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그곳이 지상 2층이었는지 혹은 지하 1층이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아요.</div> <div>다만 기억나는 유일한건 오렌지색 보다는 하얗고. 말간 하얀색보다는 조금더 진한 </div> <div>그런 연한 파스텔톤의 베이지색으로 이루어진 나선형의 계단을 걸어갔다는 사실 뿐. </div> <div>올라가는지도 내려가는지도 모르는 그런 계단을 나는 한참이나 갔었어요.</div> <div> </div> <div>그렇게 그녀의 손에 이끌려 그녀와 함께 갔던 바는 클래식바라고 하기엔 조금은 시끌벅적하고</div> <div>웨스턴 바 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어둡고 적막한 그런 담배연기가 자욱한 그런 모던 바(bar)였어요.</div> <div>홀에는 다만 검은색의 그랜드피아노 한대가 겨우 들어가 있었던. 그런 조그만한 바였지요.</div> <div> </div> <div>자리라곤 텐더 앞 선반외에는 없었기에 얼마되지 않는 손님은 텐더 앞 선반에 앉아 매력적인 텐더 두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div> <div>그 외에 몇몇은 피아노가 있는 카펫위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습니다.</div> <div>바의 바닥에 주저앉아 술을 마시는 장면은 어떻게 보면 어색할 수도 있었지만 그곳은 원래 그런곳인 듯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있었습니다.</div> <div> </div> <div>제가 그녀와 그곳에 들어갔을 때 그녀는 그저 옆에 있던 검은 정장 차림의 남자분 옆자리에 앉았고, </div> <div>저는 그 뒤에 서있었어요.</div> <div> </div> <div>그리고 그녀는 마치 그곳의 텐더인 것처럼 능숙하게 그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었지요.</div> <div> </div> <div>그때까지도 전 같이간 그녀의 얼굴도, 그리고 옆자리에 앉아있던 남자분의 얼굴도 볼 수 없었습니다.</div> <div>그저 뒷모습밖에 볼 수 없었던 탓이겠지요. 아니 기억해 보면 거기 있던 두 분의 텐더외에는 그 누구의 얼굴도 보지 못한 것 같아요.</div> <div>사실 텐더들의 얼굴을 본것도 우연이었어요.</div> <div>그저 흔한 이야기들.. 손님들이 묻는 어떻게 여기까지 흘러들어왔는지 등의 일상적인 담소 중에</div> <div>텐더들이 잠시 저를 쳐다보았기에 볼 수 있었던 거에요</div> <div> </div> <div>다만 그녀가 "이야 잘생겼다~ 미남이시네요" 등의 멘트를 하였던 것으로 보아 그 정장의 남성분은 상당히 잘생겼었나봐요.</div> <div>사실 그녀는 칭찬에 인색한 편이거든요.</div> <div>저는 다만 그 뒤에서 그것을 보고 있었을 뿐입니다.</div> <div> </div> <div>맞아요 k는 제아내였어요.</div> <div>다만 얼굴을 한번도 보지 못했지만 제 아내였지요.</div> <div>30분이나 지났을까. 그 남성분과 너무 자연스레 붙어있는 그 모습에 화가났습니다.</div> <div>그래서 그녀에게 말했습니다.</div> <div> </div> <div>여기가 어디냐고..</div> <div> </div> <div>순간. 바에는 정적이 돌았습니다.</div> <div>약간은 시끌벅적했던 분위기는 얼어붙은 듯 하였고,</div> <div>사람들의 시선이 순간 저에게 쏠렸습니다.</div> <div> </div> <div>여자 텐더분이 제게 비웃음을 띄는 듯한 그런 너무나도 자연스러움을 띄며 제게 말했습니다.</div> <div>"여기가 어딘지 기억나지 않으시나요?"</div> <div>마치 그것도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냐는 듯한 그런 뉘앙스의 말이었습니다.</div> <div> </div> <div>"잘 생각해보세요. 기억하지 못할리가 없어요, k도 오늘부터 여기서 근무하기로 한걸요? 바로 여기 사장님이시잖아요"</div> <div>무언가 비웃는 듯한 느낌</div> <div> </div> <div>그제야 겨우 저는 알아차렸습니다.</div> <div>뭔가 이상하단 사실을요.