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이로 살면서 별 걱정없이 살았는데 조카들이 쑥쑥 크는걸 보고 위기감을 느껴서 1월 말에 운전면허를 신청해서 오늘 땄습니다.
연초 + 방학기간이라 워낙 시험보는 사람들이 많은 덕분에 뒤로 밀려서 상당히 오래 걸렸네요.
우선 원래는 쉽게 딸수 있다는 2종 보통을 딸려고 했는데, 운전면허 학원에서 저보다 한참 어린 친구들이 1종 신청하는거 보고 저도모르게 덩달아 1종을 신청해 버렸습니다. 그 자리에서 차마 2종을 신청하겠다고 말하지 못했습니다... 멍청한 남자란... 직후 1종은 트럭으로 운전한다는 걸 알고 바로 후회 되더군요...
운전면허 따기 위해서 학원은 총 4번 갔고 필기시험장 1번 이렇게 갔습니다. .
다섯번을 간걸 순서대로 적어보면...
1. 교실에서 운전에 대해 공부하는 학과교육 5시간.
기본적인 안전교육과 도로주행 시험에 대한 팁을 가르쳐 주시더군요. 그것 이외에도 이것저것 뭐라뭐라 가르쳐 주시는데 대학 졸업이후 딱히 머리를 굴린적이 없어서 5시간이나 교육을 받고나니 머리가 먹먹해 지더군요.
몇몇분들은 혼이라도 빠진듯한 표정이었습니다만 어린 친구들은 그런게 익숙한지 별 어려움 없이 집중력을 보여주더군요.
그렇게 필수 5시간 학내교육이 끝났습니다.
2. 운전면허 시험장 내부에서 2시간 필수 기본 운전을 배웠습니다. 처음에는 상당히 버벅이고 긴장했는데 조금 해보니 금방 익숙해지고 자신감도 붙더군요. 그렇게 2시간 가량 연습이 끝나자마자 바로 이어서 기능시험을 보게되더군요. 생각지도 못했던 시험을 갑자기 본다니 당황스러웠지만 상당히 기초적인거라 간단히 붙었습니다.
들어보니 기능시험이 너무 쉬운게 문제가 되서 이번 년도 후반기 부터 어려워 진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필수 2시간 장내기능교육과 장내기능시험이 끝났습니다.
3. 필기시험은 제가 다니는 운전면허 학원에서는 볼수가 없고 국가에서 지정한 시험장에서만 볼수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용인,신갈'시험장에 가서 시험을 봤습니다. 시험을 위해 따로 예약할 필요는 없고 그냥 시험을 보고싶은 날 시험장에 가서 바로 신청하면 시험을 볼 수 있습니다.
시험방식은 각 좌석에 배치된 모니터타블랫 화면에 뜨는 40문항 문제를 잃고 답을 터치해주면 됩니다. 대부분 문제가 1문 2답이니 답이 2개인지 1개인지 잘 확인해서 답을 골라주셔야 합니다. 답 2개를 찍어야 하는데 착각해서 1개만 찍고 오답처리가 되는 경우도 있는거 같더라고요.
다 풀었으면 완료를 누르고 앞에서 감독하고 있는 시험관에게 가면 합격 불합격을 알려줍니다.
다행히 학원에서 준 문제집에 나온 문제와 사진이 토씨하나 다르지 않게 나오더군요. 덕분에 여유있게 합격했습니다.
제 친구는 필기시험 우습게 봤다가 떨어진적이 있다고 해서 저는 60페이지에 달하는 문제집을 다 외워버렸습니다... 그런데 너무 쉬운문제만 나와서 조금 충격... 굳이 문제집을 안보고 기본 상식만 알아도 60점 이상은 받겠더군요... 한번 훑어보기만 해도 70점은 넘을수 있겠더군요. 제가 너무 오바했습니다. 친구는 절 기만했고요. 뭐 친구가 운전면허 딴지가 10년은 지났으니 그때는 어려웠을지도 모르죠.
그렇게 필기시험을 합격했습니다.
4. 이제 도로주행연습을 해야하는데 필수로 총 6시간을 해야하기 때문에 이틀에 걸쳐서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운전면허 시험을 보는사람이 너무 많아서 필기시험이 합격하고 거의 한달이 되서야 도로주행을 위해 학원에 갈 수 있었습니다. 당연히 그동안 전 운전하는 방법은 다 까먹었습니다. 다행히 장내에서 약간 연습을 하니 모두 기억이 나더군요.
그렇게 연습하고 자신감이 붙었을 때 시험을 보게될 도로 C, D코스를 돌았습니다. 확실히 연습과 실전은 완전히 다르더군요. 걸어다닐 때와 자전거 타고다닐때는 몰랐는데 도로가 이렇게 무서운 곳이었다니! 겨우 진땀을 흘리고 돌아온 후 도로주행에서 미흡했던 부분은 연습했습니다. 3시간을 하고나니 녹초가 되더군요.
그렇게 첫번째 3시간 도로주행연습을 마쳤습니다.
5. 두번째 도로주행 3시간이 남았습니다. 도로주행이 끝나는대로 바로 시험을 보기로 했고요.
저번과 다르게 이번에는 A, B코스를 돌았습니다. 약간 한적한 C, D코스와 다르게 도심지 한복판을 달리는거라 수많은 차들과 과속방지턱 그리고 많은 신호등, 복잡한 차로들... 나름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을 보며 코스를 외웠다고 생각했는데 어디로 가야하는지 기억이 하나도 안나더군요. 마치 꿈이라도 꾼것처럼 몽롱한 상태로 돌아왔습니디. 1시간이 지났더군요.
