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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humorstory_426333
    작성자 : 리리로로
    추천 : 18
    조회수 : 1432
    IP : 221.146.***.23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4/10/16 12:00:21
    http://todayhumor.com/?humorstory_426333 모바일
    그것이 알고싶다
    한 두번이 아니다.
    누군가 내게 한국어가 아닌 타국어로 말을 걸어온 것이.
     
    언젠가 길을 걷다 니하오라 말하던 남학생의 얼굴을 잊지 못한다.
    아니, 잊지 않는다.
    일전에 연변에서 왔냐고 묻던 아저씨 덕에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있던 그때
    나에게 일말의 희망을 안겨준 학생이니까.
    다시 그 얼굴과 마주하게 된다면 '쓰바씨빠'라고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억양이 뒷부분이 강한 것은 강하게 자라온 나의 삶을 반영하는 것일뿐...
     
    엄마와 홍대 거리를 유유히 걷다
    예쁜 옷가게 앞에 멈춰서 구경을 하고 있을 때였다.
    가게 유리 문 안으로 망설이는 표정을 하던 옷가게 사장님은
    주춤거리는 몸짓으로 문을 빼꼼히 열어제낀 뒤
    어렵게 내게 말을 건넸다.
     
    "두유 라이크 댓? 디스카운트 오케이. 컴인."
     
    영어가 짧은 나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고
    다시 용기를 낸 옷가게 사장님은 계단 밑으로 내려와
    내 팔을 잡아끌고 가게 안으로 데려갔다.
     
    다시 나와 그 옷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이내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원 사이즈. 이거는 프리사이즈. you한테 스몰사이즈."
     
    그제야 나는
    "뭐요?" 라고 반응했고,
    예상외로 한국어 발음이 좋은 나를 보며 반가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엄마에게
    "엄마 다른데 가보자." 라고 말하며 매정히 돌아섰고
    그런 나의 뒷모습을 보며 옷가게 사장님은
    외국인이주노동자를 보듯 안쓰럽게 바라보았다.
     
    며칠전 일이다.
    백화점에 옷구경을 갔다가
    마음에 드는 옷이 있어 매장 앞에 서서 깨작깨작 둘러보고있었는데
    직원이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것이 아니던가.
     
    낮은 아직 더운날씨여서
    자신의 브랜드 옷을 홍보하기위해
    약간은 두꺼운 니트를 입고있어 더운가보다 생각했다가
    순간 느낌이 왔다.
     
    아! 화장실이 급한데 나때문에 못가고있는 것은 아닐까?
    태평양같은 오지랖으로 발길을 돌리려는 그때
    내 달팽이관을 농락한 그 한마디.
     
    "히...히얼. 인 히얼.."
     
    뭐 인마?
    라고 반사적으로 말할뻔했지만
    처음이 아니기에 애써 웃어보이며
    "네?"라고 답했다.
     
    하지만 직원은 그 말에 두번 입을 떼지않고 손짓으로 날 매장으로 안내했다.
    얼떨결에 매장에 들어선 나는 엉거주춤 서서 직원분을 빤히 바라보았고
    직원은 아까보다 더 많은 땀을 흘리며 백화점 매장안에서 육수를 우리고 있었다.
     
    보다못한 내가 인심쓰듯 한국말로 운을 뗐다.
     
    "이거 싸이즈 몇까지 나와요?"
     
    순간 흠칫 놀라는 표정을 보았다.
    가슴 아팠지만, 이것또한 나의 삶이려니 받아들이며 대답을 기다리는 그때
    그 직원의 표정에서 묘한 문장을 읽을 수 있었다.
     
    "니 싸이즈는 안나와요."
     
    무언의 압박. 아니면 흔한 자격지심일까.
    이내 발길을 돌려 쓸쓸한 뒷모습을 보이며 집에 돌아왔다.
     
    엄마에게 물었다.
    - 엄마 나 한국사람같이 안생겼어?
     
    - 아니 너 한국사람이랑 닮았는데 왜? 누가 너 한국사람 안닮았다고 그래? 누구야?!
     
    엄마는 몹시 흥분했다.
     
    그 말을 끝으로 나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이왕이면 완벽한 요우커로 거듭나겠다는 생각으로
    등산바지와 허리춤에 차는 가방을 사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불현듯 아는 동생으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가 떠올라 정체성에 혼란을 느낀다.
     
    공부안하고 사람만나러 다니기 좋아하는 재미교포 5세 정도 같이 생겼다는건
    어떻게 생겼다는 것일까.
    도무지 짐작이 가지않아 그것이 알고싶다에 제보해 볼 생각이다.
    과연 김상중씨는 나에게 어떤 인사를 건넬까.
    그것이 알고싶긴 개뿔.
     
    그럼 이만 굿바이 짜이찌엔 사요나라 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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