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한 두번이 아니다.</div> <div>누군가 내게 한국어가 아닌 타국어로 말을 걸어온 것이.</div> <div> </div> <div>언젠가 길을 걷다 니하오라 말하던 남학생의 얼굴을 잊지 못한다.</div> <div>아니, 잊지 않는다. </div> <div>일전에 연변에서 왔냐고 묻던 아저씨 덕에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있던 그때</div> <div>나에게 일말의 희망을 안겨준 학생이니까.</div> <div>다시 그 얼굴과 마주하게 된다면 '쓰바씨빠'라고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div> <div>억양이 뒷부분이 강한 것은 강하게 자라온 나의 삶을 반영하는 것일뿐...</div> <div> </div> <div>엄마와 홍대 거리를 유유히 걷다</div> <div>예쁜 옷가게 앞에 멈춰서 구경을 하고 있을 때였다.</div> <div>가게 유리 문 안으로 망설이는 표정을 하던 옷가게 사장님은</div> <div>주춤거리는 몸짓으로 문을 빼꼼히 열어제낀 뒤</div> <div>어렵게 내게 말을 건넸다.</div> <div> </div> <div>"두유 라이크 댓? 디스카운트 오케이. 컴인."</div> <div> </div> <div>영어가 짧은 나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고</div> <div>다시 용기를 낸 옷가게 사장님은 계단 밑으로 내려와 </div> <div>내 팔을 잡아끌고 가게 안으로 데려갔다.</div> <div> </div> <div>다시 나와 그 옷을 번갈아 바라보더니</div> <div>이내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div> <div> </div> <div>"원 사이즈. 이거는 프리사이즈. you한테 스몰사이즈."</div> <div> </div> <div>그제야 나는 </div> <div>"뭐요?" 라고 반응했고,</div> <div>예상외로 한국어 발음이 좋은 나를 보며 반가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div> <div> </div> <div>하지만 나는 엄마에게</div> <div>"엄마 다른데 가보자." 라고 말하며 매정히 돌아섰고</div> <div>그런 나의 뒷모습을 보며 옷가게 사장님은</div> <div>외국인이주노동자를 보듯 안쓰럽게 바라보았다.</div> <div> </div> <div>며칠전 일이다.</div> <div>백화점에 옷구경을 갔다가</div> <div>마음에 드는 옷이 있어 매장 앞에 서서 깨작깨작 둘러보고있었는데</div> <div>직원이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div> <div>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것이 아니던가.</div> <div> </div> <div>낮은 아직 더운날씨여서</div> <div>자신의 브랜드 옷을 홍보하기위해</div> <div>약간은 두꺼운 니트를 입고있어 더운가보다 생각했다가</div> <div>순간 느낌이 왔다.</div> <div> </div> <div>아! 화장실이 급한데 나때문에 못가고있는 것은 아닐까?</div> <div>태평양같은 오지랖으로 발길을 돌리려는 그때</div> <div>내 달팽이관을 농락한 그 한마디.</div> <div> </div> <div>"히...히얼. 인 히얼.."</div> <div> </div> <div>뭐 인마?</div> <div>라고 반사적으로 말할뻔했지만</div> <div>처음이 아니기에 애써 웃어보이며</div> <div>"네?"라고 답했다.</div> <div> </div> <div>하지만 직원은 그 말에 두번 입을 떼지않고 손짓으로 날 매장으로 안내했다.</div> <div>얼떨결에 매장에 들어선 나는 엉거주춤 서서 직원분을 빤히 바라보았고</div> <div>직원은 아까보다 더 많은 땀을 흘리며 백화점 매장안에서 육수를 우리고 있었다.</div> <div> </div> <div>보다못한 내가 인심쓰듯 한국말로 운을 뗐다.</div> <div> </div> <div>"이거 싸이즈 몇까지 나와요?"</div> <div> </div> <div>순간 흠칫 놀라는 표정을 보았다.</div> <div>가슴 아팠지만, 이것또한 나의 삶이려니 받아들이며 대답을 기다리는 그때</div> <div>그 직원의 표정에서 묘한 문장을 읽을 수 있었다.</div> <div> </div> <div>"니 싸이즈는 안나와요."</div> <div> </div> <div>무언의 압박. 아니면 흔한 자격지심일까.</div> <div>이내 발길을 돌려 쓸쓸한 뒷모습을 보이며 집에 돌아왔다.</div> <div> </div> <div>엄마에게 물었다.</div> <div>- 엄마 나 한국사람같이 안생겼어?</div> <div> </div> <div>- 아니 너 한국사람이랑 닮았는데 왜? 누가 너 한국사람 안닮았다고 그래? 누구야?!</div> <div> </div> <div>엄마는 몹시 흥분했다.</div> <div> </div> <div>그 말을 끝으로 나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div> <div>이왕이면 완벽한 요우커로 거듭나겠다는 생각으로</div> <div>등산바지와 허리춤에 차는 가방을 사기로 결심했다.</div> <div> </div> <div>하지만 불현듯 아는 동생으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가 떠올라 정체성에 혼란을 느낀다.</div> <div> </div> <div>공부안하고 사람만나러 다니기 좋아하는 재미교포 5세 정도 같이 생겼다는건</div> <div>어떻게 생겼다는 것일까.</div> <div>도무지 짐작이 가지않아 그것이 알고싶다에 제보해 볼 생각이다.</div> <div>과연 김상중씨는 나에게 어떤 인사를 건넬까.</div> <div>그것이 알고싶긴 개뿔.</div> <div> </div> <div>그럼 이만 굿바이 짜이찌엔 사요나라 빡가.</div> <div class="autosourcing-stub-extra"> </div> <div class="autosourcing-stub-extra"> </div> <div class="autosourcing-stub-extra">출처 - <a target="_blank" href="http://www.liliroro.com" target="_blank">www.liliroro.com</a></div> <div class="autosourcing-stub-extra">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