릿한 시간이었소.</div> <div>한 번은 내 생일을 어떻게 알았는지 차 안에서 작은 초콜렛 케익 상자를 하나 건넵디다.</div> <div>살아오면서 온갖 험하고 거친 일을 모두 겪으면서, 오로지 독기와 증오, </div> <div>투쟁만으로 얼룩진 나에게 나연이는 하나의 커다란 오아시스였소.</div> <div>그 순간 나연이를 품고 싶었지만 그것은 곧 우리 서로에게 종말을 고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소.</div> <div>나는 우리 조직의 힘이 얼마나 막강한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오.</div> <div>오랜 시간이 흘러가도 난 나연이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버릴 수가 없었소.</div> <div>나연이가 그렇게 망가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는 나의 심정이 어떠했겠소?"</div> <div></div> <div>어느덧 그의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정신이 돌아온 나연이가 어느 날 저에게 함께 도망치자고 합디다.</div> <div>저는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지만 겉으로 드러낼 수 없었소.</div> <div>조금만 견뎌보자고 그녀를 위로할 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소.</div> <div>그런데 얼마 후 난 내가 몰랐던 사실을 하나 알게 된거요.</div> <div>사일런트 엔젤 중에 시의원 놈이 하나 있었는데 그 놈 보좌관이란 녀석이 항상 따라다녔소.</div> <div>아주 핸섬하고, 매너있고 굉장히 유식한 놈이었소. 게다가 참 착해 보였소.</div> <div>이름이 박태수란 놈이었는데 그 놈도 나연이에게 푹 빠져 버린거요.</div> <div>의원놈이 그녀와 술자리를 하는 동안 보통은 밖에서 기다렸지만 </div> <div>어느 순간부터 술자리에 동석을 하는거요.</div> <div>나연이가 의원놈을 설득해서 그런 거라오.</div> <div>나는 육감적으로 알아챘소. 그녀도 그 보좌관 놈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div> <div>그녀가 나를 떠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소..."</div> <div></div> <div>백사는 잠시 얼굴을 손으로 쓸어내렸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저 깊은 곳으로 사라졌던 독기와 증오, 분노가 그 놈을 보는 순간 다시 솟구치기 시작했소.</div> <div>안개가 자욱하던 어느 날 밤 나는 ㅇㅇ대로로 그를 유인했소."</div> <div></div> <div>"죽였군."</div> <div></div> <div>박형사가 끼어들어 그가 할 말을 대신 해주었다.</div> <div>백사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다음 말을 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 놈을 죽이고 나니 모든 것이 해결될 것만 같았고, 이젠 자신감까지 붙었소.</div> <div>모든 것을 터뜨리고 그녀를 데리고 도망치기로 작정한거요.</div> <div>그래서 당신한테 연락을 한거요."</div> <div></div> <div>"너를 죽이겠다고 나타난다는 놈이 박태수 그 놈이야?"</div> <div></div> <div>"그렇소"</div> <div></div> <div>백사는 힘없이 대답을 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박태수.....결국 그 사람이었군요...."</div> <div></div> <div>나는 진실에 맞닥뜨렸지만 지금 이 순간 어떠한 감정을 표출해야 하는지 정할 수가 없었다.</div> <div>잠시 몇 초간의 침묵이 차량 안을 맴돌았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김나연은 어떻게 죽은거야?"</div> <div></div> <div>"자살했소...."</div> <div></div> <div>"뭐? 자살? 신발 거짓말 아냐?"</div> <div></div> <div>"거짓말 아니오. 정말 자살까지 할 줄은 몰랐소.</div> <div>그 보좌관 놈이 안보이자 우리가 처리했다는 것을 직감했는지 스스로 목을 매달아 목숨을 끊은거요.</div> <div>그 만큼 그 놈을 사랑했으니까 그랬겠죠....."</div> <div></div> <div>"그래서 사체를 정화조에 버린거야?"</div> <div></div> <div>백사는 박형사의 물음에 대답을 거부한 채 자신의 말을 이어갔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게다가 나연이가 우리 업소에서 죽은 걸 엔젤들이나 경찰들이 알기라도 하는 날에는 끝장이었소.</div> <div>우리는 나연이의 일가 친척에게 다가가 얼마의 돈을 쥐어주고 실종신고를 하라고 했소.</div> <div>우리 입장에서는 나연이가 출근을 하지 않았다고 하면 되니까 </div> <div>경찰들에겐 큰 의심을 사지 않을거라 생각했소.</div> <div>그 친척들이 우리의 행동을 의심할 만도 했는데, 돈 앞에는 꼼짝 못하는거요.</div> <div>우리도 쓰레기였지만 그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소.</div> <div>나연이와 떨어져 사는 아버지를 그 누구 하나 돌봐 주지도 않았으면서, </div> <div>우리가 돈을 건네자 나연이의 실종을 자기 일처럼 슬퍼하는거요.