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가까이 다가오던 어느 겨울날,
퇴근하고 아버지와 맥주 한잔을 했다
쌀쌀한 바람을 맞으며 호프집을 나왔는데
문득 아버지가 뜨끈한 국물이 드시고 싶으시다고 하셨다
다시 들어가서 오뎅탕이라도 먹고 들어가야하나-하던 중
길 건너 24시간 분식집이 눈에 들어왔다
차가운 밤 기운에, 급한데로 아버지를 모시고 바로 들어갔다
두부 김치찌개와 주먹밥 하나를 시키고나자,
개방된 주방으로 자연스럽게 시선이 갔다
큰 스테인리스 대야에 막 지은 듯한 뜨거운 밥 한 솥을 통채로 넣고
한 직원이 큰 주걱을 억세게 휘저으며 밥의 열기를 골고루 식히고 있었다
그렇게 주걱으로 열심히 젓다가
잠깐 멈추나 싶더니...
한 손으로 밥을 조금 쥐고
호- 호- 불어
그대로 본인의 입속에 넣어 먹었다
살짝 알딸딸한 술기운 때문이었을까?
그떄 나는 그 직원의 행동이
비위생적이라든지, 불결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 찰나의 행동이 매우 애틋하게만 느껴졌다
아마 이 시간까지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 미처 떄맞춰 밥 한끼 하지도 못한 터였겠지라...
주문한 찌개의 뜨끈한 국물을 한 수저씩 뜰 때마다
마음속에서는 어쩐지 그 모습이...
계속해서 그려졌다
