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독일 동료들이 본 황우석윤리
세튼 교수의 결별 소식이 터진 지 몇 시간 후 였을 것이다. 동료 Alex는 나에게 워싱턴포스트에 나온 기사 소식을 메일로 포워딩 했다. 별 일이 아니길 바라는 위로를 간략하게 건네면서 말이다. 그리고 요 며칠 사이, 난 만나는 몇몇 독일 동료들과 황우석 교수의 '사태'에 대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동료들은 줄기세포 연구소 '연구원'도 아니고, '언론인'도 아니다. 즉 그들은 세턴 교수나 네이처와 같이 '황우석 교수'와 이해관계에 물려 있는 당사자들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는 이 사안에 관한 일반적인 서양 동료들의 의식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계기이기도 하다. 물론 나의 경험에 지극히 제한된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나는 특히 독일의 동료들과 이야기 할 때 되도록이면 그들의 '내재적 관점'의 이해에 충실하려고 노력한다. 왜냐하면 그들의 시각은 나의 시각과는 전혀 다른 문화적 시간과 조건과 환경이 축적되어서 나온 것들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눈 코입 숫자가 같다고 해도 생각과 의견은 너무나 다를 때를 나는 자주 경험해 왔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내재적 관점'이 적용될 필요가 없는 명백한 차원의 주장들에 대해서는 격론을 통하여 논의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나는 특히 이번 사안에 관한 나의 주관적 관점을 모두 배제하고 사실에 대한 실사적 태도와 정보의 나눔 속에서, 그들의 윤리적 감각과 문화적 관점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이해하고자 노력했다.
1.
전반적으로 이들의 논점에서 보아도 황우석 교수의 연구원들의 난자기증에 관한 '프라이버시'를 지키고자 한 태도에 대해서는 전혀 윤리적 하자가 없다고들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 난자 기증은 교수의 강요도 아니었고, 그들의 자발적 기증이었으며, 또한 제자들이 그 '프라이버시'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난자기증'에 관련된 항목이 없는 헬싱키선언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더라도 그 경우에는 '자발적'이며 '비공개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선언의 적용에도 문제가 된다는 생각들을 갖고 있었다.
오히려 왜 그것이 문제가 되는 지에 대한 회의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왜 황우석 교수가 모든 책임을 물고 사퇴를 해야 하는 지에 대한 회의를 하고 있었다.
참 아이러니 했다. '희생적' 난자기증은 동양적 정서인데, 소위 '서양'의 윤리적 잣대와 그 이데올로기적 충실성을 바탕으로 문제가 커졌고, 그 결과도 충실하게 '동양적'으로 모든 것들을 책임지고 사퇴를 해버렸다는 그간의 과정이 말이다.
나는 기억이 난다. 몇 달 전 독일 외무부장관 피셔가 외교에 관련한 '스켄달' 문제로 소위 청문회를 십 몇시간을 한 때가 있었다. 한나라당 식의 까발리기 앞에서도 아주 당당하게 자신의 '무죄'를 증명하고, 법적으로 문제가 되면 해보라는 식의 당당함을 보여주었다.
2.
오히려 동료들은 몇 가지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 왜 '기증자'들은 진정 개인적으로 이름이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 했을까 라는 질문이었다. 만약 그 이유가 여성으로서 난자기증이 알려지면 한국에서는 왜 '여성'으로서의 처신이 문제가 되는가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입장이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보니, 나도 정말 궁금했다. 그것이 한국에서는 정말 문제가 되고, 될 수 있는 것인가? 라는 질문이었다. 오히려 연구원의 난자기증이 알려진 후 네이처와 외부의 '연구사실'과 '연구성과'에 대한 비난이 더 큰 이유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
더 나아가 황우석 교수가 '제자'의 프라이버시를 지킨 것에 대해서 오히려 개인윤리의 차원에서는 더 윤리적이라는 점도 어느 동료는 핵심적으로 지적 하였다. 말하자면 황우석 교수는 난자기증을 제공 담당하는 '의사-병원 캠프'도 아니고, 단지 제공받은 난자에서 '줄기세포'를 뽑아내는 '연구진 캠프'이기에, 연구원 그 난자기증 사실에 관한 비밀을 유지했다는 것에 공적인 책임을 물을 수가 없다는 관점이었다.
즉 연구원의 '개인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것은 황우석 교수의 개인윤리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그가 연구원의 기증사실을 공적으로 알려야 할 필연적인 당위는 윤리적으로 없다는 것이다. 즉 황우석 교수에게 있어서 그 연구원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야 하는 것은 필수적 조건이고, '난자기증의 전모'를 밝혀야 하는 것은 필수적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4.
'황우석 교수 파동'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국익'인가 '윤리'인가 라는 추상적 논의는 주인공 황우석 교수가 "무엇을 생각하면서 행동해 왔는가" 라는, 윤리적 판단의 핵심적 동기를 배제한 채 펼치는 관객들만의 주장일 수도 있다.
물론 그것은 관객과 국민들에게는 중요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모든 후폭풍을 야기한 황우석 교수의 핵심적인 '윤리적 판단'과는 거리가 먼 수많은 관객들만의 잔치이자 논의일 수 있다.
난자를 기증한 또 한명의 연구원은 세튼 교수와 연구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은 연락이 끊겼다고 한다. 적어도 그들의 '프라이버시'를 위해서 침묵을 했고, 그 덕분에 황우석 교수가 논란에 휩쌓이고 마음의 상처를 겪게 되었다면, 이제는 미국에 있는 연구원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황우석 교수와 연락을 해야 하는 것 아닐지. 한국에 올 수 있도록 비행기 표도 보내주었다는 데 말이다.
자식을 위해 어미가 입을 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세튼과 언론으로부터 수많은 비난을 받았다면, 나같으면 자식은 모국의 어미를 버리고, 어미를 비난한 세튼에 머무를 수는 없을 것 같다. 최소한 어려운 곤경에 처한 어미에게 위로는 하지 못할 망정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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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2탄 예고는 황교수님 연구가 순 구라임을 특종발굴취재 어쩌구 하는 모양인데요... 글씨, 해당 분야에 빠삭한 전문적 학자들보다도 PD님들이 더 공부 많이 해서 잘 아시나봅니다. PD수첩 PD들 말이 사실이면 네이처하고 사이언스가 개망신 당하겠군요.
뭐, 난자 제공 윤리문제 어쩌고는 사실 곁다리였고 본심은 노대통령 보고받은대로 황우석 교수님의 연구가 허위라는 주장을 하고 싶었던거 맞는 모양인데... 개인적 견해로는 아마도 피디수첩 피디가 진짜로 원하는건 과학자가 논문을 네이처와 사이언스의 검증이 아니라 자기네들 검증을 받으라고 말하고 싶은거 같군요.
[출처]
http://theology.co.kr/wwwb/CrazyWWWBoard.cgi?db=study&mode=read&num=234&page=1&ftype=6&fval=&backdepth=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