</div> <div>그런데 알 수 없는 일이 벌어진거요.."</div> <div></div> <div>"뭐가?"</div> <div></div> <div>백사는 잠시 말을 멈추고 멍하니 전방을 주시했다.</div> <div>자신이 운전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나 하는걸까?</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저씨...정신차려요!!"</div> <div></div> <div>나는 그의 정신을 깨우려 소리쳤다.</div> <div>그제서야 그는 다시 말을 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우린 분명히 산속 깊은 곳에 묻었소. 그런데 나연이가 정화조에서 발견된거요.</div> <div>우리가 나연이를 묻은 산과 정화조는 가까이 있지만 이건 누군가가 옮기진 않고서는 </div> <div>일어날 수 없는 일이오."</div> <div></div> <div>밤 10시가 훨씬 넘었음에도 대로에는 고속으로 질주하는 차량이 넘쳐났다.</div> <div>그런데 뭐가 이상하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익숙한 이 길.....</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이봐요. 아저씨....지금 여기는?"</div> <div></div> <div>그가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더니 이해할 수 없는 미소를 보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항상 진실은 가까운 곳에 있는거야...."</div> <div></div> <div>이에 박형사가 그의 말을 제지했다.</div> <div></div> <div></div> <div>"야! 너 무슨 말 하는거야?"</div> <div></div> <div>그는 아무 대꾸없이 파손된 가드레일 옆에 차량을 급정지시켰다.</div> <div>내가 사고를 낸 지점이었다.</div> <div>그는 차에서 천천히 내려 그 정화조 방향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div> <div>서둘러 따라 내린 우리는 무표정한 그의 옆모습을 살피며, 그의 말을 기다렸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내 임무는 여기까지요."</div> <div></div> <div>시선을 돌리지 않은 채 그가 입을 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임무라니?"</div> <div></div> <div>"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고통을 아시오? 이젠 맘 편히 떠날 수 있겠네..."</div> <div></div> <div>뜬금없는 그의 말에 박형사는 게속 물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도대체 무슨 소리 하는거야?"</div> <div></div> <div>그제서야 그는 고개를 돌려 우리를 바라보았다.</div> <div>너무나도 무서운 눈빛으로 소름끼치는 미소를 지으며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font color="#c31a1b">"정화조가 너무 얕다고 생각해 본 적 없소?"</font></span></strong></div> <div></div> <div></div> <div></div> <div>순식간이었다.</div> <div>아무도 제지할 수 없었다.</div> <div>그가 갑자기 대로로 뛰어들었고, 고막을 찢는 듯한 타이어의 스크래치음이 들렸다.</div> <div></div> <div>큰 트럭에 치어 공중으로 떠오르는 그가 보였다.</div> <div>10미터 이상을 날아간 그의 몸이 힘을 잃은 꼭두각시 인형처럼 나동그라졌다.</div> <div></div> <div>트럭에 뒤이어 여러 차량들이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멈춰섰다.</div> <div>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 들었고, 여기저기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div> <div>박형사와 나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그에게 다가갔다.</div> <div></div> <div>서서히 사람들 틈 사이로 그가 누워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div> <div>사람들이 비명을 지른 이유는 우리가 예상했던 것이 아니었다.</div> <div>사고의 처참함이 아니었다.</div> <div></div> <div>처참함으로 따진다면 핏물로 머리를 감은 듯한 나와 박형사의 얼굴이 더 구역질을 유발할 것이다.</div> <div>팔 한쪽이 떨어져 나가고, </div> <div>다리 하나는 엿가락처럼 휘어 머리까지 닿아있는 지금의 그의 자세도 아니었다.</div> <div>정작 우리의 눈을 의심케 만든 것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경악스런 그의 모습이었다.</div> <div></div> <div>수개월을 굶은 사람처럼 볼은 함몰되어 있었고, </div> <div>몸의 수분을 쫘악 빨아낸 듯 몸은 말라 있었다.