</div> <div> </div> <div>사실 저는 결혼을 한 적이 있었지요.</div> <div>하지만 그건 아주 오래전의 이야기였습니다.</div> <div> </div> <div>그리고 그녀는 여기 있을리가 없습니다.</div> <div>그녀는 이미 죽었으니까요.</div> <div> </div> <div>그건 사고였어요. 경찰도 그렇게 결론내렸지요.</div> <div>단순히 사고였습니다.</div> <div> </div> <div>그날 비가 오는 바람에 창문이 닫혀있던 것도,</div> <div>우연히 가스관에서 가스가 새어나온것도.</div> <div>전부 우연이였어요.</div> <div> </div> <div>그런 그녀가 이곳에 있다니.. </div> <div>이젠 더이상 볼 수 없을 줄 알았는데 가슴한켠에서 무언가 뜨거운 것이 올라오는 것 같았습니다.</div> <div> </div> <div>전 찬찬히 그 어두운 바를 다시한번 둘러보기 시작했습니다.</div> <div>여전히 손님들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습니다.</div> <div>두명, 아니 이제는 k까지 세 명이 된 텐더들의 얼굴만이 보였을 뿐이죠.</div> <div> </div> <div>텐더들은 내가 알던 사람들이었어요.</div> <div>내가 아직 고등학생이었던 시절, 내가 좋아했던 교생 선생님..</div> <div>고백했다 차이긴 했지만, 제게 있어 잊을 수 없는 첫사랑이었습니다.</div> <div> </div> <div>그리고 또한명의 텐더는..</div> <div>저희 옆집에 살던 여자아이였습니다.</div> <div>이제 갓 성인이 된 듯한 얼굴이었어요.</div> <div> </div> <div>제가 우연히 그녀의 목욕하는 장면을 본 이후로</div> <div>가끔 저희집에 돌을 던지길래 화를 내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div> <div>그 집에 좋지 못한 일이 생겨 그 집 부부가 이사를 갔다고 들었습니다.</div> <div> </div> <div>이미 2년도 넘게 지난 일이라 얼굴이 잘 기억나진 않지만</div> <div>확실히 이제는 알 수 있습니다.</div> <div>분명 그 아이라는 것을..</div> <div> </div> <div>그리고 그렇게 저는 잠에서 깼어요.</div> <div>아직 여운이 남아있는 꿈..</div> <div>이제 떠오릅니다. 제가 매번 이 꿈을 꾼다는 것을요..</div> <div> </div> <div>'그 날' 이후로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꾸는 꿈..</div> <div>그 때 교생선생님이 사고를 당하지만 않으셨다면 저도 이런꿈을 꾸지 않았을텐데..</div> <div> </div> <div>그나저나 이제 k가 죽은지도 벌써 1년이 다되어가네요.</div> <div>이제 다시 준비를 해야겠어요.</div> <div> </div> <div>오늘아침에 문득 힘쓰는 일에 쓸 남자 텐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div> <div>아마.. 그 사람이라면 괜찮을거에요.</div> <div> </div> <div>k가 저 몰래 만나던 그 사람..</div> <div>꿈속에서 k가 미남이라고 했던 그 사람이요.</div> <div> </div> <div>그 둘이 같이있게 되는게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div> <div>그래도 어쩌겠어요..</div> <div> </div> <div>힘 쓰는 사람이 필요하다는데..</div> <div>오늘은 그 사람과 같이 그 bar로 보내드려야겠네요.</div> <div> </div> <div>안타까워요.. 젊고 잘생긴 사람인데..</div> <div>우연히 사고를 당할 예정이라니..</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 작가의 말: 문득그냥 꿈 생각이나서요.. 사실 몇년전에 꾼 꿈이고 내용은 슬픈사랑이야기였는데 각색해봤습니다.</div> <div align="justify">[우리는 세월호를 아직 잊지 않았습니다.]</div> <div align="justify">[꿈과 공포가 넘치는 공포게시판으로 오세요.]<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