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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humorstory_296490
    작성자 : 리리로로
    추천 : 32
    조회수 : 1862
    IP : 112.223.***.50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2/06/07 18:44:23
    http://todayhumor.com/?humorstory_296490 모바일
    나무식혜
    초등학교 시절
    근처에 새로생긴 외국어 학원이 엄마들 사이에서 대유행이었던 적이 있었다.

    엄마들은 너도나도 앞다투어 그 외국어 학원에 나의 자식을 등록하기 바빴고,
    그 모습이 부러웠던 나는 저의 엄마에게 학원을 보내달라 말했다.

    엄마는 한국말도 잘 못하는 나를 보며 잠시 고민하더니,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나와 오빠를 같이 학원에 보내주셨다.

    나는 기뻤다.
    매일 집앞으로 나를 데리러 오는 검정 봉고차.
    문 열어주시는 기사님.
    차 안에 타면 나를 반겨주는 후학님들.

    모든 것이 내게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학원에 도착해서도 그 환상은 깨지지 않았다.

    조금 뚱뚱하지만 예쁜 갈색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던 미세스 김.
    키가 커서 목이 부러질 것 같지만, 내게 자신의 친구 이름을 붙여준 이름어려운 외국인
    수업시간 잠깐씩 끄적이던 그림에 "WOW"를 연발하며, 칭찬해주던 이름 어려운 외국인2
    첫인상은 별로였지만, 유일하게 한국말이 통하던 한국여자 미스 박 선생님.

    하루하루가 즐거웠고, 방과 후가 기대됐다.

    하지만 나는 정말 영어를 잘하지 못했기에, 수업이 약간은 버겁게 느껴지기도 했다.

    물론 오래전 그때도 알파벳공부를 하거나, 일찍부터 영어학원을 다니던 친구들도 있었지만,
    우리집은 공부와 거리가 먼 분위기였고,
    난 그야말로 공부와 다이다이깨기로 해놓고, 뒷문으로 도망가버리는 너 양아치니같은 아이였다.
    때문에 난 어린시절부터 공부에게 따돌림을 당했고,
    그 따돌림은 견디지 못했던 나는 공부를 피해 놀이터와 오락실을 배회했었다.

    그러나.
    이 외국어 학원은 그런 내게 공부와 화해할 기회를 마련해준 좋은 곳이었다.

    매일매일이 즐거웠고,
    나는 학원에 단 한번도 지각하지 않았다.

    비록 못알아듣는 말들이 90%였지만,
    언니들도 오빠들도, 다 너무 좋았고
    자신의 이름을 캔디나 조다쉬로 짓는 당당함은 나를 더욱 옴짝달싹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그날도 나는 어김없이 학원으로 향했고,
    어학실에서 듣기수업을 진행중이었다.
    좋아하는것과 잘하는것은 다르다는 말이 있듯이
    나는 영어를 좋아했지만, 잘하지 못했기에
    여전히 무슨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때문에 나는 수업관련 프린트위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날따라 왜인지 모르겠지만, 항아리나 호리병 따위가 그리고 싶어졌고
    나는 내 잘록한 허리같은 항아리를 그려놓고는 열심히 명암을 주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유일하게 한국말이 통하던 한국여자 미스박이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프린트를 뺏어들고 큰소리로 내게 소리쳤다.
    "어머, 너 이게 뭐니. 저질스럽게 여자몸을 그리고그래? 여자애가?"

    난 순간 당황했고, 아니라고 변명하기도 전에
    미스 박은 내 프린트를 찢어버렸다.

    미스박 망할년.


    그때부터 나는 점점 학원이 가기 싫어졌다.
    갈색 머리칼이 잘어울리던 미세스 김도 갑자기 수업시간 도중 틀니를 빼보이며,
    콜라 마시면 이렇게 된다!라고 말했다.
    다행이 나는 못알아들었지만, 내 옆에 앉은 조다쉬가 친절히 설명해줬다.

    그후로 나는 점점 더 학원이 싫어졌다.
    학원 공부를 게을리 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학원 차를 보고 도망가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은 금방 엄마의 귀에 들어갔고,
    나는 그날 엄마의 와사바리에 걸리고 말았다.

    때문에 난 시무룩한 표정으로 다음날 학원에 갈 수 밖에 없었는데
    이게 웬일.
    영어 중간평가 날이라는 것이다.
    학원을 다닌지 벌써 한달,
    중간 쪽지시험을 쳐서 레벨순으로 반을 나눈다는 것이었다.

    시험이라는 말에 나는 긴장했다.
    미스박은 교탁앞에서서 1번 문제를 불러주기 시작했다.

    "1번. 알파벳을 A부터 Z까지 소문자로 쓰기."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반 학우들은 모두 열심히 답을 써내려갔다.
    나도 그에 질세라 흰 종이를 채워갔다.

    a b c d e f q h i j k l m n o p Q R s...........

    하지만 나는 끝까지 답을 적을 수 없었고,
    머뭇머뭇거리는 내 표정을 읽은 미스박은 내게 다가와 종이를 뺏어들고 말했다.

    "어머! 너 아직 알파벳도 모르니???????????????????????? 어떻게 알파벳을 모르지?????????????"

    순간, 반 친구들의 시선이 나에게로 쏠렸다.
    처음부터 나는 미스박때문에 화용적으로 불쾌하지 아니하였던 순간이 한 순간도 없었고,
    그날은 인격체로 존중가능한 하한선을 바닥까지 내려쳤다.

    눈물이 나왔다.
    나는 그자리에서 가방을 들고 일어나 학원을 뛰쳐나왔다.

    후에 이 사실을 알게된 원장선생님은 미스박을 직접시켜 사과 전화를 하게했으나,
    나는 더이상 학원에 나가지 않았고,
    며칠 후, 미스박이 우리오빠에게 드래곤플라이라는 별명을 붙여줘서
    당시 잠자리 안경을 쓰고있었던 우리오빠 또한 그길로 학원을 뛰쳐나왔다.
    지는 드래곤닮은게......

    그후로 영어학원 근처에는 가지 않았고,
    나는 공부에게 최후 이별선언을 했다.
    공부도 나를 조용히 보내주었다.

    그렇게 나는 빠가가 되었다.




    출처 : www.liliro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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