</div> <div>짙은 다크써클로 둘러싸인 눈알은 그 크기를 보여주기라도 하는냥 </div> <div>얇은 가죽이 된 눈꺼풀로 간신히 덮여 있었으며,</div> <div>조금 전까지 혈기왕성했던 그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div> <div>저승사자 같은 청백색의 얼굴빛은 그가 조금 전에 죽은 사람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었다.</div> <div></div> <div>묘한 미소를 띠며, 죽어있는 그의 모습 앞에서 나는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div> <div>박형사는 숨소리같은 속삭임으로 넋두리를 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신발...이젠 형사질도 못해 먹겠네.."</div> <div></div> <div>박형사는 백사가 준 휴대폰으로 어딘가로 급히 전화를 했다.</div> <div>얼마 후 사고현장에 경찰과 구급대원들이 도착하였다.</div> <div>시신을 수습하는 그들의 표정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div> <div>사고 수습을 하러 나온 경찰들이 박형사를 알아보고 우리에게 얼굴과 손을 닦을 수건을 건넸다.</div> <div>한참 얼굴을 문지르고 있는데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한 두가지 모진 일을 겪은게 아니구만...얼굴들이 많이 상했어."</div> <div></div> <div>자신을 법사라고 불러달라던 무당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니...형님!? 여긴 어떻게 알고?"</div> <div></div> <div>"너, 몇 시간동안 실종되었다며?</div> <div>니네 서에서 나한테까지 전화질이더라...</div> <div>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궁금해서 참을 수가 있어야지.</div> <div>서에 들렀다가 여기 현장에 있다길래 와 봤어.."</div> <div></div> <div>무당은 박형사 옆에 우두커니 서 있는 나에게 시선을 맞추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어이쿠..이 젊은 친구는 아예 순사가 되셨나 보네."</div> <div></div> <div>나는 대답을 거부한 채 시선을 돌렸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형님..혹시 조금 전의 사고 난 시체 봤어요?"</div> <div></div> <div>"그래..."</div> <div></div> <div>"어떻게 생각해요?"</div> <div></div> <div>"어떻게 생각하긴?</div> <div>죽은 영혼이 자신의 몸을 떠나지 못하고 누군가에게 붙들려 다닌거지.</div> <div>한 맺힌 원혼이 그를 붙잡아두고 있었겠지...</div> <div>이제 그 원한의 굴레에서 벗어난 것 같군.</div> <div>자신의 몸이 썩어가고 있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쉽지 않았을거야."</div> <div></div> <div>"우와 완전히 좀비네요. 좀비...."</div> <div></div> <div>그제서야 나는 입을 열었다.</div> <div>그 때 멀리서 경광등을 밝히고 형사기동대 차량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div> <div>그리고 포크레인 한대가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저건 뭡니까? 형사님."</div> <div></div> <div>"아까 백사가 그랬잖아. 정화조가 너무 얕다고... 그래서 요청했어."</div> <div></div> <div>"그럼, 박태수란 사람이 김나연이를 발견한 자리 아래에 묻혀 있단 말입니까?"</div> <div></div> <div>"백사 말이 맞다면 그럴거야..."</div> <div></div> <div>현장에 도착한 포크레인은 정화조 주변의 흙을 파내기 시작했다.</div> <div>어느 정도 정화조의 밑동이 드러나자 포크레인의 거대한 삽이 정화조를 힘껏 밀어 넘어뜨렸다.</div> <div>엄청난 양의 토사와 함께 정화조를 채우고 있던 이물질들이 쏟아져 나왔다.</div> <div>그리고 그도 함께 쏟아져 나왔다.</div> <div></div> <div>살점은 거의 붙어있지 않고 앙상하게 남은 뼈들이 서로 분리된채 쏟아져 나왔다.</div> <div>몇 개의 뼈들을 감싸고 있는 누더기같은 옷만이 그것이 사람이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div> <div>여기저기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이런 세상에....."</div> <div></div> <div>무당이 갑자기 긴 탄식을 내뱉았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왜요? 아저씨?"</div> <div></div> <div>"네가 자네 손을 잡았을 때 느꼈던 기운이 저 시체에서 쏟아져 나오는구만."</div> <div></div> <div>무당은 두 손을 합장한 채 염불같은 주문을 외우며 그의 명복을 기렸다.</div> <div>나는 멍하니 그 광경을 지켜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저 뼈들이 이 모든 사건의 중심이었단 말입니까?"</div> <div></div> <div>박형사는 옆의 경찰에게 담배 하나를 얻은 후 조용히 그것을 입에 물었다.