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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humorstory_355134
    작성자 : 누즈인
    추천 : 1
    조회수 : 346
    IP : 118.220.***.10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3/01/22 10:29:20
    http://todayhumor.com/?humorstory_355134 모바일
    바퀴벌레 혐오증

    내가 살던 집에는 언제나 바퀴벌레가 흥건했음.


    초등학교 때 살던 집은


    지은지 상당히 오래된 단독 주택이었음.


    단독이긴 한데 단독이 아니라 한 다섯 여섯 가구가 모여사는 그런 곳이었음.


    나는 당시에 바퀴벌레를 아주 싫어했는데


    문제는 이 집은 바퀴가 아주 실시간으로 눈에 띈다는 것이 문제였음.


    결국 참다못한 어머니께서 약국의 강력한 추천을 받고


    연기가 자욱하게 나오는 독가스 살충제를 사오셨음.


    다만, 이 가스가 너무 독해서 작동을 시키면 몇시간 동안은 피난을 해야해서


    우리가족은 근처 친척집에서 며치간을 보낸 후 늦은 오후에 집에 도착했고,


    연기로 가득찬 집을 환기시키자 눈 앞에 나타난건 


    정말 지금도 가끔 꿈속에 나타나는 바퀴벌레들의 시체들이었슴.


    인산인해가 아니라 그야말로 바산바해였음.


    배를 까뒤집은 바퀴의 뱃가죽은 등짝보단 약간 연한 갈색, 


    흡사 베지터 혹성의 전투인들이 즐겨입던 전투복의 가로 주름선이 인상적이었던 것으로 기억함.


    아무튼,


    그렇게 바퀴벌레를 소탕하고 


    빗자루와 쓰레받이로 몇시간을 청소한 후, 이제 바퀴벌레 없는 세상에서 살아보려나


    기대를 하던 와중이었음.


    그 다음날


    나는 컴퓨터를 하고 있었고


    그런데 발가락에 무언가 딱딱한 존재감이 느껴졌고


    뭐지? 지우갠가 하는 생각에 나는 엄지발가락으로 그 물체를 집어 올려


    손바닥 위에 올려 놓았음.


    여전히 시선은 컴퓨터를 향하던 와중이었음.


    덕분에 지금 내 손에 들려 있는게 뭔지 바로 확인 하지 못했고


    잠시간 나는 그걸 손에 들고 있었음.


    그리고 마침내 내가 내 손에 내 의지로 들고 있는 그 물체의 존재를 알아버린 순간


    정말 세상에서 그렇게 크게 소리질러 본적이 없었던 것 같음.


    안방에 계시던 어머님이 무슨 일이냐며 뛰쳐나오셨고, 동생도 깜짝놀라 튀쳐나왔지만


    나는 손을 떨며 이미 바닥으로 집어던진 그 것을 손가락으로 가리킬 뿐이었음.


    세상의 어머니는 모두 강한 것인지


    어머니는 왠 호들갑이나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그 징그러운 것을 치워 버리셨고


    하지만 상황이 종료되었음에도 나의 손과 뇌는 그 아찔했던 바퀴벌레와의 스킨십이 자꾸만 떠올라 괴로웠음.


    그 후로 바퀴벌레에 대한 공포는 더 커지기만 해서 


    이젠 일렁이는 더듬이만 봐도 소름이 돋고,


    특히 고등학교 일화는 정말 잊을 수가 없는게


    거실에 세워둔 대걸래 봉 끝에 바퀴벌레가 앉아 있었음.


    그녀석의 꼬물딱 거리는 모습을 견디지 못한 나는


    참을 수 없는 혐오감으로 에프킬라를 들고 녀석의 근처로 몰래 접근 했음.


    난 그때 세상에나 바퀴벌레가 날개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음.


    게다가 날개가 있는 것들은 날아오를 수 있다는 것을 눈으로 목격해야만 했음.


    정말, 내 얼굴을 향해 날개짓 하던 그 녀석의 표독스러운 표정은


    정말 요즘 같은 날에도 가끔 꿈에서도 나타나는 것이었음.



    그 후에


    제주도에서 내려가 있던 참에


    아시는 분이 자리돔을 잡으시곤 회를 먹으러 오라고 바닷가 근처로 우리 가족을 콜 하신적이 있었음.


    그 때 그 아저씨 무슨 생각이셨는지


    나에게 자리돔의 머리를 가위로 커팅하라 명하셨고


    평소엔 죽은 생선도 못 만지던 내가


    사람들 모인 곳에서 남자가 이런 것도 못하냐는 소리 듣기 싫었던 탓에 


    자리돔의 몸통을 잡고 가위로 살아 숨 쉬는 그녀석의 머리를 가위로 짤라댔던 기억이 있음.


    가위가 녀석에 몸속을 파고 들때 느껴지는, 생살을 가위로 생강 짜르던 그 느낌이 참 소름끼쳤지만


    난 참아냈고,


    회는 맛있었고


    그후로


    나는 바퀴벌레 공포증을 극복할 수 있었음.



    이젠 보이면 그냥 휴지로 잡아서 내다 버림.


    순수성을 잃어버린 듯 하여 안타깝기도 하지만


    다들 이렇게 어른이 된다고 생각함.

    누즈인의 꼬릿말입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바퀴벌레가 없어서 참 좋음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13/01/22 12:10:52  117.111.***.207  뒷다리살  278315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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