강사님은 제가 A, B코스를 어려워하니 다시한번 가자고 하더군요. 그래서 한번 더 갔습니다.
다행스럽게 한번 간 덕분에 약간이나마 길이 눈에 익어서 그런지 처음처럼 당황스럽진 않더군요. 그래도 길이 햇깔려서 힘든건 마찮가지였습니다.
특히 한번도 배우지 못한 U턴을 실전에서 써야 하더군요... 다행히 유튜브에 U턴하는 강의를 봐둔 덕분에 살았지만 안봤다면 큰 낭패를 겪을뻔했습니다. 이번에도 겨우 1시간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마지막으로 1시간은 C, D코스를 돌았습니다. 급격한 좌회전과 우회전이 있기는 했지만 A, B코스와 다르게 차들이 많지 않고 길이 복잡하지 않아서 큰 문제 없이 돌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두번째 3시간 도로주행연습이 끝나서 필수 도로주행 6시간을 마쳤습니다.
직 후 1시간 쉰 후 바로 시험을 봤습니다.
시험은 감독관과 시험을 치루는 사람 두명이 탑승하더군요.
코스는 A, B, C, D에서 랜덤하게 골라지고 첫번째 시험치루는 사람이 A코스라면 학원에서 출발해 A코스 종료지점가면 끝입니다. 두번째 사람은 A코스 종료지점에서 출발해 B코스를 이용해 학원까지 돌아오면 되는거고요.
정말 다행히 금방 적응했던 C, D 코스를 돌게 되었습니다. 제가 첫번째라 C코스를 돌게되었고 제 뒷자석에 탄 사람이 D코스를 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살짝 맨붕이 온게 여지것 연습하던 트럭과 시험보는 트럭이 전혀 다른거더군요.
여지것 연습하던 차는 기어가 5단 그리고 기어 오른쪽 끝 아래에 후진이 붙어있었는데, 이 차는 1단 옆에 후진이 붙어있고 기어가 6단이더군요. 게다가 패달의 감도와 몸에 맞지 않는 좌석의 위치. 그리고 뭔가 더 무거운 핸들 등등 ...
억지로 마음을 안정시키면서 주차시험을 먼저 봤습니다. 다행히 주차는 가르쳐준대로 하니 무리없이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도로 주행을 하는데, 너무 긴장한 탓에 자잘한 실수들을 하게 되더라고요. 다행히 큰 문제는 없었지만 하나하나 옆에서 감독관이 지적할때마다 정신을 못차리겠더군요. 그렇게 겨우겨우 C코스 종료지점까지 도착을 하고나니 감독관이 여거가지를 문제점을 말해주더군요.
감독관의 말을 들으며 떨어졌구나 하고 낙담하고 있었는데, 자동차에서 '합격입니다'라는 소리가 나왔습니다. 그걸 듣자마자 저도 모르게 '우와!'라고 환호성을 질렀네요. 조용히 있는 감독관과 다음 시험을 위해 잔뜩 긴장해 있는 분을 보고 금방 머슥해지긴 했지만요.
뭐 제 다음 차레인 분도 저처럼 지적을 받긴했지만 다행히 합격을 했습니다.
학원에서는 합격증을 가지고 필기시험을 봤던 시험장에 가서 운전면허를 발급받으라고 하더군요.
집에 가는길에 합격증에 붙어있는 도로주행 점수를 보게됬는데 73점... 식은땀이 나더군요. 70점 이하부터 탈락이니 진짜 완전 턱걸이로 붙었구나...
점수를 보고나니 마냥 좋지만도 않더군요. 그렇지만 턱걸이라도 한번에 붙었으니 좋은 기분에 친구들에게 전화해서 축하주를 마시자고 했더니 다들 일로 바쁘더군요... 덕분에 전 집에서 쓸쓸히 경험담을 쓰고 있고요. ㅠㅠ
여하튼 내일은 친구들이 모인다니 한잔해야겠습니다. ㅎㅎ
운전면허를 따기위해서 들어간 비용은 대강 50만원(?) 정도 든거 같습니다.
학원비 + 3*4사이즈 사진비 + 신체검사비 + 필기시험비 + 도로주행시험비.
그리고 운전면허는 '자동차운전학원' 보다 '자동차운전전문학원'으로 가시는걸 추천합니다. 도로주행 시험은 전문학원에서만 볼수 있기 때문에 운전학원에서는 시험 코스를 미리 돌아볼 수가 없어서 합격률 차이가 많이 난다고 하더군요. 전 그것도 모르고 집 근처에 있는 자동차운전학원에 등록하려고 했는데, 직전 친구가 알려줘서 알았거든요.
처음 학원에 문의 했을때 당장 킵하러 가겠다면서 오늘 늦으면 많이 밀린다고 조급하게 말씀하시던 학원 상담원분이 왜 그러셨는지 알겠더군요...
별거 없는 후기였지만 그래도 혹시 도움이 되시는 분이 있지 않을까 하고 써봅니다.
운전면허 따고 나서야 별거 아닌데 라고 생각할수도 있지만, 운전면허 따기 전, 저는 운전면허를 따기 위한 정보와 경험담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라고 많이 생각했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