</div> <div>미간을 찌푸리며 연신 담배를 빨고 있는 박형사의 모습은 </div> <div>사건을 해결한 후의 형사의 모습이라기보다는</div> <div>또 다른 사건에 직면하여 고민하는 형사의 모습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무슨 고민거리 있으세요?"</div> <div></div> <div>나의 물음에 박형사는 긴 연기를 내뿜으며 대답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산 속에 묻었다는 김나연이 시체는 어떻게 된거지?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야?"</div> <div></div> <div>포크레인이 임무를 마치자 철수를 하기 위해 몸을 돌렸다.</div> <div>포크레인이 물러난 그 자리에는 구급대원들이 채워졌다.</div> <div>그 때 박형사가 굉음을 내며 떠나려는 포크레인을 잡아세웠다.</div> <div>그리고 큰소리로 물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저씨!! 구청에서 나왔죠?"</div> <div></div> <div>40대로 보이는 포크레인 기사는 박형사의 말이 잘 들리지 않는지 시동을 끄고 물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왜요?"</div> <div></div> <div>"아저씨 이 정화조 공사 한 적 있어요?"</div> <div></div> <div>"예전에 이거 만들 때 했었소."</div> <div></div> <div>"이 정화조 용도가 뭐예요?"</div> <div></div> <div>"예전에 주변에 길 건너편에 작은 상가가 있어서 폐수정화로 사용되었던건데, </div> <div>지금은 폐쇄되어서 그냥 방치되어있는거요.</div> <div>정화조와 연결된 하수로는 그냥 빗물 수로로 사용되고 있소."</div> <div></div> <div>"그 수로가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 알아요?"</div> <div></div> <div>"잘은 모르는데....아마..."</div> <div></div> <div>기사는 300미터 이상 떨어진 길 건너편 야산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저 산의 토사유출을 막기 위해서 작은 수로가 만들어져 있는데 </div> <div>거기서 모아진 물이 이 곳으로 유입될거요."</div> <div></div> <div>그의 말을 듣고 있던 박형사의 미간이 더욱 찌푸려졌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젠장....떠내려온거군....</div> <div>큰 비 때문에 토사가 유출되면서 수로로 들어간거야."</div> <div></div> <div>옆에서 듣고 있던 나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div> <div>백사가 말한 가까운 산이란 눈 앞에 보이는 그 곳 밖에 없었다.</div> <div></div> <div>지름이 1미터 정도 밖에 안돼 보이는 수로를 통해 무려 300미터 이상을 떠내려오다니......</div> <div>김나연의 시체가 얼마나 오랜 시간을 저 수로 속에서 보냈던 것일까?</div> <div></div> <div>게다가 그 수로는 윗부분이 살짝 노출된 채 인근 아파트에서 만든 작은 공원을 지나고 있었다.</div> <div>밤마다 수 많은 사람들이 물에 불은 그 시체를 밑에 두고 여가를 즐겼다는 것 아닌가?</div> <div>생각만 해도 스름이 끼쳤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런데 소름끼치는 저 시체는 뭐요?"</div> <div></div> <div>포크레인 기사가 박형사에게 물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수백미터 떨어져 잠들어있는 사랑하는 여인을 여기까지 불러낸 남자랍니다."</div> <div></div> <div>박형사의 엉뚱한 대답에 기사는 잠시 눈썹을 치켜 올리고는 이내 자리를 떴다.</div> <div>이제 모든 것이 끝난 것인가?</div> <div></div> <div>안도감과 함게 극심한 피로감이 몰려왔다.</div> <div>두통까지 밀려와 현기증이 느껴졌다.</div> <div>그 때 시신 수습을 하고 있는 구급대원들이 눈에 들어왔다.</div> <div>그런데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그곳을 향하고 있었다.</div> <div></div> <div>넘어진 정화조 뒤쪽으로 깊은 어둠을 간직하고 있는 수로가 보였다.</div> <div>왠지 모를 이유로 나는 그곳으로 다가서고 있었다.</div> <div></div> <div>오로지 어둠뿐이었다.</div> <div>그리고 내 발앞으로 떨어지는 작은 물줄기....</div> <div>잠시 후 그 어둠 속에서 나타난 하얀 형상...</div> <div>뱀처럼 꿈틀대며 그것이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div> <div></div> <div>그것도 아주 천천히....마치 살아있는 뱀처럼....</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스르르르륵....스르르르륵....."</div> <div></div> <div>허리까지 늘어진 검은 머리, 나를 향해 바라보고 있는 그 하얀 얼굴.....</div> <div>팔다리를 모으고, 엎드린 자세로 머리만 처든 채 김나연이 헤엄쳐오고 있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악!!!"