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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humorstory_228967
    작성자 : 리리로로
    추천 : 53
    조회수 : 3034
    IP : 14.52.***.241
    댓글 : 9개
    등록시간 : 2011/04/28 15:06:33
    http://todayhumor.com/?humorstory_228967 모바일
    편지
    난 어릴때부터 무언가를 쓰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편지쓰기를 즐겼는데, 사소한 얘기들도 주로 편지로 하곤했었다.
    7살때는 유치원 중퇴이후로 학력컴플렉스때문에 친구가 없었기에 엄마와 편지를 주고받았는데
    색종이로 편지봉투를 만들고 다른 색종이에 편지를 써서는
    의자를 밟고 올라가 냉동실 급속냉동칸에 편지를 넣어놓고는 했다.
    그럼 엄마가 저녁준비를 하시다가 그 편지를 발견하셨고,
    다음날이면 냉동실칸에 아이스크림과 함께 답장이 들어있었다.
    그때 편지가 차갑게 버석거리던 그 청량한 느낌을 아직도 잊을수가 없다.
    그렇게 난 편지를 습관화했고,
    초등학교에 들어와서도 친구들과 많은 편지를 주고 받았다.

    그러다 초등학교 3학년이 된 어느날
    학교에서는 국군장병아저씨에게 위문편지 쓰기시간이 주어졌으며
    나는 평소처럼 편지를 써서보냈고
    이상하게도 눈에띄는 이름때문이었는지 나에게만은 다시 학교로 답장이 오곤했었다.
    하지만 학교에서 편지쓰는것을 허락하지 않아 계속 편지를 쓸수는 없었다.

    그렇게 6학년이 되었고,
    어김없이 돌아온 국군장병아저씨에게 위문편지쓰는 날이 왔다.
    이번엔 군인아저씨와 펜팔을 하고싶었기에 속에 몰래 집주소를 적었고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답장이 도착했다.
    난 그때부터 궁금했던 것들을 물어보았다.
    "군인아저씨! 모든 군인들은 여자친구를 가지고있나요?"
    그러자 웬일인지 그 편지에 대한 답장은 한달이 지나도록 오지않았고......
    한달이 지난 어느날 답장이 도착했는데
    "모든 군인들에게 여자친구가 있냐고 물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단다......."
    라는 글씨위에는 물방울이 떨어진듯 얼룩져있었다......미안해 아저씨..
    아저씨 왠지 지금 오유보고 있을것 같어

    그렇게 아저씨와 나는 거의 8개월가량 편지를 주고받았는데
    이번에는 휴가를 나온다며 집전화번호를 알려주며 전화를 해달라고했다.
    자기는 21살인데 여동생이 없어서 나같이 귀여운 여동생이 있으면 좋을것같다고
    자신의 사진까지 보내왔는데
    사진속의 아저씨는 5:5가르마를 하고 앞머리를 미친듯이 하늘높이 세우고
    청바지에 청자켓을 입고 다리를 쩍벌리고는 양팔로 브이를 만든......
    전형적인 옛날청춘드라마 속 대학생 모습이었다.

    난 전화를 할까말까 망설였지만.....전화보다는 나도 사진을 보내주는것이 좋겠다싶어서
    돌사진을 보내줬는데...(아직도 내가 왜 돌사진을 보내줬는지 모르겠음....)
    돌사진속에 나는 열손가락에 반지를 끼고있었고
    그걸 본 아저씨는 내가 부잣집딸인줄알고 현실의 벽을 느꼈는지 그후로는 답장이 오지않았다.
    돌사진 얼굴때문이 아니다.
    간호사는 내가 태어났을때 미스터코리아 감이라고했으니까!!나도왕년에는 고왔음.

    그후로는 PC통신에서 만난친구들과 펜팔을 했었는데
    자꾸 사진을 보내달라고해서 보내주면 왜 답장을 안보내니...

    그렇게 세월이 흘러 나는 대학생이 되었고
    신입생 OT때 술자리에서 친해진 한 남자선배가 집으로 편지를 보내왔다.
    잘 만나보고싶다는 편지였고,
    따로 만나고 난후 두번째 도착한 편지에
    왜 좋은 선후배로 지내자고 한거니...
    그리고 왜 다짐하듯 술끊겠다고 하는건데...

    그렇게 실연의 아픔을 이겨낸나는 조금더 성숙한 어른이 되었고,
    주위 남자인친구들은 모두 군대를 갔다.
    그때부터 나의 폭풍편지는 다시 시작됐고,
    선임 소개시켜준다고 사진좀 보내달라기에 보내줬더니
    왜 P.S에 면회오지말라고 쓴거니....

    그리고 우리오빠는 남들보다 늦은 입대를했고,
    공익이었기에 짧은 훈련소생활만 하면됐는데
    그사이 오빠에게 많은 편지가 도착했었다.
    처음 편지를 보냈기에 어차피 몇주있으면 집에오니까 답장을 안보냈더니
    왜 씨방년아 편지씹냐라고 또 편지를 보내는거니...

    그래서 답장을 해줬고, 그랬더니 다음편지에는
    왜 방에 신발상자에서 돈꺼내서 담배한보루 사다놓고
    하늘색 면바지는 카브라넣지말고 줄여놓으라고 하는거니...
    P.S에 고스톱머니 잃어놓으면 죽여버린다고해서
    오빠몰래 고스톱쳤다가 돈잃어서 휴대폰으로 아이템결제했잖아..
    왜 날 협박하는거니....
    난 이렇게 어여쁜동생인데...


    난 지금도 편지쓰는 것을 좋아하는데 편지쓸사람이 없어서 가끔 나 자신에게 편지를 쓰는데
    답장따윈 쓰지않음
    그게 내 마지막 자존심이니까..........


    리리로로의 꼬릿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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