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남자들은 자꾸 시비를 걸어왔다. <div><br /></div> <div>"몇 번이나 소년원을 들락거리는 놈들 말이야. 안되는 놈은 안돼!"</div> <div><br /></div> <div>"비행 소년이 갱생한다니, 웃기는 소리 하지도 말라 그래. 소설이라면 모를까."</div> <div><br /></div> <div>"자네들 말이야, 교활한 꼬마들에게 속기 쉬워. 그런 얼굴이라니까."</div> <div><br /></div> <div>술에 취한 탓인지, 어떤 불만과 불안이 그렇게 만들었는지, 그들은 큰 소리로 외쳐댔다.</div> <div><br /></div> <div>솔직히 말해 우리는 화가 치밀었지만, 그들의 심정을 모르는 바도 아니어서 반박은 하지 않았다. 소년사건은 학문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리 논의해봐도 명확한 답이 없다. 우리는 그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div> <div><br /></div> <div>그때, 오로지 홀로 반론을 제기한 사람이, 그때까지 별관심도 없다는 듯이 열심히 밥을 먹고 있던 진나이였다. </div> <div><br /></div> <div>"어제 텔레비전에서 뭘 방영했는지는 모르지만"하고 귀찮다는 듯이 전주를 깔더니,</div> <div><br /></div> <div>"소년도 한 종류가 아니란걸 알아야지"하고 말했다.</div> <div><br /></div> <div>"뭐야 넌!"</div> <div><br /></div> <div>중년 남자가 벌컥 화를 냈다. 꽤 박력 있는 목소리였다.</div> <div><br /></div> <div>"어차피 비행을 저지른 놈은 어쩔 수가 없어"하고 그가 거칠게 외쳤다. </div> <div><br /></div> <div>"그거 참, 시끄럽게 구네"하고 진나이는 귀찮다는 듯이 귀를 후볐다.</div> <div><br /></div> <div>"영화 평론가가 일 년에 영화를 몇 편이나 보는지 알아?"</div> <div><br /></div> <div>중년 남자들은 갑자기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고개를 갸웃하더니,</div> <div><br /></div> <div>"몇 백 편은 보겠지"하고 대답했다.</div> <div><br /></div> <div>"그런 평론가에게, 텔레비전에서 명화극장밖에 안 보는 아마추어가 '영화란 어차피 그런 것'이라고 말하면 어떻겠어? 웃기는 얘기라는 생각 안 들어? 당신들이 지금 하는 말이 바로 그거랑 똑같아. 우리는 몇 백명의 소년을 상대하고 있어. 알겠어? 당신들은 지금, 전문가에게 강의를 하고 있는 거야. 아주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 안 해?"</div> <div><br /></div> <div>남자들은 한순간 움찔하다가,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나섰다.</div> <div><br /></div> <div>"안되는 놈은 안돼. 갱생? 웃기는 소리 하지도 마. 그런 기적은 안 일어나"하고 반박했다. 그 말에 진나이는 그 중년 남자를 향해 손가락을 내밀었다. </div> <div><br /></div> <div>"그거야. 바로 그거야."</div> <div><br /></div> <div>"그거? 그게 뭔데?"</div> <div><br /></div> <div>"우리 일은 바로 그거야."</div> <div><br /></div> <div>"그러니까, 그게 뭐냐고 묻잖아!"</div> <div><br /></div> <div>"우리는 기적을 일으키지."</div> <div><br /></div> <div>사위가 조용해졌다.</div> <div><br /></div> <div>"건전한 청소년 육성이라든지, 평화로운 가정생활이라든지, 청소년보호법이나 가정재판법의 목적따위는 전부 거짓말이야.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 우리의 목적은 기적을 일으키는데 있어. 바로 그거야."</div> <div><br /></div> <div>당혹스러워하는 우리는 아랑곳없다는 듯이 진나이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div> <div><br /></div> <div>"안되는 놈은 아무리 해도 안된다고, 당신들은 그렇게 말했지. 절대로 갱생시킬 수 없다고. 지구의 자전이 멈추는 일은 있어도, 암의 특효약이 발명되는 일은 있어도, 스티븐 시걸이 악당에게 지는 일은 있어도, 비행소년이 갱생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고 단언했지."</div> <div><br /></div> <div>"그렇게까지는 말 안 했는데"하고 중년 남자가 화를 냈지만 진나이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div> <div><br /></div> <div>"그것을 우리가 하는 거야."</div> <div><br /></div> <div>진나이는 만족스럽게 웃었다.</div> <div><br /></div> <div>"우리는 기적을 일으키는 사람들이야. 당신들, 직장에서 기적을 일으킬 수 있어?"</div> <div><br /></div> <div>진나이는 미간을 찌푸리며 그들에게 얼굴을 들이댔다. </div> <div><br /></div> <div>의미도 없고 터무니없는 주장이지만, 진나이의 이야기에는 뭔지 모를 힘이 가득 들어 있었다.</div> <div><br /></div> <div>마지막으로 그는 이렇게 말했다. </div> <div><br /></div> <div>"애당초 어른이 폼 나면 아이도 폼이 나게 되어 있어."</div> <div><br /></div> <div>그후로도 회사원들은 거들먹거리면서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해가며 온갖 말을 떠들어댔지만, 우리는 적당히 받아 넘겼다.</div> <div><br /></div> <div>때로 나는, 그때 진나이가 한 말을 떠올리며 마음에 힘을 얻는다. 소년에게 배신당하고, 생각한 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div> <div><br /></div> <div>"기적이란 그렇게 자주 일어나는 게 아냐"하고 나 자신을 위로할 수 있었다.</div> <div><br /></div> <div><br /></div> <div>- 이상 이사카 코타로 작, <칠드런>에서 인용합니다.</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br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br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훌륭함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위안같은 글이었습니다. 괴짜 진나이가 이 책에서 보여주는 몇 안되는 진지하고 앞뒤가 맞는 말이라서 이 부분만 보고 <칠드런>을 찾으실 분들은 주의하세요 ㅎㅎ 재미있는 책이긴 합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br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여러분들에게 기적같은 순간이 벼락같이 내리길 기원합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br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br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br /></span></div>
"내 말은 인간을 계속 믿어야 한다는 얘기다.
왜냐하면 인간에게 실망하고 배신당하고 조롱당하는 편이 그들을 계속 믿고 신뢰하는 것보다는 덜 중요하기 때문이다" - 로맹 가리, <흰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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