</div> <div></div> <div>비명소리와 함게 나는 상반신을 일으켰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성태야!! 정신 차려!!"</div> <div></div> <div>아버지였다.</div> <div>꿈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버지!! 보고 싶었어요!!"</div> <div></div> <div>나는 와락 아버지를 끌어 안았다.</div> <div>뜬금없는 나의 행동에도 아버지는 내 몸을 밀어내지 않고 꼭 안아 주었다.</div> <div>그리고 너무나도 그리웠던 아버지의 말투가 이어졌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개놈의 자식..."</div> <div></div> <div>나는 한동안 아버지를 꼭 끌어 안고 눈물을 쏟아냈다.</div> <div>아버지 또한 내 어깨 너머에서 흐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div> <div>잠시 후 감정을 추스린 나는 아버지에게 지금 이곳에 있게 된 경위를 물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이놈아..어제 밤 사건 현장에서 니가 갑자기 쓰러졌댄다.</div> <div>너 도대체 뭔 일을 저질렀길래 사람 죽은 곳만 따라다니는거냐?"</div> <div></div> <div>나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div> <div>얘기 하기에는 너무나도 길었고, 한다고 해도 아버지가 믿어줄리가 없기 때문이다.</div> <div></div> <div>잠시 후 간호사가 병실로 들어왔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깨어나셨네요. 김성태씨..."</div> <div></div> <div>"네.."</div> <div></div> <div>"퇴원하셔도 되구요. 그</div> <div>리고 아까 박정우 형사라는 분이 김성태씨 잠들어 계실 때 오셨다가 메모만 남기고 가셨어요."</div> <div></div> <div>나는 간호사가 내민 쪽지를 받아들어 펼쳐 보았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퇴원하면 잠깐 경찰서에 들렀다 가라-</div> <div></div> <div>나는 퇴원 수속을 마치고 경찰서로 향했다.</div> <div>몇 시간을 병원에서 잠들어 있었던건지 벌써 해가 중천을 지나 서쪽으로 기울어있었다.</div> <div>이번 사건이 초대형 사건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았다.</div> <div>경찰서 주변은 몰려든 기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div> <div>나는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 정문을 지키고 있는 의경에게 신분을 밝혔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박정우 형사님께 김성태가 왔다고 말씀드려 주세요."</div> <div></div> <div>의경은 어디론가 전화를 걸더니 나를 경찰서 안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했다.</div> <div>만신창이가 된 서로 얼굴을 마주하자 우리는 잠시 입꼬리를 치켜 올리며 인사를 나눴다.</div> <div>박형사는 취조실 같은 밀폐된 방으로 나를 안내했다.</div> <div>거기에는 무당 아저씨가 기다리고 있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안녕하신가? 젊은 친구."</div> <div></div> <div>무당이 손을 들어 나에게 친근감을 표시했다.</div> <div>나는 수그러드는 말투로 화답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네.."?</div> <div></div> <div>박형사는 노트북이 놓여진 취조실 탁자 앞에 앉더니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들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이거 니꺼지? 증거품 속에 들어있던건데.."</div> <div></div> <div>내 휴대폰이었다.</div> <div>그는 나에게 휴대폰을 건네주면서 노트북을 만지작거렸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바탕화면에 이쁜 여자 사진이나 깔아놓지, 니얼굴을 박아놨냐?"</div> <div></div> <div>"훗...제가 떨군 휴대폰 보고 반해서 찾아온 여자도 있어요."</div> <div></div> <div>"대단하군..."</div> <div></div> <div>"여기 들어있는 증거 동영상 봤어요?"</div> <div></div> <div>"이미 다 다운 받아놨어."</div> <div></div> <div>이리저리 노트북을 만지작거리던 박형사가 말을 이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리고.....성태야....너 이것 좀 볼래?"</div> <div></div> <div>박형사가 무슨 동영상같은 것을 하나 재생시키더니 노트북 화면을 나에게 갖다 대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길 건너편 아파트 단지의 놀이터 CCTV에 잡힌 화면이야.</div> <div>이번 사건 때문에 조사하다가 형사계에서 입수한 건데 너무 멀어서 잘 안보이지만 </div> <div>여기에 니가 사고 난 장면이 찍혀있어."</div> <div></div> <div>나를 화면에 얼굴을 들이밀며 멀리 보이는 대로를 주시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새벽이라 차가 거의 없어. 그런데 지금 잘 봐봐."</div> <div></div> <div>박형사가 갑자기 화면을 정지시켰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이거 니차 아냐? 테두리에 네온등하고, 반사등 붙였잖아."</div> <div></div> <div>난 내눈을 의심해야 했다.</div> <div>내가 사고 난 지점의 반대 차선을 달리고 있는 것이었다.</div> <div>박형사는 이어서 재생버튼을 눌렀다.</div> <div></div> <div></div> <div>20여초가 지났을까?</div> <div>반대편 차선에 다시 내 차가 나타났다.</div> <div>그리고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div> <div>그 다음에 이어지는 희한한 광경에 나는 할말을 잃고 말았다.</div> <div>동영상이 끝나자 박형사는 노트북을 접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술이나 한 잔하러 갈래?"</div> <div></div> <div>"사건조사 하셔야 할 분이 뭔 술이요?"</div> <div></div> <div>"서에서도 오늘 쉬라고 했다. 다른 형사들이 조사할거야."</div> <div></div> <div>옆에 서 있던 무당이 거들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동동주에 파전 한번 땡길까? 박형사?"</div> <div></div> <div>실내 포장마차에 들어선 그간의 사건을 안주삼아 우리는 신나게 술을 들이켰다.</div> <div>나 뿐만 아니라 모두들 술이 좋아하는 것 같았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저씨는 왜 무당이 되었어요? 딸꾹"</div> <div></div> <div>건하게 취해서 혀꼬이는 나의 발음에 무당이 대답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법사라고 부르라니까 쟈식아!!"</div> <div></div> <div>"그러니까...법사님... 왜 무당이 되었냐구요? 꺽..."</div> <div></div> <div>"허허...그래도 무당이라네. 몹쓸 놈..</div> <div>고등학교 때부터 이유없이 몸이 아파서 신내림 받은거야."</div> <div></div> <div>"에이..맞네..무당..."</div> <div></div> <div>"야 임마.... 난 무당처럼 굿하고, 작두타는 게 아니라 염불외는 법사라구."</div> <div></div> <div>"그럼 염불외는 무당이네....딸꾹.."</div> <div></div> <div>"허허허...내가 포기했다. </div> <div>그나저나 니가 내 제자로 들어오면 뭔가 제대로 일할 수 있을 것 같은데...."</div> <div></div> <div>"어휴....아저씨..전 이젠 귀신이라면 치가 떨립니다. 말도 꺼내지 마세요."</div> <div></div> <div>"썩을 놈...."</div> <div></div> <div>무당 아저씨는 비아냥거리는 듯한 눈빛을 보내더니 동동주를 한 사발 들이켰다.</div> <div>박형사는 술이 센 것 같았다.</div> <div>조금도 흐트러짐없이 바른 자세로 술을 마시고 있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성태, 너는 하는 일이 뭐냐? 그냥 노는 것 같던데..."</div> <div></div> <div>박형사의 물음에 나는 입꼬리을 한 번 치켜올리며 대답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여자나 밝히고, 술이나 밝히고...몹쓸 짓도 많이 하고...그렇게 사는 놈입니다."</div> <div></div> <div>"언제까지 그렇게 살래? 늙어 죽을 때까지?"</div> <div></div> <div>"저도 이젠 이 생활 청산하고 싶습니다. 아버지 뵐 면목도 없구요..."</div> <div></div> <div>"그래 그렇게 생각한다니 다행이다."</div> <div></div> <div>박형사는 조용히 술 한잔을 들이켰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이봐...젊은 친구..남자가 살면서 조심해야 될 세 가지가 있어."</div> <div></div> <div>무당 아저씨가 말을 걸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뭐요?"</div> <div></div> <div>"혀끝, 손끝, 고추끝..."</div> <div></div> <div>"뭔 말이예요?"</div> <div></div> <div>"혀끝은 술조심하라는 소리고, 손끝은 도박조심하라는 소리고, 고추끝은 뭔지 알지?"</div> <div></div> <div>무당은 능글스런 웃음을 지으며 나의 답변을 기다렸다.</div> <div>나는 빠딱한 자세로 반쯤 감긴 눈을 치켜들며 답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포경수술 조심하라구요?"</div> <div></div> <div>"에라이...썩을 놈."</div> <div></div> <div>무당은 능글스런 웃음을 지우고 다시 한번 술을 들이켰다.</div> <div>나의 대답에 박형사가 한바탕 웃음을 쏟아냈다.</div> <div>이 때 포장마차 안에 있던 TV에서 귀에 익은 내용의 뉴스가 흘러나왔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오늘의 첫 뉴스입니다.</div> <div>ㅇㅇㅇ동 스탠드바와 관련된 소식이 속속 들어오고 있습니다.</div> <div>사회 상류층이 연루된 최악의 섹스스캔들 사건으로 전국이 시끄럽습니다.</div> <div>대기업 임원, 병원장, 심지어 시의원까지 연루되어 있는 이번 스캔들의 파장은 쉽게 </div> <div>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div> <div>특히 경찰과 검찰은 ㅇㅇ병원 원장 최모씨를 살인교사 혐의와 마약류 관리법 위반혐의로 </div> <div>긴급체포하고 기소할 방침입니다.</div> <div>또한 스탠드바 대표이사와 운영에 가담한 조직원들에 대해서는 청부살인과 </div> <div>마약류 유통에 관한 혐의를 조사중입니다.</div> <div>한편 서울시는 ㅇㅇ동 스탠드바의 사업자등록을 말소시키고, </div> <div>대표이사인 이모씨를 탈세혐의로 경찰에 추가로 고발할 예정입니다.</div> <div>경찰과 검찰은 오늘 오후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하여 합동 수사반을 구성하고....."</div> <div></div> <div>"우리가 뭔가 하긴 했네요."</div> <div></div> <div>"그래. 엄청난 일을 한거야."</div> <div></div> <div>TV에 시선을 고정한 채 박형사와 나는 대화를 나누었다.</div> <div>우리는 술자리를 끝내고 길거리로 나섰다.</div> <div>취기가 한참 올라온 나는 몸을 가누기가 힘들 정도로 비틀거렸다.</div> <div>박형사는 내 손을 한번 굳게 쥐더니 작별인사를 건넸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잘 지내고, 다시는 경찰서에서 만나는 일 없길 바란다."</div> <div></div> <div>"형사님도 잘 지내세요. 딸꾹.....딸내미 이쁘게 키우시구요...</div> <div>그리고 나 같은 남자친구 만나지 않기를 바래요.."</div> <div></div> <div>"허허.....그래야지"</div> <div></div> <div>내 몸은 비틀거리고 있었지만 정신만은 멀쩡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이봐, 젊은 친구. 다시 한번 생각해 줄 수 없나? 나하고 일하는거..."</div> <div></div> <div>무당의 집요함은 여전했다.</div> <div></div> <div>"무당 아저씨....아니 법사니....이임!!!? </div> <div>나중에 귀신 나타나면 찾아갈테니 부적 하나 잘 써주세요.</div> <div>그거 효과 있던데요. 딸꾹...."</div> <div></div> <div>"에라이...썩을 놈. 잘 가라 이 놈아!!"</div> <div></div> <div>나는 모두에게 작별인사를 마치고 차를 기다렸다.</div> <div>오늘은 이 몸으로 버스를 탔다가는 민폐를 끼치는 것이다.</div> <div>저 멀리서 택시 한 대가 오는 것이 보였고, 나는 손을 흔들었다.</div> <div>뒷좌석에 기댄 나는 몸을 최대한 눕혔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어디로 모실까요?"</div> <div></div> <div>"ㅇㅇ동, 오피스텔이요...."</div> <div></div> <div>그런데 갑자기 생각이 바뀌었다.</div> <div>아버지가 보고 싶었던 거다. 오늘은 아버지 집에서 자고 싶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저씨....거기 말고, ㅇㅇ동 ㅇㅇ아파트로 가주세요."</div> <div></div> <div>"네. 안전하게 모십죠..."</div> <div></div> <div>지금 이 순간 몸은 말을 잘 듣지 않았지만 아직도 내가 정신은 멀쩡하다는 것을 나는 알 수 있었다.</div> <div>택시기사의 목소리가 너무 익숙하게 들렸기 때문이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저씨...나 알죠?"</div> <div></div> <div>룸미러를 통해 그의 얼굴을 확인하려 하였으나 그가 보이지 않았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고맙소. 젊은이....오늘 요금 뿐만 아니라 그 전에 빚진 27000원도 받지 않으리다."</div> <div></div> <div>나는 순간 가슴이 미어져 왔다.</div> <div>택시 안에 안개같은 것이 자욱했다.</div> <div>몇 번이나 눈을 비벼댔지만 소용이 없었다.</div> <div>그리고 노트북에서 보았던 동영상이 떠올랐다.</div> <div>그 영상 속에서 사고 후 나는 택시를 타지 않았다.</div> <div></div> <div>그냥 내 발로 대로를 건너 수킬로미터 떨어진 병원으로 향했던 것이다.</div> <div>내가 타고 갔던 이 택시는 가짜였던 것이다.</div> <div>온 몸에 거부감이 몰려올만도 했지만 나는 이내 편안한 감정을 되찾았다.</div> <div>그의 의미심장한 감사의 표시 때문이었다.</div> <div>나는 최대한 편안한 감정을 유지하고, 너무나 궁금했던 것을 조심스럽게 그에게 물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저씨....나연이 아버지죠?"</div> <div></div> <div>"허허...알아차렸구랴...정말로 고맙네. </div> <div>젊은이....자네 덕에 오늘이 나의 마지막 운행이 되겠구려..."</div> <div></div> <div>"아저씨....저 지금 걷고 있는거잖아요. 귀신차에 타서......안 그래요?"</div> <div></div> <div>"걱정 말게 젊은이. 자네가 다치지 않도록 잘 데려다 주겠네. 그냥 푹 쉬게"</div> <div></div> <div>지금 이 순간 나는 택시를 타고 있지만, </div> <div>어쩌면 내가 위험하게 대로의 한 복판을 걷고 있는지도 모른다.</div> <div>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건 지금 나는 너무나도 편안하고, 그 때처럼 졸음이 쏟아진다는 것이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저씨...딸내미 얘기나 해 줘요..."</div> <div></div> <div>"우리 나연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만큼 너무 이쁜 딸이었다오..</div> <div>어려서 엄마가 사고로 죽고, 나와 같이 살았는데 정말 힘들었지만 예쁘게 잘 커주었다네...</div> <div>어려서부터 하루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어깨도 주물러 주고, </div> <div>재롱도 떨고, 심지어 밥도 차려주고...."</div> <div></div> <div>기사는 뭐가 그렇게 신나는지 연신 딸자랑에 여념이 없었다.</div> <div>편안하게 자세를 취한 나는 기사의 얘기를 들으며,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div> <div></div> <div>그런데 한 가지 걱정거리가 있었다.</div> <div>박형사에게 하지 않은 한 가지 이야기 때문이었다.</div> <div>동영상에는 사고 직후 나이트에서 꼬신 여자가 내리는 모습이 없었다.</div> <div></div> <div>그런데 그 여자 얼굴이 기억이 안난다.</div> <div>그냥 나이트에서 꼬신 여자라는 기억 뿐......</div> <div></div> <div>내가 그 날 나이트에 가기라도 한 걸까?</div> <div>원래 난 나이트에서 그렇게 술이 떡이 되도록 마시지 않는데?</div> <div>그리고 내가 왜 반대편 차선을 달리다가 돌아온 거지?</div> <div>이 때 문자음이 울렸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오빠, 고마워 ^^-</div> <div></div> <div></div> <div>"후~~~"</div> <div></div> <div></div> <div>긴 한숨이 쏟아졌다.</div> <div>문자가 찍힌 액정화면을 수십 차례 만지작거리며 마음을 진정시켰다.</div> <div>그리고 다시 한번 조심스럽게 기사에게 물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아저씨.....따님 번호가 010-7649-xxxx번이예요?"</div> <div></div> <div>나의 물음에 딸 자랑에 여념이 없던 기사가 말을 끊고 고개를 돌려 답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우리 딸이 문자도 참 애교스럽게 보낸다오...."</div> <div></div> <div>씨익 미소를 짓는 그의 모습을 보며, </div> <div>나는 터져나오는 눈물 섞인 너털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그리고 그 영혼의 택시는 신나게 도심 한가운데를 가르며 달리고 있었다.</span></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span></strong> </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12pt"></span></strong> </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 align="center">1차출출처=웃대(하드론 님</div> <div align="center"> </div> <div align="center">2차출처: 네이트판 바코드 님</div> <div align="center"> </div></div></div></td></tr></tbody></table></div> <div class="updown f_clear"> <div class="btnwrap"> <div class="btnbox"> </div></div></div></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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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7/28 18:24:12  123.126.***.135  끝은시작이다  212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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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13/07/28 19:07:26  222.116.***.25  쪼만한앙마님  323559
    [4] 2013/07/28 19:30:37  112.151.***.150  포탑에꿍해쪄  363721
    [5] 2013/07/28 19:54:58  211.36.***.35  용꾸  293491
    [6] 2013/07/28 23:19:13  223.33.***.98  아르한  388015
    [7] 2013/07/29 01:16:02  180.189.***.144  cocoa0563  296923
    [8] 2013/08/02 15:20:28  219.249.***.66  미섹사  105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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